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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의 봄] 20 - 여자로 산다는건.. 또 그런거지
1. S# 남산길. (새벽)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 두터운 잠바에 모자에 마스크로 무장한 달자,
헉.. 헉.. 하얗게 김을 뿜으며 씩씩하게 계단을 오른다.
(록키의 음악 울려퍼지고)
계단의 정상까지 가까스로 올라온 달자,
록키처럼 두 팔을 쭉 뻗어 세상을 향해 돌아선다.
그 옆으로 나란히 선 사람들 큰소리로
“야호!!!” 두 번째 사람 “야호오오!!!!” 세 번째 사람 “야호오오오오!!!!!”
마지막으로 달자, 두 팔을 쭉 뻗어 올리며
달자 로오오오오 퍼어어어엄!!!!!
사람들 (야호! 하다 말고 일제히 홱! 돌아보면)
달자 (한번 더, 이번엔 더 크게) 로오오오오오오 퍼어어어어어엄!!!!!!!!
(맘껏 지르더니 이제야 속이 시원하다는 듯 싱긋 웃는 얼굴에서)
2. S# 태봉의 사무실.
태봉 (? 돌아본다) 달자씨를 만났어?
장수진 일부러 찾아가서 만난거 아냐, 우연히 만난거지.
태봉 우연히 어떻게?
장수진 이번에 내가 맡은 회사가 바로 한다홈쇼핑이거든.
오달자씨가 거기서 일한다 그러드라?
태봉 ...! (본다, 보다가 들고 있던 서류를 얼른 들춰보면)
한다홈쇼핑 인수합병에 관한 제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는 태봉의 시선! 이럴수가..!
장수진 말했잖아. 정말 우연이었다구.
태봉 (고개들어 수진을 본다. 시선위로)
E. 때르르릉! 때르르릉 전화벨 소리.
3. S# 달자의 침실.
수화기를 집어드는 달자,
달자 네, 상암동입니다. 어! 엄마! 엄마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듣다가 순간 멈칫...) 예에에에에에? (놀라는 표정에서)
4. S# 정정애의 집 거실.
털썩! 무릎꿇고 앉는 달자, 앞씬의 놀란 표정 그대로,
달자 결혼이라니 엄마? 갑자기 결혼을 하라뇨?
정정애 태봉이 총각 이제 직장도 제대로 잡았겠다,
이제 남은건 날 잡고 식 올리는것밖에 없는데 얼른 해치우라구,
언제까지 둘이 그런식으로 살거야?
이끝순 고럼, 고거는 어멈 말이 맞다.
달자 하지만 우린 아직 결혼 얘기 꺼내본적두 없는데 엄마아...
정정애 (OL) 없으면 지금부터라도 해야지. 니 나이 지금 서른셋이야,
웨딩드레스도 하루라도 젊었을 때 입어야 때깔이 나지,
다 늙어서 쭈그렁 바가지처럼 하고 결혼식에 들어갈래?
이끝수 고럼, 안되지,
달자 그래두 엄마, 바로 오늘 첫출근한 애예요,
그런 애 붙잡아놓고 앉아 갑자기 결혼 얘길 꺼내라는건 좀...
정정애 좀 뭐?
달자 (보더니) 암튼 엄마, 결혼 얘기는 좀 더 시간을 두구 할게, 응?
정정애 글쎄 뭘 더 생각해? 늬들 그거 식만 안올렸지 이미 결혼생활이잖어,
거기에 양가 부모 모셔놓고 공식적으로 식올리고 축하받으라는데
뭔 잔말이 그렇게 많어?
달자 엄마아,
이끝순 맞다! 고저 결혼이란 말 났을 때 헤치워야한다.
제정신으로 할수 없는것중에 하나가 바로 결혼아니가서?
달자 할머니이!
정정애 이번주안으로 태봉이 총각이랑 얘기 끝내서 날잡자, 그렇게 해, 알았지?
달자 (젠장...! 쳐다보는 표정위로 E. 땡..! 공울리는 소리에서)
E. 때르르르릉, 때르르르르릉!
5. S# 달자의 아파트 거실,
수화기를 귀에 댄채 털썩 소파에 앉으며
달자 네, 상암동입니다. (하다가 멈칫..!)
어머.. 어머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듣다가 순간 멈칫...) 예에.......? (살짝 황당한 듯 놀라는 표정에서)
6. S# 강신욱의 집 거실,
달자,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앉으며,
달자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뇨?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손영심 한참 젊은 나이에 일년은 우리 나이의 십년과 맞먹는다.
지난 일년동안 방황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려면
두배, 세배로 더 일에 전념해도 모자랄텐데
니가 옆에서 괜히 결혼이다 뭐다 떠들어대면
우리 태봉이가 어디 심난해서 집중이나 할수 있겠니?
달자 아... 예에.
손영심 사람한테는 누구한테나 다 때가 있는 법이다.
태봉이는 지금 일을 할 때지 결혼을 할 때가 아니다.
달자 (왠지 살짝 서운하지만) 그렇죠오, 저두 그 정돈 알죠오.
손영심 물론, 너야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가는게 피같이 아깝겠지만
어쩌겠니? 니가 여섯 살 연하를 만난죄지, 안그러니?
달자 그러게요, 하하하... (속없이 웃어주면)
손영심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라는거?
그건 21세기에도 통하는 말이다 너?
태봉이가 잘되야, 그 다음에 너도 있는거야. 명심 또 명심!
달자 (짐짓 웃으며 괜히 목을 긁적긁적거리는데) 예에, 뭐...
손영심 너두 너다만 나는 니 엄마가 더 걱정이다.
보나마나 결혼하라고 보챌텐데, 달자 니 선에서 잘 차단해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달자 (멈칫... 본다. 썰렁하게 베식.. 웃는 얼굴에서 E. 땡! 공울리는 소리에서)
7. S# 달자네 아파트 주방. N.
마주앉아 식사하는 달자와 태봉,
달자, 흘긋 태봉을 한번 본다. 그 위로
달자E. 아.. 말 못하겠다. 결혼 얘기 꺼내자니 자존심이 울고,
그렇다고 안하자니 내 속이 타고,
우리 엄마 말대로 하자니 니가 부담될까 걱정이고,
니네 어머님 말을 듣자니 불쾌함이 용솟음 치는구나...
아... 태봉아... 어쩜 좋단 말이냐?
달자 (쳐다보는데)
태봉 (밥먹다 말고 ? 본다)
달자 (? 시선 마주치자 얼른 딴청 피우며 반찬 집어먹는다)
태봉 왜 그래?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달자 아니 없었어, 무슨 일은...
(그러다 분위기 바꾸며) 넌? 오늘 첫출근 어땠어?
태봉 어? (본다. 보는 시선에서)
8. S# flash-back> 태봉의 사무실.
장수진 달자씨 회사라 또 마음쓰이는 모양인데 그럴거 없어.
적대적 인수합병도 아니구,
그 회사에서 원해서 하는 우호적 인수합병이잖아.
게다가 아직 성사될지 백프로 결정도 안난거구,
태봉 (보면)
장수진 우린 그저, 합병할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합병됐을 때 두 회사가 취할수 있는 이득에 대해서만 분석해주면 돼,
다음주 월요일날 한다홈쇼핑쪽 실무진을 만나기로 했으니까
거?는 자료 이번주 안으로 첵업 끝내주라.
태봉 (조용히 보며) 이번주까지라구?
장수진 시간이 좀 빡빡하지만 너라면 가능할거라고 생각해, 그치?
(하면서 씽끗 웃는다)
태봉 (본다. 시선위로)
달자E 왜 그래?
9. S# 다시 달자네 집 주방. N.
태봉 (짐짓 시선들어 달자를 본다) 어?
달자 왜 그러냐구? 왜?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태봉 어어, 아니. 뭐 별루...
달자 맞다 참, 너네 로펌도 인수합병이 전문이라 그랬지?
태봉 (슬쩍 시선 피하며) 어.
달자 그럼. 너두 막 회사 인수합병같은거 하구 그러는거냐?
태봉 (계속 시선 피하며) 그렇지 뭐.
달자 안그래두 요즘 우리 회사가 인수합병 소문이 나돌던데...
(보며) 혹시 너 뭐 좀 아는거 없냐?
태봉 (짐짓.. 달자를 보더니) 글쎄..
달자 뭐야? 얘기 좀 해봐, 어?
태봉 업무내용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전까지는 말할수 없게 돼있어.
달자 나한테두?
태봉 누구한테두.
달자 오호! 나한테까지 공과 사를 구분하겠다 그거지 지금.
태봉 원칙은 원칙이니까.
달자 (허..! 본다. 보더니) 알았다 그래, 하지마라, 나두 이제부턴 노코멘트다.
아무것도 묻지마. 왕삐짐이야, (슬쩍 삐진척하는데)
태봉 (짐짓 웃더니 슬쩍 화제 돌리며) 그나저나 뭐하러 돈을 들였어.
침대랑 책상이랑 그런거 없어도 괜찮은데,
달자 공짜로 해준거 아냐, 돈 많이 벌어서 갚어.
태봉 (피식 웃더니) 나 이번주까지는 정신없이 바쁠거야.
어쩌면 회사에서 밤을 새우는 날도 많을거야,
달자 그래애, 맘대루 하셔. (하면서 계속 삐진척 밥을 먹는다)
태봉 (피식 웃는다. 그러면서 밥을 떠먹으려는데)
달자 (쓰윽! 태봉의 밥위에 반찬을 올려준다)
태봉 (달자를 본다. 미소로 맛있게 먹는다)
달자 (흘끗 한번 보며, 베시시 웃는 얼굴위로)
10. S# 달자의 침실. N
어두운 방에 탁! 스탠드 불을 켜면서 털썩 침대에 앉는 달자,
달자 아, 진짜 결혼 얘길 꺼내 말어....
