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몇몇 부분에 있어서 한 선수의 팬 또는 한 감독을 비판하시는 분들이 읽기에 상당히 불쾌할 수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백스페이스를 눌러주세요.
개막이 며칠 남지 않은 3월 31일, 야구팬들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됩니다. 언제까지고 선수 생활을 지속해나갈것 같은 선수, 이종범이 급작스레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죠. 선동렬 감독 체재하에서 동계 훈련도 충실히 했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던 이종범이니만큼 그 충격은 컸습니다. 프런트에게 비난이 쏟아졌고 하루가 멀다하고 이종범의 기사가 야구란을 덮었습니다. 감독과의 불화란 얘기도 있었고 이종범 자신의 결단이라는 얘기가 있었고 별 이야기가 다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뒤.
갈등은 봉합되었고 이종범은 은퇴경기를 치르기로 합니다. 하지만 기아의 연수제의는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단지 은퇴경기만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던거죠. 그 사이에 고양 원더스 코치 얘기가 나왔지만 그것도 조용히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은퇴경기가 치뤄졌습니다. 그렇게 해태, 기아 타이거즈의 7번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마감했습니다. 그 뒤로 이종범은 베이스볼 토크 콘서트에 참가했고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 매치에 참가합니다.
네. 여기까지는 평탄한 이야기.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아마 이걸 기다리는 분도 몇분 계셨을겁니다.
선동렬 감독이 취임했을때, 이런 얘기가 떠돌았습니다. '선동렬은 이종범을 은퇴시킬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선동렬은 타이거즈의 레전드였고 삼성 라이온즈에서 팀을 두번이나 우승시킨 적이 있는 명장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선동렬 감독은 노장을 정리하고 팀을 젊게 만드는, 일명 세대교체에 주안점을 두는 감독이었기 때문에 그런 말이 안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선동렬 감독은 기아 타이거즈 감독에 취임하면서 이종범에게 [공정한 경쟁]을 약속했고 이종범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불씨가 될거라곤 두 사람 모두, 아니 팬들도 꿈에도 몰랐을겁니다.
동계훈련이 시작되었고 이종범은 팀내 최고참으로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외야진 한자리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더 했겠지요. 주전은 어려웠지만 제 4의 외야수로서의 능력은 충분해보였습니다. 이종범만큼 뛰어난 주루 센스를 가진 선수는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수비수로서의 능력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타력은 말할것도 없었지요. 하지만 이종범이라는 이름 석자의 상징성은 컸습니다. 귀국, 시범경기 시작.
초반 2경기에서 이종범은 맹타를 휘두릅니다. 뻗어나가는 타구의 질은 이종범의 부활을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지속될수록 이종범의 방망이는 무디어 가고 선동렬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는 신종길에게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한 상태. 나지완 마저도 외야 훈련을 하는 판에 이종범의 설자리는 갈수록 좁아져갔습니다. 그리고 3월 31일 저녁. 이종범의 은퇴기사가 뜹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아는 바입니다.
예전에 제 글 - 지금은 지워버렸지만 - 을 읽어보신분들은 알겁니다. 이종범의 은퇴 발표 첫 기사와 다음 기사와의 시간 차이가 40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 때문에 제가 소설 비스무리하게 썼다는 것도 기억하는 분이 계실겁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전 저 나름대로의 가설을 세웠었습니다. 어떤 기사도 동일 내용의 기사에 40분의 갭을 두지는 않습니다. 엠바고는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나오는거고 호외가 터져도 다른 언론사에서 단신이나마 빠르게 따라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번 이종범의 은퇴때는 그게 없었습니다. 그게 핵심이었죠. 그때부터 전 제가 아는 스포츠 기자나 재계쪽 정보망을 최대한 가동시켰습니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습니다. 왜?
이종범의 팬이 아니라 한명의 사람으로서 뭔가 납득이 가지 않는 40분의 갭, 서로 잘 맞지 않는 선수와 구단의 이야기, 은퇴 확정 이후에도 뭔가 어색하기 그지없었던 양쪽의 움직임, 그리고 은퇴경기에서의 뭔가 알수 없는 표정까지.
