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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 ~1911) "현대인의 ‘공허’를 두드리는 말러 교향곡 1, 5, 6번"
현대인의 ‘공허’를 두드리는 말러 교향곡
말러는 생전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고 그 예언은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1960년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실현됐다.
야프 판즈베던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은 1월 25, 26일 공식 임기 첫 정기공연 메인 프로그램으로 말러 교향곡 1번을 택했다.
그는 5년 임기 동안 서울시향과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고 녹음해 음반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시향은 정명훈 전 예술감독과 말러 교향곡 1, 2, 5, 9번을 도이체그라모폰(DG) 레이블로 발매한 바 있다.
오늘날 말러의 교향곡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부터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까지 한때 ‘난해하다’고 알려졌던 그의 교향곡을 레퍼토리에 올린다. 유튜브에서 ‘말러 교향곡’을 검색하면 베토벤의 교향곡보다 많은 영상을 듣고 볼 수 있다. 말러가 베토벤만큼 위대한지는 주관의 문제이지만, 그의 존재에는 베토벤을 넘어서는 복잡성이 있다. 말러는 다차원 입체물 같은 존재가 되었다.
1960년 탄생 100주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불붙은 말러의 인기가 지속돼온 데는 말러가 ‘귀’ 이외에 ‘머리’를 즐겁게 하는, 지적 흥미를 자극하는 인물이라는 점도 작용할 것이다. 당시는 한 세기 앞서 나폴레옹 전쟁을 정리한 빈 회의 이후 억압적으로 안정됐던 유럽사회가 여러 모순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었던 시대였고, 농익은 시민사회의 예술이 약간은 시큼한 발효의 냄새를 풍기던 퇴폐적 ‘세기말’의 시대였으며, 말러는 그런 시대를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반영했다.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말러의 선언도 계속 반추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사랑할 수 있는 문화와 세계관, 시대정신이 자신이 실제 산 시대와 순응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으며, 자신의 작품에 표현된 세계관과 시대정신이 언젠가는 보편으로 자리 잡을 것임을 예감했다.
그것이 실현된 것은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이었을까. 1960년대는 서구가 인류사상 경험해보지 못한 풍요를 최초로 맞이한 시대였다. 한편으로는 그 풍요의 기반 위에 거대한 정신적 공허가 서구를 휩쓸었다. 냉전이 극한으로 치달았고, 인간은 우주에 도전하기 시작했으며, ‘데미안’으로 대표되는 헤르만 헤세와 ‘생의 한가운데’를 쓴 루이제 린저 열풍, 히피 세대의 등장, 대학의 현실참여, 참여적이면서도 쓸쓸한 반전가요의 물결 등이 이 시대를 휩쓸었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그의 시대에 번져나간 말러 열풍의 이유를 ‘모순과 복잡성’으로 설명한다. 당시 사회의 서로 대결하는 힘들, 민주주의가 증대하면서도 월남전이 일어나는 식의 모순과 복잡성이 세상에 대해 ‘이중 시각(dual vision)’을 제공하는 말러의 음악과 상응했기 때문에 그의 음악은 시대를 푸는 열쇠가 되었다는 시각이다.
나는 시대가 말러를 불러낸 이유에 대해 ‘모순과 복잡성’ 외에 ‘공허의 충족’을 더하고자 한다. 말러는 현대의 공허를 충족시켜주기 맞춤한 시기에 세상을 휩쓸기 시작했다. 그의 음악은 이 세상을 새롭고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도록 만들어주며, 삶과 세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주는 면이 있다. 그가 바라본 세계는 비극성과 임무를 부여받은 거대한 드라마로서의 세계이며, 인간의 삶은 이런 세계 위에서 분명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받는 것이었다. 그 속에 공허가 있다면, 그것은 채워 충만하게 만들기 위한 공허이자 인간의 능동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공허이다.
말러는 이 행성 위에 자취를 남긴 그 누구보다도 세계와 삶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그에게 있어서 세계는 풀어내야 할 의미로 가득한 곳이었고, 개인은 그 의미를 풀어야 하는 과제와 숙명에 붙들린 존재였다. 그가 남긴 수많은 메모와 편지가 그 ‘숙명감’을 증명한다. 어린 말러에게 어른들이 장래 희망을 묻자 그는 주저 없이 “순교자요!”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순교하지는 않았지만 이 아이는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에 늘 몸과 정신을 불태웠다.
오늘날의 인류 역시 전에 없던 차원의 공허를 경험하고 있다. 열심히 일해 부모 세대를 능가하는 성공을 쌓아올릴 수 있다는 자아실현감은 선진 국가 대부분에서 사라졌다. 부의 집중과 초연결 사회가 주는 불안감이 새로운 시대 의식을 이루고 있다. 이런 시대에 공허의 충족을 제시하는 말러의 교향곡은 앞으로 이전보다 오히려 더 큰 역할을 요구받게 될지 모른다. ---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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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Gustav Mahler, 1860 ~1911)
보헤미아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 일부)에서 독일어를 구사하는 유대인으로 태어난 말러는 어린 나이에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1878년 빈 음악원을 졸업한 뒤 유럽 오페라하우스에서 지휘직을 연이어 맡아 1897년 빈 국립 오페라 극장 감독으로 발탁됐다. 빈에서 10년 동안, 감독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가톨릭으로 개종한 말러는 반유대 언론의 적대와 비판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혁신적인 작품들과 공연 수준의 기준에 대한 고집은 특히 바그너,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의 지휘자로서의 그의 명성을 높였다. 후반기에는 잠시 동안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감독을 맡았다.
말러의 삶의 대부분은 지휘자로 활동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제한적이다. 그가 빈에서 학생이었을 때 작곡한 피아노 사중주곡과 같은 초기 작품들을 제외하고, 말러의 작품은 대부분 대형 관현악단, 교향악 합창단, 그리고 오페라의 솔로 연주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작품들은 초연 되었을 때 논란이 많았다. 예외로 두 번째 교향곡 〈부활〉, 3번째 교향곡, 1910년 그의 8 번째 교향곡은 성공적이였다.
말러의 음악 후계자들 중에는 제2 비엔나 학교의 작곡가들, 특히 아르놀트 쇤베르크, 알반 베르크, 안톤 베베른이 있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와 벤저민 브리튼 또한 말러에게 영향을 받은 20세기 후반의 작곡가들이다. 국제 구스타프 말러 협회는 작곡가의 삶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55년 설립되었다.
말러는 그의 생애 동안에는 위대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알려졌으나, 그는 사후에 후기 낭만파의 중요한 작곡가로 평가되었으며, 특히 교향곡과 가곡 (특히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와 〈죽은 아이를 위한 노래〉), 교향곡과 가곡의 두 성격을 띠는 《대지의 노래》가 유명하다.
그는 “교향곡은 하나의 세계와 같이 모든 것을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작곡하였고, 교향곡을 길이와 우주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시야 모두에 있어서 새로운 발전의 단계로 올려놓았다.