11. S# 태봉의 방. N
어두운 방에 탁! 스탠드 불을 켜면서 의자에 앉는 태봉,
한다홈쇼핑파일을 들어보며,
태봉 일 얘길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동시에 태봉 옆으로 화면이 반쯤 밀고 들어오며 달자의 얼굴,
달자/태봉 (동시에) 아... 신경쓰이네... (똑같이 긁적긁적거리는데서)
12. S# 죽집.
고순애 신경쓰일거 ?어, 그냥 속시원하게 얘기해! 결혼하자구.
달자 하지만 결혼은 남자가 먼저 해달라고 해야하는거잖어.
고순애 목마른 놈이 우물판다더라, 결혼에 목마른건 강태봉이 아니라 너잖어.
달자 그렇지이.... 만! 난 아직 그 말도 못들었는데...
고순애 무슨 말?
insert> 태봉의 얼굴과 함께, “사랑해...!”
고순애 아직두 안했니 그 말?
달자 어어...
고순애 그럼 그 말두 니가 먼저 해, 힘들게 기다리지만 말구.
달자 나야 했지, 진작에.
고순애 했어? 그랬더니 뭐래?
달자 잘 때 했지, 태봉이가 잠들었을 때...
고순애 (순간 김 팍 새면서) 그럼 그렇지, 니가 왜 오달자겠니, 달리 오달자겠니?
달자 (피식 웃더니) 솔직히 사랑한다는 말, 결혼하자는 말...
여자가 먼저하면 어떠냐고들은 하지만,
그래두 난.. 그 말만큼은 남자한테 먼저 듣고 싶거든.
그게 바로 우리 여자들의 로망 아니겠어?
고순애 지금 21세기다 달자야, 시대가 바뀌었다구,
이젠 여자들의 로망도 슬슬 좀 바뀌어야하지 않겠니?
달자 나는 20세기에 태어나, 20세기에 사춘기를 보냈구,
20세기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이야,
여전히 청혼은 남자가 해야 미덕이라고 교육받은 세대라구 언니,
그런 영화, 그런 드라마만 보면서 어언 꺽어진 육십인데...
그게 그렇게 한순간에 바뀌기가 쉽나.
고순애 그럼 심난해하지 말고 한번 기다려보든가.
강태봉이두 뭔가 생각이 있겠지.
달자 나두 그럴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아직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들은 나로서는...
이렇게 자신감이 팍팍 떨어지기도 하네.
고순애 (본다. 보더니) 고진감래랬다.
믿고 참고 기다린만큼 돌아오는 사랑도 클거야.
달자 (보며) 정말 내가 결혼이란걸 할 수는 있을까 언니?
고순애 당연하지, 너같은 애가 결혼안하면 누가 결혼하겠니?
달자 (고순애를 본다)
고순애 사랑에는 믿음밖에 장사가 없단다. 믿어 그냥.
달자 (본다. 다시 나즉히 한숨을 내쉬는 표정위로 E.)
정말.. 할수 있을까.. 결혼?
M. 축혼행진곡의 앞부분이 울려퍼지며
13. S# insert1> 달자의 상상. 결혼식.
달자와 태봉, 팔짱 낀채 나란히 퇴장하고 있고,
그 위로 온통 색실을 뿌리며 박수를 치고 축하하는 사람들의 모습,
(직원들, 남대수, 부모님, 신세도, 위선주 등등)
달자Na 언젠가는 나도 그렇게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멋지게 결혼식도 하고 싶고,
14. S# insert2> 달자의 상상, 달자네 아파트 거실.
총싸움이나 칼싸움을 하는 어린 아이들 서너명이
거실안을 우르르 몰려다니고 있고,
그 한쪽에서 갓난 아이를 업고 있는 달자,
달자Na 토끼같은 아이들도 잔뜩 낳아 키우고 싶다.
달자, 돌아보며 “얘들아 밥 먹자!”
그러면 거실에 있던 아이들 우르르 주방으로 뛰어와 서로 먹겠다고
난리버거지를 피운다.
그 한쪽에서 태봉과 달자, 기분좋게 바라보는데
그 때 안쪽에서 우르르 나오는 서너명의 또 다른 아이들,
달자 어? 얘네들은 누구지?
태봉 누구긴 우리 아이들이지?
달자 (? 보면)
아이들, 여기저기 방문을 열고 계속해서 꾸역꾸역 나온다.
점점 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서로 먹겠다고 싸우는 아이들,
달자 잠깐만! 얘들아! 잠깐만! 잠깐마아아안!!!!!
(외치는것과 동시에)
15. S# 달자의 침실. N.
허걱! 놀라서 잠에서 깨는 달자,
숨을 내쉬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다가 후우... 한숨을 내쉰다.
시계를 보면 새벽 1시를 넘어가고 있다.
달자Na 하지만 나는... 그 녀석에게 아직 그 말조차 듣지 못한 상태다.
태봉E 사랑해....
16. S# 태봉의 방. N.
아직도 주인이 들어오지 않아 어둡고 텅빈 방안.
문을 열고 빠꼼히 들여다보는 달자의 얼굴,
오늘도 늦는구나, 나즉히 한숨 내쉬는 표정위로,
달자Na 아니 점점 얼굴조차 보는 일도 힘들어졌다. 그리고...
17. S# 회사, 출입로비 앞.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안에 있던 달자, 밖으로 나온다.
안내데스크 직원이며 오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아침!” “좋은 아침!” 인사하며 쭉 걸어들어오는 위로,
달자Na 결국 그 일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18. S# 메인로비.
쭉 걸어들어오다가 멈칫.. 멈춰서서 보면
여기저기 삼삼오오 몰려 서 있는 회사직원들, 수군수군 거리면서
윗층 회의실쪽을 흘끔흘끔 쳐다본다.
달자, ? 본다. 보다가 갸웃하면서 사무실쪽으로 들어가면
19. S# 사무실 안.
역시 모여서 수근수근거리고 있는 직원들, 그리고 남대수.
달자, 안으로 들어서다 말고 그들을 본다.
달자 좋은 아침!!
직원들 (일제히 돌아보며) 오셨어요?
남대수 어어, 왔나?
달자 다들 왜 그래요? 밖에도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던데... 무슨 일 있어요?
남대수 있지, 암. 있어도 한참 있지.
달자 무슨 일인데요?
송영희 소문이 사실이었어요 오대리님.
달자 (? 본다)
송영희 인수합병 소문이요.
달자 그래? 사실이래?
남대수 지금 인수합병 작업을 할 사람들이 8층 회의실에 와 있어.
달자 어머어머... 진짜?
전현숙 어떡해요, 소문이 진짜면... 그러면 구조조정도 진짜겠네?
윤호준 뭐.. 인수합병을 하면 구조조정은 당연히 거쳐야하는 절차 아니겠어요?
안지훈 일단... 호봉은 높고 나이 많은 사람들부터 쳐내겠죠 뭐,.
(쓸쓸하게) 안그렇습니까 과장님?
남대수 (나즉히 한숨 내쉬며) 이거 증말 살떨려서 살수가 없구만,
이러다 내가 사오정 오륙도 되는거 아냐?
앞으로 5, 6년은 더 애들 뒷바라질 해야하는데...거 참... (답답한 한숨)
달자 (남대수와 직원들을 보는데)
그 때 문이 열리면서 뛰어들어오는 이주미,
이주미 그 사람들 지금 회의실에서 나왔어요,
일제히 뭐야? (돌아본다)
달자 (? 돌아보면)
20. S# 메인로비.
사무실에서 우르르르 달려나오는 남대수와 직원들,
이미 메인로비에 삼삼오오 몰려 서 있는 다른 사람들과
나란히 서서 계단쪽을 올려다본다.
insert> 윗층 복도.
저벅저벅 계단을 향해 걸어나오는 대여섯명의 구둣발들,
(그 가운데는 장수진의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구두도 하나 보인다)
다시 메인 로비>
마지막으로 맨뒤로 나와서서 기웃거리는 달자의 얼굴,
남대수와 직원들 뒤쪽에 서서 기웃거리면,
insert> 계단. 저벅저벅 계단을 내려오는 대여섯명의 구둣발들,
다시 메인 로비>
사람들 웅성웅성거림이 멈추면서 계단을 향해 쳐다본다.
달자도 잔뜩 궁금한 표정으로 계단을 쳐다본다. 순간...
그 너머로 나타나는 사람들의 얼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건 장수진이다.
달자, 멈칫... 장수진을 쳐다보면
장수진, 누군가를 향해 돌아보며 웃는 얼굴과 함께
바로 그 옆으로 같이 내려오는 태봉의 모습...
(순간 느릿한 화면으로 장수진을 향해 짐짓 미소짓는 태봉의 얼굴)
놀라서 쳐다보는 남대수와 직원들,
그 뒤에서 멍하니 쳐다보는 달자의 표정,
달자Na 왜... 저 녀석이 저기 있는거지? 어째서...? WHY....?
장수진과 태봉, 그리고 상무와 그 밖에 대여섯명의 일행들,
뭔가 조용히 얘길 나누면서 쭈욱 메인로비쪽으로 걸어나오다가
사무실앞에 서 있던 달자와 시선이 마주친 태봉,
천천히 걸음의 속도를 늦춘다.
그 옆에 있던 장수진도 멈칫... 달자를 본다. 태봉을 보면
상무와 일행들 쭈욱 앞장서서 메인로비를 빠져나가고,
태봉, 달자와 직원들이 서 있는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본다.
