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결과에 한나라당·국민참여당은 충격에 빠졌고, 민주당·민노당은 환호했다. 그러나 충격도 환호도 잠시다. 중요한 것은 선거에 나타난 유권자의 메시지를 읽는 것이다. 그것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관통할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1. '분노의 응집'이 한나라 무너뜨렸다
4·27재보선의 최대격전지였던 분당을 선거는 '넥타이부대의 분노의 응집'으로 정리할 수 있다. 손학규라는 인물론도 한몫을 했지만 근저에는 유권자들의 '분노'가 자리잡고 있었다.
집값하락에 실망한 한나라당 지지층들은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갈 이유가 적었고, 물가대란·전세대란에 성난 유권자들은 '투표로 응징'하기 위해 벼르고 있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2000년 이후 선거는 '네거티브 투표 경향'이 두드러진다. A가 좋아서가 아니라 B가 싫어서 A를 찍는 것이다. 2002년 대선은 '반이회창 투표'였고, 2007년 대선도 엄밀히 말하면 '반노무현 투표'였다. 가까이 6·2지방선거는 '반이명박 투표'였다.
전략가로 통하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일전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국민의 분노를 응집시키면 내년 대선에서 여당 승리가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대선 상황도 MB정부가 만든 양극화 심화와 중산층 몰락, 서민경제의 침체에서 자유롭지 않다.
윤 전 장관의 경고는 박근혜 독주에 안주하고 있는 현 여권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2. '3040세대'가 승부의 키 잡았다
4·27재보선 직전 청와대 박형준 정무특보는 "최근 선거는 세대투표"라며 "여권이 인물을 내세워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3040세대의 반한나라당 정서가 대세를 좌우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분당을 선거는 3040세대가 만든 드라마다. 그들은 출근 전, 점심시간, 퇴근 후 투표장으로 나왔다. 양극화 심화와 집값하락·전세·물가대란 등 현 정부의 실정이 그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과 대선도 수도권 3040세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들은 2007년 대선에서 '운동권식 아마추어 정치'에 넌더리를 내며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그러나 6개월 뒤 그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고, 6·2지방선거에서 '평화'를 선택했다. 민주주의 세례를 받은 그들은 MB정부의 양극화 심화와 민주주의 후퇴에 분노하고, 한반도 평화를 갈망한다. 수도권 3040세대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박근혜 전 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3. 분당을은 대선으로 통했다
분당을 유권자들의 손학규 선택에는 현 정부에 대한 채찍 이상으로 2012년 대선 요소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대선주자 손학규의 출전은 당대표급 강재섭에 처음부터 비교우위에 섰다.
높은 투표율도 대선전초전 성격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분당유권자들은 야당에 그럴듯한 대선후보 등장을 기대했고 그것이 전략적 투표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디오피니언 안부근 소장은 선거분석의 전제로 "모든 선거는 대선의 하위개념이다"를 내세운다. 아무리 작은 선거라도 대선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분당을 승리로 손학규 후보의 대선플랜은 탄력을 받게 됐다. 탈당전력 시비까지 털어내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다.
선거에 패배했지만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도 여전히 태풍의 눈이다. 손 대표와 유 대표가 밀고당기는 야권의 대선게임은 유권자의 눈을 야당으로 돌리는 효과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4.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4·27재보선은 야권연대의 실험장이었다. 김해을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단결의 힘은 무서웠다. 순천에서 민노당이 승리했고, 분당을과 강원에서도 야권연대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김해을에서 무명에 가까운 이봉수 후보가 총리급 김태호 후보에 맞서 박빙승부를 펼친 것도 사실 야권연대에 힘입은 바 크다.
거꾸로 한나라당은 공천과정에서 분열의 자충수를 뒀다. 대통령실장과 특임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고, 친박과 친이가 온도차를 보였다.
내년 대선에서도 야권은 단일화를 상수로 들고 나올 것이다. 그리고 단일화된 야권후보는 한나라당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5. 버리면 얻고, 얻으려고 기를 쓰면 잃는다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 대선주자 손학규 후보와 유시민 대표는 희비가 엇갈렸다. 손 대표는 분당출마 직전 자신의 상황을 '진퇴유곡'이라고 표현했다. 등을 떠미는 비주류와 한나라당 텃밭이라고 아무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손 대표는 '버림'을 선택했다.
반면 유시민 대표는 한석을 얻기 위해 '벼랑끝 전술'을 펼치며 친노 내부에서조차 분노를 샀고, 결국 명분도 실리도 잃은 꼴이 됐다.
기회를 엿보다 한나라당 출마를 택한 엄기영 후보의 낙마도 같은 맥락이다. 버려야 얻는다는 정치권의 오랜 교훈이 이번에도 통했다.
정치팀 jp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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