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당 어간문으로 들어갈 수 없는 이유
법당 중앙의 문을 어간문이라고 한다. 큰 절의 법당 가운데 문 앞에는 이곳으로는 출입하지 말라는 안내명판이 붙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법당의 가운데 문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일까. 문은 출입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분명한데, 가운데 문은 주지 스님, 또는 큰 스님만이 출입할 수 있는 연유는 무엇일까.
미얀마 등의 파고다(불당, 법당)에는 사방에 출입문이 있고, 각 방면마다 현겁의 네 부처님이 자리하고 있는데 어느 문으로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또 우리에게 불교를 전해준 중국의 경우 특별한 사찰을 제외하고는 출입문이 정해져 있지 않고, 우리가 불교를 전해준 일본불교의 동대사도 중앙의 문으로 출입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법당 출입문의 차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일체 존재는 본질적으로 평등하다는 사유에 주로 기반하고 있다면, 예경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간문으로 출입하는 것을 금하고 좌우측 문으로 출입하도록 하는 것은 일체 존재는 현실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위계질서의 예의관에 의해서라고 할 수 있다.
예의라고 하면 유교적 질서라고 이해하기 쉽지만, 법계의 차서는 고정적이지는 않지만 대승불교에서는 52계위 등 차서적인 우주관을 가지고 있다. 본질에서는 평등하지만 현실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인식이 법당의 출입문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본질과 내용을 중시하면 그 출입을 제한하지 않지만 현실과 형식을 중시하면 예의를 다해 옆문으로 출입하는 것이다. 가운데 문은 전각의 주인이 출입하므로, 법당의 좌우 문을 활용하는 것은 한국의 예의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모습은 불교의 법당 출입에만 남아 있지 않다. 궁전이나 서원 등 또는 대가(大家)는 중앙의 큰문과 좌우의 작은 문으로 건립돼 있고 보통은 좌우의 문으로 출입한다. 건춘문으로 들어가고 영추문으로 나오는 경복궁 출입법도 한 예이다. 이는 동양의 체용관이 스며있는 우리의 전통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법당을 출입할 때 왼쪽 문으로 들어가 인사드리고 오른쪽 문으로 나가거나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뒷문으로 나가는 등은 절집에 남아 있는 한국의 전통예법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 불교신문>
[출처] 법당 어간문으로 들어갈 수 없는 이유|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