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개자식 엄마는 방관자 문학에 그런 얘기 많았지 오래되어 귀해진 당산목처럼 흔했지 말귀 아는 나무에 붙은 매미는 입술 같아 아빠는 개자식 엄마는 방관자 여름 내내 울렸지 벌레에 약 치고 제라늄이 녹는 계절 뿌리가 움켰던 동전은 다시 버려지고 녹슬고 쓰다 만 노트 낡아가는데 아빤 개자식 엄만 방관자 혼자 살다 간 귀신처럼 짊어진 적 없는 짐을 손저울에 올려본다 나의 마을 더하기 나의 축대 더하기 나의 정원과 울타리를 응축한 나라는 육체 하나 개자식 없는 방관자 없는 일인 가구 설문지를 채워가며 문학에 그런 여름 많았지 티셔츠가 온통 땀이었지 설문 조사원 배웅하고 가스 검침원 기다리는 한때 장마에 들뜬 벽보처럼 마음은 길고 흔했었지
―월간 《현대문학》 2024년 9월호 --------------------- 김상혁 / 2009년 《세계의문학》 등단. 시집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