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묘지 참배를 마치고
이번 현충일에는 모처럼 가족과 함께 부산에 있는 유엔묘지를 참배하였다. 오래전부터 참배를 갈망했는데 마침 부산해운대 모임에 갔던 길에 들렸다.
유엔 묘지는 2005년 APEC이 열렸던 해운대 누리마루 공원에서 가까운 광안대교를 건너 부산광역시 남구 대연동에 위치해 있다. 1951년 1월 6.25 한국전쟁 중에 유엔군 사령부에의해 조성되어, 한국전쟁에 파견된 유엔군 전투지원국 16개국과 의료지원국 5개국 중에 전사한 1만1천여 명의 유해가 안장되었다가 대부분 본국으로 옮겨가고 지금은 11개국 2,300여기가 남아있다.
유엔 묘지는 1955년 유엔이 “국제연합기념묘지”로 지명한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묘지로서1959년 우리정부와 유엔 간에 채결한 “재 한국 국제연합 기념묘지의 설치 및 유지를 위한협정”에 의해 유엔에 무상으로 영구 기증하여 한국 속의 유엔의 소유 땅이며, 1974년 유해가 안장된 나라들로 “유엔 기념묘지 관리위원회”가 구성되어 책임을 맡고 있다.
지난 APEC 정상회담 때 참가정상들의 방문을 대비 6만2천8백 평방미터에 세계평화를 상징하는 “평화의 탑”과 분수대, 조각광장, 편의시설을 갖춘 유엔 편화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었으며, 묘소 주위 넓은 대지에 소나무 향나무 등 3만여 그루의 각종 나무들이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고, 분수대, 생태연못, 잔디광장, 우레탄 트랙 등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체력 단련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 부산시립 박물관을 건립하여 부산지역 새로운 관광코스로도 자리 잡고 있었다.
유엔묘소는 한국전 당시 자유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한국에 와서 전사한 유엔군 전사 장병들의 영혼이 잠들어있는 성역이다. 1978년에 건립한 12미터 높이의 유엔군 위령탑에는 한국전에 파견된 전투장비, 인원규모, 전사자 현황들이 동판에 한글 및 영어로 새겨져 있었으며, 영국정부가 주체가 되어 건립한 영연방 위령탑에는 영연방 국가의 전사자 중에 시신을 찾지 못한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있었다. 미국 기념비에는 용산 전쟁기념관처럼 각 주별로 전사자 명단이 부착되어있었고 그리스, 호주, 터키도 별도의 기념비가 설치되어있었다.
올해로 6.25한국전쟁이 발발한지 58주년이 된다. 유엔 묘소에 잠든 영령들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대한민국을 위해 이국땅에서 청춘을 불사른 자유평화의 십자군이다. 한국전쟁에서 미군 전사자만 3만 3천여 명이 되고, 1950년 미국 육사를 임관한 동기생 365명이 한꺼번에 한국전선에 투입 11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엔국가이다.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인이다. 우리 군도 이라크를 비롯하여 세계 도처에서 평화유지활동을 하고 있다. “호국. 보훈의 달” 만이라도 유엔군의 고마움과 한국전쟁에서 이슬처럼 사라진 우방국영령들의 희생을 기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재향군인회가 6.25 참전용사 들을 초청행사를 계속하여 그들을 위로 격려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미군정부가 한강에서 6.25전쟁 때의 미군의 유해를 발굴하고 있는 모습이 돋보인다. 유엔 묘지가 이미 등록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만 6.25 전쟁의 참혹함을 체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을 위한 “ 6.25 전적지 역사교육장”로 활용했으면 한다.
유엔묘소는 참전 국가별로 질서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었으며, 중앙 참배 대에는 현직 군 고위부대장과 각급 단체에서 보낸 조화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필자는 월남전에 참여했던 노병의 한사람으로 국가별 묘소를 찾아다니며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들의 넋을 기리며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를 드리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