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는데 당연히, 나 이사람들 바로 옆에서 말이야 입 헤에~ 벌리고 자고 있더라. 친구란 넌이 그딴 사진이나 몰래 찍고 쥐랄이야. 차마 그걸 요기다 실을수는 음짜나. ㅎ
호텔프론트에서 50분 걸린다던, 메트로 타면 세 정거장이 어째서 50분인지 모르겠지만 친구랑 기분 드럽게 엉켜서는 기양 걸었어. 순경 아지매한테 길 물어 갖고 콜로세움 찾아 가다가 발견한, "여가 어뎁니꺼?" 여불떼기 아지매가 성 마조레 성당이라 카든데 모리지 맞는지는. 아무튼 성 마조레성당아라카더라 기록하고.
좀 추접기는 하지만 정겨운 골목길도 찍으믄서 설렁설렁 걸었지. 떼르미니 역에 교통정리하던 여 순경이 걸어서 15분 걸린다고 했어 콜로세움까지.
시간을 재어 보지는 않았지만 기웃거리며 왔으니까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겠어도 오래지 않아 뭔가 보이더라고 "저기다!" 한번 해 보면 우리 마음 알꺼야. 아니아니 우리처럼 길치이던 사람이 남의 나라에서 지도보고 길 물어 찾아 낸 첫 도착지가 을매나 을매나 감격 스러운지 알거라고. 알거라고. 알거라니깐.
이거는 뭐꼬? 이 사진이 와 순서도 음씨 여 낑겨있지? 이건 성 마조레 전에 있었어야 할 사진인데... '벽이라고 생긴데는 무조건적으로다 낙서하기'가 애네 방침인가 봐.
으~ 저 봐라. 오른쪽에서 노을 받아 희붉어지는 콜로세움. 환상적이잖나 말이야 말이야. 콜로세움 도로 하나 건너 육교에서 셔터누르는 소리가.
글래디에이터들이 목숨을 던져 싸우던 데란 말이지 저기가? 근데 왜 저렇게 멋있는 거야? 멋지다 증말 응? 응?
저걸 보고 나폴레옹이 파리에 개선문을 꿈꿨다잖아.
노을 지더라 노을. 내가 노을을 얼마나 얼마나 좋아하는지 대체 로마가 어찌알고서 꼬인 마음을 풀어 주려는 듯 지금 이 시간 내게 노을을 선사하는 건지 알 수 없었어.
포로 로마노 위로 늘어지는 노을빛이
하나 둘 켜지는 어두운 조명이
아직 그 빛 받지 못한 왼쪽의 모든 것들이
금새 땅거미 지고 나를 놀래킬 고대의 유적들이 아~ 내가 지금 떠나있구나 여기, 어딘가 다른 곳에 나 있구나 싶게 했어.
뭘 사라고 조르는 오빠야들이 무섭긴 했지만 기념사진을 포기할 순 없잖아? 짚시처럼은 보이지 않는 관광객 골라잡아 카메라 디밀고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혀는 잘 돌아가나 실험도 할겸 "쿠쥬 프레스 더 셔~러?"