(남대수와 직원들, 허걱! 말도 못한채 보다가 일제히 달자를 돌아보면)
달자, 멍하니... 태봉을 쳐다본다.
달자 태봉아... 니가... 왜? 왜 거기 있어?
태봉 (뭔가 말하려는데)
장수진 상무님이 기다리셔, 강태봉.
태봉 (짐짓.. 장수진을 본다. 그러다 다시 달자를 본다)
달자 (빤히 태봉을 보면)
태봉 (본다. 보더니) 나중에 얘기해.
(그리고는 그대로 조용히 시선을 돌려 달자앞을 지나쳐간다)
달자 ....! (쿵...! 무언가 마음위로 떨어지는 기분)
장수진 (달자에게 미소로 살짝 목례한 뒤 태봉의 뒤를 따라간다)
달자와 직원들, 똑같이 고개를 돌려 본다.
저쪽으로 멀어지는 태봉과 장수진의 모습,
태봉, 반쯤 고개를 돌려 달자쪽을 한번 의식하더니
그대로 코너를 돌아 장수진과 함께 사라진다.
달자Na 대체... 지금 내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이 상황은 뭐지?
대체 왜... 태봉이 니가 거기 있는거니?
대체 왜... 그 여자가 니 옆에 있는거니?
대체 왜... 우리 회사에 너희 두 사람이 같이 나타난거냐구!
대체 왜애애애애!!!!!
달자 (본다. 보다가 혼잣말로) 젠장....!
하는 달자의 표정에서, 타이틀, “달자의 봄”
일러스트위로 서브타이틀,
“제 20 부, 여자로 산다는건... 또 그런거지”
21. S# 라켓볼 장.
투명한 벽 밖으로 슬그머니 반쯤 얼굴을 내밀고 보는 신세도,
라켓볼장안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 미스터위가 보인다.
신세도, 왠지 라켓볼을 자신이 없는데 그 뒤로 쓱 나타나는 위선주
위선주 뭐해?
신세도 (허걱! 놀라서 돌아보다가) 어, 선주씨... 아 깜짝이야...
위선주 아버지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시던데, 얼른 들어가봐.
신세도 어어, 그래, (하다가 왠지 자신 없는 듯) 저기 그런데 선주씨.. (하는데)
위선주 왜? 질까봐 겁나?
신세도 (멈칫... 본다. 보더니) 아니 누가 겁난대? 그리구, 지기는 누가 져?
아무려면 내가 육십넘으신 양반 하나 못당할까!
(큰소리 치는것과 동시에)
22. S# 라켓볼 장 안.
텅! 라켓볼을 휘두르는 미스터위!
신세도, 열심히 공을 따라가보지만 번번히 미스터위에게 뺏기거나,
공의 속도를 못따라가 맞추지 못하거나, 헛발질 하거나..
그에 비해 미스터위는 펄펄 날 듯이 공을 쳐댄다.
넘치는 스태미너로 텅! 텅! 텅! 있는 힘껏 라켓을 휘두르면,
그저 공을 따라가는것만도 바쁜 신세도,
튕겨 나오는 공에 어깨를 맞고, 엉덩이를 맞고, 마지막으로 이마를 맞고,
어떻게든 한 개라도 맞춰보겠노라 뛰어가다 벽에 쿵! 부딪히고
결국은 바닥에 쿵! 널부러지듯 다운돼버리고 마는 신세도,
헉.. 헉..! 거의 산소호흡기가 필요할만큼 헉헉거리고 있는 신세도,
그 앞으로 다가서는 미스터위,
미스터위 왜 거기 누워있나? 자고 싶나?
신세도 아뇨... (하는데 계속 허헉! 허헉!) 아닙니다..!
그러더니 허헉! 허헉! 거리더니 비실비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선다.
다리는 후들후들, 라켓 든 팔도 후들후들,
눈만 부릅뜬채 벽을 노려보며 허헉허헉! 숨을 몰아쉬며 서 있는 세도,
미스터위 (보더니) 아무래도 자네 부모님께선 부실공사를 하신 것 같군,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부실해?
신세도 사실은 제가 오늘 라켓볼은 처음 쳐보는거거든요, 그래서..
미스터위 난 구차하게 변명하는 사내자식치고 변변한 놈 못봤지,
신세도 변명이 아닙니다. 진짜로 변명이 아니라
제가 다른 운동은 정말 다 잘하거든요?
미스터위 뭐가 있는데?
신세도 야구요, 야구라면 제가 아버님을 즐겁게 해드릴수 있습니다만,
미스터위 난 방망이로 공때리는건 딱 질색이네, 그거 말고,
신세도 농구요,
미스터위 그건 공이 너무 커, 그거 말고,
신세도 그럼 탁구..
미스터위 그건 공이 너무 경박해,
신세도 아! 그럼 볼링은 어떠신지...
미스터위 공이 너무 무겁잖은가, 대체 그거 말고 할줄 아는게 그렇게 없나?
신세도 그거 말고는... (그게 전부다) 없죠... (보면)
미스터위 역시 그게 자네의 한계군,
어떻게 그거 말고는 할줄 아는 운동이 하나도 없나?
신세도 그.. 그러게 말입니다.
미스터위 이런 부실한 놈한테 내 딸이 넘어갔다니 정말 언빌리버블이구만!
(하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나간다)
신세도 (그래두 네 종목이나 되는데... 입술을 삐쭉삐쭉거리며 서러워지는데)
미스터위 (다시 되돌아와 문열고 보며)
뭐하나? 운동을 했으면 사우나 하러 가야지!
신세도 (허걱! 돌아본다) 예? 싸... 싸우나요?
미스터위 왜? 사우나가 싫은가?
신세도 예? (하고 보다가 흘끗 위선주를 돌아본다)
위선주 (바라보는 시선에서)
23. S# flash-back> 분장대기실.
위선주 우리 아버지가 신성하게 여기는게 세가지가 있어,
가족, 와인, 그리고 사우나.
신세도 사우나? 난 사우나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선주씨.
내가 보기엔 이래도 꽤 센시티브한데가 있어갖구,
덥거나 습한텐 오래 못있는 체질이거든.
위선주 사우나를 거절하는건 곧 우리 아버지를 거절하는거나 마찬가지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시선에서)
24. S# 다시 라켓볼장안,
신세도 아.... (젠장...! 하는 표정)
미스터위 사우나가 싫으냐고 물었네! (살짝 무섭게 바라보면)
신세도 (보더니 씨익 웃으며)
어이구 아버님두 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사우나를 싫어하다뇨! 무척 좋아합니다. 가시죠, 예! 허허허허... (웃는다)
위선주 (짐짓... 그런 신세도가 마냥 귀여운 듯 바라보는데서)
25. S# 사우나 안. N
드문드문 앉아있는 사람들,
그 한쪽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은 미스터위와
그 옆으로 혼자만 지쳐서 헉헉거리는 신세도,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자, 신세도 이젠 나갈수 있겠구나 희색이 도는데,
미스터위 한바퀴 더! (하면서 턱! 뒤집는다)
신세도 (쓰윽 고개 돌려 쳐다본다. 죽갔네 증말... 쳐다보는데서)
26. S# 달자네 아파트 거실. N.
터벅터벅 왔다갔다하는 달자, 쓰윽 멈춰서서 벽시계를 올려다본다.
12시가 넘어서고 있다. 달자, 그 시계를 본다.
달자 전화도 없고... 들어오지도 않고... (하다가)
아주 짧은 플렛쉬 백> 20씬.
계단을 내려오며 장수진과 짧게 미소를 주고받는 태봉의 모습,
다시 현실> 떨쳐버리려는 듯 고개를 가로 젓는 달자,
아무래도 안되겠다! 한쪽에 있던 외투와 가방 들고 나서는데서,
27. S# 사우나 안. N.
여전히 정정한 미스터위와 옆에서 거의 초죽음이 되어가는 신세도,
옆에 있는 모래시계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
완전히 다 떨어지는 순간 신세도, 눈이 번쩍 떠지면서 일어서려는데,
미스터위 한바퀴만 더 돌지. (모래시계를 다시 턱! 뒤집더니) 어어어어.. 시원허다.
신세도 (거의 눈까지 풀린 표정으로 미스터위를 돌아본다)
아버님,..... 아버님....?
(목소리도 잘 안나온다, 꺼져가는 목소리로 마지막 힘을 짜내어)
아버니이....임..! (하는 순간 그대로 쿠당! 기절해버린다)
미스터위 (??? 놀라서 내려다본다. 시선에서)
28. S# 리앤장 로펌회사 건물 로비. N
성큼! 안으로 들어서는 달자,
달자Na 결국...! 오고야 말았다...!
그러면서 안내데크스앞에 있는 경비앞으로 다가서더니,
달자 저기.. 리앤장에 강태봉변호사를 만나러 왔는데요, (베식 웃으면)
29. S# 리앤장 건물 복도. (또는 공동 사무실 안) N.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달자,
양쪽을 기웃거리면서 쭈욱 걸어들어온다.
대부분 불이 꺼져 어두컴컴한 가운데, 곳곳에 나즉히 조명등만 켜져있다.
사람들은 이미 퇴근하고 안보이는 가운데 저쪽 한쪽으로
사무실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는게 보인다.
달자, 본다. 보다가 천천히 그 쪽으로 다가선다.
30. S# 태봉의 사무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서류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태봉과 장수진.
태봉 이 정도면 현금흐름도 괜찮고, 자금조달 능력도 뛰어난 편인데?
부채비율도 상대적으로 낮고.
장수진 최근 5년사이의 수익률도 나쁘지 않아.
업계 2위의 매출을 내고 있고 평균 주가 수익률도
동종 업계 중 평균 이상이구.
