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설 연휴를 맞아 부모님의 집을 방문했던 김 씨 형제가 층간 소음 문제로 아랫집의 사람과 다투던 중 흉기에 찔려 살해당한 것. 이 사건의 충격으로 형제의 아버지 역시 사건발생 19일 만에 사망했다. 또한 이 달에도 다가구 주택 1, 2층에 함께 살았던 집주인 임 씨와 세입자 권 씨가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던 중 임 씨가 권 씨네 집에 방화를 저질러 권 씨의 딸과 딸의 남자친구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드라마나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살인, 방화, 폭력 등 범죄 중에서도 강력사건으로 분류되는 일들이 바로 오늘 나와 내 이웃 사이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쿵쿵쿵’ 울리는 이 소리, 바로 층간 소음 때문에 말이다. 겪어본 이들이 ‘공포’라고 칭하는 층간 소음의 대책에서부터 해결책까지 낱낱이 알아보자.
혹시 우리 집도 ‘층간 소음 유발자’?
먼저 대답을 하자면 YES 다. ‘주택법 시행령’ 제 57조 제1항 제21호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이란 아이들이 뛰는 소리, 문을 닫는 소리, 애완견이 짖는 소리, 늦은 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세탁기, 청소기 등을 사용하는 소리, 화장실과 주방에서 물을 내리는 소리 등을 말한다. 쉽게 이해하자면 아파트, 빌라 등 여럿이 사는 집에서 발생하는 생활상의 모든 소음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층간 소음의 기준>
낮 시간 대 : 40㏈(데시벨·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 밤 시간 대 : 35㏈ 이상
올해부터는 어른이 뒤꿈치를 바닥에 세게 부딪치며 걸어선 안 된다고?
사람이 생활하는 데에는 반드시 소음이 발생하기 마련. 그렇다고 집안에서 숨만 쉬고 있을 수도 없고, 대체 어느 정도의 소리를 ‘소음’이라고 하는 걸까? 최근 환경부는 층간 소음 피해인정 기준(소음 크기)을 낮에는 성인이 발뒤꿈치를 사용해 강하게 걸을 때 나는 소리 정도인 40㏈(데시벨·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 이상으로, 밤에는 35㏈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평균 소음뿐 아니라 ‘최대 소음 기준’도 새로 도입해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소음이 55㏈ 이상이면 층간 소음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55㏈은 두께 21㎝인 아파트 바닥에 물을 채운 1.5ℓ 페트병을 어른 가슴 높이에서 떨어뜨릴 때 아래층에서 들리는 소리의 크기에 해당한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층간 소음을 신경 써야 한다? 국토교통부 역시 층간 소음 갈등이 지속됨에 따라 층간 소음 저감을 위한 종합적인 제도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공동주택 표준 관리규약 준칙’에 따르면 2014년 5월부터는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을 지을 때 설계 방식에 따라 바닥두께를 현재보다 30mm 두꺼운 210mm로 맞추고, 바닥충격음 기준(물건을 떨어트렸을 때의 크기 정도인 경량충격음은 58dB, 아이들이 집안에서 뛰었을 때 정도의 소음인 중량충격음은 50dB 이하)도 충족시켜야 한다. 또한 공동주택 바닥두께 기준이 도입되기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주거생활 소음기준을 정해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분쟁을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다.
층간 소음, 줄이는 것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정책과 기준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힘들다. 층간 소음이란 결국 생활 소음이기 때문에 소음을 유발하는 변수가 많은 데다 소음에 대해 반응하는 개인차도 천차만별이기 때문. 결국 층간 소음은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해야 해결될 수 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층간 소음. 하지만 여기서 집중! 당장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소음 줄이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1. 한창 뛰어놀 아이들에게는 실내화를 신겨주자! 층간 소음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소음이 바로 ‘윗층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라고 한다. 그렇다고 한창 뛰어놀 나이의 아이들에게 무조건 ‘뛰지 마’라고만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해결책은 사실 굉장히 간단하다. 아이들에게 두꺼운 실내화를 신겨주는 것. 아이들에게 실내화를 신겨주는 것만으로도 층간 소음의 상당한 부분을 상쇄시킬 수 있다. 아이들이 실내화를 답답해 한다면 소음 방지용 매트를 추천한다.
2. 아이들이 뛰어노는 시간을 부모가 정해주자 실내화를 아이들에게 착용시켰다고 해도,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뛰어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라리 뛰어놀아도 되는 시간을 부모가 아이들에게 정해주는 것이 이웃에게 피해를 덜 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3. 이웃이 편히 쉬는 시간인 저녁 시간에는 절대로 뛰지 말자 층간 소음 기준이 밤 시간에 더 낮은 것은 피곤한 일과를 마친 이웃이 편히 쉴 수 있는 저녁 시간대를 보호해주기 위해서다. 이웃의 퇴근 시간에는 아이들을 단속해서 뛰지 않도록 지도하자.