또한 말러는 베토벤의 영향을 받아 교향곡에 성악을 주입하는 시도를 하였다 (그의 《교향곡 3번》은 일반적인 교향곡 레퍼토리 중에서 가장 긴 약 100분 이상의 시간을 소요한다. 그의 《교향곡 8번》은 천 명이 넘는 연주자에 의해 초연되었으며 교향곡 중에 가장 거대한 오케스트레이션을 갖고 있다). 그는 그의 교향곡 일부에 니체와 괴테의 철학, 중세 종교 상징주의와 영성을 표현하는 가사를 사용했다.
그의 작품은 이제 세계 주요 관현악단의 기본 레파토리의 일부가 되었다.
말러는 그의 생애 동안에는 위대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알려졌으나, 그는 사후에 후기 낭만파의 중요한 작곡가로 평가되었으며, 특히 교향곡과 가곡 (특히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와 〈죽은 아이를 위한 노래〉), 교향곡과 가곡의 두 성격을 띠는 《대지의 노래》가 유명하다. 그는 “교향곡은 하나의 세계와 같이 모든 것을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작곡하였고, 교향곡을 길이와 우주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시야 모두에 있어서 새로운 발전의 단계로 올려놓았다.
또한 말러는 베토벤의 영향을 받아 교향곡에 성악을 주입하는 시도를 하였다 (그의 《교향곡 3번》은 일반적인 교향곡 레퍼토리 중에서 가장 긴 약 100분 이상의 시간을 소요한다. 그의 《교향곡 8번》은 천 명이 넘는 연주자에 의해 초연되었으며 교향곡 중에 가장 거대한 오케스트레이션을 갖고 있다). 그는 그의 교향곡 일부에 니체와 괴테의 철학, 중세 종교 상징주의와 영성을 표현하는 가사를 사용했다. 그의 작품은 이제 세계 주요 관현악단의 기본 레파토리의 일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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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
“좋아하는 사람한테 첼로 연주를 선물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요?” 지인들로부터 가끔 그런 식의 질문을 받습니다. 가을이 되면서부터 부쩍 늘었습니다. 저로서는 반가운 일이지요. 하지만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물어오는 ‘당신’의 취향을 정확히 모르는 탓도 있지만, 자칫 잘못 얘기했다가 오해나 편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고정관념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특히 광활한 클래식의 바다에선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모차르트의 음악은 밝고 단순하다든가, 말러 음악은 어렵고 복잡하다는 식의 편견 말입니다.
말러를 듣고 싶다고요? 당신은 “너무 어렵지 않나요?”라면서 걱정부터 앞섰지요. 결론부터 애기하자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말러를 향해 걸어가는 징검다리를 순차적으로 밟을 필요가 있지요. 이를테면 처음부터 ‘교향곡 8번 Eb장조’를 듣는 것은 무리입니다. ‘천인 교향곡’으로 불리는 이 곡은 엄청난 규모에 구조적으로도 복잡하지요.
말러와 사귀려는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권하는 음악은 대개 교향곡 1번과 4번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 두 곡에서 출발하는 게 보편적입니다. 일단 길이가 적당하니까요. 두 곡 모두 연주시간 50분가량입니다. 말러의 다른 교향곡들에 비해 짧지요. 게다가 인상적인 모티브와 선율이 자주 등장합니다. 두어번만 들으면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요. 또 교향곡 5번도 말러와의 초반 데이트에 유용합니다. 특히 4악장의 느린 아다지에토는 아름답기 이를 데 없지요.
위험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말러의 음악을 이해하는 핵심은 대립되는 두 가지 양면성을 하나로 끌어안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죽음과 삶, 진지함과 농담, 숭고한 아름다움과 유행가의 통속성, 고전적 형식과 민초들의 자유스러움, 직관적 낭만주의와 차가운 이성의 대립각 같은 것들입니다. ‘그까이꺼 대충’을 도저히 용납하지 못했던 말러는 이렇게 서로 부딪히는 것들을 평생 끌어안고 살았지요.
그는 삶을 사랑했습니다. 햇살을 받으며 들판을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고, 달콤한 디저트를 즐겼고, 주변 사람들에게 농담도 곧잘 했습니다.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주머니에 넣고 들로 나가 그것들의 재롱을 지켜보며 즐거워하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그는 늘 죽음을 생각했지요. 말러에게 사신(死神)의 존재는 낯설지 않았습니다. 유년기의 그는 14명의 형제 가운데 8명이 죽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사랑하던 큰딸 마리아가 어린 나이에 디프테리아로 세상을 떠나는 것을 망연자실 바라봐야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본인은 심장병에 시달리면서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했습니다.
A음의 긴 지속음으로 시작하는 1악장은 조금씩 동이 트는 느낌, 전원의 새벽 풍경을 연상시킵니다. 뻐꾸기 울음처럼 퍼져나가는 목관 소리가 아주 인상적이지요. 2악장은 춤입니다. 왈츠풍의 부드러운 무곡이 흥겹게 펼쳐집니다. 3악장은 듣는 순간 곧바로 당신을 매료시킬 장송행진곡 풍의 악장이다. 허무한 느낌의 보헤미아 선율, 함께 어울리는 오보에의 대선율(對旋律)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표정을 연출합니다.
4악장은 남은 에너지를 모두 폭발시키는 것처럼 강렬하지요. 마지막 악장에서 지나치게 발산하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말러가 20대 시절에 쓴 초기작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겠지요. 그래서인지 브루노 발터는 ‘거인’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브루노 발터가 콜럼비아 교향악단을 지휘한 음반을 권합니다.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음반도 놓치기 아깝습니다. --- 문학수 기자
Symphony No.1, Titan – Leonard Bernstein
일반적으로 말러 본인의 언급으론 라이프치히에서 지휘자 생활을 하던 1888년 1월부터 6주동안 미친듯이 이 곡을 작곡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작품을 구성하는 모티브나 아이디어들은 그보다 이전인 카펠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카펠시절인 1884년부터 구상해 1888년 1월부터 3월까지의 기간에 집중적으로 작곡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듯하다.
1악장 : Langsam, Schleppend, wie ein Naturlaut – Im Anfang sehr gemächlich (자연의 소리처럼 느리고, 쳐지게)
2악장 : Kräftig bewegt, doch nicht zu schnell (강한 움직임으로, 그러나 너무 빠르지 않게)
3악장 : Feierlich und gemessen, ohne zu schleppen (평온하게, 쳐짐 없이)
4악장 : Stürmisch bewegt (폭풍처럼 움직임)
《교향곡 1번 라장조 “거인”》은 구스타프 말러가 1887년과 1888년 사이에 작곡한 첫 번째 교향곡이다. 말러가 라이프치히 오페라의 두 번째 지휘자로 재임 중이였을 때 작곡되었다.
말러는 본인의 편지 속에서 자신의 작품을 교향곡이라고 했지만, 첫 두 개의 공연에서는 교향시라고 표현했다.
