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거둠달 열사흘, 맑음.
아침 산책을 하면서 두 가지를 보았습니다.
하나는 외팔이 영감의 밭 가까운 곳에서 전에도 몇 번 본 비둘기들인데
그 비둘기 중 하나가 외다리였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외다리 비둘기는 별 불편도 느끼지 못하는 듯
무엇인가를 찾아 부리로 쪼고 있다가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 한쪽 다리로 폴짝 뛰어 올라
조금 떨어진 곳으로 옮겨 갑니다.
그런 비둘기를 지나서 조금 더 가는데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노래를 부르는 건지 울음인지 구분이 잘 안 됐는데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기가 두어 번 거듭되더니
오토바이를 탄 젊은 여자가 저쪽에서 나 있는 쪽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나를 보자 울음을 그치고 지나쳤고
조금 지나간 다음 다시 울음을 터뜨립니다.
무슨 까닭인지 모르지만 뭔가 사연이 있겠구나 하며 지나쳐
걸음 옮겨 가던 길을 마저 걸었고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면서 돌아왔습니다.
좀 피곤하여 아침나절을 쉬려고 하는 차에
세탁소 이세훈 군이 버섯을 들고 올라와서 같이 커피 한 잔 마시고
아이들이 늦게 온다고 하여 기다려 늦은 점심을 먹고
운동을 하러 나갔습니다.
운동을 하는 사이에 잠시 틈을 내어
엊그제 따 온 벌집이 있던 자리를 가서 보았는데
이 벌들은 특이한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벌들은 자기 집이 없어지면 이내 흩어지고 마는데
등검은말벌이라는 이 생명들은
집이 없어지고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거길 떠나지 않고
드나들면서 집이 있던 자리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부비고 더듬이로 서로를 어루만지는 것이
무슨 말을 주고받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특이한 행동들에 안쓰러운 마음도 들어
몇 번이고 들락거리며 살피면서
마음속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했습니다.
운동은 재미있었고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운동량이 좀 지나쳤는데
돌아와 둘째사위와 나머지 말벌애벌레튀김을 해서 먹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끼니가 된 것 같아
다 먹은 다음 커피 한 잔을 마신 다음
저녁은 생략했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