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바샤커피 청담점 솔직 리뷰
디에디트 2024. 8. 17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최근에 오픈한 바샤커피 청담이 요즘 핫하다. 그래서 ‘커피계의 에르메스’라는 바샤커피에 다녀왔다. 바샤커피가 요즘 화제인 이유는 여러가지다. 브랜딩을 잘했을 수도 있고, 그만큼 커피가 맛있을 수도 있고, 화제여서 화제일 수도 있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바샤커피는 무슨 맛일까? 냉정하고 꼼꼼하게 살펴봤다.
커피계의 에르메스?
작년부터 꾸준하게 소문이 돌던 바샤커피가 싱가포르, 파리, 모로코에 이어서 서울 청담동에 월드 7호점 매장을 오픈했다. 바샤커피는 이른바 ‘커피계의 에르메스’라고 알려졌는데, 고가 논쟁이 있고 테마 컬러가 비슷한데다 명품이 연상되는 롯데그룹에서 수입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바샤커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모로코의 유명한 커피 하우스 ‘다 엘 바샤 팰리스(Dar el Basha Palace)’를 모티브로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커피 회사다. 블루보틀커피의 제임스 프리먼이 비엔나의 푸른 지붕 커피 하우스를 모티브로 블루보틀커피를 시작한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다만 명칭에 같이 표기한 숫자 1910년도는 ‘다 엘 바샤 팰리스’의 시작 연도이지 2019년도에 시작한 바샤커피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바샤커피의 숫자 마케팅은 1837(싱가포르에 상공회의소가 시작한 연도) 연도를 표기한 고급차 브랜드 TWG Tea를 먼저 성공시킨 ‘타하부크딥’ 바샤커피 창업자의 영향이 크다.
청담동에 들어선 모로코 궁전
특이하게 롯데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고 청담동에 스트리트 매장을 오픈했다. 아프리카의 궁전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외관이 매우 훌륭하다. 한국의 청담동 부동산 가격을 생각하면 더욱 으리으리하게 느껴진다. 오픈 초기에는 매장 입구에 대기가 많았다고 하는데, 오후 5시경에 방문을 했을 때는 대기 인원이 없어서 빠르게 입장이 가능했다.
바샤커피가 시작한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대부분 냉방이 잘 되는 쇼핑몰 내부에 매장이 위치하고 있어서 기다리는 데 커다란 문제가 없지만, 우리나라처럼 여름엔 덥고 겨울이 추운 나라에서 야외 대기는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매장 외부는 물론 내부도 훌륭하다. 모로코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무늬와 다양한 이름의 커피들이 유혹적으로 전시 되어 있고, 매장의 커피 마스터들도 드립 커피를 포함한 제품을 대중의 눈높이 수준에서 쉽고 편안하게 제공하고 있다. 1층에서 커피 제품(원두, 드립백, 기물)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판매하고, 2층이 간단한 음식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숍이다. 전체적으로 1층 판매 매장 위주로 운영이 되는 편이다.
깜짝 놀랄 가격
간단히 커피 제품을 정리하면(커피 종류가 너무 많아서 혼란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첫 번째는 가향커피. 바샤커피의 가장 대표적이고 대중적인 제품들이다. 총 10가지 정도의 가향커피가 있는데 캐러멜, 초콜릿, 과일 계열의 향미를 중심으로 가향한 커피들이다. 가향 커피의 원두 가격은 250g 기준으로 6만 2,000원. 원두 커피는 견고한 틴케이스에 담아서 제공한다.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가향 커피 드립백의 경우 12개 기준으로 3만 9,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개당 가격은 3,200원. 이외에 그랑끄뤼 등급(바샤 자체적으로 우수하다고 판단한 품질 기준) 경우 250g 기준 원두가 20만 원부터 120만 원까지 책정되었다. 원두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스페셜티커피 매장의 85점 이상의 하이스페셜티커피 품질의 원두보다 세 배에서 네 배 정도로 높은 가격이고, 비교적 비싼 가격인 블루보틀과 인텔리젠시아와 비교해도 두 배에서 세 배 정도 비쌌다.