1889년 부다페스트 비거도 콘서트 홀에서 초연되었으나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말러는 몇 가지 주요 수정을 가해 곧 장 폴의 소설의 제목을 딴 “거인”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으며, 1893년 10월 함부르크에서 두 번째 공연을 열었다. 작품의 제목을 “거인”이라고 하지만 말러는 이 별명은 자신의 첫 두 개의 공연에서만 사용하였고, 그 후로는 사용하지 않았다. 이후 말러는 몇 번의 수정을 가한 뒤 다시 그 제목을 없애고 교향곡 1번으로 하여 1896년에 베를린에서 또 한 번 초연하였다. 당시 연주 시간은 약 55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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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hler, Symphony No.1 in D major 'Titan'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Daniel Harding, conductor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구스타프 말러의 첫번째 교향곡으로, 처음에는 2부 구성, 5개 악장의 교향시의 형태로 작곡되었으나, 이후 말러 본인의 첨삭, 개정등을 통해 교향곡으로 완성되었다.
말러의 교향곡들 가운데서도 이해하기 쉬운 곡으로 평가되며, 때문에 말러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자주 추천되는 곡이다.
일반적으로 말러 본인의 언급으론 라이프치히에서 지휘자 생활을 하던 1888년 1월부터 6주동안 미친듯이 이 곡을 작곡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작품을 구성하는 모티브나 아이디어들은 그보다 이전인 카펠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카펠 시절인 1884년부터 구상해 1888년 1월부터 3월까지의 기간에 집중적으로 작곡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듯하다.
말러 자신은 이 곡을 라이프치히에서 초연하고 싶었지만 결국 1888년 10월 부다페스트로 옮겨가게 된 뒤에야 이곡을 완전히 완성하게 되었고, 그 이듬해인 1889년 11월 20일, 말러 자신의 지휘로 부다페스트에서 초연되었다. 그러나 초연 당시 청중들은 처음 부분은 그런대로 견디며 들었지만 3악장(초연 당시에는 4악장)에서 유명한 보헤미아의 민요인 'Frère Jacques'[2]가 단조로 바뀌어 등장하고, 4악장(초연 당시에는 5악장)에서 자는 사람을 확 깨울듯한 쿵쾅거리는 음악에는 더 참지 못했다고 한다. 청중들은 야유를 퍼부었고 심지어 작품을 연주한 후 부다페스트 거리를 산책하던 말러를 지나가던 여인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았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부다페스트 초연 당시에는 2부 구성의 교향시로만 소개 되어 연주되었다. 그후 세월이 흘러 1893년 10월 27일에 함부르크에서 공연되었을 때는 각각의 악장들에 표제가 붙은 형태로 연주되었다.함부르크 공연 당시에 붙여진 각 악장의 표제들은 이미 부다페스트 초연 당시부터 구상된 것들로 보인다. 그러나 표제들이 청중들이 곡을 오해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따라 1896년 3월 16일에 열린 베를린에서의 공연에서는 초연 당시의 2악장인 "블루미네" 악장과 각 악장의 표제들을 삭제하고 4악장의 교향곡으로 개편해 연주하여 최종적인 형태가 완성되었다. 이후 이 곡은 1899년에 바인버거(Weinberger) 출판사에서 처음으로 출판되으며, 말러 본인은 생전에 이 곡을 14번 지휘했다.
한국 초연은 1965년 2월 11일 서울시민회관에서 열린 김만복 지휘의 서울시향 공연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이 곡은 장 파울의 "거인"이라는 소설을 바탕으로 작곡된 작품으로 특별히 'Frère Jacques'가 단조로 바뀌어 나오는 3악장은 프랑스의 화가 칼로의 패러디성 회화 "사냥꾼의 장례식"에서 영감을 받아 장송행진곡을 연상시키도록 작곡했다고 전해진다. 브루노 발터에 의하면 이 작품은 "말러의 베르테르로서 말러의 연애와 실연과 연관을 가지고 있다" 라고 했다고 하는데, 발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보면 카펠 시절의 요한나 라히터나 라이프치히 시절의 베버의 손자 며느리에 대한 연애감정 등이 이 곡에 반영되었을 걸로 보인다.
말러는 1893년 10월 함부르크에서 두 번째 공연을 할 때 이 교향곡에 장 폴의 소설의 제목을 딴 “거인”(Titan)이라는 이름이 붙였다. 그러나 그 후로는 사용하지 않았다. 이후 말러는 몇 번의 수정을 가한 뒤 다시 그 제목을 없애고 교향곡 1번으로 하여 1896년에 베를린에서 또 한 번 초연하였다.
오케스트라 편성
플루트 4 (3, 4번 주자는 피콜로를 겸함) (2번 주자는 1악장과 4악장에서 피콜로를 겸함), 오보에 4 (3번 주자는 잉글리시호른 겸함), 클라리넷 3 Bflat, C, A조 (3번 주자는 B-flat조 베이스클라리넷과 Eflat조 클라리넷을 겸함), E-flat조 클라리넷 (3악장과 4악장에서 B-flat조 클라리넷을 겸함) 바순 3 (3번 주자는 콘트라바순 겸함), 호른 7 (4악장에서 3대의 호른이 더 보강됨), 트럼펫 4 F, Bflat조 (1악장에서 1~3번 주자는 무대 밖에서 연주)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2, 큰북 (3악장에서 심벌즈가 붙은 베이스드럼을 사용), 심벌즈, 트라이앵글, 탐탐, 하프, 현5부(제1 바이올린, 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로 구성된다.
처음부터 4관에 가까운 편성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말러는 초연 이후에도 이 작품의 오케스트레이션을 계속 수정했는데, 초연에는 트럼펫이 3대인 2관 편성이었으나 1893년 함부르크 공연에서는 3관 편성으로 확대되었고(함부르크판), 1899년경 현재와 같은 4관 편성에 가까운 규모로 확대되었다.
4악장 마지막에서 기립하여 연주하도록 되어있는 호른의 편성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고민한 흔적이 있다. 1888년에는 지휘자 프란츠 샬크에게 악보에 쓰여진 7명보다 호른을 더욱 증원해서 연주해야 한다고 지시했고 불가피한 경우 트럼펫과 트롬본을 추가하여 호른을 보강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가급적 호른만을 사용해서 연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최만년에 이르러서는 가능하면 트럼펫과 트롬본을 추가하라는 지시를 남겼다. 국제 말러 협회에서 출판된 총보의 서문에서는 여기서 호른을 9대 정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제1부
제1부 "청춘의 날들에서. 젊음, 결실, 고뇌 등" (젊은이, 미덕, 결실, 고뇌 등의 날들에서). 베를린 연주때 이 표제는 삭제됨.
