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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daum.net/KKKDAN
1. 지인의 추억을 활용한 2006년 단편으로 시작해서 2011년 개작 첫삽을 뜬 후
이 글을 적는 동안 참으로 힘겨운 나날들을 많이 보냈습니다.
2. 부모님 대로 부터 시작해 근 10여년간 이어진 피에 굶주린 사금융업자의 독촉,
할머님의 피눈물이 담긴 토지를 지키기위한, 가난하고 마음씨 고운 청년의 힘겨운 사투와
눈물, 저주, 다시금 희망
3. 그 모든 근심과 걱정을 이겨내고자 몸부림치며 달리던 흔적들이 묻은 글입니다.
4. 네이버 웹소설 '챌린지 리그'에서 동시연재하고 있습니다.
5. 본 '소설' 즉 '작은 이야기'속에 담긴 모든 본문 기술의 저작권은 그것을 찾고자 연습하고 저보다 앞서 가신
옛 시대의 선배님들이 남겨두고 가신 지나간 옛것으로부터 새롭다 할만한 것들을 '애지어낸' 저 '글쓴이'에게 있으며,
6. 블로그 등으로 '관심분야'를 포함한 상대 '문학연구'를 위한 스크랩을 허용합니다.
- 2부 -
많은 일들에 쫓기다시피 사는 바쁘고 힘든 세상 코 흘리던 유년시절 너무 좋아하던 외삼촌과 성인의 계절을 맞은 시기, 혼인을 문제를 다투고 집까지 뛰쳐나와 벤치위에 널 부러져 있는 그녀가 보인다. 앙상한 나뭇가지같이 널 부러져있는 그녀의 모습 뒤론 새해의 첫 아침을 맞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소리가 시끄러운 비명을 지르며 하늘위로 끌려올라간다. 허투루 내뱉은 마을사람들의 거짓말이 똘똘 뭉쳐 전설이 되어버린 뒷산바위들 같이 혼이 빠진 듯 머리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아예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법한 소심스런 고함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신학과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성녀의 모습을 연상시키듯이 후광처럼 떠오르는 눈부신 햇살을 받고 초췌한 얼굴로 영도다리 위를 건너 부산역사를 향해 걸어갔다. 한스런 눈물이 모인 바닷물 속으로 홧김에 던져버린 지갑 덕에 배가 고픈 것은 어떻게든 참아보겠는데 물들의 표면위로 떠오른 거대한 대지들까지도 사를 듯이 전해오는 갈증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아.. 그리운 내 집이여..”
“지갑을 내버려 가진 돈도 없고.. 진짜 어렵네.. 거기다 목은 왜 이리 마른거야..”
“히이잉... 인력사무소라도 가..볼까?”
이발사아가씨는 파출부 전문 파견이라는 간판을 내건 부산 역 근처의 인력 사무실을 찾아가 그녀가 집으로 돌아갈 수단을 마련하기로 했다.
- 1 -
“아 쫌!”
옥희 라는 소녀가장이 사는 사골세 집은 평수가 좁고 오래되어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이 위태로웠고 어느 곳에서든지 쥐들이 자주 출몰하기 일쑤였다. 연탄불로 지져댄 누런 방바닥위로 몸을 늘어뜨린 남성은 등교시간을 놓쳐가는 외사촌 여동생의 타들어가는 마음은 깨닫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꿈결 속을 헤매고 있었다.
“오빠야! 아 쫌!”
옥희는 거룩한 단잠에 취해있는 오빠야의 얼굴위로 마음속으로부터 끓어오른 그녀의 분노가 녹아든 침방울들을 튀겼다.
“하아.. 내가 진짜 윽수로! 오빠야 덕에 늙어 죽는다! 늙어 죽어!”
“조재호 씨!”
가난하고 가난한 소녀가장은 살구열매와 같이 자라 오른 도톰한 입술을 한아름 깨물고는 전날 밤의 피로가 전해다준 무의식 속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는 오빠의 매력 없는 몸뚱아리를 전후사정 봐줄 것 없이 흔들었다.