태봉 이 정도라면 굳이 인수합병 카드를 쓰지 않아도 될텐데...
장수진 매수기업쪽이 최근에 MSO까지 인수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송출까지 보장받을 수 있거든.
TV홈쇼핑은 공중파 사이 채널을 차지하느냐 못하느냐가
매출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니까. (MSO : 종합유선방송사업자)
태봉 단기적으로는 얼마간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오히려 한다홈쇼핑만의 창의력과 개성을 무시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꺾어버리는 일이 될거야,
장수진 (그 말에 태봉을 본다)
태봉 (시선 느끼지 못한채 계속 서류 넘기며)
사회적으로도 유통산업이 편중되는 악영향을 끼칠 테고.
이런건 의미 없는 몸집 키우기 밖에 안돼.
장수진 (물끄러미 본다)
태봉 (아무런 반응이 없자, ? 보면)
장수진 (짐짓 미소로 빤히 쳐다보더니) 정말루 살거 같다.
태봉 (? 본다)
장수진 이렇게 너랑 마주앉아 있으니까.. 숨이 다 잘쉬어진다구.
태봉 (힘없이 픽 웃더니 다시 서류를 들추는데)
장수진 (말없이 팔을 뻗어 태봉의 팔짱을 끼며 어깨에 기댄다)
태봉 (멈칫...!)
장수진 내가 이 어깨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넌 모르지?
태봉 일하자.
장수진 (기댄채 눈을 감으며) 그래, 일해. 난 오분만 쉴테니까.
태봉 이러지 마. 일하는 중이라구 지금.
장수진 (눈 감은채) 너무 인색하게 굴지마.
나는 너 일년두 넘게 기다려줬는데, 너는 나 오분도 못참아주니?
너 자꾸 그럼 나 상처받는다?
태봉 (짐짓 보면)
장수진 (눈 감은채) 오분만 쉰다구, 오분만.
태봉 (본다, 나즉히 한숨... 조용히 시선을 반대편으로 돌린다)
화면, 그 두사람한테서 쭉 빠져나온다.
불빛이 새어나오는 사무실 옆, 어두컴컴한 복도에 서 있는 달자,
멍한 표정으로 허...! 맥이 빠진다. 잠시 그대로 서서 어쩔줄 모르는데
그 때 복도 다른편쪽 문이 열리면서 나오는 사람들의 소리,
엄기중 그럼 이번 일본진출건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변호사들과 악수하고 돌아서다가 멈칫... 보면)
달자 (멈칫..! 엄기중과 딱 시선 마주친다)
달자, 잠시 어쩔줄 모른채 시선 황망하게 돌리다가
그대로 후다닥 돌아서서 가버리면,
엄기중, 본다.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태봉의 사무실안쪽을 본다.
(사무실 안 상황은 안보여줘도 될 듯,) 그저 엄기중의 시선에서만,
31. S# 달자네 아파트 거실. N.
달칵! 현관문을 닫으며 안으로 들어서는 태봉,
들어서다가 멈칫...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달자를 보면,
달자, 고개를 들어 태봉을 본다. 보더니,
달자 왔니?
태봉 어. 아직.. 안잤네?
달자 어. 자야지. (하더니 부시시 일어나 방문쪽으로 돌아서는데)
태봉 미리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달자 (멈칫.. 걸음을 멈춘채 돌아서지는 않은채로 듣는 위로)
태봉 아무리 우호적 인수합병이라고 해도
업무에 관련된 얘기는 일반인에게 하지 않는게 원칙이라서..
달자 (그 말에 돌아본다) 일반인? 내가 너한테 일반인이니?
태봉 그런뜻으로 말한게 아니라는거 알잖아,
달자 그래 좋아! 일은 일이다 치자.
장수진하고 같이 일한다는건 왜 말 안했니?
그것도 역시 니 원칙이니? 것두 니가 일하는 스타일이야?
태봉 그거야 달자씨가 신경쓸 일이 아니니까...
달자 (OL) 너하고 한때는 열렬이 사랑하던 여자였어,
내가 어떻게 신경이 안쓰이니?
태봉 (본다. 보더니)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상 어쩔수 없는게 두가지가 있어,
하나는 달자씨한테 일 얘기를 못하는거,
또 하나는 수진이랑 매일같이 부딪혀야 한다는거,
달자 (보면)
태봉 앞으로도 인수합병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나는 달자씨한테 아무말도 안할거야, 아니.. 못할거야.
아무리 달자씨 회사와 관계된 일이라고 해두.
그리고 수진이하고도 일하는 부분도 일일이 말하지 않을거야 왜냐면.
달자 (OL) 왜냐면?
태봉 나하고 수진이 사이에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을거니까.
달자 (힘없이 픽 웃으며) 아무것도 없을거라구?
태봉 없어. 달자씨가 상상하는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구,
그러니까 자꾸 그런걸로 신경쓰고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달자 (정말 웃긴다. 허...! 보면)
태봉 계속 그렇게 신경 곤두세우고 있으면
달자씨나 나나.. 앞으로 엄청 피곤해질거야. 그러니까...
달자 그래 알았어. 신경안쓸게. 조용히 입다물구 있어줄게, 그럼 되는거지?
태봉 달자씨.
달자 됐어, 오늘은 그만 얘기하자. 피곤하다. 자라.
(하더니 돌아서서 들어간다, 쿵! 문 닫아버리면)
태봉 (본다. 잠시 닫힌문 바라보면)
32. S# 달자의 침실.
문앞에 기대 서 있는 달자 위로,
태봉E 미안해, 나 때문에 마음이 힘들다면...
달자 (순간 글썽.. 눈물이 올라오는 위로 E)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런게 아냐.
태봉 (insert> 달자의 방문 앞)
그런데... 그냥 날 믿고 지켜봐주면 안될까?
달자E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런게 아니라구 태봉아!
태봉 (insert> 달자의 방문 앞) 그래주면 좋겠다.
달자 (자꾸 서러움이 밀려오는 위로 E) 내가 정말 듣고 싶은 말은...
태봉 (insert> 달자의 방문 앞) 잘자.
달자 ...! (멈칫..,. 뒤돌아 문쪽을 돌아보면)
33. S# 달자네 집 거실. N.
조용히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간다. 문이 닫히면
잠시 후, 달자의 방문이 열리면서 나타나는 달자의 얼굴,
왠지 속상하고 서운한 표정으로 닫힌 태봉의 방문을 노려보면,
34. S# 태봉의 방, N
어두운 방, 탁! 스탠드불을 켜는 태봉의 손,
툭.. 가방과 차키를 책상위에 내려놓고 피곤한 듯 서 있다가
바지주머니에 꽂은 손을 천천히 꺼내면, 그 손에 들려있는 반지케이스
태봉, 본다. 보다가 조용히 서랍을 열고 안에 넣는다. 탁.. 닫는 위로,
위선주E 정신차려! 정신 좀 차려봐!
35. S# 응급실. N
찰싹! 찰싹! 기절한 세도의 뺨을 때리는 위선주의 손,
위선주 세도씨, 세도씨? 정신 좀 차려봐! 세도씨!
(다급한 느낌이 아니라 무뚝뚝하게 찰싹찰싹 때려가며)
신세도 (으음... 혼미한 듯 눈을 뜨고 본다, 그러다 선주를 잠시 빤히 쳐다보면)
위선주 여기 병원이야. 탈수증상땜에 쓰러진거니까 걱정안해두 돼.
이 링거 다 맞는대로 퇴원해도 된다드라.
신세도 (순간 나즉히 한숨을 돌리며) 이번엔...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위선주 그러게 바보같이 뭐하러 그렇게 끝까지 버텨,
못참겠으면 그냥 나오지.
왜 그렇게 우리 아버지한테 꼼짝못해?
신세도 (보더니) 선주씨 아버님 지금 심정을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잖아.
위선주 (멈칫... 보면)
신세도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이 아이를 가졌는데,
애 아버지 되는 놈은 2년씩이나 해외로 내뺀다 그러지,
딸은 그래도 괜찮다고 쿨한척 하지...
내색을 안하셔서 그렇지 지금 얼마나 속이 상하시겠냐구.
내가 만약 선주씨 아버님이었으면 나 같은 놈 절대 그냥 안둬.
다리 몽둥일 부러뜨려놨어도 열두번은 부러뜨렸지.
위선주 (짐짓 시선 피하며) 내가 가라고 해서 가는건데 뭐.
신세도 어쨌든, 선주씨 아버님입장에서 보면 나는 죽일놈이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놈이라구 나는.
위선주 (그 말에 잠시 마음이 짠해서 보더니) 아버지두... 당신 싫어하지 않아.
신세도 괜찮아. 일부러 위로까지 할건 없구.
위선주 (짐짓 웃으며) 사우나에서 기절한 당신을 들춰업고
병원까지 뛰어온 사람이 누군지 알어?
신세도 (설마... 아버님? 보면)
36. S# flash-back> 병원 로비, (흑백)
기절한 신세도를 업고 병원로비로 뛰어들어오는 미스터위, (느릿한 화면)
미스터위 닥터! 닥터어어!!!!! (땀이 송글송글 맺힌채 외치는 모습위로)
위선주E 아버지가 정말로 세도씰 싫어했다면 첨부터 아예 본척도 안했을거야.
37. S# 다시 응급실. N
위선주 그래두 세도씰 괴롭히고 있다는건
조금은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기도 한거니까...
그러니까 조금은 희망을 가져봐.
신세도 (본다. 보다가 조금은 안심한 듯 피식 웃더니 손을 내밀며) 손...
위선주 (짐짓 웃어주며 신세도의 손을 같이 잡아준다)
신세도 (기분좋게 베식 웃는다)
38. S# 그 뒤로 응급실 일각. N.
한쪽에 서서 신세도와 위선주를 지켜보고 있던 미스터위.