1악장
1악장: "끝없는 봄. 서주는 동틀 무렵 깨어나는 자연을 묘사"(삭제된 표제) D장조 4/4박자 소나타 형식 Langsam. Schleppend
(느리고 완만하게). Wie ein Naturlaut-Im Anfang sehr gemächlich (자연의 소리처럼, 매우 여유롭게)
상당히 긴 d단조의 서주는 현의 고음 하모닉스 속에서 관악기의 단편적인 악구가 울려퍼지며 신비로운 자연의 고요함을 묘사하는 듯 하며, 무대 뒤에서 트럼펫 주자가 팡파르를 연주하기도 하며, 첼로가 반음계적인 악구를 연주하기도 한다. 서주 부분에 자주 울려퍼지는 목관의 4도 하강 음형은 이 곡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어 소나타 형식을 따라 제시부가 시작되는데 첼로에 의해 제1주제가 제시된다. D장조로 된 제1주제는 말러가 카펠 시절에 작곡한 가곡집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 두 번째 곡인 '오늘 아침 들판을 거닐 때'의 멜로디를 쓰고 있으며, 제시부의 끝 즈음에는 목관의 고음으로 깜찍발랄한 분위기의 제2주제(A장조)가 등장한다.
제시부가 반복되어 연주된 후 전개부에서 다시 서주의 주제가 등장하며, 그 다음에 호른으로 가볍게 등장하는 선율은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의 '사냥꾼의 합창'의 선율을 연상시킨다. 이후에 등장하는 첼로의 칸타빌레 멜로디가 제1주제와 함께 결합하여 발전한다. 또한 피날레의 소위 '지옥'의 주제가 암시되기도 한다. 이 '지옥'의 주제가 긴장감을 자아내다가 갑자기 D장조로 트럼펫의 찬란한 팡파르 중심의 '개파'가 등장한다. 재현부는 극히 짧게만 등장하며, 제1주제가 아닌, 전개부에 나왔던 '사냥꾼의 합창' 주제와 첼로의 칸타빌레 멜로디로 시작하며, 제2주제도 D장조로 나온다. 코다는 제2주제 중심으로 짧고 급격하게 끝난다.
블루미네
삭제된 "블루미네"(꽃의 악장): Andante Allegretto C장조 6/8박자
트럼펫이 세레나데풍의 주제를 연주하는 악장으로, 1884년 6월 23일 말러 본인의 지휘로 초연된, 요제프 빅토르 폰 셰펠의 서사시 '재킹엔의 나팔수(Der Trompeter von Säckingen)'을 기반으로 한 7개의 부수음악 중 1곡 '라인강의 세레나데(Ein Ständchen am Rhein)'을 작곡 당시 모습의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초연 당시 2악장이었지만, 1894년 베를린 연주 때 삭제되었다. 이후 분실된 걸로 여겨졌지만, 1966년 도널드 미첼에 의해 발견되어 1967년 벤저민 브리튼의 지휘로 올드버러에서 73년 만에 재연된 후 1968년 출판되었다. 지휘자들에 따라서는 블루미네 악장을 추가하여 연주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블루미네 악장을 추가하는 것이 작곡가의 본래 의도에 맞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2악장
2악장:"돛에 바람을 싣고"(삭제된 표제) 스케르초. Kräftig bewegt, doch nicht zu schnell (힘차게 움직여서, 하지만 너무 빠르지는 않게) A장조 3/4박자 3부 형식 - Trio. Recht gemächlich (매우 여유롭게).
말러가 흔히 즐겨 쓰던 오스트리아의 민속 춤곡 렌틀러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스케르초 이긴 하지만 마치 시골 농부들이 춤을 추는 듯한 인상을 주는 악장.
주부는 현의 반복적인 음향 속에서 목관이 연주하는 두텁고 소박한 춤곡 악구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트리오는 첼로의 피치카토 위에서 바이올린과 목관으로 소박하게 연주된다.
제2부
제2부 "인간 희극". 베를린 연주부터 삭제된 표제.
3악장
3악장:"좌초"(삭제된 표제) 장송 행진곡. Feierlich und gemessen, ohne zu schleppen (엄숙하고 신중하게, 느긋하지 않게) D단조 4/4박자. 3부 형식.
이 부분은 초연 당시 논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 곡의 아이디어는 자크 칼로의 그림 "사냥꾼의 장례식"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일부에선 남독일에서 전해지는 동화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하기도 한다. 동물들이 사냥꾼의 관을 들고 행진하며 그 뒤로는 보헤미아의 전통 악사들이 따른다는 것이 그 내용이라 한다. '프레르 자크(Frère Jacques)'의 선율은 말러의 어린 시절 죽은 형제들에 대한 말러의 죄책감을 암시한다는 분석도 있다.
팀파니의 일정한 리듬 속에서 보헤미아의 민요 '프레르 자크(Frère Jacques)을 단조로 바꾸어 더블레이스 솔로로 연주하며 곡이 시작하는데, '자크 형' 주제가 여러 악기의 카논으로 연주되며 장례식장에 사람이 몰려드는 모습을 그려낸다. 주부의 중간 부분에는 유대풍 혹은 헝가리풍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며, 트리오에서는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의 마지막 곡인 '그녀의 푸른 두 눈동자'의 주제가 약음기를 단 바이올린에 의해 연주되고, 주부가 원조보다 반음 높은 Eb단조로 재현된 후 저음 악기만으로 곡은 꺼져가듯이 끝난다.
4악장
4악장:"지옥에서 천국으로. 깊이 상처받은 마음을 갑자기 표현한다"(삭제된 표제,함부르크 연주당시에는 "지옥으로부터"라는 표제였지만 바이마르 연주후 "지옥에서 천국으로"로 바뀌었다 한다) Stürmisch bewegt (태풍처럼 움직여서) 2/2박자 소나타 형식. 크게 3개의 부분으로 구성됨.
3악장에서 쉬지않고 바로 4악장이 연주된다. 이곡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처음 이 곡을 접하면 매우 놀랄듯한 심벌즈의 단타와 불협화음으로 시작된다.
이 도입 이후 폭풍같은 f단조의 서주가 연주되며, 이후 연주되는 동일한 조성의 제1주제는 '지옥'으로 불리는 주제로, 현의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 트럼펫 중심으로 연주되는 이 격렬한 주제는 리스트의 <단테 교향곡>에서 동기를 가져왔다 한다. 이어 연결구가 나오고, 분위기가 잦아들면 현이 Db장조로 서정적인 제2주제를 제시하며, 분위기가 격렬해지다 꺼져가면 1악장 서주가 단조로 변형된 종결부가 나타난다.
현이 줄받침 위에서 활을 긋는 트레몰로를 연주하며 으스스한 분위기를 지어내며 금관의 저음으로 1악장 서주가 단편적으로 회상되며, 재현부에서는 이후 앞에서 제시된 두 주제가 주요하게 사용되기는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바그너의 '파르지팔의 '성배 동기'에서 따온 '천국'의 코랄이 C장조로 두 번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매우 차분한 분위기로 등장하나, 두 번째로는 들뜬 분위기로 재현되며, 그 직후 갑자기 D장조로 전개되며 '승리(Triumphal)'에 가득 찬 분위기로 전개되는 듯하나, 그 분위기는 얼마 안 가 뭔가 애매한 모습으로 꼬여버린다. 이후 전개부가 끝날 무렵에는 1악장의 서주를 다시 한번 회상하는데, 말러 본인에 의하면 1악장의 서주를 재인용한 이 부분은 '영웅의 젊음에 대한 암시'라고 한다.