저길 통과해야포로 로마노로 드가는데
카타르 항공을 이용해 도하에서 환승 로마까지 아마 19시간은 걸린 것 같아. 일정표에 로컬타임으로 적혀 있어 시간 계산을 못 해봤기에 망정이지 19시간 걸리는 줄 알았으믄 포기했을 수도 있었을 거야. 온 종일 방에 들어 앉아 식사 때 말고는 얼굴 한번 쳐다보는 법도 음꼬 말 한마디 나누는 법 없어도 그저 내가 방 안 어딘가 있기를 바라는 남편을 설득하는 것만으로도 증말이지 벅차고 벅차서 다른 가족에게는 알리지도 않고 도망치듯이 나온 여행길이었어. 19시간 걸리는 게 뭐 그렇게 대수이겠어만 솔직히 힘들긴 하더라 쫌. 짧은 내 다리로도 힘든데 좀 긴 것들은 오죽하겠어? 친구는 뱅기 탈 때마다 서너 시간만 가믄 내려달라고, 비상문이라도 열어주믄 뛰내리겠다고 앙탈이니까 뭐. 지쳐서 내린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맨 처음 본 것이 삼성광고간판이라 살쩍 마음이 안정되었던 건 또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더라. 곧바로 슬슬 열이 오르긴 했지만 말이야. 짧은 일정의 관광이라면 비자도 필요음꼬 비교적 간단한 입국심사만 받는다던 로마 아니었나. 시간이 엄청 걸린다. 줄을 선건지 몰려 있는 건지 모르게 암튼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도무지 줄이 팍팍 줄지를 않는 거야. 두 시간쯤 기다렸나? 너무 지쳐서 지루하니까 그만큼 걸린다고 생각했나? 이미그레이션 앞쪽에 가서 보니까 망할~ 그 많은 사람들보고도 데스크 달랑 두 개 열어놓았다. 머 저런 것 들이 다 있노? 게다가 똥씹은 얼굴로 불퉁스럽기는 또 을매나 불퉁스러븐지 내 패스포드를 집어던지듯 주는데 무섭지만 않았으면 눈 한번 치켜뜨고 싶더라니까. 에위~ 검색창에다 몇 단어만 치면 필요한 정보를 공짜로 마구 쏟아주는 덕에 일일이 몽땅 다 검색할 수는 음꼬 공항에서 나와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탈라믄 플랫홈 창구에서 떼르미니가는 표를 사믄 된다고 하길래 아마 11유로라고 했지? 그래서 시킨대로 했잖아. 아니, 대체 여자들은 왜 죄다 그렇게 무섭게 생긴거야 그래? 두 장 달랬더니 30유로 내라는데 왜냐고 따질 수가 있어야지. 무십더라니깐. 분명 11유로라고 했는데 언넘이 엉터리 정보를 줬나 하고 말았어. 표는 샀는데 이기 또 어디서 타는 건지 알 수가 있나? 아 플랫홈이 한 두 개냐고. 정신음써 다 세지도 못하겠두만 죽~ 늘어선게 어림잡아 10개도 더 되어 보이더라. 초짜를 위한 정보는 그런 것도 다 배려해야 하는 거지 달랑 표 사는 법만 적어놓으면 뭐해? 그것도 11유로라더니 왜 15유로나 받는 거냐고? 이태리어를 알도 몬하는데 표를 보니까 뭐 택스도 붙은 거 같고 등급표시도 있고 1등급이라고 되어있기는 하던데 그래 비싼가? 암튼 짧은 영어로 물어물어 기차를 타긴 했어. 아까 공항에서 어떤 아저씨한테 기차 어서 타느냐고 물으니까 길 갈체 주면서 버스타면 호텔앞까지 델따 준다고 하던데 15유로라고 해서 안탔거든. 이럴 줄 알았으면 버스 탈 걸 싶더라. 잘 들어봐. 버스 타는 게 나았을 사건도 벌어지니까. 기차를 타니까 좌석이 좀 분리되어 있긴 하더라고. 그니까 고게 유리 칸막이 같은 걸로 몇 좌석은 따로 되어있고 일반 좌석이 주욱 있길래 또 물어봤어 같이 탄 어떤 아줌마들한테 요기에 좌석이 있냐고 요 표로는 으디에 앉으믄 되냐고. 잘 모르겠다믄서 자리가 정해지진 않았으니까 암대나 앉으라더라. 암만해도 속은 기분이 드는 것이 영 찜찜해. 요것들이 우릴 속여 먹는겨. 음~ 그래서 지금으로 차자믄 미래에 알게 되는 일이지만 예언한다 치고 미리 알려줄라고. 기차표는 플랫홈에서보다 tabaco에서 사는게 1유로 싸. 1유로가 어디야? 1500원이고 50센트 보태믄 오줌도 한번 쌀 수 있는데 그게 어디냐고. 