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업체가 한 나라에서 자리 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나라의 트렌드나 기본 성능, 시장 분위기 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어떤 곳은 그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철수하기도 한다. 물론 예상보다 빠르게 자리 잡는 경우도 있다. 캔스톤어쿠스틱스(이하 캔스톤)가 수입하는 F&D의 경우 비교적 짧은 시간에 국내 시장에 자리 잡은 케이스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F&D 아시아 세일즈 매니저 클로즈 리(Cloz Li)를 만나 비결을 들어 봤다.
▲ F&D 아시아 세일즈 매니저 클로즈 리(중), 캔스톤 한종민 대표(우), 김기열 이사(좌).
탄탄한 기반, F&D
F&D는 펜다(Fenda)가 만든 독자 브랜드다. 알텍랜싱, 필립스, 크리에이티브, 오디오테크니카, 샤오미 등의 스피커 생산 기지 역할을 하는 곳으로 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기술력과 품질 관리 등 다방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명 브랜드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993년 중국 선전에서 설립했으며 지금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 3위 안에 꼽힐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스피커만 한 달에 300~400만 개를 생산할 정도. 처음에는 멀티미디어 스피커를 전문으로 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종류의 스피커를 취급하고 있으며 아시아, 북미 등 4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형 가전과 웨어러블, 인공지능 같은 분야에도 손을 뻗고 있다.
클로즈 리 매니저는 F&D의 강점에 대해 자체 생산과 전문 인력을 꼽는다. 금형과 유닛, MDF 등 대부분의 자재를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 품질 관리 측면에서도 한결 유리하고 나라별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현재 보유하고 있는 200여 명의 개발 인력이 대부분 1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설계, 개발 능력이 안정적이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뽑아낸다. 이는 거품 없는 가성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F&D는 채널 별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설계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리 매니저는 “요즘은 음원에 따라 음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한 사운드로 제한을 두기보다는 채널 별로 용도에 맞는 사운드를 충실히 구현하는 데 집중한다”고 설명한다.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2.1채널의 경우 안전하게 깔리는 깊은 저음에 초점을 맞추고 2채널은 중고음역의 높은 해상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 F&D는 채널 본연의 임무와 듣기 편안한 사운드 구현이 목표다. 사진은 R50.
듣기 편안한 소리를 구현하는 데에도 가치를 두고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소리가 좋은 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계로 측정한 값도 중요하지만 최종 단계에서는 직접 사람이 들어본다. R50이 대표 사례. 사내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90% 이상의 찬성을 받은 후에야 정식으로 출시했다. 그래서인지 오랜 인기를 누렸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빠르고 적극적인 대응
국내에서는 캔스톤이 F&D 제품의 수입과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11년 중국 선전에서 열린 전시회. 당시 F&D는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눈을 돌리고 있었다. 리 매니저는 “많은 대화를 통해 시장 개척이나 마케팅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며 손을 잡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캔스톤 한종민 대표 역시 “첫 미팅 때 새벽 3~4시까지 이야기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고 회상했다.
▲ 캔스톤이 국내 처음 선보인 F&D A320.
결국 2011년 A320을 국내에 출시했고 좋은 평가를 받으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다나와리서치의 판매 데이터를 보면 지난 2014년 1월 PC스피커 시장에서 2위로 올라서더니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F&D의 품질과 캔스톤의 노하우가 만났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자리 잡을 줄은 몰랐다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적극적인 대응 또한 그들이 생각하는 성공 비결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출력이 높은 서브 우퍼나 2.1채널, 멀티미디어 스피커가 잘 나간다. 노이즈에 대해서도 그리 민감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음질 좋은 2채널 스피커가 인기다. 특히 노이즈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 부분. 이런 경우 대부분의 음향 기기 제조사는 소비자 입장이 아니라 제조사의 기준을 들이대기 마련이다. 하지만 F&D는 국내 사정을 귀담아듣고 유행하는 음색과 노이즈, 기능 등 세밀한 것까지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덕분에 좋은 결과를 거둔 것.
F&D 역시 만족하는 눈치다. 리 매니저는 “생각과 성격, 비전 등이 너무 잘 맞아서 기쁘다”며 “이상형인 여자친구를 만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F&D 내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규모로 보면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같은 곳보다도 못하다. 그런데도 F&D에게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그는 “새로운 제품이나 마케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소비자가 깐깐하기 때문에 여기서 인정받으면 세계 시장에도 통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F&D는 현재 PC스피커에 치중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블루투스 스피커나 이어폰 등 모바일 제품이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해외에서는 PC스피커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PC 스피커 외에 다양한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블루투스 이어폰, 헤드폰, 스피커는 물론 음성인식이나 와이파이, 게이밍에 특화한 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 알렉사를 이용한 인공지능 스피커도 개발 완료한 상태. 물론 국내 소비자를 위한 제품도 개발 중이다.
마지막으로 클로즈 리 매니저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한국 시장에 맞는 음질과 가성비는 기본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