“인나! 인나라! 퍼뜩 인나라꼬! 내 지각이다!”
“아 쫌! 말 좀 알아 묵어!”
기억의 정원 저 끝 너머에 앉아 그녀의 수위 높은 공격을 피하려고 마지막 힘을 쥐어짜던 버림받은 노총각은 조금씩 이쪽에서 저쪽에서 새어드는 외사촌 여동생의 목소리를 피해 부스스한 아침의 눈꺼풀을 움직이며 애원하는 목소릴 애지었다.
“옥희야! 오빠 좀 도와주라! 오빠 지금 맞선 장소란 말이야!”
“그러니까 쉿!”
꽁지머리 소녀는 이 늙은 청년의 귓속을 파고 그녀의 야무진 혓 구슬로부터 갖은 협박과 함께 충만히 흘러내리는 말씨들을 심어 넣었다.
“디질래!?”
노총각은 꿈결 속에서부터 사죄의 손바닥을 발이 되도록 비벼왔다.
“옥희야! 오빠 정신 차렸다! 제발 살려줘”
사춘기 시절을 이제 막 지나려는 이국의 아름다운 소녀 옥희는 새하얀 잇새의 꽃무리를 덮은 입술 너머의 붉은 짐승을 매혹적인 침방울 가운데서 뒤척였다.
“그럼 어서 인나라꼬! 이 머슴아 야!”
하지만 계속되는 외사촌 여동생의 추궁에도 불구하고 마흔 줄을 바라보는 노 청년은 꿈의 망령들이 남기고간 헛된 유언들을 입술사이에서 버리려 하질 않았다.
“잠깐만요! 유나 씨! 얘는 내 애인이 아니라, 어머니의 혈족에 속한 외사촌 동생일 뿐이에요!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저를 떠나가지 마세요!”
“10분만 더! 10분만 더!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다면 이해하실 겁니다!”
“저 조재호! 사귀어보면 정말 괜찮은 남자라니까요! 제발 이렇게 두 손을 모아 간절히 염원합니다! 그 광명한 얼굴을 제발! 이 가련한 죄인으로부터 돌리지 마소서!”
“오오! 저를 받아주시는 겁니까? 고맙습니다! 유나 씨를 평생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사춘기 시절을 이제 막 지나려는 이국의 아름다운 소녀는 에메랄드빛으로 가득 채워진 그녀의 눈을 지그시 감고는 이제는 방법이 없다는 마냥 고개를 설레설레 휘둘러 젓고는 그의 이마위로 입맞춤을 쏟았다. 돌아오는 봄이면 스무 살의 꽃다운 계절을 맞는 옥희는 주름살이진 오빠야의 머리그늘위에 그녀만의 독특한 향이 피어나는 입술을 얹어 놓았고 성년에 이르러 젊은 아가씨의 다리 사이에 피어난 좁은 협곡들 같이 연하고 부드러우며 매혹적인 느낌을 일으키는 입맞춤을 받은 재호는 간밤부터 이어져오던 생리적인 현상을 참느냐고 하늘위로 당당히 솟은 두터운 헝겊 속 남성의 소중한 살점을 슬며시 이불속으로 숨겨 넣었다. 옥희는 그 모습을 보고 배꼽이 달아나도록 발을 굴러대고 웃었다.
“하이고.. 맞아줄 가스나도 하나 없는 머슴아가.. 꼴에 또 남자라꼬!”
“큭큭.. 그렇게 얼굴을 들기 어려울 맨치로 부끄럽나?”
“좋다! 올 2월에 내 졸업 하믄은.. 홍천까지 올라가 오빠야 에게 정식으로 청혼해줄게.. 이렇게 멋진 오빠야를 싫다카는 것들은 모두 싹 이자 뿌리고 내랑 둘이서 여기에서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자..”
그리고 이제 막 꿈결 속에서 헤어 나오려는 오빠의 손을 이끌어 고운 것들로 가려진 자신의 아랫배를 향하여 슬며시 가져갔다.
“그가고.. 졸업하는 그 순간... 여기에 오빠야 하고 내를 닮은 아도 몇 갖고..”