미스터위 (나즉히) 흥..! 영 부실한 놈...!
(하더니 표정없이 쎄하게 돌아서서 걸어나오는 모습에서)
39. S# 로비 일각. D
문을 밀고 들어서는 달자, 쭉 걸어오는데
저쪽으로 창쪽을 바라보며 뒷짐지고 서 있는 엄기중이 보인다.
달자, 멈칫... 본다. 걸음을 멈춰서서 보면
엄기중, 달자를 돌아본다.
엄기중 아.. 달자씨.
달자 엄대표님.. 오늘도 회의가 있으신가봐요.
엄기중 아뇨, 회의 때문에 온거 아니예요.
오늘은.. 달자씨 때문에 왔어요. 걱정이 되서...
달자 (본다. 보다가) 아, 예에... (그러더니 이내 웃으며)
어제 그 일은 별 일 아니예요, 신경 안쓰셔두 돼요,
엄기중 정말... 괜찮은겁니까?
달자 그럼요,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일부러 와주시구...
(그러더니 가볍게 목례한 뒤 그대로 지나쳐가려는데)
엄기중 (달자의 팔을 잡는다)
달자 (멈칫... 멈춰서면)
엄기중 나는... 분명히 달자씨한테 별 의미 있는 사람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달자씨는 나한테... 의미 있는 사람이예요.
달자 (돌아본다)
엄기중 (보며) 혹시라도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화해요.
언제든지.. 술친구 정도는 돼줄수 있으니까. (그러면서 미소)
달자 (본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40. S# 사무실 안. D
양손으로 턱을 괸채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달자,
그러자 그 앞에 있던 서류종이 몇장이 팔락거린다.
남대수, 흘끗 달자를 보면
달자, 다시 한번 후우우..!!! 한숨을 내쉰다.
그러자 이번엔 서류종이 몇장이 송영희쪽 책상으로 날라간다.
송영희와 그 뒤쪽의 직원들까지 일제히 쳐다본다.
달자, 다시 한번 더 후우우우우!!! 한숨을 내쉬면
휘리릭... 더 많은 종이들이 사무실 안으로 날라가버린다.
남대수와 송영희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들쪽으로 쓱 다가선다.
슬그머니 모여서서 일제히 달자쪽을 쳐다보며 소근소근....
남대수 오대리 오늘 영 저기압이구만?
송영희 아무래두 어제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거 같은데요,
안지훈 왠지 저대로 두면 안될것같지 않습니까 과장님? (하는데)
달자, 이번엔 더 깊게 후우우우우우우우!!!!! 하고 한숨을 내쉬면
모여있던 직원들쪽으로 서류종이들이며 바람이 한순간 몰아친다.
일제히 놀라며 달자를 돌아보는데 그 때 E. 때르르르릉! 울리는 전화벨.
달자 (받아들며) 네, 한다홈쇼핑 MD 제1팀입니다.
동시에 화면,
한쪽에서 반쯤 밀고 들어오며 나타나는 정정애여사. (정정애집 거실)
정정애 나다.
달자 (기운없이) 어.. 엄마.
정정애 그래, 태봉이 총각하고는 얘기해봤니?
달자 (기운 없게) 뭐를?
정정애 결혼 얘기 말야,
달자 아니이...
정정애 너 왜 자꾸 얘기를 안해? 니가 안하면 엄마가 한다?
달자 그러지 마 엄마. 그냥 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게, 응?
정정애 달자야!
달자 나중에 얘기해요, 나 지금 바뻐. (탁! 끊는다)
41. S# 정정애의 집 거실.
끊어진 수화기를 본다.
이끝순 뭐라니? 얘기 했다니?
정정애 예? 아뇨, 아직 안한거 같은데요..
(하면서 혼잣말 하듯) 근데 얘가 왜 이렇게 기운이 없지?
이끝순 기운이 없서? 어디 아프다니?
정정애 아뇨, 그냥 말할 기분이 아니라네요,
이끝순 기래? 혹시.. 태봉이하고 뭔 일 있는거 아니네?
정정애 (? 보는 위로)
E. 달자의 핸드폰 벨.
42. S# 사무실 안.
힘없이 핸드폰을 받아드는 달자,
달자 예, 여보세요.
그러자 이번엔 반대편에서 화면이 반쯤 밀고 들어오며 나타나는 손영심,
손영심 그래 달자야, 나다.
달자 아, 예에...
손영심 너는 내 말을 귓등으로 알아듣니?
달자 예?
손영심 하루에 한번씩 태봉이에 대해서 보고하라 그랬니 안그랬니,
달자 아, 예에... (심드렁...)
손영심 태봉이는 회사 잘 다니구 있지?
달자 예에...
손영심 내가 누누이 얘기하지만
당분간은 그렇게 회사일에만 전념하게 뒷바라지 잘해라, 알았니?
달자 예에... (그러더니) 저기.. 제가 지금 일이 있어서요 어머님,
그만 끊겠습니다. (하면서 핸드폰 끊는다)
43. S# 강신욱의 집 거실.
손만득옹 뭐라니? 태봉이는 회사 잘 댕기구 있다니?
손영심 응? 으응. 그렇다네.
(그러다가) 근데 얘가 왜 이렇게 기운이 ?을까?
손만득옹 아니 우리 달자양이 기운이 없어? 아니 왜애?
손영심 모르겠네에. 왜 그르지..?
손만득옹 어디 아픈거 아니냐?
손영심 내가 볼땐 걔가 어디 쉽게 아프구 그러는 허약체질은 아니야 아부지.
손만득옹 그럼 혹시 태봉이랑 뭐가 안좋은거 아니냐아?
손영심 (? 본다. 보다가 슬쩍 걱정되는 표정에서)
44. S# 강신욱의 집 안방.
안으로 들어오는 손영심, 잠시 고민되는 듯 생각하더니
돌아서서 옷장문을 열고 옷을 꺼내든다. 모습에서,
45. S# 리앤장 로펌 내부,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안에서 또각또각 걸어나오는 손영심,
복도 한쪽에 있는 안내데스크앞으로 다가서서
손영심 강태봉변호사님을 만나뵈러 왔는데요오옹?
안내1 (보며) 약속은 하셨습니까?
손영심 아가씨가 뭘 몰라서 그러는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바로 강태봉변호사님의... (하는것과 동시에)
장수진E 어머니?
손영심 (? 돌아보면)
뒤쪽에서 들어오던 장수진, 반갑게 손영심앞으로 다가선다.
장수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예요 어머니! 저 수진이예요!
손영심 (본다. 보다가 썬글라스 코밑으로 내리고 빤히 쳐다보며) 어머... 수진아..!
장수진 (빙긋 웃는다, 시선에서)
46. S# 카페 일각.
문을 열고 들어서는 태봉, 휘 둘러보면
저쪽으로 가방을 앞에 끌어안은채 왠지 어울리지 않은 어색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정정애여사.
태봉 (그 앞으로 다가서서) 오셨습니까 사부님.
정정애 (본다. 보더니) 어, 그래. 앉게.
태봉 (앉으면)
정정애 미안하네, 한참 일땜에 바쁠텐데 나오라고 불러내서.
태봉 아닙니다 어머님. 그런데 하실 말씀이 뭔지...
정정애 (본다. 보며) 우리 달자랑 뭐 않좋은 일 있었나?
태봉 (멈칫... 본다. 보더니) 왜.. 달자씨가 뭐라고 합니까?
정정애 걔가 어디 그런 말 할 앤가?
사실은 아까 회사로 전화했다가 하두 기운없어하길래.
태봉 아, 예에...
정정애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내가 묻는건데...
자네 달자랑 결혼은 언제쯤 생각하고 있어?
태봉 (멈칫... 결혼? 바라보면)
정정애 사실은 내가 요즘 결혼날짜 빨리 잡으라고 달자 속 좀 긁구 있거든.
근데 이 바보같은게 말도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는거 같아서
그래서 답답한김에 겸사겸사 나온거야.
태봉 (그런 일이 있었구나... 짐짓 시선을 돌리면)
정정애 달자 나이 이제 서른셋이야.
자네야 아직 한창 젊은 나이고 팔팔할 나이지만
여자 나이 서른셋이면 이제 꺽어질 나이지.
달자 걔가 자네 신경쓸까봐 말도 못하고 얼마나 애가 타겠나.
왠만하면 이번 봄 안넘기고 나는 두 사람 결혼했으면 좋겠는데 나는...
태봉 (그 말에 본다. 시선에서)
47. S# 태봉의 사무실.
손영심, 차를 마시다 말고 멈칫...
손영심 뭐어?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니가 어떻게 달자를 알어?
장수진 아버지 생신때 태봉이랑 같이 왔더라구요,
그때 인사해서 알아요. 그 뒤로 둘이 따로 저녁도 같이 먹었구요.
손영심 어어... 그랬구나. (하면서 짐짓 생각에 잠기며 호르르 차를 마시는데)
장수진 솔직히 둘이 같이 동거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나선
좀 많이 놀랐어요, 속두 많이 상했구요.
손영심 그랬니?
장수진 그런데 어머니두 이젠 늙으셨나봐요?
손영심 (멈칫) 내가 왜?
장수진 어머님 성격에 어떻게 동거를 다 허락하셨어요?
오달자씨는 어머니가 원하는 며느리스타일이 전혀 아니잖아요?
손영심 (떨떠름...) 그야 뭐 태봉이가 좋다하니까....
장수진 하기야 뭐, 저두 어머니랑 별루 잘 안맞으니까 할 말은 없지만...