그것이 알고 싶었습니다. 어째서 은퇴라는 일에 이런 이상한 상황이 일어난 것인지.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이종범의 팬이 아닌 - 92년 이종범이 지명되기 전부터 스크랩을 해왔던 팬입니다. - 한명의 외부인으로서, 제가 모은 자료와 정보를 바탕으로 재구성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느정도 주관은 들어가있겠지만 사실에 많이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종범의 은퇴 발표가 있기 며칠전, LG와의 경기에서 이종범은 리즈와의 타석에 대타로 들어섰습니다. LG 마무리 리즈의 강속구를 상대로 힘차게 휘둘렀지만 타구는 빗맞았고 투수와 2루수 사이에 떨어집니다. 묘하게 맞아서 스핀이 먹은, 잘만하면 1루에서 크로스 타이밍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타구. LG의 2루수가 대쉬해서 공을 잡고 1루로 송구합니다. 하지만 1루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어야 할 이종범은 거기에 없었습니다. 천천히 1루로 조깅하듯이 달려오던 이종범이 있었을 뿐이었죠. 카메라는 이순철 수석코치를 보여주었고 이순철 수석 코치의 표정은 상당히 불쾌해보였습니다. 해설위원 시절 양준혁이 은퇴하는 그날까지 1루를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가던 자세를 칭찬했던 이순철 코치이기에 이종범의 그 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았을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종범은 주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도 1군 외야 엔트리 한자리를 두고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였죠. 그리고 시범경기가 막판을 향해 달려갈때, 선동렬 감독은 이종범을 불러서 말합니다.
"2군에 가서 좀 더 추스려라."
선동렬 감독의 말은 '1군에서 뛰기엔 뭔가 좀 부족하니 2군에 가서 그걸 보충해라'라는 의미가 강했겠지만 이종범에게 있어서 저 말은 '은퇴해라'로 들렸을수도 있습니다. 2군에 가게 되면 언제 올라올지 모릅니다. 1군 선수중 부상이 생겨도 자신이 콜업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종범 자신은 부상과 컨디션 조절 외에 2군에 내려간적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개막 엔트리에는 부상과 일본 진출을 제외하곤 빠져본적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종범은 그때 양준혁이 생각났었을수도 있습니다. 2군에 간 후 결국 은퇴의 수순을 걸어야 했던 양준혁이. 아마 은퇴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건 이때였을겁니다.
이 문제의 발단은 선동렬 감독과 이종범의 [공정한 경쟁]에 대한 인식 차이였습니다. 선동렬 감독은 모든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공정한 경쟁을 얘기한거였지만 이종범은 '내가 1군에 있다는 전제하에' 4번 외야수냐 아니면 개막전 주전 외야수냐를 가리는 경쟁이라고 생각한거였죠. 선동렬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이종범의 플레이를 보고 경험은 아깝지만 팀의 전력에 보탬이 되는 25인중 한 자리를 맡기기엔 무리라고 생각했을겁니다. 만일 팀에 비슷한 도움을 줄수 있다면 젊은 선수를 쓰겠다는게 선동렬 감독의 입장이었죠.
여기서 잠시 선동렬 감독의 이야기를 해보죠. 삼성팬들 중에선 선동렬 감독 싫어하는 분들이 여전히 엄청나게 많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승을 두번 시킨 감독이지만요. 무엇보다 양준혁을 은퇴시킨게 컸습니다. 물론 선동렬 감독이 은퇴시켰다기 보다는 윗선의 지시가 더 크긴 했지요. 하지만 그걸 이행한 사람은 선동렬 감독이 맞습니다. 어쨌든,
선동렬 감독은 투수를 키워내는 법과 운용에 능했지만 기본적으로 시스템을 개편하는 감독에 가까웠습니다. 삼성에 있을때 FA 거부는 이와 비슷한 맥락이죠. 장원삼 트레이드는 선동렬 감독의 의중보다는 프런트에서 전격적으로 행한 일에 가깝긴 합니다만. 선동렬 감독의 야구론은 간단합니다. 항구적인 강팀을 만들자!죠. 세대 교체를 하고 투타가 조화로운 팀을 만들것. 성적이 나쁘게 나오기야 하겠지만 버텨내야 하는 단계라는것. 그게 선동렬 감독의 야구라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선동렬 감독을 평하길 투수를 키워내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선동렬 감독 자신은 타자 키워내는걸 더 좋아합니다.(이걸 듣고 좀 놀란건 사실입니다) 최형우와 박석민, 이영욱등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죠. 이들은 삼성 타선 세대 교체의 주역이기도 했습니다.