“크흥.. 내 아침 밥상 봐 온다..”
그리 말하고 부엌으로 뛰쳐나갔던 프랑스 출신의 부산소녀는 얼큰한 열기로 가득한 생선찌개 한 냄비를 손봐오고는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젓가락을 반으로 갈라 매끄러운 살들이 모여 있는 손바닥 사이에서 아름다이 여겨지는 바람소릴 일으키며 부드러이 비벼댔다.
“자! 언능 묵고 각자에게 주어진 오늘 주어진 각자의 길을 가 입시다!”
“오빠 야도 집에서 요리 아름다운 아내가 매일 아침 밥상을 사랑과 정성으로 만들어주면 기분이 좋겠제? 모름지기 머슴아들은 집에서 아침밥을 잘 묵어야 밖에 나가서도 힘에 겨워하질 않고 일도 잘하고 또 집에 돌아와서 아내를 기분을 즐거이 만들어 줄 수 있는 거다!”
“흐흐 그리고 내가 청혼하면 거절하지 말고 받아도... 이왕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솔직하게 한 번 말해봐라.. 오빠 야는 이 옥희 야가 순수한 의미에서의 여성으로 보인 순간이 한 번이라도 있었노?
옥희는 그리 말하고선 그녀의 이마 밑으로 아름다운 빗장을 내린 속눈썹을 지그시 감아보였다.
“아내의 육체를 애무하는데도.. 힘을 많이 쓰는 고난이도의 테크닉이 많이 필요하지..”
“옥희 야는 가끔씩 변장을 하고 요 앞 비디오 가게로 달려가.. 삶에 유익한 비디오를 혼자서 시청하곤 해요..”
재호는 꿈속의 바닥없는 구덩이 밑에서부터 아직은 덜 떠나가신 피로를 희뿌연 눈구름과 함께 몰고 올라오곤 그를 위하여 손봐온 밥상 곁으로 앉아 자기를 평생의 낭군으로 여기는 그녀와 얼굴을 마주보며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맞선자리에 나가기만하면 마중 나온 여성에게 늘 차이고 오는 가련한 신세의 그였지만 그와 어린 시절을 함께해온 그녀에겐 그가 최고였고 또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묘한 매력들을 그에게서 찾아 아끼며 젖어들던 그녀였다. 옥희는 자기 가치관이 뚜렷한 똑 부러지는 성정을 가진 야무진 아가씨였고 어려서부터 관찰력이 예리하고 성격도 정수기마냥 깐깐한데다 다부진 면도 많았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남정네의 눈앞에선 늘 양 같이 순해지며 판단의 주도권을 잃어버리는 어린아이가 되기가 일쑤였기에 오빠 야의 입술로부터 흘러내리는 일반적인 판단과 생각들은 대부분 수용하며 존중을 하려했고 옥희는 과연 그렇게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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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맞선자리에서 재호 오빠 야의 본 모습을 몰라보며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로 인해 불쾌감부터 드러내고 그를 외면해오던 이세상의 콧대 높은 아가씨들의 눈은 잘못되고 어딘가 인지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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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꽃을 피운 곳의 태생이 프랑스 출신의 고아인 그녀는 수년전, 돌아가신 이모님과 함께 오래도록 부산에서 자란 탓에 가진 입맛도 본래의 한국 사람들과 다르질 않았다. 그녀는 부엌에서 가져온 밥그릇속의 도루묵 씨를 수저로 ‘탁탁’ 소리를 내며 이리치고 저리치는 소리를 내가며 잇새사이에서 부쉈다. 