어쨌든 좀 충격이었어요,
앞으로 살면서 두고두고 태봉이한테 잔소리하게 될거 같아요
손영심 (마시다 말고 ??? 본다, 보다가) 무슨 말이냐?
두고두고 잔소리를 하다니... (순간 퍼뜩!) 설마 태봉이랑 너..
장수진 네, 다시 시작해보려구요, (미소)
손영심 정말이냐?
장수진 네, 저한텐 태봉이뿐이예요, 태봉이한테도 저뿐이구요.
저희가 어떤 사이였는지는 어머니가 제일 잘 아시잖아요.
손영심 태봉이가 그러쟤? 다시 사귀자 그래?
장수진 태봉이가 워낙에 책임감이 강한 애잖아요,
지금은 달자씨 때문에 대놓고 말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조만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머니.
(그러면서 자신있게 빙긋 웃은 뒤 차를 마신다)
손영심 오오, 그래애... (같이 어색하게 한번 베식 웃다가 이내 살짝 쎄해진다.
그러면서 또 한모금 차를 마시며 뭔가 생각에 잠기다가, 갑자기)
저기 수진아, 너 오늘 저녁 시간 어떠냐? (하면서 상냥한 미소)
장수진 (? 쳐다본다)
48. S# 스튜디오 안.
달자 예? 오늘 저녁이요?
49. S# 달리는 손영심의 차안, (뒷좌석)
손영심 그래, 오늘 저녁. 태봉이랑 다 같이 저녁을 먹을까 하는데,
우리 집에서 말이다.
달자 (insert> 스튜디오, 시계를 한번 본 뒤)
제가 끝나고 아무리 빨리가도 일곱시나 되야 도착할거 같은데요,
손영심 일곱시? 알았다. 그럼 일곱시까지 보는걸로 하자.
(하더니 핸드폰 탁! 끊는다,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창밖 돌아보는데서)
50. S# 스튜디오 안.
끊어진 핸드폰을 쳐다보는 달자,
또 뭔 일일까? 하는데 저 뒤쪽에서,
윤호준 오대리님! 여기 잠깐만 와주세요!!
달자 (돌아보며) 어! 그래! 지금 가! 간다구! (하면서 가면)
51. S# 부조실.
신세도 자! 3분전입니다. 선주씨! 스탠바이!
모니터로 의자에 앉아 자세를 잡는 위선주의 모습,
신세도 오늘은 새로 바꾼 로고로 내보낼께요,
기술스탭1 어, 그래. 준비됐어. (그러다 쓱 돌아보며) 그런데 저 분은 누구야?
신세도 (같이 쓰윽 돌아보면)
한쪽에 중후한 모습(마치 양복 선전하듯)으로 앉아 있는 미스터위,
한손으로 살짝 느끼하게 턱까지 괸 채 모니터의 선주를 바라본다.
신세도 (쓱 고개 돌리며) 어, 내 VIP 손님이야,
기술스탭1 어어...
신세도 (돌아보며) 자, 에브리바디 스탠바이!! 로고화면 깔아주시고, 음악 큐!
기술스탭1 (음악 넣는 가운데)
미스터위 (흘끗 신세도를 쳐다본다. 제법 프로냄새가 나는걸? 하는 표정으로 보면)
신세도 선주씨 들어가요, 쓰리, 투, 하이 큐! (동시에)
52. S# 스튜디오,
위선주 안녕하세요 위선줍니다.
오늘은 그 동안 선보였던 히트상품들을 다시 소개해드리는 시간입니다.
그동안 환경호르몬 때문에 걱정 많이 되셨죠?
이젠 안심하고 사용하세요.
내열강화유리로 만들어진 밀폐용기 세틉니다.
(유리그릇을 소개하는 모습에서)
53. S# 부조실.
신세도 2번 카메라 제품 한번 훑어주시고, 아 좋아요.
미스터위 (관심있게 쳐다보는 위로)
모니터안의 위선주 계속해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강화유리라서 튼튼합니다. 전자렌지에서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술스탭1 위선주씨 오늘따라 유난히 이뻐보이네.
신세도 원래 이쁘잖어, 형은 새삼.. (하면서 슬쩍 미스터위쪽 의식하면)
미스터위 (뿌듯한 듯 슬쩍 턱을 치켜드는 모습에서)
54. S# 휴게실 일각.
기다리고 있는 미스터위 앞으로 음료를 내려놓는 신세도,
미스터위, 흘끗 보면
신세도 선주씨는 옷갈아입는대로 나올겁니다 아버님.
미스터위 (쓰윽 시선 돌리며 음료를 딴다. 마시면)
신세도 어떻게 선주씨 일하는거 보시니까 좋으시죠?
미스터위 (흘끗 신세도를 본다)
신세도 (웃던 얼굴, 다시 썰렁해지면서) 조용히 하구 있을까요 그냥? (하는데)
미스터위 선주가 다섯 살때.. 선주 엄마가 우릴 떠났지.
신세도 (? 본다)
미스터위 그 녀석은 엄마가 병으로 죽은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죽은게 아니야, 다른 남자한테 가버린거지.
나도 비즈니스때문에 항상 집을 비우기 일쑤였고...
언제나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혼자 있었지,
신세도 아...
미스터위 어쩌면 선주가 결혼에 집착하지 않는것도, 그 때문일지 몰라.
가정의 따뜻함이라던가 사람에 대한 정같은게
기본적으로 부족해서 말이야. 그런데...
신세도 (보면)
미스터위 그 녀석이 자넬 쳐다볼땐 표정이 참 따뜻해져.
내가 볼땐 아무래도 사랑같은데 말이지,
신세도 (멈칫... 보면)
미스터위 물론 그 녀석 본인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말일세.
신세도 아..! 아, 예에...!
미스터위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주게.
신세도 (본다)
미스터위 사실은 착하고.. 따뜻한 아이야.
신세도 (본다. 보더니)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아버님.
미스터위 알아들을줄 알았어.
신세도 (본다. 짐짓 웃으면)
위선주 (그 뒤로 또각또각 다가서며)
많이 기다렸죠? 나가요 아버지, (하는데)
미스터위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오늘 저녁 비행기를 타야해서 말이다.
일찍 호텔로 들어가봐야겠다. 짐도 좀 챙겨둬야하고.
위선주 (? 본다)
신세도 저녁 같이 하시구, 저희가 공항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미스터위 이 친구 아직 나에 대해 너무 모르는구만.
선주야 니가 좀 설명해줘라.
위선주 아버진 공항에서 헤어지는걸 제일 싫어하셔. 유치하다구.
신세도 아... (본다. 보며) 그럼 저녁식사라두..
미스터위 선주야, (또 설명해주라는듯)
위선주 아버진 비행기 타기전엔 음식을 안드셔, 배에 가스가 차신다구.
신세도 아... (본다. 보며) 그럼... 정말 그냥 가시려구요?
미스터위 다음에 오면 라켓볼이나 또 같이 치자구,
신세도 (본다. 보더니) 알겠습니다. 연습 많이 해놓겠습니다.
미스터위 (짐짓 웃어보인다. 위선주와 포옹 한번 한 뒤 돌아서서 간다)
위선주 (본다. 순간 시큰... 눈물이 핑돈다)
이상하지... 언제부턴가 아버지 뒷모습만 보면 괜히 눈물이 나...
하는데 처음으로 울컥..! 하는 선주.
신세도, 본다. 보다가 조용히 위선주의 어깨를 꼭 안아준다.
두 사람, 멀어지는 미스터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위로
미스터위E 우리 선주...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주게.
신세도E 걱정마십쇼 아버님, (여운 충분히 준뒤에)
55. S# 메인로비.
한쪽에서 커피를 뽑아들고 사무실쪽으로 쭉 걸어오는 강신자,
그 뒤로 막 코너를 돌아 사무실쪽으로 오던 신세도, 강신자를 보더니
신세도 팀장님!
강신자 (커피를 마시다 말고 ? 돌아본다)
아! 신세도씨, 그래 연수준비는 잘 되가고 있나요?
신세도 사실은 그것 때문에 상의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강신자 (? 본다. 시선에서)
56. S# 강신욱의 집, N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달자, 손에는 과일봉지 하나 든채.
달자 어머니! 저 왔어요!!!
손영심 (주방쪽에서 한껏 차려입은 모습으로 나오며) 어, 그래 왔니?
손만득옹 (득달같이 뛰어나오며) 아이구! 달자양 왔니?
달자 할아버지 안녕하셨어요?
강신욱 (손만득옹의 뒤로 다가서며) 달자양인가?
달자 (? 보면)
강신욱 나, 태봉이 애비되는 사람이예요,
달자 아! 안녕하세요! 이제야 뵙네요! 오달잡니다. (꾸뻑 인사하면)
손영심 (흘끗 한번 보더니) 어서 들어와라,
달자 네, (하면서 안으로 들어서는데)
바로 그 뒤로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태봉,
태봉 저 왔습니다. (하다가 멈칫... 달자를 본다)
달자 (돌아본다, 살짝 어색한 기류...)
손영심 (흘끗 그 두 사람을 보더니) 어, 그래 어서 와라 태봉아. (하는데)
장수진 (태봉의 뒤로 따라들어서며) 어머니, 저두 왔습니다.
달자 (멈칫..! 수진을 본다)
손영심 그래, 수진아! 어서 들어와라.
손만득옹 아이구 수진이라구? 이게 얼마만이니?
강신욱 어서와요 수진양, 오랜만이군.
장수진 죄송해요, 그 동안 찾아뵙지도 못하구,
태봉이가 없으니까 잘 연락하게 되질 않더라구요.
손영심 아무래도 그렇지,
장수진 그리구 (하면서 뒤를 돌아보면)
기사쯤으로 보이는 사내가 커다란 과일 바구니 두 개를 가져다
거실위에 떡! 하니 올려놓는다.