네. 선동렬 감독은 같은 상황이면 이종범보다는 신인 선수를 쓰겠다는 마음을 확고히 한 상태였습니다. 아니, 이종범보다 실력이 조금 떨어지고 팀에게 도움이 덜된다고 하더라도 젊은 선수를 쓰겠다는 거죠. 그게 선동렬 감독의 시스템이니까요. 이종범은 1년, 길어야 2년 뛸거지만 야구는 1,2년 하고 끝날게 아닙니다. 물론 레전드에 대한 예우로서 이종범에게 엔트리 한자리를 그냥 주는 수도 있습니다. 24인 야구를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선동렬 감독은 실리주의자입니다. 시즌을 운영하면서 25인의 조각을 맞춰가는 스타일이지 한두명에 모든걸 걸어버리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건 호시노 감독과 김응룡 감독에게 사사 받고 삼성 시절의 시행착오를 거친후 만들어진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선동렬 감독은 이종범에게 예우급의 한자리를 주는걸 허락할 수 없었던 거죠. 선동렬의 야구에서 이종범이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선 주전급의 실력을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지금의 이종범이 전성기의 이종범처럼 승패를 좌우하는 선수는 아니니까요. 이종범 자신의 말마따나 대주자, 대수비요원이었습니다. 선동렬 감독은 그 사소한 경험 마저도 젊은 선수들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어쨌든 이종범은 은퇴를 결심합니다. 그 기분, 이해 못하는게 아닙니다. 이종범은 스타입니다. 그것도 한국 프로야구를 관통하는 스타. 스타는 자존심으로 먹고 산다고 하죠. 그 자존심이 용납을 할 수 없었던거죠. 2군 이종범으로 야구를 그만두는것을. 그는 은퇴를 하겠다면 스타로서라는 마음이 확고했던겁니다.
물론 이종범의 은퇴 이야기는 2009년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 뒤로 끊임없이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정상에 섰을때 그만두어야 한다는 거였죠. 하지만 이종범은 계속 선수 생활을 지속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마치 리키 핸더슨처럼. 하지만 2010시즌부터 일각에서 이종범이 은퇴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도처에 퍼져있었습니다. 야구 카드 게임처럼 키워서 쓸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시즌이 갈수록 떨어지는 타력과 수비력도 이에 한몫했습니다. 어쩌면 이종범은 스스로의 은퇴의 타이밍을 자기가 놓쳐버린건지도 모르죠.
자. 은퇴를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렇다면 보통은 프런트와 합의해서 은퇴의 변을 설명하고 향후 일정을 협의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종범은 그런 과정을 생략한채 다른 일을 행합니다. 그게 자신의 야구 인생 최악의 선택이 될거라곤 생각도 못한채. 아마도 이성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그랬을 확률이 농후합니다만.
이종범이 한 일은 프런트와 얘기하는게 아니었습니다. 그의 절친인 정모 기자에게 연락을 한거죠. 그리고 말했습니다. 은퇴한다고. 자초지종을 들은 정기자는 바로 특종을 터트립니다. '이종범의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이라는 말로 시작하면서요.
여기서 잠시 사족을 달자면 저도 처음엔 정말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런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향후 여기저기 조사하다보니 언론계에서 일하는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은퇴 이야기는 본인 허락 맡지 않으면 절대 기사화 시킬 수 없습니다. 보도 자료는 이미 본인의 허락이 나온 자료구요."
네. 이종범 본인이 직접 정모 기자에게 얘기한거였죠. 물론 이종범은 극도로 분노하고 이성을 찾을수 없는 상태로 연락을 했을겁니다. 이야기 들어줄 사람도 필요했겠죠. 하지만 그게 최고의 패착이 될거라곤 꿈에도 몰랐을겁니다.