4. 옆집에서 나는 소음을 차단하려면 ‘에어캡’을 써라 윗층, 아래층의 층간 소음 외에도 옆집에서 나는 소음도 많은 갈등을 유발한다. 이럴 때 일반적으로 ‘계란판’을 벽에 붙여서 소음차단을 시도하는데, 계란판은 사실 소음차단에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우리가 흔히 ‘뾱뾱이’라고 부르는 에어캡은 단열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방음효과가 굉장히 뛰어나다. 공기층이 온도와 소음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5. 층간 소음이 발생했을 때는 소리를 상쇄시키자! 고요한 집안에서 포착되는 층간 소음은 정신을 흐리게 하고, 우리가 층간 소음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차라리 정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물소리’, ‘클래식 음악’, ‘자연의 소리’ 등을 틀어서 층간 소음에 뺏긴 정신을 되찾아 오는 것이 좋다. 부차적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 해결 방법! 다방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층간 소음으로 인한 이웃간의 갈등이 생겼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합의이지만, 사실 층간 소음으로 인해 언쟁을 벌이다 보면, 이웃 간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경우가 많고, 부차적인 갈등이 새롭게 생겨나는 등 당사자 간의 자발적 갈등 해결은 쉽지 않다.
- 층간 소음 항의하러 초인종 누르면 안돼?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김재호)는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아파트 14층에 사는 A씨가 아래층에 사는 B씨를 상대로 낸 접근금지 가처분신청의 일부를 받아들여 층간 소음에 관한 새로운 판례를 남겼다. A 씨는 B 씨가 층간 소음 문제로 집의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누르며 계속 항의하자 가족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발생하는 수준 이상의 소음은 낸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에 재판부는 “B 씨가 A 씨의 집에 들어가선 안 되고 초인종을 누르거나 현관문을 두드려서도 안 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전화걸기, 문자메시지 보내기, 고성 지르기, 천장 두드리기 등을 금지해 달라는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어 “일부러 찾아가지 않더라도 우연히 마주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점, 소음의 원인이나 정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래층 B 씨의 행동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B씨가 재판부의 결정을 위반할 개연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간접강제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이미 발생한 갈등이라면 개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중재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1. 한국환경공단의 ‘층간 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이용하자 한국환경공단은 ‘층간 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에 대해서 전문가의 전화상담 및 현장소음측정 서비스를 제공하여 당사자 간의 이해와 분쟁해결을 유도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 소음 조정 센터에 중재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백여 명이며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층간 소음 이웃사이센터(☎ 1661-2642) 주소 : http://www.noiseinfo.or.kr/about/stairsreqinfo.jsp?pageNo=1201
2. 지자체의 층간 소음 갈등을 중재하는 기구를 이용하자
서울시 – ‘서울층간 소음해결전담팀’ 구성 (문의 다산 콜센터 120) 서울시는 24시간 민원을 접수 받는 서울층간 소음해결전담팀을 구성했다.
주민자율 주민협약-층간 소음 주민협약 제정 민간자율-층간 소음 주민 조정위원회 구성, 활성화 마을공동체-마을공동체 사업과 연계 전담팀, 컨설팅단운영-서울층간 소음 해결 전담팀 신설·운영, 전문 컨설팅단 구성
행정지원 인증제-층간 소음 저감 우수 아파트 인증제 부여 교육-층간 소음 예방교육 인식확산-층간 소음 관련 시민의식 개선 및 확산
<층간 소음 갈등 관련 tip>
층간 소음 갈등에는 정부의 분쟁조정위원회의 개입이 효과적이다!
층간 소음 분쟁은 지난해에 비해 25배 증가했다. 지난달만 1,500여건이다. 우리나라 인구 중 65%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서울에서 벌어진 층간 소음 문제의 경우 강제력이 있는 정부의 분쟁조정위가 나설 경우 83%까지 조정에 성공한다는 통계도 있어 적극적 중재를 통한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서울시, 경기도 층간 소음 해결사로 변신! 서울시 – 서울시는 층간 소음 해결 전담팀과 전문 컨설팅 단을 신설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서울시 공동주택 층간 소음 분쟁해결 7대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공동주택관리 지원센터 내에 층간 소음 상담 및 분쟁 조정을 담당하게 될 ‘서울층간 소음 해결 전담팀’을 신설한다.
서울시 공동주택 층간 소음 분쟁해결 7대 대책
▲층간 소음 주민협약 제정 ▲층간 소음 주민조정위원회 구성 ▲마을공동체 연계추진 ▲층간 소음 해결 전담팀 및 전문컨설팅단 운영 ▲층간 소음 저감 우수 아파트 인증제 ▲층간 소음 예방교육 ▲다양한 행사 통한 시민의식 개선 및 확산
특히 24시간 운영되는 120 다산콜센터와 연계해 분쟁 시 신속한 대처를 취할 예정이다. 또한 소음 측정 전문가를 포함한 10여 명의 층간 소음 전문 컨설팅단을 구성해 보다 체계적으로 분쟁 해결에 도움을 주겠단 계획이다. 이 외에도 층간 소음과 관련해 주민이 자율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층간 소음 예방 및 해결에 관한 주민협약’제정을 지원하고 층간 소음 저감 우수 공동주택 인증제를 1년에 2차례 실시해 예방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경기도 – 경기도는 최근 사회문제가 된 아파트 층간 소음 분쟁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아파트 층간 소음관리위원회가 자율적으로 벌과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층간 소음 등 가구 간 생활소음 부분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정했다.
그림자료.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