장수진 오다가 좀 샀어요, 할아버지 멜론 좋아하시던게 기억나서,
바구니 하나는 멜론으로만 꽉 채웠어요.
손만득옹 어이구, 세상에 그런걸 다 기억했구나.
장수진 그럼요, 제가 기억력 하나는 비상하잖아요 할아버지. (해맑게 웃으면)
달자 (사과봉지를 슬그머니 다리뒤로 감춘다. 젠장...!)
손영심 자, 다들 주방으로 들어가자, 아부지, 여보오, 들어가시죠?
손만득옹 그러지, 들어가지. (앞장서면)
강신욱과 손영심, 장수진까지 우르르 따라 들어선다.
벌쭘하게 서 있는 달자와 한쪽에 왠지 머슥하게 서 있는 태봉,
(태봉은 엄마가 만든 이 상황이 전혀 마음에 안들고 있다)
달자 (본다. 보더니) 뭐하니? 들어가자. (쓱 돌아서서 들어간다)
태봉 (달자를 본다. 시선에서)
57. S# 강신욱의 집, 주방. N
기다란 테이블 양끝으로 손만득옹과 강신욱이 자리를 잡았고,
양쪽으로 손영심과 장수진이 앉아 있다.
그 뒤로 들어서던 달자와 태봉, 멈칫.. 멈춰선다.
(손영심과 장수진 각각 옆자리가 비어있다)
손영심 어, 태봉이 넌 수진이 옆에 앉고, 달자 넌 내 옆으루 와라.
달자 (멈칫... 본다)
태봉 (달자를 보면)
달자 네, (하더니 손영심옆으로 돌아가서 앉는다)
태봉 (본다. 보다가 장수진 옆에 앉으면)
손만득옹 자, 들자.
강신욱 맛있게 들어요 달자양, 수진양도 맛있게 들어요,
장수진 네, 맛있게 먹겠습니다.
그러면서 식사를 시작한다. 그러자 뜬금없이,
손영심 태봉이 너하구 수진이 인연두 참.. 보통 인연은 아닌가부다.
고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또 만나고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또 만나고,
장수진 그러게요 어머니,
달자 (조용히 밥만 먹는다 E.) 왜 아니겠니, 왜 아니겠어.
태봉 (말없이 달자를 보면)
장수진 근데요, 아버님은 어쩜 그렇게 그대루세요?
저희 아버지는 벌써 머리가 하얗게 되셨는데
아버님은 십년전 봤을때랑 여전히 똑같이 젊어보이세요.
강신욱 그러냐? 허허허.. 그렇게 봐준다니 고맙구나.
이게 다 태봉이 엄마가 뒷바라질 잘해준 덕분이지.
손영심 어머 이이는 참.. (하면서도 좋은걸 못감추는 표정인데)
손만득옹 그래, 강박사 말이 맞는 말이다.
남자는 자고로 여자를 잘만나야 하는 법이지이. 암! 허허허..
강신욱 그럼요 아버님. 허허허허....
손영심 아이구 두 냥반이 왜 이러신대 차암... (혼자 좋아 어쩔줄 모르는 가운데)
장수진 어머! 이거 태봉이 좋아하는 젓갈이다!
(얼른 떠서 태봉의 밥위에 놔주며) 먹어봐.
태봉 (멈칫... 본다, 흘끗 달자를 본다)
손만득옹, 강신욱, 손영심도 일제히 보다가 동시에 쓰윽 달자를 보면,
달자, 완전 표정없이 꾸역꾸역 밥만 먹고 있다. 무심의 경지에서.
58. S# 강신욱의 집, 정원, N
장수진,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커피 머그잔을 두 개 들고 밖으로 나온다.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다가 한곳에 시선 머물면,
저쪽으로 혼자 앉아 있는 달자, 소화가 안되는 듯 등을 두드리기도 하고,
배를 주무르기도 하고, 영 거북해보이는데
그앞으로 쓱 머그잔을 내미는 장수진,
달자, 멈칫... 장수진을 보면
장수진 아까보니까 급하게 많이 드시는거 같드니.. 얹히셨나봐요?
달자 괜찮아요. (장수진이 내민 커피를 받아 한모금 마신다. 계속 끅끅거리면)
장수진 (달자옆에 자리잡고 앉으며) 태봉이 어머님 진짜 짖궂으시죠.
달자 (수진을 흘끗 본다)
장수진 어떻게 달자씨랑 저를 한자리에 초대하실 생각을 다 하셨을까,
나야 뭐 워낙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와서 괜찮지만,
달자씬 진짜 불편했겠어요, 그렇죠?
달자 뭐, 불편할 정도는 아니예요. (하면서 쳐다보는 위로 E)
지금 니가 더 불편하거든?
장수진 사실 아까 낮에 사무실에 오셨었거든요, 태봉이 어머님이요,
절 보자마자 그렇게 반가워하시더니 그 자리에서 절 초대하시더라구요.
(보며) 이렇게 달자씨 불편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그러신줄 알았으면
정중히 거절하는건데 그랬어요.
달자 (살짝 어이없는 듯 허... 웃으며 시선 돌리면)
장수진 그래두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건 아니니까 너무 기분나빠 마세요,
태봉이 어머님이 좀 극성스럽긴 해도 악의가 있는분은 아니거든요,
달자 (부들부들 커피 잡고 있는 손이 떨려온다. E)
오! 하나님! 제발 내 손을 붙잡아주세요!
이 커피를 저 깐죽거리는 얼굴위로 쏟아버리지 않도록...
제발 제 손목을 좀 붙잡아주세요.
(하면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슬쩍 다른 손으로 잡더니)
달자 (보며) 날이 쌀쌀하네. 그만 들어가죠. (하면서 일어서는데)
장수진 제일 구차한건 말이죠,
달자 (멈칫... 장수진을 보면)
장수진 (천천히 따라 일어서서 보더니)
사랑하지도 않는데 책임감 때문에 결혼하는거예요.
달자 ! (본다)
장수진 태봉이가 혹시라도 그런 우를 범할까봐... 걱정이 되네요.
달자 (수진을 본다)
장수진 (본다. 바라보는데)
태봉 (안쪽에서 나오며) 달자씨! 추운데 뭐해?
달자 (장수진을 본다)
장수진 (빙긋 미소로 바라보며) 그렇잖아두 지금 들어가려던 참이야.
(하더니 달자를 보며) 들어가죠 그만. (하면서 돌아서서 들어간다)
달자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는다)
태봉 (본다. 보다가 달자쪽으로 다가선다) 안들어가?
달자 미안하다. 나... 아무래도 먼저 가봐야겠어. 속이... 너무 안좋다.
태봉 많이 안좋아? 그럼 같이 가자. 옷 가지고 나올게. (돌아서는데)
달자 아니, 그럴거 없어. 오랜만에 가족들하고 만난건데
나 때문에 그럴거 없어. 혼자 가구 싶다.
태봉 아직두 나한테 기분이 안풀린거야?
달자 (그 말에 본다. 보더니 커피잔을 태봉에게 건네주면서)
나중에 얘기해. (하더니 그대로 프레임- 아웃)
태봉 (돌아본다. 왠지 기분이 안좋다. 시선에서)
59. S# 강신욱의 집 거실. N
손만득옹, 강신욱, 손영심, 그리고 장수진까지 각자 자리 잡고
모여앉은 가운데 뒤늦게 들어오는 태봉,
손영심 달자는?
태봉 저녁 먹은게 얹혔나봐요, 속이 많이 불편하다고 갔어요.
손영심 뭐야? 아니 걔는 예의 범절도 모른다니?
아무리 속이 더부룩해도 그렇지 어른들이 계신데 인사도 안하구 가?
태봉 (본다. 왠지 엄마한테 조금은 화가 난 듯) 저도 그만 가봐야겠어요,
손영심 가긴 어딜가, 나 할 얘기 있어, 앉어.
태봉 오늘은 별로 듣고 싶지 않아요,
손영심 오늘 해야하는 얘기다 어서 앉어.
태봉 어머니!
강신욱 앉거라 태봉아. 어머니가 하실 말씀 있으시다잖니.
태봉 (본다. 보더니 기분은 안좋지만 앉는다)
손영심 달자하고 다 같이 앉혀놓구 얘기할라 그런건데
그것이 싸가지 없이 먼저 갔다니 그냥 태봉이 너한테 말하마.
일단, 다음주중으로 양가집안 상견례부터 하자.
태봉 (멈칫.. 고개들어 본다)
장수진 (멈칫.. 고개들어 보면)
손만득옹 (조용히 듣는다)
강신욱 (조용히 듣는 위로)
손영심 나두 이렇게 서두르고 싶지는 않았어.
우선 태봉이 니가 다시 직장으로 복귀한지도 얼마 안됐고,
안정적으로 일이 손에 잡힐때까지 한 일년쯤 더 두고볼까 했는데,
태봉 어머니!
손영심 그러다가는 안될 것 같다.
태봉 (강하게)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거예요!!
손영심 무슨 말은 결혼 얘길 하는거지,
태봉 그건 어머니가 맘대로 결정하실 문제가 아니잖아요!
결혼만큼은 제가 하고 싶을 때 제가 알아서 할겁니다.
제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하구요,
손영심 그러다 달자 늙어죽을까봐 그런다 이 녀석아!
태봉 (순간 멈칫... ? 본다)
장수진 (멈칫! 번쩍 고개들어 손영심을 본다. 달자?)
태봉 어머니... 지금 뭐라셨어요?
손영심 남의 집 귀한딸하고 동거까지 하면서 대체 언제까지 속만 태울거야.