정모 기자는 기사를 올렸습니다. 내용의 대부분은 이종범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거였죠. 그리고 다른 언론의 이종범 은퇴 기사는 40분이 지난 뒤에 올라왔습니다. 네. 여기서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실제 그때 관련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의 말을 옮겨보겠습니다.
"시범경기도 끝났겠다, 기사 다 쓰고 밥 먹고 술 한잔 하러 가는데 갑자기 편집부에서 전화가 오는거에요. 이종범 은퇴했다고 떴는데 지금 뭐하냐고. 놀라서 바로 사무실 와서 프런트에 전화해보니까 자기들도 모르고 있더라구요. 보도자료도 안나온채 말이죠."
그랬습니다. 이종범의 은퇴는 정모 기자가 제일 먼저 기사화 시켰고 그걸 보고 혼비백산한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타이거즈 프런트에 연락을 한겁니다. 하지만 프런트는 모르고 있었죠. 당연합니다. 이종범은 프런트에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으니까요. 2군으로 내려가라는 얘기에 생각해보겠다고만 했지 그만두겠습니다라는 말은 안했으니까요. 프런트는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돌립니다. 이종범이 은퇴한다고. 어느 정도 들은 바는 있었고 저렇게 확정적으로 정모 기자가 기사를 때려버렸으니 빼도박도 못하게 된거죠. 말그대로 눈뜨고 뒤통수 맞은격이었습니다.
다음날.
이종범 헌정 기사가 모든 스포츠라인을 덮었습니다. 기아 프런트는 날아오는 뭇매를 맞느라 정신 없었죠. 양쪽 모두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은채 시간은 흘러갑니다. 그리고 며칠뒤 양쪽의 입장이 나옵니다. 기아에선 모든 지원을 다 해주겠다고 발표했고 이종범은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미루다가 결국 은퇴를 발표합니다. 구단에서 해주겠다는 모든 지원을 정중히 거절한채. 그리고 얼마뒤 은퇴 경기는 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뒤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아는 바입니다.
하지만.
다른 면의 이야기는 이제부터입니다. 이건 스포츠쪽과 재계 인맥쪽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쓰는 글입니다.
40분의 갭은 이종범에게 너무나 많은 데미지를 주었습니다. 그 40분 때문에 이종범은 스스로 프런트와 향후 일정을 협의 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 이종범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기아는 협의만 제대로 했다면 이종범이 향후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을 다 준비해 줄 수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선동렬 감독의 임기 5년은 이종범이 은퇴한 뒤 감독으로 돌아올때까지의 임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다들 이종범이 은퇴 후 코치 과정을 밟고 기아 감독이 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정점에 올랐던 사람이 바닥도 경험했으니 그 폭넓은 경험은 향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큰 도움이 될거라고 말이지요.
그러나 이종범의 그 행동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이미지를 한방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팬이 아닌 프런트, 선수가 아닌 경영진의 신임을 말이지요.
흔히들 야구를 이루는건 팬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구단을 운영하는건 엄연히 기업이고 - 9개 구단 모두 기업 산하입니다 - 선수들은 개인 사업자의 탈을 쓴 고용자입니다. 즉, 간극이 좁긴 하지만 갑과 을의 형태를 띄고 있죠. 돈이 움직이는건 프런트를 통해서지 팬이나 선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잊곤 하지요. 경기를 뛰는건 선수니까요. 그러나 그 아래에는 끊임없이 돈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구단 경영진에게 있어서 이종범의 행동은 두가지의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하나는 결정적인 순간에 이성을 잃어버리고 앞뒤 안재고 주위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채 감정적으로, 그리고 돌발적으로 행동한다는 예시를 보여주었다는것. 그리고 두번째는 엄연히 구단과 계약을 맺은 선수인데 구단과 협의 하나 없이 은퇴를 결정하고 그 원인을 구단에게 떠넘기면서 그것을 대대적으로 언론에 흘렸다는 점입니다.