그녀가 사랑을 쏟는 오빠 야는 자신을 향한 그녀의 지독한 사랑 앞에서 혀를 내두르곤 밥을 떠먹는 중에도 옛일로 사무치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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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사창가에서 태어나 눈도 채 열지 못하는 갓난아기 시절 강보에 아무렇게나 싸여진 채로 몽마르뜨 언덕의 공원묘지 주위로 버려진 그녀를 당시 이민을 갔던 그곳에서 보육교사로 일을 하며 신앙생활을 하시던 이 남성의 이모님께서 친히 입양하시고 죽기전날까지 물을 주고 가꿔오셨다. 그리고 강보에 쌓여 묘지에 버려진 그녀의 프랑스식 처음 이름은 가스통 르루의 소설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천상의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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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상의 콧대 높은 모든 여성들은 바퀴벌레를 대하듯 그를 업신여기며 본체만체할 터이나 푸른 눈의 이방인 아가씨 옥희 그녀만은 늘 오빠 야를 칭찬하고 좋아해줄 것이다
*
. 그리고 그녀가 꿈꾸는 이런 앙큼하고 은밀한 계획들은 세월이 흘러감으로 평범하던 그녀의 육체가 조금씩 허물을 벗고 아름다움을 입자 더욱이 대담해져만 갔고 이런 철면피와도 같은 자신감을 안고 얼마든지 오빠 야를 장래의 남편감으로 좋아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가슴속에 피웠다. 재호는 도루묵이 들어있는 냄비속의 국물을 떠먹으며 조금 전을 돌이켜보았다. 비개인 거리를 뛰어다니는 까불이 참새마냥 자신의 볼을 톡톡 건드리던 그녀의 매끈매끈하고 말랑말랑한 손가락 살이 닿던 곳마다 하나님께서 추수기에 이르러 대지위에 내리신 여문 이삭의 신비로움들 같은 느낌이 일었다. 그녀는 하룻밤에 지나질 않는 먼 미래의 황홀한 꿈속으로 젖어가는 듯이 여겨지는 표정들을 짓고선 남성의 혼을 사로잡게 만드는 오묘한 느낌의 바람소리를 입술위로 맴돌렸다. 그리고 이방인 아가씨의 입술 속에서부터 흘러나온 그런 말들은 이 외로운 남성으로 하여금 건전하고 합당한 성의 이해를 떠올리게끔 했다.
“나 어떤 노? 오늘 아침에는 여기 분홍 블라우스 안에.. 젖가슴을 감싸는 헝겊도 차질 않았는데.. 덮치고 싶을 만큼 아름답지 않나? 거기다 특별히 옥희 야는 다른 가스나들 보다 포도송이 끝에 달린 이슬들도 좀 큰데...”
“오빠야 눈 딱, 감고 함 만져볼까?”
풀죽을 쒀서 바른 듯 누런 코를 흘리며 놀던 어린 시절은 그녀와 손을 잡고 기슭은 흰 이를 드러내는 푸른 바닷가에 살며 동백나무 사이에서 다른 사람들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따뜻한 추억들을 만들며 행복을 느끼던 소년 재호 였다. 푸른 눈의 이방인 아가씨는 찹쌀떡마냥 하얗던 두 볼 속으로 붉은 빛과 함께 달아오른 흥분을 채색하고, 사랑하는 오빠 야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외로운 이 남성의 두 눈 안에서 뿌듯한 마음이 차오른 그녀의 얼굴 근육들을 움직여 보이고는 그 안에서 기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윤택한 빛깔들이 머문 그녀의 어깨 구슬을 잇새로부터 흘러나오는 바람소리들 속에서 흔들며 이부자리 곁에 놓인 곰 인형의 귓가에 밤새 아름다운 탄식소리와 함께 꿈결 속을 헤매며 느낀 것들의 감상을 전했다.
“곰순아.. 네도.. 우리 오빠야랑 내랑.. 혼인했으면 하지?”
“니 살찐 대가리를 암만 싸고 궁리를 해봐도 달리 그 수밖에는 없겠제?”
푸른 눈을 가진 이방인 소녀는 그녀의 이런 질문에 곰 인형이 입을 다물고 대답을 하지 않자, 그 영 없는 짐승의 서늘한 귓 그늘 아래로 입술을 슬며시 옮기곤 수줍은 홍조가 물든 가녀린 얼굴의 그림자들을 가장 귀한 보석들 같이 반짝였다.
“와, 대답이 없노?”
“혼자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길 래?”
