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벨 네드베드, 크리스티안 비에리, 에르난 크레스포, 알레산드로 네스타, 시니사 미하일로비치, 디에고 시메오네, 데얀 스탄코비치, 후안 베론, 클라우디오 로페즈, 세르지우 콘세이상, 마르첼로 살라스, 시모네 인자기, 페르난도 코우투...
무슨 자선모금이나 AIDS 퇴치를 위한 세계 올스타팀이냐고? 천만의 말씀!!
저 선수들은 라치오의 최전성기 시절이라 불리는 98/99, 99/00시즌 라치오의 명단에 오르던 선수들이다. 감독은 지금 잉글랜드 대표팀을 맡고 있는 스벤 요란 에릭손.
지금의 레알 마드리드를 가리켜 지구방위대라는 표현을 붙이지만, 당시의 라치오야말로 공수의 밸런스가 완벽한 팀이었다 할 수 있겠다.
[컵위너스 컵 우승 세러머니 장면, 황성옛터가 되고 만것인가?]
당시의 라치오가 거둔 성적을 나열해보면, 컵위너스컵 우승(라치오가 우승한 시즌을 마지막으로 UEFA컵과 통합), 유러피언 슈퍼컵 우승, 99-00시즌 세리아A 우승, 코파 이탈리아 우승, 이탈리아 슈퍼컵 우승... 성남의 K리그 3연패에 비할 업적은 안되지만(너무 당연한 소린가? -_-;;), 대단한 성적이다.
요게 체감이 잘 안되신다 싶음 자기가 좋아하는 K리그 팀이 약 1년 반 동안 K리그 우승하고, FA컵 우승하고, 슈퍼컵 우승하고, AFC 챔스리그, AFC 슈퍼컵 우승을 연이어 달성하며 아시아 클럽 축구판을 지 혼자 지지고 볶아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탕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보시라. 상상만 해도 등뒤로 전율에 젖은 뜨신 물이 흐를 것이다. 울나라에선 term은 있었지만 99년 01년의 수원이 여기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의 찰랑거리는 웨이브 머리는 어디 갔을까? 라치오 시절의 네드베드]
아무튼 그렇게 화려했던 라치오는 2001년부터 쇠망의 길을 걷게된다. 클럽의 분수에 맞지 않는 과다한 재정지출과 前구단주 세르지오 크라뇨티가 운영하는 치리오(Cirio, 예전 라치오의 스폰서)의 부도로 클럽에 위기가 오기 시작했고, 구단으로선 팀의 간판들을 이적시켜 재정을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
2001년 네드베드와 베론이 각각 유벤투스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떠나게 되었다. 2002년에는 그나마 팀을 떠받치며 가까스로 02/03시즌 챔피언스 리그로 진출시켜준 공수의 핵 크레스포와 네스타마저 밀라노의 두 형제들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데려온 멘디에타, 피오레 등이 먹튀로서 한 몫 단단히 해줌에 따라 세리아A나 각종 컵대회에서의 성적이 부진해져 입장료 수입, 중계권료 확보 등에 차질이 생기는, 엎친 데 덥친 격이 되고야 말았다.
[로마의 왕자라 불리던 라치오 시절의 네스타, 지금은 밀라노의 왕자?]
또한 이탈리아 축구협회로부터는 AS 로마, 파르마와 함께 재정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지 않을 시에는 세리아 B로 강등시키겠다는 경고마저 받게되며 피오렌티나와 같은 운명(바티스투타, 루이 코스타, 톨도, 키에사, 모르페오 등을 보유했던 세리아A 세븐시스터즈-유베, 밀라노, 인테르, 로마, 파르마, 라치오, 피오렌티나-의 일원 피오렌티나는 재정악화로 팀이 파산, 2002년 세리아C2로 강등되었다. 현재는 팀명을 플로렌티나 비올라로 개명, 옛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소규모의 팀으로 부활해 세리아B까지 승격)을 걷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낳게 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지난해 라치오에 새로 부임한 감독 로베르토 만치니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축구계의 속설에 아랑곳하지 않고 팀의 상황에 가장 잘 부합하는 지도력과 선수기용 능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팀으로의 재건을 목표로 하던 라치오를 리그 4위, UEFA컵 4강 진출로 이끄는, 기대를 훨씬 넘어선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지도력에 걸맞는(?) 외모까지 겸비한 만치니, 혹자는 춤선생같다고..]