첫번째의 경우 그런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란 완벽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종범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향후 코치, 또는 감독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선수가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일을 저지른다면 도저히 믿고 선수들을 맡길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거죠. 그러나 정말 큰 것은 두번째였습니다.
두번째의 경우, 이종범의 잘못도 있지만 코칭스태프의 잘못도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온화하게 이야기하고 1군에 올수 있는 희망을 주었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었겠죠. 그러나 그것은 코칭스태프의 방침과는 달랐고 이종범은 다른 수를 택했습니다. 알고보면 프런트는 중간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한방 크게 먹은 꼴이었죠. 헌데 모든 욕은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에게 향했습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될까요? 그건 조직문화로 이야기를 돌려보면 설명이 됩니다.
A는 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회사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승승장구 해서 고위 간부의 직위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사람도 있고 전체적인 회사 체질을 바꾸기 위해 오너진에서는 그에게 명예 퇴직을 권고합니다. 헌데 A는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말도 없이 회사를 그만둠과 동시에 평소에 알고 지내던 기자를 만나서 우리 회사가 이랬슈~와 함께 회사 내부 사정을 뻥뻥 터트리면서 결론적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데 큰 공헌을 해버렸습니다. 문제는 회사와 A는 충분히 협의를 해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A는 그럴 여유조차 주지 않고 먼저 그런 일을 해버렸다는거죠.
네. 이종범의 경우는 이것과 비슷한 경우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기아 자동차는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고 이는 향후 기아 자동차 광고에서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을 모델로 쓰면서 이미지 회복 작업에 안간힘을 쓰게 하는 결과를 낳게 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팬들을 안티 기아로 만드는데 일조를 했죠. 분명 좋은 방법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요. 설명을 하려고 해도 설명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란건 모두 알 수 있었습니다. 원래 팬은 선수 편이니까요. 그건 누구보다 구단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걸로 프런트와 이종범의 사이가 나빠졌다는건 기정사실화되었습니다. 그러나 팬들은 한목소리로 기대했죠.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거라고. 그래도 이종범인데.. 야구판에는 돌아올거다 라고. 그러나 오너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회사에 저렇게 피해를 입힌 - 배신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합니다 - 선수를 다시는 불러들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회사가 아닌 이 바닥 자체에 발을 들이고 싶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어느 직종에서도 통하는 얘깁니다. 게다가 이 바닥은 좁죠.
한때 고양 원더스 코치이야기가 나왔다가 들어갔습니다. 그때 김성근 감독이 농담조로 그런 얘기를 했다죠. "이름은 들어본 선수다"라고. 웃자고 한 얘기였지만 축객령이나 다름없었습니다. SK 프런트에 배신당한 김성근 감독이었지만 그런 행동을 해놓고 여기 올 생각이었냐..라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김응룡 감독의 이야기도 실은 '왜 그런 선택을 해서..'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제가 3개월동안 발로 뛰고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하자면 이 이야기가 됩니다. 아니, 이 결론이 됩니다.
이종범은 돌아올수 없다. 라고.
18년간 정말 훌륭한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미지 관리에 실패했습니다. 모두들 아실겁니다. 야구판에서 한번 박힌 이미지가 변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이종범도 아마 알고 있을겁니다. 최근 베이스볼 토크에서 구타 얘기를 웃으면서 소회했다는데 전 그게 큰 실수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성한 감독이 어떻게 남들에게 이미지가 박힐지 고려하지 않은 행동에 가깝다고 생각하니까요. 겨우 그런걸로 이미지가 바뀌겠느냐..라고 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영화 '퍼펙트게임'에서 김용철 감독이 어떻게 그려졌는지를 생각하면 쉽사리 그런 이야기를 하기가 힘듭니다. 김감독님은 영화를 보고 어이가 없다고 하셨다죠. 그런 얘기도 못들었다면서.
아마도 지금쯤 오너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런 놈일줄 알았다고.
뭐랄까요, 양준혁과는 다른 은퇴 과정을 보면서 꼭 그래야 했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이종범처럼 머리 좋은 선수가 그런행동을 했어야 했는지, 더 잘 해결될수 있었는데 꼭 그래야만 했는지..아쉽기 그지 없습니다.