재현부는 서정적인 F장조의 제2주제로 시작되며, 이 주제는 F장조의 장대한 클라이맥스로 이어지고, 이 클라이맥스가 잦아들면 비올라로 f단조의 경과구가 연주된 후 제1주제가 현의 ppp로 멀리 물러나 있듯이 연주된다.
그후로 점차 분위기를 고조시켜 가다가 1악장 끄트머리에서도 등장한 '개파' 부분이 D장조로 다시 등장하고, 이후에는 4악장 중반에 애매한 분위기로 끝나버렸던 '천국'의 코랄이 이번에는 확신에 찬 모습으로 등장하며, 7명의 호른 주자들이 기립하며 웅장하게 '천국' 주제를 취주하는 가운데 '승리(Triumphal)'의 분위기로 화려하게 마무리지어진다. 이 '천국' 동기는 전술한 것처럼 파르지팔의 '성배 동기'에서 따왔다고 전해지며, 그 자체로 말러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볼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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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 1번 ‘거인’
“나의 시대는 올 것이다.” 구스타프 말러가 생전에 남겼던 예언과도 같은 이 말은 작곡가 탄생 150주년을 바라보는 이 시점(2010년은 말러 탄생 150주년, 2011년은 서거 100주년이다)에서는 이미 완벽하게 실현된 느낌이다. 예를 들어 그의 교향곡 1번은 이제 베토벤이나 차이콥스키 등 기존의 어떤 인기 교향곡 레퍼토리와도 동등하게, 어찌 보면 더 자주 연주되는 곡이 되었다. 그러나 말러 생전에 이 곡은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으리라는 어떠한 징조도 보여주지 못했다. 도대체 이 곡의 어떤 점이 당시 사람들을 당혹케 했으며, 또 지금의 우리를 매혹하는 것일까?
대실패한 초연… 평생토록 이어졌던 장대한 투쟁의 서막
“말러의 특징적인 모습은 이미 그의 첫 번째 교향곡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후에 만개하게 될 그의 삶의 멜로디, 즉 자연과 죽음에 대한 집착이 이미 이 곡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아르놀트 쇤베르크
말러의 교향곡 1번이 언제 착수된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1884년이나 1885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구상은 1884년 당시부터였을지 몰라도 실제 작곡은 대부분 1888년 초에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설이 엇갈리는 이유는 말러의 지인들이 남긴 자료의 내용이 상반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이 교향곡이 1888년 3월에 완성되었다는 사실 외에 분명한 것은 없다. ‘완성’이라고 했지만 이 당시 말러가 내놓은 결과물은 지금 우리가 아는 것과는 사뭇 다른 형태였다. 2부로 구성된 교향시의 형태였고, 악장 수도 다섯 개였다. 1889년 11월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초연되었을 때는 ‘장송 행진곡 풍으로’라고 명명된 4악장(현재는 3악장) 외에는 별다른 표제가 없었지만, 1893년 독일 함부르크 연주 때는 각 악장 앞에 표제와 설명이 붙었는데 이 가운데 표제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말러는 천국과 지옥을 빗대 인간의 삶을 노래했다.
그림은 보슈의 ‘쾌락의 동산’
제1부 - ‘젊은 시절의 추억, 꽃과 과일, 가시덤불의 음악’
1악장: 끝없는 봄
2악장: 블루미네(Blumine)
3악장: 순풍에 돛 올리고
제2부 - ‘인간희극’(Commedis humana)
4악장: 좌초!
5악장: 지옥으로부터(나중에 ‘지옥에서 천국으로’로 고침)
그러나 말러는 1896년의 베를린 연주 때부터는 ‘블루미네’ 악장을 곡에서 빼버렸고 표제도 지워버렸다. 단순히 일종의 상징으로서만 제목을 달았던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사람들이 이 표제들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오히려 음악의 이해에 혼란을 빚고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훗날 말러는 이러한 표제들은 “음악이 표현하고 있는 바를 적합하게 나타내지 못하며 (…) 중요한 것은 오직 음악의 느낌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관현악법은 몇 차례 더 수정되었다.
초연은 대실패로 막을 내렸다. 말러는 상당 기간 실의에 빠진 채 지내야 했다. 당시 청중과 비평가들은 말러의 음악어법에 크게 당황하여(곡의 총보를 완성한 직후 말러는 “사람들이 이 곡을 들으면 놀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막상 자신의 예측이 들어맞은 데 대해서는 그리 기뻐하지 않았다) 비난을 퍼부었다. “불협화음, 지루한 오르간 포인트, 개개 음 사이의 부조화”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오페라 감독으로서 말러의 거동처럼 불분명하고 모호하다.”는 인신 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초연 당시 말러의 충격적인 교향곡과 연주를 풍자한 삽화
하지만 이 교향곡에 대한 가장 신랄한 평은 당시 ‘비평의 교황’으로 오스트리아 음악계에 군림했던 에두아르트 한슬리크(Eduard Hanslick)에게서 나왔다. “우리 가운데 어느 한쪽이 미쳤음에 틀림없지만, 그것은 내 쪽이 아니다.” 한 마디로, 이 곡의 초연은 이후 말러가 평생토록 직면했던 몰이해와의 장대한 투쟁을 알리는 서막이 되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일까? 그것은 말러가 자신의 첫 교향곡에서 이미 기존 교향곡 체계에서 벗어나려는 대담한 시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각 악장을 상세히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음반 가운데는 이 곡에 ‘거인’(Titan)이라고 표제가 붙은 것도 있다. 이 제목은 초연 때 붙은 것으로, 독일의 소설가 장 파울이 썼던 같은 제목의 소설에서 따온 것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말러는 소설의 내용을 음악으로 옮기려 했던 것이 아니라, 다만 자신의 교향곡이 지닌 대담함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자 했을 뿐이다. 비록 훗날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다소 미숙한 점도 있지만, 이것이 음악사의 흐름을 바꾼 ‘거인’의 힘찬 첫 발자국에 어울리는 작품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볼프강 슈라이버의 저서 <말러>와 김문경의 <말러>를 참고했다. 말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께는 좋은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서양 음악사를 바꾼 ‘거인’의 힘찬 첫 발자국
1악장: 느리게. 질질 끌듯이. 자연의 음향으로 - 처음에는 매우 차분하게
D장조 4/4박자이다. 일단 서주를 지닌 소나타 형식에 가깝지만 엄밀하게 전통적 형식을 따른 것은 아니다. 서주에서는 7도에 걸친 유니슨(같은 음높이를 동시에 울리는 것으로 노래할 때 제창에 해당하는 연주 방식)으로 진행되는 현악기의 오르간 포인트를 배경으로 무대 뒤에서 울리는 트럼펫 소리가 자연을 긴 동면에서 깨운다. 이 서주는 4악장에서 다시 등장하게 된다.
