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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원자로 기술, 정말 안전해질 수 있겠니?
http://scienceon.hani.co.kr/39597
쉰두 번째 이야기- 원자력과 에너지
‘건설 기간이 짧다. 건설 비용이 적다. 수자원이 풍부하지 않아도 설치할 수 있다. 설치와 작동이 쉽고 오작동 가능성이 낮다. 열 발생률이 낮다. 연료 충전과 유지 보수를 몇 년에 한 번씩만 하면 된다. 탄소 배출량이 적다. 해수담수화 기능 등 탐나는 부가기능이 있다.’ 썩 괜찮아 보이지 않는가? 바로 소형 원자로의 장점이다. 그러나 왠지 꺼림직 하다. 아직까지 완전한 통제력을 가지지 못한 원자력에 대한 것이기에!
/ 수다꾼: 박문영, 신지원, 이인숙, 최동수 (정리: 박문영)
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의 겉과 속을 보여주는 그림. 출처/한국원자력연구원, http://smartkr.kaeri.re.kr
문영 : 얼마 전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글로벌 10대 유망 기술을 발표했어요. 특히 3년 이내 구현 가능성까지 넣어 평가했다고 해서 더욱 관심이 갔어요. 발표한 대부분의 기술들은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차세대 소형 원자로’ 항목은 ‘어?’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더라고요. 원자력의 안전성을 신뢰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나서 개인적으로 ‘원자력’ 관련 단어가 들어간 기술은 위험한 기술, 퇴출해야 하는 기술로 생각하고 있었나 봐요. 제가 너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진 걸까요?
인숙 : 일본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사고가 오히려 대형이 아닌 소형 원자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냈다고 생각해요. 소형 원자로는 원래 핵잠수함에 들어가거나 화성 밖의 행성들을 탐사하기 위한 인공위성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다고 해요. 이런 소형원자로를 1950년대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러시아는 1991년 우리나라에 공동개발 의사를 전하기도 했어요. 더욱이 1990년대에는 소형원자로를 강남의 대단지 아파트의 난방용 장치로 사용하자는 신문 기사도 있었던 것으로 보아서 소형 원자로는 꾸준히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있었던 것 같아요.
동수 : 지금까지 있었던 원자폭탄 피해,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를 생각하면 ‘원자로’란 단어에 거부감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에요. 방사능 피해가 대를 이어 전해지니 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가 사용할 에너지, 우주산업 발전과 더불어 우주에서 쓸 에너지까지 생각하면 원자력은 인류가 포기할 수 없는 에너지라는 생각도 들어요. 이랬다저랬다 주관 없는 사람 같죠? 일본 전 총리가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지 않고도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는 뉴스를 봤는데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원 : 원자력의 최대 문제는 방사능 누출과 핵폐기물 보관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에너지 문제를 현실적 해결책으로 풀어나가야 하니 원자력은 버릴 수가 없는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위의 두 가지 큰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차세대 원자로는 전 세계가 한 마음으로 고민하는 에너지 문제에 대한 중요한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방사능’에 대해 가졌던 거부감은 오랜 시간을 두고 정부와 언론이 꾸준히 교육하고 안전성의 결과를 보여줘야만 조금씩 해소될 수 있을 거예요. 그 만큼 ‘방사능’에 대한 생각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많은 이들에게 ‘상처’로 새겨져 있는 것 같아요.
문영 : 소위 4세대 원자로는 효율을 높여 버려지는 폐기물이 거의 없도록 하고, 가압기나 냉각펌프, 증기발생기 등이 한 개의 압력용기 속에 들어가는 일체형이라 배관파열로 발생할 수 있는 방사능 외부 누출 가능성도 적다고 하긴 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100% 안전성이 보장되는 기술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기술, 그러니까 처음 시도하는 기술인 만큼 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원자력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던 100년 전 사람들은 방사능 걱정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왠지 새로운 기술은 전에 없던 위험도 같이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동수 : 허점 없이 완벽한 것은 없다고 봐요. 소형 원자로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설치된다면 오히려 작은 위험이 많아지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 원자로만큼의 위험성이 없는 것이지 위험이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과학자들은 연구를 업으로 해야 하는 사람들인 만큼 자신의 연구에서 긍정적인 희망을 보는 경향이 있을 텐데 그런 것이 걱정이 돼요. 50% 위험, 50% 희망인데 혹시 희망만 얘기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고요. 그래도 차세대 소형 원자로는 원자력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방향에서 발전한 것 같으니 과학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을 과학으로 해결하려는 방향은 옳다고 생각해요.