앞으로 야구판에서 볼수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가 언제까지나 그리울것 같습니다.
첫댓글 음... 잘 읽었습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뭔가 갑작스럽다는 느낌은 있었던지라 조금 이상하기는 했었는데....
은퇴 선언 후 이종범의 행적과 구단과의 관계가 모호하다 싶었는데 이 글을 읽고 정리가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아주 좋은 글입니다. 저도 너무 갑작스러운지라 이상하다 햇엇습니다 선감독에 대한 삼성팬들의 생각은 고마움과 분노가 섞여잇죠. 고마움이라면 지금 최강 투수진의 구축 분노라면 양신의 은퇴, 이승엽에 대한 발언이엇엇습니다. 이종범 사태도 아 선감독이 레전드를 또 이렇게 보내는구나 햇는데 좀 오해가 풀리는 계기가 되겟네요
선스크랩 후감상.
종범신 팬이지만 마지막에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한편의 추리소설같네요.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스크랩해가도 될까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때마침 TV에 선동렬 이종범 선수가 나오는군요. 타이밍 참 묘하네요.
왠만한 기사들 보다 훨씬 유익하고, 사실적으로 다가오네요.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근데 김성근 감독님 부분에서
제가 아무리 찾아도 오면 거절하지 않겠다라는 말빼고는 이름은 들어본 선수라 라는 말은 못찾겠습니다
거기에 김성근감독님은 이제 프로팀에서 찾지 않을수도 있는 감독입니다...
그런 감독님께서 ㅡㅡ 그런 식의 의도는 아닐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제 생각입니다^^
스크랩 해가겠습니다~잘 읽었습니다.
그와중에도 저도 미약하게나마 제가 느꼈던 정황과 같네요 그리고 언젠가 올리시겠다던 맥락도 이런글일거 같았습니다. 불세출의 레전드의 은퇴... 그 홍수속에서 얘기만 못꺼냈다뿐이지 이런면 이해하는 분도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다만 그나마 좋게 마무리(덮어?) 되었으니 시간이 약이 되길 기다려야죠...
멋진 추리 소설 해설집을 보는 느낌입니다. 예전에 글을 퍼가게 해주셨기도 하고 그간 참 고마움을 제가 덜 표현한거 같은데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리고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삼성팬들이 선감독을 가장 싫어하는 이유는 프랜차이저들을 등떠밀어 은퇴시켜서가 아니라, 조기에 경기를 포기하거나 2승 후에 마지막 경기를 버리는 등 팬을 호구로 보는 시즌 운영때문입니다... 팬들도 세대교체를 위한 잡음 쯤은 납득하죠.
비록 선감독이 등장하기는 하지만...이글에서 까지 선감독을 까셔야 할까요...
삼성팬으로써 그리고 님 닉네임 처럼 양준혁 팬으로써 님의 선감독 비난 충분히 납득은 합니다 ...
다만 너무 시도때도 없지 싶네요...