“말해라.. 언니야를 닮아 가슴빵빵 몸매빵빵한 부산 영도구의 곰순씨..”
“그렇게 밤낮 끙끙 앓으며 혼자서만 고민하지 말고!”
“마음을 두고 싶은 소중한 사람이 곁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이 되면...”
“네가 먼저 달려가서 사랑한다고 함 말해본나!”
“혹시 아나? 그 사람도 네가 좋아서 둘이 죽고 못사는 연인이 될지!?”
옥희는 그리 말하고 횃불같이 빛을 쏟는 자신감 있는 얼굴을 돌려 어린아이마냥 입술을 쭉 찢어 웃고는 검은 물이 스며든 오빠 야의 눈동자 속으로 고운 눈빛을 징검다리 삼아 순식간에 들어갔다. 이방인 소녀 옥희는 잉글랜드 왕국의 여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작품 속에 그 점잖은 모습을 드러내는 젊은 부자청년 빙리 씨가 오만한 젊은이 다아시 와 함께 이야기하며 나누었던 생활 속의 감탄사를 읊조렸다.
“‘지금까지 이리도 아름다운 여인을 본적이 없어!’ 하고 놀라움을 숨기질 못하는 말을 해보란 말이다!”
그리고 옥희는 그녀가 사랑을 바치려는 오빠인 늙은 노총각의 노래하는 입술아래에서부터 송이 꿀 마냥 흘러내리게 될 이야기들을 빵같이 부푼 기대와 호기심 가운데서 잠잠히 기다렸다.
불혹이라 불리 우는 마흔의 고갯길을 서러운 노랫소리와 함께 울고 넘는 노총각이 폭삭 늙은 그의 얼굴위로 그림자를 드리운 매력 없는 입술을 움직여 보였다.
“오빠가.. 우리 옥희를 먼저 하루빨리 좋은 남성에게 시집을 보내야 하는데...”
“그래야 근심하질 않고.. 남은 시간동안을.. 마음 편히.. 살아갈 텐데...”
옥희는 그녀가 사랑을 주고 싶은 남성의 입술로부터 무심히 흘러내린 말소리를 듣고 그것은 그녀가 이제까지 간절히 고대하며 기다려왔던 고백이 아니었었다는 지 실망하는 눈빛으로 그녀의 잇새사이에서 유순히 반짝이던 향기로운 숨소릴 오물거렸다.
“오빠 야는 내가.. 이 옥희 야가.. 마음에 들지 않노?”
마흔 살의 외로운 고갯길로 그 서러운 발걸음을 옮기는 무정한 오빠는 말했다.
“..옥희 하고 나는 근본태생이 틀리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연스런 것이거든 아니면 인위적인 것이 거든지 ..어쨌든 우리는 피를 나누노라고 사람들의 규율 앞에서 서약을 남겼으니까”
푸른 눈의 이방인 소녀는 오래전부터 그녀가 은밀히 소원하며 바라던 것들의 기쁜 소식을 이 외로운 남성의 입술로부터 얻지를 못하자, 마치 먹을 것을 잃어버린 어린짐승마냥 토라진 고개를 돌려 윤택한 빛깔들로 아름다운 물빛의 망울들을 꾸민 그녀의 날개 뼈 사이로 비단결 같은 얼굴을 숨겼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이 여겨지던지 재호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옥희는 자신의 고백이 거절을 당하므로 생긴 수치심으로 인해 뺨까지 차오른 홍조들을 털어버리려 숙녀의 빗장 아래로 서늘한 그림자를 드리운 눈 그늘들을 여러 곳으로 향하여 흘겼다.
“오빠야.. 미안하다.. 옥희 야가.. 이런 말을 하므로 오빠 야의 기분을 쓰레기통에 쳐 넣듯이 망가뜨려놔서.. ”
옥희는 울먹이며 그녀의 아리따운 얼굴 그늘 속에 꽃을 피운 입술을 수치심과 부끄러움으로 인하여 파르르 떨었다.
“미안하다.. 그동안 알지 못하고 있었다보다.. 옥희 야가 원래 착각을 잘하는 편이여서 그랬나 보다...”
