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봉
한상림 끊임없이 제 몸을 두들겨 맞아야 소리는 녹슬지 않는다 맑은 소리를 위해 종은 계속 울어야 한다 소리를 담는다 너의 둥근 원음을 복제하며 수없이 내 몸을 담금질한다 로스앤젤레스 공원 에밀레 종소리를 흉내 내는 우정의 종 내내 쇳소리만 내고 있었다 두웅, 두웅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떨림, 그 여향(餘響)으로 나는 수없이 자진한다 부딪힐 때마다 너는 소리로 화답한다 A Wooden Stick Han, Sang-rim With your body ceaselessly beaten, The sound never gets rusty. To emit a clear sound The bell has to ring all along. The sound is in you. To replicate your round sound I have been tempered numerous times. In the Los Angeles Park, The Bell of Friendship, Copying the sound of the E-mil-le Bell, Was only making metallic sounds all the time. Boom, boom, For your trembles felt by my whole body And your lingering sound I killed myself over and over. Whenever I am bumped against you, You respond with your sound. 시인은 남들이 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들 일지 모릅니다. 흰 종이 위의 검은 점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지만 시인은 그 점을 담고 있는 흰 여백을 바라볼 수 있는 존재이죠. 한상림 시인의 ‘나무봉’이 그렇습니다. 모두들 우람한 소리를 내는 쇠 종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 종을 울리는 나무봉을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적어도 내게는 그것만으로도 감동이었습니다. 이 시를 영문으로 옮기면서 나 역시 자꾸 ‘종’이 화자가 되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 나는 시의 제목조차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죠. ‘담금질하다’라는 표현만으로 ‘쇠’를 연상한 나는 여전히 시인의 눈을 부러워할 수밖에요. 제 몸을 두들겨 맞아야 제 소리를 낼 수 있는 종. 하지만 그 종을 두드리는 나무봉은 스스로 단단해져야 했지요.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죽여야 했습니다. 종의 떨림과 이어지는 그 남겨지는 소리에 취해서 말이죠. 언젠가 자신을 부러뜨릴 것을 알면서도 나무봉은 그 단단한 쇠 종을 두드립니다. 종의 아름다운 소리는 헝겊에 싸인 나무봉만이 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용훈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연극, 문학평론가 전) 한국현대영미어문학회 회장 |
첫댓글 참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나는 때리고 너는 맞고
그 만남이 낳는 것이 소리라니....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나무봉과 쇠종의 관계도 그러한 한쌍의 만남이구나
누군가는 때려야 하고 누군가는 맞아야 내는 소리
그 소리는 환희의 소리가 아닌 애절한 한의 소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