플랫홈은 장장 26개나 있더라. 플랫홈 앞에 전광판이 있는데 전광판 보고 타믄 되는데 그걸 누가 갈체 줬나? 하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어도 좌충우돌 끝에 알게 되긴 하니까 겁먹을 건 없어. 예약된 호텔 SAN MARCO는 떼르미니역에서 도보로 7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었어. 중앙역이라 역이 크니까 방향을 잘 틀어야 한다는 건 물론 말 안했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 24번 플랫홈 근처에서 내린 것 같은데 나는 이상하게 코너를 돌 때 자동으로 왼쪽으로 돌게 되더라. 기차에서 만난 한국여자애랑 같이 내려 무심코 ?턴했어. 그리곤 지도를 펼쳐 들었지. 사실 나는 길치에 방향치. 거기다 지도를 줘도 몬 읽는 말하자믄 그쪽 방면에 관한한 거의 무식하다고 할 수 있어. 그러니 지도를 보믄 뭘 아나? 명칭은 영어도 아니고 죄다 이태리어 아냐. 읽지도 몬하겠는데 어딘지 분간하는게 어디 쉽겠어? 서너 발자국 걸으믄 무조건 물어야 해. 근데 내 발음이 문젠가? 영어할 줄 아냐고 물으면 다 설레설레야. 그래도 지도 펴 놓고 물으니까 웬 잘 생긴 이태리 남자가 친절히 설명은 하시는데 이탈리아어다. 하여간 어짜고저짜고 도로 올라가서 반대편으로 나가라야. 거 참 희한하지? 우째 그기 그런 뜻이다 알아듣게 되는지 정말 희한한 일이잖아 그치? 말이란 게 그런 거 같아. 사람이 하는 말이니까 사람이 알아듣는 거는 당연한 거야. 그런데 말이야. 내가 빼 먹고 말 안했는데 그 무거븐 캐리어 끌고 계단 내려오느라 아주 식겁을 했었어. 도로 올라가라는, 죽으라는 말하고 진배없더라니까. 생각해봐 뱅기 19시간 타고 2시간 넘게 서서 기다려 입국수속하고 공항 터미널에서 우왕좌왕 좀 하다 30여분 기차타고 왔는데 이 몸이나, 이 몸보다 더 연약한 친구 몸이 온전할 리 있겠어? 아연해 있는데 상점 안에 물으러 갔던 한국 여자애가 기양 가믄 된대. 한 20분 걸릴 거라나? 이상타 분명 7분정도믄 충분타 했건만... 힘들여 내려왔던 계단을 다시 올라가기 아연했는데 그냥 가도 된다니 일단은 따라 나섰어. 따라나서긴 했는데 막연하기도 하고 캐리어는 무거워 죽겠고 더워 디질거라던 로마는 추워 죽겠고 도로는 우리나라 좋은나라 같은 아스팔트도 아니라 울퉁불퉁이고 고새 지도 꽤 차고 한국여자애랑 착 붙어 친구는 저 먼저 가고 길거리에 사람은 음꼬 똑 같은 길에 여기 정말 낯 선 곳이구나 싶으니까 외로움 피해 왔는데 순간 을매나 외로븐지... 한참을 걸어도 건물 같은 건 나오지도 않았어. 먼저 걸어가던 친구랑 여자애가 지나가던 동네여자에게 길을 묻고 있더구만. 멀리서 들으니까 건너서 온 길로 다시 가야한다는 것 같았어. 내가 너무 지쳐서 동네애가 그러믄 그 길이 맞는 거 아니냐고 했지. 그랬는데 한국여자애 말이 그게 아니란 거야. 지도상으로 보면 우리가 서 있는 위치에서 동네애가 말한 반대로 가는 게 맞다는 거지. 내가 지도를 볼 줄 아나 어디? 그렇지만 짜증이 났어. 정말 너무 피곤했단 말이야. 아니, 사실은 피곤한 게 문제가 된 건 아니었어. 지랑 나랑 단 둘이, 서로를 의지해야할 친구란 것이 내말을 무시하고 다른 아이 말 듣는 게 기분 나빴던 거야. 이미 전화 때문에 기분이 나빠 있던 터였어. 어쨌거나 그 한국 여자아이는 친절하게도 지 숙소를 지나쳐 우리 숙소까지 친절히 안내해 주고 돌아갔어. 호텔에 바로 체크인을 했었던가? 잘 기억나진 않는데 호텔 방에서 잠시 침묵을 뿌리다가 둘이 의지해야할 판국에 왜 내말을 듣지 않고 다른 아이를 따라가느냐고 무시당하는 거 같아 속상하다고 했고 날 달랜다고 하는 말이 피차 피곤하니까 우리보다 똑똑한 젊은 아이를 따른거래. 내 뭐라 할 말은 음따. 거기다 대고 뭐라 할 수 있겠어. 