“..그래 맞다, 누가 옥희야 같은 가난한 여인을 좋아 하겠노?”
“그리고.. 어차피.. 내는 오빠 야랑 비린 맛이 도는 피도 한 방울 섞이질 않은 근본 이방인이니까...”
비록 피한방울 섞이질 않았지만 사람의 율법이 정한 규율 아래서 만남을 맺고 그에겐 하나뿐인 혈육으로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옥희의 마음을 슬피 만들었으므로 그는 괴로워했고 이 정직한 남성의 마음속에서 살아서 숨을 쉬는 사람의 양심은 그녀의 눈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고 소리쳤다. 그리하여 그녀가 사는 저택의 창을 가리는 커튼 그림자를 헝클어뜨린 고수머리를 가진 이국의 아가씨의 귓전으로 살점과 혈흔을 찢어 나눈 생물학적 남매와도 같이 여겨지는 오빠는 토라져버린 그녀의 마음을 감싸주는 허울 좋은 위로의 말이라도 전하려 했다.
“오빠는 결코 옥희를 싫어하지 않아.. 우리 옥희 만큼.. 명석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나 같이 천박한 신분을 타고난 남성의 배필이 된다고 하면 얼마나 기쁘고 즐거운 일이겠어..”
“하지만 모름지기..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속엔.. 우리들이 지키고 가꿔 가야할 도덕과 규범이라는 게 존재해..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용하는 전통적이고 윤리의식에 합당한 법문들을.. 우리는 지키고 가꾸며 보존해 나가야 하는 거야..”
“그리고 오빠가 한 가지 사실을 약속하지.. 그것은 오빠가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기까지.. 옥희와 다른 자매와 혼인을 약속하지 못한다면.. 그 암울한 시기가 이른 비참한 시절의 오빠라도 정겨이 여긴다면... 그땐 내가.. 우리 옥희의 반려자가 되어줄게..”
옥희에겐 재호라는 이방세계속의 오빠가 이 세상의 그 어떤 남자들보다 참되고 진실함을 지닌 소중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며 입술 속에서 흘러나오는 부드럽고 따뜻한 시어들로 그녀의 영혼 깊은 곳까지 손을 뻗쳐 보듬어 주는 가련한 노 청년의 뜻을 억지로 돌이키려고 마음을 못박질 않았다.
푸른 눈의 이방인 소녀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고 달릴 준비를 마친 어린 딸이 수염을 덥수룩이 기른 늙은 아버지의 인자한 얼굴 앞에서 그녀가 소유하고 있는 제일 여린 손가락들을 내밀고 인형가게로 가자고 가난한 제안을 건네 보듯이
붉은 노을이 여물어져가는 창과 시커먼 어둠 가운데 피워놓은 촛불과도 같이 여겨지는 간절한 말씨들로 구덩이 사이의 잎사귀들을 바람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하늘위의 오선지 곁으로 내주었다.
“옥희는 지루해하질 않고.. 망부석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언제까지고.. 재호 오빠 야를 기다릴 거예요..”
재호는 사과의 뜻으로 부드러운 살이 오른 그녀의 뺨 위에다 입술의 영이 서린 흔적들을 새겨 놓으려 하였지만 토라진 그림자속에서 오기와 자존심이 불러일으킨 장난기가 얼굴 위를 지배하게 된 이방인 소녀는 매일저녁 그녀의 꿈속에 그림자를 드리우던 백마 탄 왕자님의 놀라우신 은혜를, 어린 병아리를 희롱하는 개구쟁이 고양이마냥 능숙히 여겨지는 몸짓 가운데서 살며시 피해보였다.
“싫다.. 징그럽게.. 갑자기 와 이라노?”