≫ 국내에서 개발된 소형 원자로 '스마트'의 발전플랜트 모형. 출처/ 한국원자력연구원,http://smartkr.kaeri.re.kr/
지원 : 과학과 기술은 필요한 것을 가지는데 집중하면서 발전하는 경우가 많으니 생각하지 못한 폐해가 생기는 경우기 많지요. 하지만 이번 경우는 위험한 것을 없애기 위한 방향으로 개발하는 것이니 만큼 적어도 폐기물과 방사능 누출에 대해 방어할 기술이 생기는 것이잖아요. 무조건 선입견을 가지고 나쁘게 볼 필요가 있을까요? 생각지 못한 위험은 어떤 과정에서건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위험 가능성이 있을 때 숨기지 말고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공개하고, 모두 머리를 맞대 다각도로 생각해 보고, 연구해 보고, 공감을 얻어 합의를 이끌어 내려고 하는 열린 태도라고 생각해요.
인숙 : 처음 설치하는 비용이 적어서 그렇지 운영비 면에서는 대형과 소형 원자로가 큰 차이가 없어 소형 원자로에 큰 이점이 없다는 견해도 있어요. 그리고 소형 원자로는 사람들이 사는 곳 주변에 설치될 확률이 높으니 더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스마트 원자로는 전기 발생 뿐 아니라 해 수담수화도 동시에 할 수 있어 에너지와 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소형 원자로의 다양한 활용도까지 생각하면 위험만을 이야기하기엔 아깝다는 생각도 들어요.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마치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서 지난 3월12일 일어나고 있는 폭발 모습을 일본 지상파 민영텔레비전 엔티브이(NTV)가 촬영했다.
문영 : 호킹 박사가 일흔 살 생일 특집으로 한 <비비시> 방송 인터뷰에서 핵 재앙으로 1000년 내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기사를 보고 든 생각이 만약 사람들에게 핵발전소를 멈추고 불편과 번거로움, 추위, 더위를 그대로 느끼면서 안전하게 사는 것과 위험을 느끼더라도 적절한 생활 온도에서 많은 전기기구들을 누리며 편하고 즐겁게 사는 것을 선택하라고 하면 어느 쪽을 택할까 궁금해지더라고요. 막상 감내하려면 꽤 힘들겠지만 저는 좀 불편하더라도 안전한 쪽을 선택하고 싶어요.
동수 : 왠지 불편하게 고생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편하고 즐겁게 사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보고 선택하라면 위험보다는 불편을 감수하는 것을 택할래요. 에너지가 부족으로 1970년대 생활 수준 정도로 살아야 한다고 해도 버틸 수는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편안함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 정말 없는 것일까요?
지원 : 과학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옛날의 자연 생활로 돌아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어요. 평소보다 조금만 날씨가 더 추워져도 지금의 저는 감당하기가 힘들거든요. 더욱이 추운 것과 배고픈 것을 해결하기 위해 나의 모든 시간을 할당해야 하는 삶은 상상하기 싫고 전혀 원하는 바가 아니에요. 핵일지라도 에너지 풍요를 누리면서 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제 심정이에요. 위험이 걱정돼서 불편을 감수하기 보다는 부지런히 올바른 방향으로 기술을 발달시켜 돌출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한 표를 던지고 싶네요. 새로운 문제는 계속 발생하겠지만 그 문제를 계속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때보다도 과학기술 의존도가 높은 시대잖아요.