제시부의 첼로 주제는 말러의 초기 연가곡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 두 번째 곡 ‘오늘 아침 들판을 건너가네’ 선율에 기초한 것이다. 2주제는 등장하지 않으며, 발전부에서 서주가 재등장한 후 호른 선율에 뒤이어 연주되는 첼로의 선율이 일종의 대용품 구실을 한다. 이 첼로 주제가 1주제와 결합-발전하면서 발전부를 구성한다. 재현부에서는 발전부의 내용이 다시 반복된 후, 고함소리와 함께 연주가 끝난다. 이 악장의 특징적 모티브는 목관악기들의 잦은 변화에 찬 4도 도약인데, 초기 말러 학자인 파울 베커의 말에 의하면 이는 뻐꾸기 소리를 상징(모방이 아니라)하는 것이라고 한다.
2악장: 힘찬 움직임으로, 그러나 너무 빠르지 않게 - 트리오. 적당히 편안하게
A장조 3/4박자. 일종의 스케르초로 말러가 자주 애용했던 렌틀러 형식으로 되어 있다. 렌틀러가 교향곡의 정규 악장으로 도입된 것은 이 곡이 처음이다. 왈츠가 도시 중산층의 춤이라면 렌틀러는 시골 서민의 춤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도 그런 성격은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 거칠고 활기찬 스케르초와 유연하고 사랑스러운 트리오가 좋은 대비를 이룬다.
3악장: 장중하고 위엄 있게, 너무 끌지 말고
d단조 4/4박자. 팀파니의 희미한 연타에 뒤이어 등장하는 더블베이스 선율은 귀에 익으면서도 낯설다. 유명한 동요 ‘마르틴 형제’(영어권에서는 ‘존 형제’)를 단조로 연주한 것으로 일종의 패러디다. 이 대목과 뒤이어 등장하는 ‘카바레 풍’의 밴드 선율이 당시 평론가와 청중을 얼마나 분노케 했는가는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진지한 음악 장르인 교향곡에서 패러디라니! 게다가 이 저속한 선율은 또 뭐란 말인가!” 3부 형식으로 작곡된 이 악장의 중간부에서 약음기를 낀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선율은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 네 번째 곡 ‘그녀의 푸른 두 눈동자’에서 따온 것이다.
4악장: 폭풍 같은 움직임으로
만약 이 교향곡을 처음 듣는 이가 방심한 채로 3악장의 끝부분까지 들었다면 4악장 첫머리의 포르티시모 총주에서 예외 없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말러의 친구가 증언하는 바에 따르면, 초연 당시 “근처에 앉은 한 귀부인은 마지막 악장 첫머리에서 너무 놀란 나머지 들고 있던 것을 전부 떨어뜨렸다.”고 전한다. 이 악장은 2/2박자로, 비교적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이 ‘폭풍 같은’ 제1주제(‘지옥’ 주제)가 서정적인 제2주제와 대비를 이루면서 제시부를 구성하며, 제시부의 끝에서는 1악장의 서주가 회상된다. 발전부에서는 앞의 두 주제가 다시 등장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주제(‘천국’ 주제)가 등장하며 제시부의 끝에서 인용되었던 1악장의 서주가 재등장하는데 말러는 이 부분을 가리켜 ‘영웅의 젊음에 대한 암시’라고 했다. 제2주제로 시작되는 재현부의 마지막에서 드디어 ‘천국’ 주제가 개가를 울리며, 이는 그대로 코다(악곡 또는 악장을 끝내는 결미부를 일컫는 말)에서의 영광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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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5번 그리고 헤어질 결심의 4악장
구스타프 말러(1860년 7월 7일 – 1911년 5월 18일)는 19세기 오스트리아-독일 전통과 20세기 초의 모더니즘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이자 지휘자로서 활동하며, 작곡가로서는 그의 음악이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말러의 음악은 나치 시대에 유럽에서 공연 금지 등 무관심한 시기를 거쳐야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말러는 자신의 시대보다는 훨씬 뒤에 인정받을 작곡가였으며, 그의 작품들은 대중적으로 인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말러의 교향곡들 중에서 1번과 5번이 특히 한국 클래식 팬 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으며, 박찬욱 감독의 11번째 영화인 ‘헤어질 결심’에 5번 교향곡 4악장 ‘아다지에토’가 삽입되어 대중적으로도 크게 인기를 얻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2023년 6월 잠실의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5번의 티켓팅이 순식간에 마감 될 정도였습니다.
말러는 다섯 번째 교향곡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교향곡은 열정적이고 거칠고 비극적이며 엄숙한 인간의 모든 감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교향곡은 음악이라는 예술 형식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감정을 전달합니다. 이 교향곡은 형이상학적인 질문을 다루지 않습니다. 이 교향곡은 이러한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그 자체로 완성된 4악장의 교향곡이 될 것입니다.” 나중에 말러는 아내인 알마 쉰들러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아다지에토 악장을 삽입했습니다. 새로운 악장은 곡의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느낌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렇게 말러는 자신의 원래 아이디어에서 약간 벗어나면서도 곡 전체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1악장 (1부): Trauermarsch. In gemessenem Schritt.
전쟁으로 인해 유럽은 혼란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이러한 혼란은 국가 간의 갈등, 인종 차별, 그리고 신념의 상실 등을 일으켰습니다. 이러한 분열감은 말러의 음악에서도 드러나며, 특히 1악장의 시작 부분인 ‘장송 행진곡’은 죽음의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분열된 국가의 상황을 상징합니다. 이 곡은 트럼펫의 팡파르 솔로로 시작합니다. 이는 작곡가가 이 곡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선택한 것입니다. 작곡가가 이 곡을 통해 전쟁의 상황을 담았음을 보여줍니다. ‘장송 행진곡’ 또는 ‘죽음의 행진곡’이라는 주제는 말러의 작품 곳곳에 등장합니다. 이 작품은 트럼펫의 팡파르 솔로로 시작하는데 이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2악장 (1부): Stürmisch bewegt. Mit größter Vehemenz.
이 악장은 사실상 첫 번째 악장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소나타 형식을 따르고 있으며, 실제로 연구용 악보의 첫 번째 버전에서는 도입부에 반복적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악장은 높은 음과 낮은 음의 조화로 시작되며,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새로운 음악적 아이디어가 소개됩니다.
3악장 (2부): Scherzo. Kräftig, nicht zu schnell.
이 곡은 말러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긴 스케르초 중 하나로, 819개의 마디로 이루어져 거의 17분에 달합니다. 하지만 그 길이에 비례하여 그 안에는 교향곡의 중심을 형성하는 방대한 악장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곡에서 스케르초는 보통 교향곡에서 가장 짧은 악장이지만, 이 곡에서는 가장 긴 악장으로, 단독으로 2부를 형성합니다.