눈부신 금 그릇을 가린 살굿빛 돌판 아래로 세월의 열차가 남기고간 무수한 줄의 기찻길을 늘어놓은 마흔의 노총각은 자신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려는 그녀를 포기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이리저리 방안을 뛰어다녔다. 그리고 그가 끌어당기고 그녀는 밀치고 하는 통에 일곱 평수의 좁고 허름한 방은, 마치 무서운 전쟁의 소용돌이가 휩쓸고 지나간 듯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누구든지 아내를 얻는 자는 좋은 것을 얻고 주의 은총을 얻느니라.』(잠언 18:22)
“아! 징그럽다 하지마라!”
『네 아내는 네 집 곁에서 열매를 많이 맺는 포도나무 같으며 네 자식들은 네 상 둘레의 올리브 묘목 같으리로다.』(시편 128:3)
“옥희씨! 장차 할아버지로 남을 나 같은 노총각도 괜찮다니.. 고맙다고, 쫓겨 가지 말라니까.. 중국식 눈 마사지 좀 해줄게. 이리와~”
『네 샘이 복되게 하며 또 네가 젊을 때 취한 아내와 더불어 기뻐하라.』(잠언 5:18)
“싫다~ 저리가라!”
『집과 재물은 조상들에게서 상속받거니와 분별 있는 아내는 주로부터 오느니라.』(잠언 19:14)
푸른 눈의 이방인 소녀 옥희는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그제까지 간절히 손꼽으며 염원하던 것들의 응답을 그에게서 당장 들을 순 없었지만, 그녀가 사모하는 남성의 처지위에 서서 생각해보기에 그것은 비록 한 시절 달아올랐던 마음속의 변화들이라 짐작되어지는 것들을 달래기 위한 성의 없는 감정표현이라 말할 수 있을지라 할지라도 좋아하는 남성의 입술로부터 달콤히 전해져오는 사랑의 고백들을 전해들은 그녀의 한 시절 한때의 기분은 옛적 이세상의 모든 부를 누리던 솔로몬의 마음과도 같았다. 옥희는 그녀 자신이 입양이라는 사람사회의 수단을 통하여 그와 인척관계를 맺게 된 본질적 이방인이라는 사실보다 우선은 성인들의 사회 속으로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여 사랑하는 오빠 야와 특별히 허용되어지는 관계 속에서 매일 저녁 살을 섞고 부비는 부부가 되었으면 하는 결심어린 생각을 오래도록 마음 한 편으로 간직해오고 있었고, 마흔 줄을 바라보는 노총각 역시 이 푸른 눈의 아름다운 이방인 아가씨가 어린아이 시절부터 자신을 좋아해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알고 있었으나 그것은 단지 이 땅위의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나서 한 번쯤은 겪는 유년시절속의 향수냄새 때문이라고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바라보기에 비록 어떤 때는 게으르다 여겨질 만큼 조금은 너저분한 면도 없질 않았으나 재호가 지닌 성품이 매우 정직하고 부드럽단 점이 이방인 소녀 옥희의 마음에 쏙 들었고 그녀가 이러한 감정들을 마음속에 간직된 혼의 노트위로 떠올릴 적마다 탐스레 여물어져간 그녀의 두 뺨 위에는 살포시 발을 내디딘 부끄럼의 경련들이 일었다. 아침진지를 수저질하는 일을 마친 두 사람은 또 다시 수개월에 접어드는 이별을 준비하는 일로 접어들었다. 교복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거울 앞으로 다가가 머리칼의 그림자들을 가꾸는 여고생은 여유 있는 음성으로 그녀의 잇새 가운데 숨어있는 붉은 짐승을 길가로 내몰았다.
“아무튼..”
“오빠 야 오늘 올라가면 우리 한동안 얼굴을 보질 못하겠네...”
“오빠 야는 시민회관으로 일을 다녀야 하고... 내는 다음 주 졸업식전까진 학교에 다니고.. 취업준비를 해야 하니까..”
“천상 일 년 중에 우리가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잡아보는 시간도.. 얼마 되질 않는다...”