인숙 : 에너지 풍요를 포기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많은 물건을 보유하고 사용하고 있어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곧 원자력에 버금가는 효율을 가진 대체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하고요. 최악의 사태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니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원시시대에 불은 자연 속에 있었고, 그걸 발견해서 사용한 것이 사람이에요. 과학이 발달한 지금도 불은 위험해요. 가스관을 모든 집에 연결한 채 연료를 공급하는 아파트에 가스 누출에 의한 화재 사고가 날 경우 그 피해는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도시가스배관 철수를 요구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우리 집 배관만 뺀다고 위험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겨울철 전력량 급증으로 전력 수급 상황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서울 명동의 한 상점은 밖에 온풍기를 틀고 손님을 끌기 위해 문을 연 채 영업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2011년 12월 촬영)
문영 : 쾌적함과 편리함을 누리는 만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이 커지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쾌적함과 편리함의 만족에 끝이 있을 수 없다는 것 아닐까요? 스스로 만족감을 적절히 조절하지 않는 이상, 위험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걱정이 돼요. 실례로 더운 여름 적정온도를 유지할 만큼 에어컨을 틀면 만족하지 않는 사람도 많잖아요. 추운 겨울에는 빵빵한 난방으로 반팔 차림으로 활동할 정도가 되어야 만족하기도 하고요.
동수 : 학교나 관공서는 섭씨 18도를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고 들었어요. 회사도 그런지는 모르겠네요. 몇 년까지만 해도 회사를 방문하면 밖은 추운데 반팔을 입고 일할 정도로 더웠거든요. 그때는 사람들의 의식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솔직히 여름에 에어컨 있는 집에 놀러 가면 에너지 낭비에 대한 생각보다는 기가 죽고 우울해져요. 에어컨 대신 부채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생각보다는 얼른 돈 벌어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요. 만약 아주 안전한 초소형 원자로가 만들어져서 개인이 필요한 에너지는 알아서 만들어서 쓸 수 있는 에너지 풍요의 시대가 온다고 해도 그 속에서 지금보다 더 심한 빈익빈 부익부가 생길까봐 걱정이 되네요. 에너지 풍요보다는 에너지 평등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숙 : 요즘 사무실은 실내온도가 18도로 맞추어져 있어 일하다 보면 발도 시려 울 때가 있어요. 대부분 외투를 입고 일하고요. 음식점에서 가 봐도 손님들이 외투를 입고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력수급의 문제는 수요량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는 것과 전기에너지의 특성상 비축해 놓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수요량 예측은 스마트그리드로 점차 해결될 것 같지만 전력의 비축은 에너지원을 바꾸지 않으면 힘든 문제네요. 수력 발전은 저수와 에너지 비축이 힘들고, 원자력은 끄고 켜는데 시간이 걸리니 필요에 의한 신속한 사용이 불가능하고요. 그런 면에서 보면 정말 소형 원자로가 대안일 수도 있겠네요.
지원 :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 과도 사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면서도 저 자신은 에너지를 덜 사용하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불편한 쪽을 쉽게 결정할 수 없어요. 미래의 자원을 내가 당겨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죄책감이 들기도 하지만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니 실천이 힘들어요. 학교든 정부든 언론이든 에너지 사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홍보를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에너지를 덜 쓰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에너지에 가격을 올리는 것이겠지만 그 고통은 경제적 약자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느끼게 될 테니 적절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동수 : 아줌마들이 죄책감을 느끼고 반성하고, 에너지효율 꼼꼼히 따져서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노력이 에너지 절약의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기여는 할 수 있겠네요. 냉장고를 사러간 적이 있었는데 판매하시는 분이 에너지효율 1등급인 양문형 냉장고가 3등급 단문형 냉장고보다 전기요금이 더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이 불편한 진실 알고 계셨나요? 이런 걸 생각하면 기업이 에너지 낭비를 조장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기업에선 소비자의 선택에 맡겼을 뿐이라고 변명할지 모르겠네요. 대형이든 소형이든 원자력에 관한 것은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위험하단 이유로 무조건 반대할 일도, 에너지 수급을 맞추기 위해 무조건 지어야 한다고 할 일이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