※여기서 잠깐!!
로베트로 만치니라는 인물에 대해 잠시 알아보자면, 그는 90년대 이탈리아가 낳은 스타 중 한명이지만 90년대 이탈리아 축구 그 자체를 대변한다 할 수 있는 로베르토 바죠에 가려져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못해 실력만큼의 인지도(특히 국내에서)를 얻지 못한 선수이다.
그렇다고 그가 불운한 선수라고 할 순 없고, 워낙 바죠가 대표팀에서 대단한 위치에 올라있었기에 동일시기 이탈리아의 탁월한 재능들이라고 할 수 있는 비알리, 만치니, 시뇨리, 졸라(실제로 이들의 클럽에서의 활약이 바죠보다 못하다고는 감히 말할 순 없을 것이다) 등이 상대적으로 빛을 잃었던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도 할 수밖에 없을 듯 하다.
굳이 비교를 해보자면 신태용같은 경우라고나 할까.. 만치니 역시 그가 선수생활의 대부분을 몸담았었던 삼프도리아에서는 팬들로부터 신으로 추앙 받으니 성남의 신과는 대략 동급이라 봐도 무방할 거라는... -_-b
볼로냐->삼프도리아->라치오->레스터시티(프리미어쉽, 만치니가 최초이자 최후로 해외생활을 한 팀)로 이어진 선수생활을 마치고 이듬해부터 집 대들보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피오렌티나의 감독을 맡았었고, 작년 자께로니(최근 쿠페르 경질 이후 인테르 감독에 취임)의 후임으로 라치오에 오게 된 것이다.
어찌보면 그는 시기를 잘 만난 운이 좋은 감독일 수도 있다. 선수생활을 막 끝낸 지도자에게 덥석 감독을 맡길 팀들이 나타나주었으니. 하지만 그만큼 배경이나 지원 없이 자신만의 능력으로 헤쳐왔어야 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에베튼의 데이빗 모예스, 아약스의 로날드 쾨만과 함께 유럽의 촉망받는 젊은 지도자로 평가되는 게 거품이 아니란 얘기다.
만치니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사커라인에 게재되어 있음.
암튼 그리하야 라치오는 1년 만에 챔피언스 리그에 복귀하게 되었고, 첼시, 베식타스, 스파르타 프라하와 함께 E조에 배정되었다. 그리고 어제는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2주전 자신들에게 패배를 안겨준 첼시와 재격돌하게 되었다.
[32강 조별예선 E조 3라운드 첼시vs라치오의 모습, 볼경합 중인 시모네 인자기와 갈라스]
글이 너무 길어져 여기서 자르고, 2편에서부터는 첼시와 라치오의 경기이야기 그리고 라치오 출신의 첼시 선수들(특히 골키퍼 카를로 쿠디치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감.
첫댓글 흠..바죠에 비해 가려져 있던 선수라..전 바죠하믄 1998년 준결승이었떤가요?? 패널티킥 실수 때 안타까웠떤 마음만이..../좋은 글과 사진 감사드립니다. *^^*
날랄/94년 결승전 대 브라질전...승부차기...로켓슛..
코아/땽큐 베리 망치! 시드니 자알 다녀오시오~~~~ *^^*
2편 기대 만땅~ / 사진 설명도 재미있어요.
98월드컵때는 프랑스와의 8강에서 디 비아조(바지오랑 발음이 비슷한..)의 실축이 있었죠. 만치니는 가려져있던 선수라 하긴 그렇고 자국에서는 바죠만한 대접을 받는데 아무래도 전체적인 인지도가 떨어진단말이죠.. 다들 마라도나는 기억하지만 라몬 디아스는 기억못하듯. 머 축구역사에 저런선수가 한둘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