더군다나 수진이가 직장에서 매일같이 눈마주치는거 뻔히 아는데,
어떤 여자가 좋아라 해?
장수진 어머니...? (의외라는 표정)
손영심 수진이 너두 태봉이한테 자꾸 마음주구 그러지 마라.
나두 뭐 솔직히 달자가 썩 마음에 드는건 아니다만, 어쩌겠니,
저 녀석이 일을 벌써 그렇게 저질렀는걸.
장수진 (살짝 당황스럽고 어쩔줄 모르는 표정으로 시선 돌린다)
태봉 그래서 달자씨까지 부르신거였어요?
그 말을 하시려구요? (왠지 한편으론 안심이 되면서)
손영심 그래애, 그런데 그 승질머리가 고새를 못참구 가버렸잖니?
허이구 누가 정애 딸 아니랄까봐,
강신욱 여보오.
손영심 (흘끗 보며) 알았어요, 그만해요.
강신욱 암튼 느이 엄마랑 외조부랑 우리 세사람은 얘기 다 끝났다.
저쪽 집안만 좋다면 다음주중에 양가 상견례하고,
왠만하면 올 봄에 날짜 잡도록 허자.
손만득옹 그래, 나도 그랬으면 좋겠구나 태봉아.
태봉 (빤히 본다)
장수진 (완전 열받은 듯 쓱 고개 돌리는데서)
60. S# 강신욱의 집앞. N
밖으로 나오는 태봉과 장수진.
장수진 (단단히 기분나쁜 표정으로) 니네 어머닌 하나두 변하신게 없구나.
어쩜 그렇게 엉뚱하고 사람 기막히게 하니?
태봉 (왠지 자꾸 웃음만 나오는데)
장수진 야! 강태봉!
태봉 (보며) 미안하다 수진아. 기분나빴다면 어머니 대신 내가 대신 사과할게..
(차 키를 수진의 손에 쥐어주더니) 늦어서 택시 잡기 곤란하지?
내 차 니가 타구 가. 난 버스 타고 갈테니까. (돌아서서 가는데)
장수진 야! 강태봉! 강태보옹!!!
태봉 (돌아보지 않은채 간다)
장수진 (본다. 단단히 화가 난 표정으로 쳐다보는데서)
61. S# 달리는 버스 안.. N
한쪽에 앉아 있는 달자, 그저 허탈하고 기운없는 표정으로 창밖을 본다.
그 때 진동으로 울리는 핸드폰 벨,
달자, 집어들어서 보면 강태봉이다.
달자, 본다. 보다가 그대로 무시한채 다시 창밖을 보면
62. S# 거리. N
“전화를 받을수가 없어...” 부재중 안내로 소리가 넘어가면
태봉, 왠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접는다. 시선에서.
63. S# 달자 아파트 거실. N
불이 꺼진 컴컴한 실내로 들어서는 태봉,
태봉 달자씨! 나 왔어! 자? (아무 대답이 없자, 문앞으로 다가선다)
달자씨! 자냐구! (대답이 없자 조용히 문을 열어분다)
insert1> 어두컴컴한 침실, 달자는 없다. 태봉, 바라보다가,
64. S# 태봉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태봉, 후우 한숨을 내쉬며 책상앞에 앉는다.
앉아서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조용히 서랍을 열면,
그 안에 들어있는 청혼반지케이스.
태봉, 꺼내서 만지작거린다. 조용히 바라보는 시선에서.
65. S# 정정애네 집 거실. N.
안으로 들어오는 달자와 맞이하는 정정애.
달자 할머니는요?
정정애 주무신다. 근데 니가 어쩐 일이야 이 시간에?
달자 나 오늘 여기서 자구 갈라구, 그래두 되지 엄마.
(하더니 대답도 듣지 않은채 정정애의 방으로 쑥 들어간다)
정정애 (? 본다. 보다가 쪼르르 따라가면서)
66. S# 정정애의 방안. N.
달자, 외투를 벗으며 한쪽에 깔려있는 이불속으로 파고든다.
뒤에서 따라들어온 정정애, 그 옆으로 앉으며
정정애 삼십분전에 태봉이한테서 전화왔었어. 너 여기 안왔냐구.
달자 (돌아누운채 대답이 없다)
정정애 왜 그래? 늬들 싸웠니?
달자 (대답없다)
정정애 왜? 엄마가 늬들 결혼 재촉했다구 태봉이가 뭐라 그러디?
달자 (그 말에 멈칫... 갑자기 벌떡 일어나 정정애를 본다)
무슨 말이야 엄마? 엄마.. 태봉이한테 결혼 얘기했어?
정정애 (슬쩍 시선 피하며)
했지 그럼. 바보같이 니가 암말두 못하는거 같길래
내가 아까 낮에 찾아가서 했다. 빨리 결혼날짜 잡으라구.
달자 엄마! (미치겠네 증말!)
정정애 왜? 너한테 뭐라 그러디?
그런거면 말만해! 내 이 놈에 자식 ?아가서 그냥!
달자 엄마아아!!!
정정애 아니 지가 책임질 짓을 했으면 당당하게 책임을 져야할거 아냐!
왜 이제와서 결혼 문제로 니 속을 썩여? 어?
달자 엄마! 대체 왜 이래! 결혼 문젠 내가 알아서 하게 그냥 두랬지! (속상해)
정정애 니가 알아서 어느 천년에? 언제 결혼해서 언제 애 낳아 키울려구!
달자 그래두 이건 아니지 엄마! 결혼은 나나 태봉이나 두 사람이 하고 싶어서,
정말로 간절히 원해서 해야하는거지,
이렇게 엄마가 나서서 결혼하라구 떠미는건 아니잖어, 엄마!
정정애 진짜 이해를 못하겠네? 아니 같이 살면 결혼은 마땅히 해야지,
넌 여자야! 여자가 남자랑 동거까지 했는데 그 남자랑 결혼 못하면,
그게 무슨 평생 신세망치는 짓이야 안그래?
달자 엄마! (답답하다)
정정애 왜? 그 녀석이 못하겠대? 그 녀석이 너랑 결혼 못하겠대?
달자 (미치겠다 증말)
정정애 똑바로 말해봐!! 태봉이가 결혼못하겠다 그러디? 어? (하는데)
달자 (순간 그대로 벌떡 일어나 벗어둔 외투와 가방을 집어든다)
정정애 얘! 달자야! 어디가아! 달자야!
달자 (그대로 밖으로 나가면서 탁! 방문을 닫으면)
정정애 (본다. 왜 저러지? 왠지 걱정스런 표정으로 쳐다보는데서)
67. S# 다시 거리. N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오는 달자,
달자Na 아..! 오달자 인생 꾸리꾸리하다.
남자가 없을땐 없어서 꾸리꾸리하더니,
남자가 있으니깐 있어서 또 꾸리꾸리하구나.
없으면 없어서 외롭고, 있으면 있어서 상처받고...
도대체 남자는 여자한테 뭐란 말이냐! 젠장...!
그러다가 멈칫.. 쥬얼리 샵앞에 멈춰서서 쇼윈도우를 본다.
거기에는 청혼할 때 주는 반지가 놓여져 있다.
달자, 왠지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는 위로
장수진E 제일 구차한건 말이죠,
사랑하지도 않는데 책임감 때문에 결혼하는거예요.
태봉이가 혹시라도 그런 우를 범할까봐... 걱정이 되네요.
달자, 푹!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린다. 다시 한번 더
달자E 젠장... (그러더니 그대로 쇼윈도 앞을 떠나 프레임-아웃 되는데서)
68. S# 회사 앞. N.
터벅터벅 걸어오는 달자, 회사쪽으로 막 방향을 바꾸다가 멈칫...
한쪽에 자리잡고 앉아 있는 태봉의 모습이 보인다.
순간 자기도 모르게 시큰....! 이젠 그의 모습만 봐도 콧끝이 아린다.
태봉, 쌀쌀한 날씨탓인지 팔을 비비다가 멈칫...
거리를 두고 서 있는 달자를 본다.
태봉 (본다. 보다가) 사부님한테서 전화왔었어... 걱정 많이 하시든데.
달자 (물끄러미 보면)
태봉 집에도 안들어오고, 사부님집에서도 나오구,
위선주씨네 전화해봐도 모른다 그러구, 고선배네두 모른다 그러구...
(보며) 결국 여기밖에 없겠다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어.
달자 (자꾸만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은채 시선 돌리면)
태봉 (천천히 다가선다. 다가서서...) 속은 좀 어때? 괜찮아?
달자 (계속 감정을 꾹 누른채...)
태봉 (조용히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뒤쪽으로 감춘다)
뒤로 감춘 그 손에 들려져 있는 반지케이스.
태봉 (본다. 왠지 망설여지면서 쭈뼛쭈뼛거리면서)
나 땜에.. 아직두 많이 속상해?
달자 (시큰... 속상하다... 아니 속상한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
태봉 사실은 나.. 달자씨한테 할 말이 있는데...
(뒤에 감춘 반지 케이스 만지작만지작, 그러면서 영 겸연쩍은 듯)
아... 이런건 어떻게 말해야할지 잘 몰라서...
저기 말야... 달자씨... (하는데)
달자 나.. 힘들어.
태봉 응? (본다)
달자 (조용히 고개들어 태봉을 보더니) 나 힘들어 태봉아..
(하는 순간 울컥..! 눈물이 솟구치더니...) 우리... 그만 둘까?
태봉 ...! (본다. 순간 자기도 모르게 반지 케이스 꾹 쥐는 손....)
달자 우리이... 그만 두자. 응?
태봉 (표정 쎄해지면서 바라본다)
달자 (본다. 순간.. 툭...! 떨어지는 눈물에서)
<20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