2층 커피숍이 오후 5시에 문을 닫는 관계로 1층 매장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판매하고 있었다. 본점 싱가포르의 경우, 매장과 커피숍을 같은 시간으로 영업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국은 영업 방식이 다르다. 그나마 다행은 매장의 모든 커피 원두를 테이크아웃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
가향 블렌딩 커피와 싱글오리진 테이크아웃 가격은 1만 1,000원(매장에서 마실 경우는 1만 6,000원), 파인 싱글오리진 테이크아웃 커피 가격은 1만 8,000원부터 20만 원까지(매장에서 마실 경우는 3만원부터 30만원까지). 가장 화제가 되었던 커피는 브라질 파라이소 골드커피. 250g 원두 가격이 120만 원, 테이크아웃하면 20만 원에 마실 수 있다.
바샤에서 어떤 과정으로 소싱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커피인들에게 익숙한 자마이카블루마운틴, 하와이 코나, 혹은 스페셜티커피 산업의 엄격한 평가기준을 통해 점수로 계량화 90점 이상을 획득한 파나마 게이샤와는 다른 종류의 커피로 보인다. 바샤커피 측에서도 판매보다는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데 목표가 있는 것 같다.
실제로 기본 블렌딩과 2만 원 내외의 파인싱글오리진 커피들이 가장 많이 판매된다고 한다. 이외에도 독자적인 커피 추출 기물과 커피잔들이 고급스럽다.
바샤커피의 맛은?
이번에는 가향커피 1910 블렌딩, 싱글오리진 에티오피아 시다모, 파인 싱글오리진 예멘커피를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했다. 테이크아웃 패키징이 좋았다. 설탕, 일회용제품, 상티크림까지 상당히 비주얼이 뛰어났다.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 테이크아웃도 1만 1,000원으로 동일하고, 파인 싱글오리진 그랜드 모카 마타리 커피는 1만 8,000원. 이외에도 비싼 커피들이 많지만 가장 합리적인 커피들을 선택했다. 상티크림은 생크림과 비슷한 느낌인데, 취향에 따라서 첨가해서 마시면 된다.
가장 인기가 많은 1910 블렌딩(평점 2.5점/5점 만점)은 인위적인 가향 블렌딩 향미가 많이 아쉬웠다. 향미의 인위적인 임팩트가 강하고 후미의 깔끔함이 많이 아쉽다. 가향의 품질은 향미의 밸런스와 애프터의 지속성을 기준으로 평가하는데 여러모로 아쉬웠다. 테이크아웃 커피 잔에 마셔서 핸디캡이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스페셜티커피를 좋아하는 커피인들에게는 비추천하지만, 가향 커피를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재밌어할 수 도 있다. 가격은 매장 가격이 1만 6,000원, 테이크아웃으로는 1만 1,000원.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2.8점/5점 만점)은 에티오피아 특유의 장미향을 표현했지만, 전체적으로 개성이나 플레이버의 강고가 약했다. 커피인들은 수긍할 만한 약한 개성이고, 일반인들도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가격은 1910 블렌딩과 같다.
마지막으로 그랜드 모카 마타리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다(3점/5점 만점). 매장 가격 2만 5,000원, 테이크아웃 1만 8,000원으로 마신 커피 중 가장 비쌌다. 진득한 질감이 없지만 건포도를 연상시키는 테루아가 미묘하게 포착되었다. 전체적은 향미는 약한 편이었다. 제일 비싼 그랜드 모카 마타리의 경우 특유의 가격이 비싸지만, 비슷한 뉘앙스를 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참고로 가향 커피의 경우 가향 과정의 투명한 프로세스를 중요시하는데, 바샤커피 본사의 자료를 찾아보아도 주관적인 표현들 뿐 가향 과정을 객관적으로 표현한 내용이 없다. 최근 커피 업계의 추세는 영업비밀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소비자들의 권리를 위해(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표기를 위해서 가향 제품의 원재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분야가 많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가향 커피의 경우 향미의 임팩트와 밸런스, 애프터의 지속성이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패스트리 제품은 가격 대비(6,000원 내외)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연도 표기와 같은 오해의 여지가 있지만, 브랜딩과 비주얼이 거의 압도적이다. 포장용기까지 디테일도 훌륭하다. 커피 산업이 확대될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의미가 있다. 직원들도 상당히 친절한 편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높게 평가하지만, 비싼 커피 가격이 조심스럽고, 가향커피의 품질과 투명성이 매우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스페셜티커피 산업은 태생적으로 품질과 추적가능성을 중요시한다. 특히 추적 가능성은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을 위한 투명성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바샤커피 역시, 품질 향상과 더불어 생산지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면, 멋진 기업으로 성장하리라 생각한다. 초기 열풍이 꺼지고 고생하는 일부 수입 커피 업체와 달리, 바샤커피는 명품의 이미지를 잘 발전시키고 긍정적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