4악장 (3부): Adagietto. Sehr langsam
말러의 모든 교향곡 중에서 4악장 아다지에토는 아마도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일 것입니다. 다른 악기는 모두 쉬고 현악기와 하프만 연주하는 매우 아름다운 악장으로, ‘현과 하프를 위한 곡(가사가 없는 곡)’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매우 느리게 연주되며, 현악기와 하프만으로 연주되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하모니가 특징입니다. 말러는 이 악장을 자신의 아내, 알마 쉰들러에게 바칩니다.
이 악장은 알마에 대한 말러의 사랑과 그녀와의 삶에서의 특별한 순간들을 기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악장은 또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순수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성공한 악곡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곡이 전체 교향곡의 분위기를 달리하는 이유는 이전 악장들에서 느껴졌던 분열과 상실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입니다. 이전 악장들과는 달리, 이 곡에서는 전쟁의 그림자와 상실감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사랑의 순수한 감정만이 그 대상이 됩니다. 이 악장은 전체적으로 매우 조용하게 연주되며, 천천히 진행되는 현악기와 하프의 소리가 듣는 이들을 아름답고 차분한 세계로 이끕니다. 이 곡은 전체적으로 매우 감성적이며,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많은 연주자들은 이 곡을 슬픈 이별의 감정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연주자들은 사랑의 순수한 감정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5악장 (3부): V. Rondo-Finale. Allegro giocoso
"론도"라는 제목을 가진 피날레는 말러의 교향곡 5번의 마지막 악장입니다. 이 곡은 밝고 환희에 찬 음표와 함께 강한 긍정적인 메시지로 교향곡을 마무리합니다. 이전 악장들에서 느꼈던 분열과 상실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작곡가는 이 악장에서 전환점을 만들었습니다. 트럼펫의 팡파르 솔로로 시작되는 1악장의 죽음의 이야기는 5악장 마지막에 웅장한 코랄로 승리의 결말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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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 제5번
Mahler Symphony No.5 in C-sharp minor
1 Trauermarsch. In gemessenem Schritt,
트럼펫의 팡파르로 시작되는 "장송행진곡" 이라는 표제가 붙은 1악장은 두 개의 트리오가 있는 장송행진곡으로, 하나의 완결된 악장이라기보다는 2악장을 위한 서주 같은 느낌을 준다. 팡파르가 울려 퍼진 후 음악은 무겁고 비통한 장송행진곡으로 이어진다. 뒤이어 압도적인 오케스트라의 총주가 슬픔에 찬 절규를 연주한다. 굉음에 가까운 슬픔의 폭발에 이어 현악성부가 더없이 구슬픈 선율을 흐느끼듯 연주한다. 이 선율은 〈어린이의 마술 뿔피리〉중 ‘북치기 소년’에서 가져온 것으로, 죽음을 앞둔 소년의 심정을 그린 선율이다. 뒤이어 갑자기 템포가 빨라지면서 첫 번째 트리오가 시작된다. 대담한 불협화음과 과격하고 거친 표현이 혼란스럽게 이어지고, 다시금 장송행진곡으로 돌아오면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중 1곡의 선율이 연주된다. 이어지는 두 번째 트리오는 현악성부가 고요히 애가를 연주한다. 이 부분에서는 첫 번째 트리오의 모티브를 다시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상반된 느낌의 절제된 비탄으로 제시하고 있다. 코다에서는 트럼펫이 작게 아르페지오를 연주하고 이를 플루트가 피아니시모로 응답함으로써, 마치 장례행렬이 멀어지는 듯한 원근감을 연출하고 있다.
2 Stürmisch bewegt, mit größter Vehemenz
1악장과 함께 1부를 구성하는 2악장은 "격렬히 움직이며. 가장 거세게" 라는 표제가 있으며 소나타 형식을 따르고 있다. 격렬한 분노를 표현한 1주제와 평화를 갈망하는 2주제가 악장의 중심이 된다. 저음부에서 짧은 오스티나토가 제시되고 뒤이어 9도로 크게 도약하는 분노의 주제가 폭발적으로 제시된다. 칸타빌레의 평화로우면서도 애수 어린 2주제가 이어지고, 두 개의 주제가 계속 번갈아 제시된다. 발전부에서도 두 주제가 번갈아 제시되는데, 그 사이에 탄식조의 첼로 독주가 끼어든다. 더욱 무겁고 절망적인 느낌의 경과구를 거쳐, 심벌즈의 찬란한 울림과 함께 금관악기가 연주하는 승리감 넘치는 코랄 선율이 울려 퍼진다. 그러나 승리의 순간도 잠시, 분노의 1주제 선율이 오케스트라 총주로 연주되면서 불협화음들이 폭발하듯 이어지고, 곧 반음계로 하강하는 모티브들이 반복되면서 끝없는 추락의 느낌을 만들어낸다. 마침내 좌절과 슬픔 속에서 악장은 사라지듯 종결된다.
3 Scherzo. Kräftig, nicht zu schnell,
2부를 구성하는 3악장은 "힘차게, 너무 빠르지 않게" 라는 표제로 시골풍의 렌틀러 리듬과 도시적인 왈츠 리듬이 교차되는 춤곡으로, 연주시간이 18분에 달하는 큰 규모의 악장이다. 호른의 힘찬 울림으로 시작된 악장은 온음계에 기반한 선율을 렌틀러 리듬으로 전개한다. 말러는 이 부분에서 4대의 호른과 함께 오블리가토 호른을 사용함으로써 그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렌틀러의 춤곡에 이어 비올라가 무궁동의 빠른 선율을 연주하고 이를 클라리넷과 주고받으면서 푸가토를 전개한다. 뒤이어 우아한 장조의 왈츠가 시작된다. 소박하고 거친 렌틀러 부분과 명확한 대조를 이루는 왈츠 부분에서 말러는 당시 빈에서 유행하던 글리산도 주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도시적인 색채를 강조하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블리가토 호른이 향수를 자아내는 서정적인 레치타티보 풍 선율을 연주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뒤이어 피치카토 반주 위에서 클라리넷 독주가 제시된다. 이 선율은 오블리가토 호른, 바순, 오보에, 트럼펫, 첼로, 플루트 순으로 반복된다. 왈츠 리듬이 다시 등장해 템포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이에 팀파니와 홀츠클라퍼가 가세하여 광포한 질주감을 연출한다. 마침내 코다에서는 모든 중심 모티브들이 한데 얽혀들면서 혼란과 공포의 장면을 만들어낸다.
4 Adagietto. Sehr langsam
이 교향곡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유명한 악장인 4악장은 더없이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선율이 현악기만으로 연주되는 악장이다. 말러가 알마에게 바친 사랑의 노래라고 일컬어지는 이 악장은 표제가 "아주 느리게" 인것 처럼 하프의 잔물결 위에서 바이올린이 칸타빌레의 주제선율을 연주하면서 시작된다. 우아한 아포지아투라가 포함된 선율은 아련한 동경과 함께 야릇한 에로티시즘마저 느끼게 한다. 이어지는 두 번째 주제선율은 《뤼케르트 가곡집》 중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에서 가져온 선율을 베이스에서 연주한다. 가곡을 작곡할 당시에도 큰 애착을 가졌던 이 선율을 인용함으로써, 혼란스러운 삶 속에서 사랑과 안식을 갈망하는 심경을 절절하게 담아내었다.
