스크랩 전자 발찌

[정영식/鄭永植]

전자 발찌는 1983년 미국 뉴멕시코주(州)에서 처음 사용됐다.

잭 러브 판사가 음주 운전자 등에게 전자 발찌를 차는 조건으로 교도소에 가지 않고 집에 머물 수 있게 하는 판결을 내렸다.

전자 발찌에 부착된 담뱃갑 크기의 발신기가 쏘는 신호를 중앙 컴퓨터가 받아 범죄자 위치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디어는 만화 ‘스파이더 맨’에서 얻었다고 한다.

악당이 스파이더 맨에게 송신기를 몰래 붙인 뒤 뒤쫓는 장면을 본 판사가 컴퓨터 회사에 전자 발찌 개발을 의뢰했다는 것이다.

                                                                 전자 발찌 착용 시연 모습./조선일보DB

▶전자 발찌는 교도소 과밀 수용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안됐지만 재범 방지에도 활용된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독일,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이 운영 중이다.

한국에선 성폭력 사범에게 전자 발찌를 채우는 법이 2008년 처음 시행됐다.

이후 미성년자 유괴, 살인, 강도 등으로 대상이 확대됐고 전국에서 4647명(7월 말 기준)이 전자 발찌를 차고 있다고 한다.

▶전자 발찌 착용은 법원이나 법무부가 결정한다.

법원은 성폭력 범죄자 등에게 실형 선고와 함께 만기 출소 후 전자 발찌 착용을 명령할 수 있다.

재범 위험성 등이 있으면 최장 45년간 전자 발찌를 채울 수 있다.

집행유예로 풀어주면서 5년까지 전자 발찌를 차게 할 수도 있다.

법무부도 사기, 교통사고 등 범죄자를 가석방하면서 길게는 10년 동안 전자 발찌 착용을 요구할 수 있다.

▶전자 발찌에 달린 발신기는 가로 5㎝, 세로 5㎝, 두께 2㎝다.

바짓단이 올라가면 양말 속 전자 발찌도 눈에 띌 수 있다. “휴가 때 영화관에 갔다가 반바지,

맨발 차림의 남성이 전자 발찌를 차고 있는 모습을 보고 기겁해서 뛰쳐나왔다”는 여성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전자 발찌를 차면 성범죄자로 인식된다. 실제 착용자의 55%가 성범죄자다.

가석방 대상이 되는 이들은 ‘제발 전자 발찌만은 차지 않도록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원한다고 한다.

그만큼 전자 발찌가 무서운 것이다.

▶법무부는 전자 발찌가 재범률을 크게 낮췄다고 한다.

살인 재범률이 전자 발찌 도입 후 과거의 49분의 1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 발찌가 모든 범죄를 예방할 수는 없다.

최근 전과 14범인 50대 남성이 전자 발찌를 차고 여성 1명을 살해한 뒤 전자 발찌를 끊고 여성 1명을 추가 살해한 사건도 막지 못했다.

법무부는 전자 발찌 고정 띠를 튼튼하게 만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이 효과를 발휘해 재범률을 더 낮추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