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 나그네 *
유 현 식
설날은 아현동 시장에서 오나 보다.
건물 사이 천으로 위를 막고 펼쳐진 아현시장
엄마 손을 잡고 흥에 겨워 이리저리 뛰는 아이
신발가게에서 방금 산 검정 고무신이 그리 좋아
들여다보다, 발에 신고 뛰어보다 엄마 얼굴 빤히
자랑스런 표정
여기저기 설설 끓는 솥으로 쏟아져 나오는 김 무리
구수한 내음이 설날을 빨리 오라 부르는 듯
아현동에서 대흥동으로 넘어가는 언덕
암벽에 파진 동굴 이발소에
줄을 길게 늘인 손님들
6.25 전쟁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았고
처량하던 그 모습들이 설날이라는
휘장막으로 잠시나마 가려지는데
코흘리개의 눈에는 모두가 즐겁기만 했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대흥동을 떠난 지 60여년
지하철을 타고 이대역에서 내려
예전에 살던 지역을 찾아본다.
노고산 자락에 즐비하던 어깨 닿던 골목
다닥다닥 붙어 있던 이웃집들 모두 헐리고
20층 넘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아현동 고게 암벽 동굴 이발소
그 자리엔 높은 빌딩이 줄을 섰구나
고향을 찾아왔으나 신기루 된 그 모습
여기저기 기웃기웃 옛날 모습을 기리는데
힐끔힐끔 쳐다보며 이방인 보듯 지나치는 사람들
“고향을 돌려줘” 소리를 지르는데
조여드는 소리 목구멍을 넘지 못하네
아현 고개를 하릴없이 터덜터덜 걸어가자니
어머님 그때 손길이 사무치게 그리워
눈물 글썽이는 아현고개 위 고향 나그네
첫댓글 세상이 많이 변해버린 세월속
그래도 고향흔적이라도 찾고싶은 심정
고향 땅내음은 알고있것지~~~
고향에서 받는 이방인 이란 눈길
그것이 견디기 힘든 서글품 입니다.
아현동. 굴레방다리, 애오개,
지금도 꿈을 꾸면 나타는 곳,
초등학교에서 부터 대학 군대까지 살던곳
경기도 광주는 내게는 낫설은 아버지 고향
눈을 감고 있어도 보이는 고향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