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닌 전시관을 둘러보지 못하고 하늘로 떠나셨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가을이 시작되는 메밀꽃 필 무렵에 한번 떠나보시길..._()_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싶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뜻이 숨어 있다.
효석 문화마을 둘레길을 걷다가 발견한 우체통. 문화마을을 새로 단장하며 설치한 듯하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는데, 가을날 메밀꽃 향기를 맡으며 둘레길을 걷다가 문득 떠오르는 옛 친구가 생각날 때, 혹은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나 가족들에게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편지에 써서 이 통에 넣고 집에 돌아가서 받아볼 수 있다면 지난 일기장을 들춰보는 추억 여행이 될 듯하다.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_()_
가을 풍경이 이렇게 예뻐도 되는 건가?ㅎ 이 사진은 내가 의도하고 담은 것 중 한 장면이다. 갈대와 전시관과의 거리는 꽤 먼거리에 있었다. 그럼에도 일부러 가을과 그리움이 주는 먼 기억 속에 애틋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주제를 설정하여 담은 사진이다. 이 사진으로 사랑하는 연인이나 친구 혹은 가족들에게 가을날의 연가 한 귀절을 글자로 넣어 편집해서 메신저나 카톡으로 보내준다면 특별히 애정을 갖게 하는 기념으로 남을 듯하다.
봉평 이효석문화마을 메밀밭 둘레길을 걷다가 낮은 자세로 앉아서 원경으로 밀어서 본 사진이다. 이 사진 한 장으로 봉평을 디 말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이효석 문학 작품 속에 주인공들을 떠올리기엔 충분하다. '그날 밤, 달빛은 소금을 뿌린 듯 흐드러지게 핀 흰 메밀꽃밭을 지추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돌뱅이 허생원의 성 처녀와 물레방앗간에서 이뤄어진 하룻밤 이야기가 이어지는...나는 그 물레방앗간 앞을 무수히 지나갔음에도 성 처녀는 나타나지 않았다.ㅋㅋ
이 아래 위 사진 속에 둘레길은 엄니와 효석문화마을을 찾을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사진도 담고 세월아 네월아 때론 아이스크림도 맛을 보며 마냥 하세월 걷던 길이다. 가을날 걷기에는 참 예쁘고 아늑한 고향 마을 같아 정감이 듬뿍 가는 길이다. 길바닥에 블록을 깔아 예전 맛은 아니지만 갈 때마다 이 길에서 많은 사진을 담곤 한다. 엄니가 하늘로 떠난 뒤 홀로 찾아가는 여정이지만 낯설지 않고 엄니와 나눴던 추억의 길이기에 더더욱 애정이 가는 길이다.
산사나무 열매가 탐스럽게 익어 가을 햇살에 몸을 맡긴 채 해바라기 하고 있다. 참 예쁘다. 엄니와 찾아갈 때면 땅에 떨어진 산사나무 열매를 두 개 주워 양 입꼬리 쪽으로 물게 한 다음 사진을 담아드리곤 했다.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명랑 소녀 같은 엄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기도 했던... 어느 해 엄니가 급성 폐렴으로 춘천성심병원 호흡기 병동에 입원했을 때 간호사들이 엄니에게 살갑게 하는 모습이 고마워 병원 정원에서 사진 속에 열매처럼 발갛게 익어가는 산사를 몇 개 따서 책임 간호사에게 가져다 주며 산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진짜냐고 되물으며 좋아했다. 어린 시절 우리 마을에서는 산사를 '애광' 이라고 불렀다. 애광을 한자로 '愛光'이라고 표기한다니까 ㅎㅎㅎ 웃으며 잘 지내보자고 했다. 날씬하고 모습도 야무지고 무엇보다 성격이 싹싹해 나의 이상형이었다.ㅋㅋㅋ
(돌아보니 그땐 니즈 시절이라 주말마다 수도권에서 친구들이 찾아와 사람 귀한 줄 몰라 ㅠㅠ 26.07 추가)
그냥 바라만 보아도 참 평화롭고 걷고 싶은 길이다. 가을날 이 길을 걸으면 누구나 시인이 될 듯하다. 친구와 걷는다면 아마 즉흥적으로 시 한 편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듯하다.ㅎㅎㅎ 길 저 끝이 내려가는 방향이고 가다 보면 죄측 언덕 위에 이효석문학관이 보인다. 좀 더 내려가면 허생원과 강 처녀가 하룻밤 풋사랑을 나눈 물레방앗간이 치럭치럭 물소리를 내며 기왕에 친구와 왔으니 잠시 들어와 놀다 가라고 붙잡을 테지! ㅋㅋ 언제 문학을 좋아하는 친구와 같이 이 길을 걸어가며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그 장면을 재연하고 싶다. ㅍㅎㅎ
봉평평에 가면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가 바로 메밀 음식이다. 메밀 전병과 메밀국수를 주문하니 조연인 전병이 먼저 나와 반긴다. 전병을 맛보며 동동주 한잔이 그리웠지만, 운전을 해야 하는 중생이라 참을 忍忍忍을 써야 했다. 잠시 조연과 놀아주다 보니 주연인 동치미 국물에 몸을 풀은 메밀국수가 나온다. 이곳은 '풀내음'이란 이름으로 오래전부터 엄니와 단골로 들러 맛을 보곤 했다. 비록 엄니가 곁에 없어 허전한 마음이었지만, 봉평은 6번 국도를 따라 엄니 고향 마을을 찾아가는 중간 경유지여서 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들른다.^^
저 소박한 한 끼의 음식에 농부들이 땀과 정성과 메밀을 빻아 가루를 내고 반죽하여 국수가 되기까지 무수히 오간 손길이 고맙고 감사하고... 그 뜨거운 삼복 더위에 파종해 흙바람 속에서도 건강하게 메밀을 키워낸 햇살과 바람과 비구름을 외면할 수 있으랴!
엄니 고향 마을(평창 눈꽃마을)로 오르는 마을 길에서 차창을 모두 내리고 산책하듯이 저단 기어를 넣고 천천히 오르니, 어느 민가 텃밭에 자란 쪽이 꽃무리를 지어 장관을 이루었다. 어린 시절부터 낯익은 꽃이다. 차에서 내려 앙증맞은 꽃송이들을 손으로 쓸어주며 '참 곱구나'하고 인사를 나누니 꽃들도 내 마음을 아는지, 그 작은 꽃잎에서 향기를 피워 낸다. 세상에 태어난 존재들은 모두 그 나름의 살아가는 이유가 있기에 조물주는 작은 꽃무리에도 예쁜 색채와 향기를 주셨지 싶었다.^^
엄니 어린 시절 고향 마을인 평창 대관령 눈꽃마을로 들어가는 길... 길가에 사슴벌레 형상의 안내판을 세우고 마을 곳곳을 안내하고 있다. 재밌는 발상이다. 자연과 더물어 재밌게 구상한 표지판이 거창하고 그럴 듯하게 꾸민 식상한 광고 현판보다 살갑게 느껴진다.
이곳이 눈꽃마을이다. 안내 표시판 좌측으로 언덕을 조그 오르면 눈썰매장이 있다. 우측으로 쭉 길을 따라 들어가면 오대산 자락에서 흐르는 지류 계곡이 이어진다.
첫댓글 (26.07.05) 사진 자료 정리(아쉽게도 사진 정보 제공 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