5 Rondo-Finale. Allegro - Allegro giocoso. Frisch
표제가 "아주 느리게" 인 4악장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이어지는 5악장은 "빠르게"의 표제처럼 지나칠 정도로 밝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각 악기들이 주요 모티브들을 순식간에 쏟아내면서 악장이 시작된다. 호른이 4도로 도약하는 모티브를 연주하고, 바순은 〈어린이의 마술 뿔피리〉 중 ‘높은 지성에의 찬미’ 선율을 연주한다. 〈어린이의 마술 뿔피리〉에서 구태의연한 평론가들을 냉소적으로 풍자한 이 가곡의 선율을 사용함으로써 이 악장이 제시하는 풍자와 아이러니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뒤이어 오보에와 바순이 코랄 선율을 연주하고, 이에 질 새라 호른이 새로운 모티브를 제시한다. 숨 가쁘게 모티브들을 소개한 뒤, 마침내 호른이 첫 번째 론도주제를 연주한다. 뒤이어 첼로가 무궁동 풍의 빠른 선율을 푸가토로 전개한 뒤 두 번째 주제선율이 제시된다. 이 두 번째 주제는 4악장의 그 서정적이고 우아한 선율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이 선율을 빠른 춤곡 리듬으로 제시함으로써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뒤이어 전체 금관성부가 2악장의 코랄 선율을 재현하면서 승리감에 도취된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여기에서 표현한 승리의 기쁨은 지나치게 열광적인 느낌을 주면서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주고 있다. 템포가 더욱 빨라지는 코다에서는 현란하고 복잡한 대위법으로 스트레토를 연출한다. 템포는 광적으로 빨라지고 다이내믹은 광란에 가까울 만큼 어마어마한 굉음으로 치닫는다. 광적인 희열과 환희의 순간을 연출하면서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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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6번 (Mahler Symphony No. 6)
구스타프 말러 Gustav Mahler (1860-1911) 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의 유명한 작곡가 겸 지휘자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음악으로 꼽히며, 많은 교향곡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9개의 교향곡(미완성 곡 까지 포함하면 10개)으로 유명한데, 각 곡마다 독특한 특징과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러의 교향곡들은 규모가 크고 난이도도 높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연주의 극한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말러의 교향곡은 모두 10곡으로 말러의 철학과 역사적 배경, 연주 혁신 등을 통해 당대 음악의 한 경계를 이뤄낼 정도의 작품들입니다. 10번 교향곡은 안타깝게도 지병인 심장병으로 사망하면서 미완성으로 남게 됐습니다. 각 교향곡에는 다양한 소재와 주제가 표현되며, 이를 바탕으로 말러 스스로 낭만주의의 종결을 선언하고 음악의 밝기 시대로 이어지는 것을 상징하고자 했습니다.
교향곡 1번 ‘거인’
교향곡 2번 ‘부활’
교향곡 3번
교향곡 4번
교향곡 5번
교향곡 6번 ‘비극적’
교향곡 7번 ‘밤의노래’
교향곡 8번 ‘천인’
교향곡 9번
교향곡 10번 (미완성)
말러의 교향곡 6번은 총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악장: Allegro energico, ma non troppo 첫 번째 악장은 Allegro energico, ma non troppo라는 표시로, 매우 활력이 넘치고 열정적인 연주를 요구하는 개최 악장입니다. 이 악장에는 주요 주제가 두 개 있으며, 첫 번째 주제는 기본적으로 외로운 성격을 갖고 있고 할리트는 경쾌한 성격을 같는 두 번째 주제와 대비를 이룹니다. 이 악장의 전체 구조는 음악적 발전성을 강조한 소나타 형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2 악장 : Scherzo. Wuchtig 두 번째 악장인 스케르초(Scherzo)는 묵직하게(Wuchtig)라는 표시가 붙어 있어, 파워풀하고 웅장한 연주를 보여줍니다. 교향곡 전체에서 가장 경쾌한 악장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스케로초-트리오-스케르초1-트리오1-스케르초 2-코다의 순으로 이어집니다. 생기 넘치는 무드와 살아간 저하 위엄있게 밀려오는 음악 선을 구성하고 있어, 말러 특유의 음악적 심오함과 풍부함을 느낄 수 있는 악장입니다.
3 악장 : Andante moderato 세 번째 악장인 Andante moderato는 교향곡 전체에서 감정이 가장 어두운 부분입니다. 말러는 이 악장에서 내면의 슬픔과 아픔을 그려내면서 크고정성 있으나 섬세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서주 형식을 기반으로 한이 악장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드라마틱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4 악장 : Finale. Allegro moderato – Allegro energico 마지막인 4악장은 Finale로 Allegro moderato – Allegro energico 표시로 출발하여, 화려하고 리드미컬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이 악장에서는 유명한 망치타악기의 타격이 나옵니다. 이 악장은 소나타 형식을 따르며 전작에서 보인 주제들을 재조을 통해 아름답게 꽃피워놓은 클라이막스로 이끈다. 그리고 최후의 단발마를 내뱉으며 마무리됩니다.
말러 교향곡의 더 많은 이야기
말러의 교향곡 6번은 ‘비극적’이라는 부제가 붙여진 작품으로, 1903년부터 1904년 사이에 작곡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말러가 개인적으로 겪었던 여러 가지 시련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반부에서는 청량한 강과 밀짚모자의 행복한 소풍 모습을 그렸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말러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아픔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특히 이 곡에서는 두 번의 망치타악기의 충격음이 독특한 점으로 평가되며 곡의 이름에 걸맞게 끝내 겉멋만을 걷어찬 작곡가의 본래 모습을 담았다고 평가 받았습니다. 교향곡 6번의 작곡 과정 중 가장 큰 영향을 받았을 사건은 그의 두 딸 중 하나로 알려진 안나(Maria Anna)의 출생과 그 후 심장병을 앓게 된 일들이었습니다. 그의 아픈 처지를 견디며 작곡한 6번의 말한곡에서 말러는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밀려온 막막한 고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말러가 망치 타악기를 교향곡 6번의 4악장에 사용한 이유는 작품의 주제와 감정을 더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망치의 강렬한 타격음은 충격적이고 힘줄이 서는 듯한 느낌을 주어 작품의 ‘비극적’이라는 부제를 부각시키는 데 기여합니다. 교향곡 6번은 말러의 개인적인 경험과 시련들이 반영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이 곡의 뒷 이야기에는 그의 사랑하는 아내 알마와의 관계의 위기, 안나의 출생과 심장병 등이 이 시기에 작곡가가 겪었던 어려운 순간들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4악장에서의 망치를 이용한 두 번의 타격은 말러의 삶에 불시에 찾아온 인생의 타격과 그로 인한 고통을 음악적으로 상징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