예상보다 뱅기가 연착했는지 일정표에는 오후2시 전에 떼르미니에 도착할 거랬지만 호텔에 체크인 한 시간은 거의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였어. 꼬박 하루를 뱅기타고 로마에 거의 밤에 도착한 거니까 실제로 관광하는 시간은 줄어든 거야. 그것도 기분 좋지는 않았어. 어쨌든 한국에서 무려 19시간 뱅기로 달려온 곳, 로마에서 헛된 시간은 보낼 수 없지. 내일은 바티칸가이드투어가 있고 우리끼리 자유여행할 기회는 이 시간과 모레 저녁 기차를 타기 전 까지니까. 일단은 콜로세움이라도 가 보자고 나섰어. 길목을 몇 개나 건너긴 했는데 잘 기억나지도 않고 평소에, 글 쓰는 사람 특유의 관찰력도 없이 막무가내로 따라온 탓도 있지만 모퉁이만 보면 자동적으로 왼쪽으로 도는 내 못 말리는 더듬이가 또 바보짓을 했어. 반대쪽으로 돈거지 또. 퉁퉁거리면서 떼르미니 역까지 다시 찾아가는데 정확히 5분 걸렸어. 역의 1번 홈쪽으로 나가야하는걸 우린 반대편으로 나갔던 거지. 내가 그들 말을 못 알아들은 건 아니었어. 지도를 다시 펼쳐들고 콜로세움을 어찌 가느냐고 좀 똑똑해 보이는 젊은 이탈리안에게 물었는데 메트로를 타고 가라더라. 세 정거장 정도 되는데 내가 그냥 걷자고 했어. 친구도 나처럼 길치에 지도치였는데 건물벽에 적힌 거리이름을 확인해 가며 제법 잘 찾아가고 있었어. 15분쯤 걸렸나? 좀 있으면 어둠이 깔릴 것 같은데 콜로세움이 보이기 시작했어. 그 모습이, 어쩌면 허물어 질듯 한 그 모습이 그 옆의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이 포로로마노가 그 황량한 빈티지의 광경이 지금까지의 모든 속상함과 외로움과 묵은 마음을 단번에 제거해 버리더라고. 그렇더라고. 그리고는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딘지 영혼을 끌어안고 속삭여 주더라. 그러더라니까.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 로마에서, 반대로 나가 무거운 짐을 끌고 좀 더 걷긴 했지만 모든 길은 로마로 향하고 이미 걸을 것에 대비한 다리가 있다는 걸 깜빡했던 것뿐이었어. 금방 어두워졌고, 무언가를 사라고 자꾸 귀찮게 ?아 다니는 흑인들만 아니었으면 혹은 그 근방이 조금만 밝았더라도 오래도록 머물며 교감 했을 거야. |
출처: 동쪽하늘 원문보기 글쓴이: 동천
첫댓글 이글이 본인 글인가요? 아님 어디서 가져오신건가요..
이 몸이 쓰긴 하였는데 제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만. 잘못하였나요?
아~ 왜 무서운 생각이 들지요? ...
ㅋㅋ 하하하 크크크 "아~~왜 무서운 생각이 들지요?" 정말 배꼽잡습니다. 사진에서 친구분과 사진찍으신거죠? 상당히 온화하시고 우하해보이시는데.. 필체와 매치가 안됩니다.(나쁜의미가 아닙니다) ㅎㅎ 지금 한밤중에 웃느라고 정신없습니다
ㅎㅎㅎ 웃으신다니 즐겁습니다. 웃을 일 더 많으실 겁니다.
안녕하세요!!! 여기 카페에서 보내용~~ 파리숙소에서... 아시겠어요?? 저희는 스페인으로 넘어간다고... 반갑습니다...
미정? 그러지 않아도 가이드북 한권 빠뜨리고 줘서 찜찜하던 참이었는데요.ㅎㅎ
아, 세상 증말 좁아 좁아 그지? 연락해요 책 돌려주께요.
저도, 사진을 보고 우아한 사모님(?)이실줄 알았는데 밑에가... 앜 ㅋㅋㅋㅋ 고생하신만큼 좋은것들 담아가셔서 다행입니다 //_//
제가 말만 쪼곰 걸어서 그렇지... 아니 저는 그렇고 친구는 우아해요. 내랑 같다카믄 죽어요 나. ㅎㅎ
여행하시믄서 친구랑좋은추억 마니마니 만드시기 바람니다
글 읽으면서, 한달 뒤 내 모습이 되겠구나.. 하면서,,,, 또, 중간중간 피식피식 웃으면서 즐겁게 봤습니다.
그 때의 감정과 느낌이 살아 있어서 글읽기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