뜬금없네요. 이 글의 주된 내용이 선감독도 아니고 마침 이종범 은퇴와 연관되어서 양준혁 은퇴가 이야기 나온것뿐인데 선감독 까기 위한 댓글이 나오니 참 너무 자주 등판하시는거 같습니다. 싫다 하더라도 자리를 봐가면서 싫어하는 티를 내셔야 하는거 아닌가 싶네요. 사실 가끔 선감독에 대한 이야기 나올때, 이제 기아 감독이기도 한데 툭툭 말던지는 것들이 사실 그리 좋지 않지만 어쨌든 삼성 팬들이 느끼는 기분이 있기에 사실 별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이건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네요. 그렇다면 양준혁 은퇴건과 이승엽 자리 없다라고 말한 거 이후로 나온 삼성팬들의 비난은 무엇인가요? 감독을 그만둔지 1년을 훌쩍 넘어서 이제는
타 팀의 감독이 되었는데도 그때의 그 발언으로 까이는데요. 심지어 이 비스게에서도요. 얼마 지나지도 않은거 같은데 삼성팬들이 선감독을 싫어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면서 이글까지 와서는 싫어하는 이유를 전파해야 하나 싶네요. 해도해도 좀 지나치네요. 이정도면 이유가 있어서 싫어한다기보다는 싫어하기 위해서 이유를 만들어내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그냥 선감독 이야기만 나오면 일단 까기 위해서 나오는거 같네요. 그냥 이유없이, 글의 맥락이나 주제따위는 다 무시하고 '아 선감독 나오네. 아 짜증나. 까야지.'라는 느낌마저 듭니다. 도대체 갑자기 툭 나온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글은 이종범 은퇴 관련된 글이기에 당연히
삼성에서 양준혁을 은퇴시킨 이야기가 나온거고요. 몇줄 되지도 않아요. 게다가 얼마전에도 선감독에 대해서 이승엽 성적 들이대면서 '이승엽 자리 없다.'드립 관련되어서 논쟁이 벌어지고 타 사이트에서는 유머 게시판에 나오기도 했는데요. 어떤 사람에게는 저런 운용일지 몰라도 또 다른 사람에게는 저런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수도 있는데 그냥 등판하셔서는 비난을 하시기 바쁜거 같습니다. 이 글은 선감독과 관련된 글도 아니고 잠깐 나올뿐인데요. 게다가 글의 큰 주제가 이종범 은퇴이다보니까 전체적으로 연결되다가 양준혁 은퇴건이 나온거 뿐인데 여기서 선감독을 삼성팬들이 왜 싫어하는지를 이야기하면서 비난하시네요.
뭐 물론 팬으로서 뭔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을 고쳐주려는 생각이 있으실수도 있습니다만, 양준혁 님의 말씀과 달리 최근까지도 선감독이 비판받는 것을 단순히 시즌 운영때문이라고 하기는 그렇죠. 심지어 선감독보다 1년이나 뒤에 경질된 조범현 감독조차도 전임 감독으로서 이렇게 등판하지 않죠. 그것도 타팀 감독으로 부임한 다음에는 그 감독이 백인천, 이순철 급으로 팀을 망가뜨리지 않는 한에는 비판의 정도가 적죠. 그런데 선 감독이 정말 시즌 운영을 주요골자로 해서 비판받는다면 경질된지 2년에 가까워지는데도 아직까지도 조롱받고 그것이 언급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삼성팬들이 속이 좁다고 생각되지도 않고요.
그렇다면 제가 얼마전에 본 이승엽 성적 보이면서 '선감독의 말실수'를 언급한 것은 그냥 단순 유머일까요? 궁금하네요. 시즌 운영이 크다고 볼 수도 있고 그 외에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승엽 발언으로 당시도, 그리고 지금도 까이는 것, 양준혁 은퇴 당시에 무수한 글들을 봤을때 프랜차이저에 대한 대접을 소홀히 한 것까지 말이죠. 최근에는 박한이 관련되어서도 당시 박한이 싫어했다고, 선감독은 빠르고 도루 잘하고 이런 선수 좋아한다고 또 어김없이 나와서는 까이던데요. 솔직히 말씀하시는 것도 의구심이 듭니다. 1년 뒤에 경질된 조범현 전 기아 감독보다도 더 자주 등판해서는 까이거든요. 실제 성적은 더 좋았음에도 불구하고요.
진짜 뜬금없고 짜증나네요....차라리 양준혁 은퇴시켜서 싫다고 하세요~~ 그럼 낫죠....
어떤팬은 전자때문에 싫다고 하고, 이번엔 후자라시니, 어떤 이유가 삼팬들 대표하는지도 모르겠고, 그저 속상하네요...정말 맘아파 그러시리라고만 또 생각합니다...말나따나 감독이 왕인 야구판도 아니고... 암튼 마지막 경기 버려도 우리팀 우승만시켜준다면 호구하겠단 기아팬들 널릴듯 합니다 ㅎ
ㅋㅋ 이런글에도 눈에불을 켜고 까는 당신은 위너~
좋은글 정말 잘읽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출처 밝히고 퍼가도 되나요?
좋은글 정말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