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청개구리 이야기’
우리나라 전래 동화 ‘청개구리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하다. 이야기의 내용은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청개구리를 등장시켜서 ‘효’를 강조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해석을 조금 비틀어보면 엄마 청개구리는 죽을 때까지도, ‘하천 가에 묻어 달라’며,(사실은 묻히기 싫으면서) 속 마음이 담긴 말을 하지 않았다.
2014년에 우리나라에서 ‘인성교육 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의 세부 내용이 확정되기까지 ‘효’를 인성의 바탕으로 담을 것인가. 담지 않을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있었다. 결국 ‘효’는 인성의 바탕으로 살아 남았지만, 효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하였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인성교육에 효를 포함시키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포함여부가 문제가 아니고, 효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라고 하겠다.
그러면 ‘효란 무엇일까?’
“효란 부모님의 숨겨진 욕망을 살피는 일이다.”
포함 여부를 두고 왈가왈부 한 것은 효를 전통방식으로 해석한다는 것을 전제하였기 때문이다. 전통의 효는 농경사회가 배경이다. 지금은 산업사회이다. 산업사회인데도 농경사회 때의 효의 인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부모(농경사회) - 자식(산업사회) 사이에 소통이 안 될 것이다. 동화 속의 청개구리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소통이 안 되는 것만이 아니고 대립이 나타나고, 심하면 적대감도 생긴다.
가장 급한 일은 ‘효’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자녀 쪽보다는 부모가 바꾸는 것이 급하고, 급한 일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나타나면, 지금까지의 사례로는 부모 쪽이 손해를 본다. 손해를 보는 쪽이 살아남기 위해서도(적자생존 이론) 먼저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재미있는 동화가 이처럼 무겁고 깊은 의미를 담아서 우리를 사유의 세계를 여행하도록 하였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자신의 욕망을 자녀들에게 잘 드러내지 않는다. 부모가 자신의 욕망을 말해버리면 자식들이 부담을 갖는다는 배려에서 숨기려 한다. 욕망은 부모의 사랑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버리므로 자식들은 쉽사리 눈치 채지 못한다. 굳이 눈치를 채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눈치채지 못하는 일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자녀들은 ‘어머니가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세요. 추석 때 가져갈게요.’라고 전화를 한다. 전화를 받는 부모의 십 중 팔, 구는 대답이 같다. 가지고 싶은 것이 없다. 어떤 부모들은 빈 손으로 오라고 신신당부까지 한다. 그러나 값싼 비타민이라도 한 병 들고 가면 흐뭇하여 얼굴에 꽃이 핀다. 그 해 겨울 내내 노인정에 모인 동네 친구들은 그 어머니로부터 비타민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보듯이 부모들은 겉과 속이 다른 말을 한다. 자식들도 좋은 선물을 들고 가면 기뻐하는 줄 알면서도 선물을 들고 가지 않는다. 안 가져가는 것이 나의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산업사회의 경제원리이고, 삶의 원리이다. 산업사회에 젖어 사는 자녀 세대들은 이익을 쫓아서 사는 것이 그들의 정당한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부모 세대들이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전통에 젖은 효 의식은, 마음 씀씀이라기 보다는 의무 사항으로 여긴다. 부모가 ‘얘야, 돈도 없는데 그만 두어라.’라고 하지만, 자식이 정말 빈 손으로 오면 섭섭해한다. 농경사회에서는 의무 사항이니 내가 무어라고 하더라도 너는 선물을 들고 와야 한다는 믿음이 있으므로, 자식들에게 마음에 없는 말을 한다. 그리고 자기는 자녀에게 선심이라도 베풀었다는 듯이 생각한다. 얼마나 이중적인가.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지금은 산업사회임으로, 효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부모는 분명하고, 솔직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자녀들이 부모의 가슴에 묻혀 있는 속말을 듣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마음속에 절실함이 없으면 들리지 않는다. 부모에 대한 전통적인 ‘효’의식이 없다면 자녀들은 부모가 한 말만 따르면 된다. 산업사회에서 살고 있는 자녀 세대들이 전통적인 효 의식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식도 효의 마음이 있다면 부모의 속 마음을 알려고 노력해야 하고, 속마음을 읽어야 한다.
대학(사서삼경중의)에 혈구지도(絜矩之道)라는 말이 있다. ‘자로 잰다’라고 풀이 해보면 자로 재듯이 정확하게 안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내 마음은 자로 잰 듯이 같다.’는 말이다. 흔히 ‘사람 마음 똑 같지’라고 한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학(大學)에서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사람의 마음은 너, 나 없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내가 자녀를 사랑하듯이 자녀들도 부모인 나를 사랑하리라. 내 마음을 보면 자식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흔히 하는 말이 우리 아이는 절대로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 왜냐면 자식을 사랑하는 내 마음이 자식을 절대로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내 자식도 네 마음처럼 나를 사랑하리라는 억지 믿음을 가지고 있다.
부모의 숨겨진 욕망을 살피는 방법은 대학의 가르침대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린다. 즉 나의 욕망을 보면 부모의 욕망이 보인다. 내가 부모로부터 무언가를 얻고 싶다면, 부모도 나에게 얻고 싶어한다.
우리나라 동화 ‘청개구리 이야기’에서는 어린 청개구리는 끝까지 어머니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한다. 명절 선물로 종합 비타민이나 오메가 3의 병을 들고 가는 것보다는 다만 몇 푼이라도 돈을 주머니에 찔러 주는 것이 산업사회에서 살고 있는 오늘의 효이다. 효자는 말 잘 듣는 자식이기보다는(부모가 빈 손으로 오란다면서 그대로 하는) 부모의 마음을 잘 읽어내는 자식이다. 부모의 숨겨진 욕망을 읽을 줄 아는 자이다.(읽으면서도 읽지 못한 척 하고, 엄마가 말하는데로 따르는 나는 괜찮은 아들이라고 억지 믿음을 가지려 하면서)
그러나 최근에 인성교육으로 효 교육을 할까 말까로 시끄러웠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 노인이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시대가 바뀌는 것은 당연할뿐더러 우리 모두가 바뀌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노인들도 의식을 당연히 바꾸어야 한다.
노인들도 우리 아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믿음을 버리고, 우리 아들은 내가 말하지 않으면 하지 않으니, 당당하게 ‘예야, 나는 LA갈비가 연해서 더 좋더라고 말하면서 살자.
첫댓글 청개구리 이야기를 통해 '효'의 의미와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현대 사회에서 효의 인식을 새롭게 변화시킬 필요성을 잘 보여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