푸른 눈의 이방인 소녀는 토실 토실이 자라 오른 그녀의 볼기 살과 매끄러운 물 망울 그림자가 스며든 허벅지 살을 숨기고 있는 교복치마를 손바닥 사이에서 가지런히 모으곤 그녀의 부드러운 두 유방위에 분홍빛깔로 반짝이는 입술을 맞춘 블라우스안의 젖 가리개를 묘한 분위기의 손짓으로 고쳐 잡고는 목을 축이려 물 샘 가운데 내려앉았던 한 마리의 암새가 후루루 날개 짓을 하며 하늘위로 날아오르는 듯이 몸을 기운 방바닥에서부터 그녀의 아름다운 그림자를 부드러이 맴도는 바람소리와 함께 일으켰다.
“..벌써 삼십분이야... 이대로 오빠 야랑 이야기 나누며 꾸물거리다간.. 내는 초특급으로 지각하는 기다..”
“오빠 야.. 작년에 놓고 간 허름한 양복.. 내가 직접 수선을 봐서.. 저기 장롱에 모셔뒀으니까.. 집 나갈 때 가지고 가라..”
“그리고 문은.. 자동으로 잠기니깐.. 첫날밤에 신랑이 신부의 젖 가리개를 벗기듯이 ..살며시 닫고만 가라..”
“졸업하면.. 옥희 야가 여름에.. 한 번 놀러갈게..”
하고 해바라기 꽃같이 장난이 봉오리를 틔운 힘있는 얼굴을 하고선 그녀는 사랑을 몰고 오는 봄날의 따뜻한 바람마냥 가벼워진 발걸음과 함께 문턱을 나서 노 청년의 눈 구슬 앞에서 모습을 숨겼다. 이제 푸른 눈의 이방인 소녀는 완전히 학교로 사라져가고 재호는 시뻘건 고춧가루의 양념 속에서 눈알이 툭 불거진 남해 산 도루묵씨와 단 둘이 얼굴을 맞대고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 눈빛마저도 그윽한 남해안산 도루묵 씨는 옥희 와의 대화이후 자기감상에 젖어든 고독한 노 청년의 두 눈을 바라보며 저물어져 가는 입술 녘의 그림자들을 움직였다.
“..거 말을 들어보니 참 딱하구먼 ..내일이면 마흔을 쥐어잡는 나이임에도 불구허구 ..아직 허리춤에 평생을 함께 해줄 ..참한 아가씨 하나 없다는 게 ..참 딱했스야!”
“나가 조언 한마디 할까? 잘들어.. 힘 있고 젊을 적에 쓰잘대기 없는 곳으로 정신 쏟질 말고.. 오늘하루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효율 있게.. 사용하란 말여..”
“그리고 이건 자랑할 일이 아니손 치드라도.. 나는 바다에 있을작에.. 마누라가.. 일백 쉰 마리는 됐스야.. 바닷물속에 사는 미물도 이 정돈데.. 하물며 넌, 사람이 돼 갔고넌.. 후.. 한 숨 나온다..”
이 세상의 아름다운 꽃들로부터 외면 받아가는 외로운 남자는 냄비 속 도루묵씨의 갖은 야유와 조롱을 듣는 것을 참다못해 냄비뚜껑을 천정 위까지 번쩍 들어 올리곤 외쳤다.
“죽을 쒀서 먹는다고 해도.. 내 삶이니까! 도루묵씬, 신경을 끄시지!”
마지막 순간까지 냄비속의 도루묵 씨는 그를 놀려대며 수많은 내공을 닦아 깨달음을 얻은 도인처럼 너털웃음을 흘렸다.
“오늘 하루 특별히 만난.. 밥상 친구로서 걱정이 되야서.. 하는 말이여..”
“잔소리라고 여기거들랑 말고.. 귓구녕을 파고 꼭꼭 담아 들으라니께..”
“이럴 수가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될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눈앞에서 현실화 되고 있어! 지금까지 나는 누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지!?”
이마로부터 흉하게 자라 오른 주름살이 눈 밑과 볼 옆까지 흘러내린 노총각은 알미늄 뚜껑을 번쩍 들어서 남해안산의 도루묵 씨가 침 튀기며 연설하는 냄비를 봉인하고는 아무도 기다려줄 사람 없는 혼자만의 거처로 돌아가기 위한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