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싱의 뇌구조]
▒ 일요일은 참으세요 ▒
4월의 어느 일요일, 니스의 버스 정류소로 향했습니다。
(니스 기차역에서 해변 쪽으로 20-30분 정도 걸어가면 나와요。)
일요일인지라 두려웠어요。
다른 나라는 잘 모르겠는데, 니스나 칸에는 일요일에 운영하지 않는 곳이 많아서요.
역시나, 럴수, 럴수, 이럴 수가!
버스 역에 갔더니, 대합실(?) 문이 굳게 닫혀있었어요。
[step 1]
관광을 오신듯한 백발의 불란서 할머니들 사이에서 '생폴드방스'라는 단어가 들림
생폴에 어케 가는지 여쭤봤더니,
할머니들 왈, "나도 몰러, 가본적이 있어야지"라며 우왕좌왕하고 계심
불어도 잘하시고, 평생 프랑스에서 살아오신 할매들마저도....
한참 헤매시던 할매들, "우린 그냥 딴데 갈텨"라며 사라지심
[step 2]
버스 기사에게 물었더니, "디망쉬에는 생폴 안 간다"고 함
설마...일요일인데 관광지 가는 버스가 없다니?
생폴로의 희망은 보이지 않고,
버스 역에 도착한 뒤로 1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배가 무척 고팠지만 버스가 언제 올지 몰라 이동할 수도 없고
생폴은 버스로만 갈 수 있는 곳이고.....
여러가지로 crazy했지만,
여긴 프랑스니까, 라고 마음을 진정시킴
[step 3]
버스 기사 아저씨의 부정확한 정보를 믿지 않고 열심히 알아봄
그 결과, 생폴드방스로 가는 버스는 원래 두 개의 노선이 있는데
일요일에는 하나의 노선만 운행하고
그 버스는 2시간에 1대가 운행된다는 것을 알게됨
9시에 빵 몇 조각 먹고 호텔에서 출발해
두어시간 정류장에서 헤매고 버스 기다리다가
12시가 다 되어 생폴드방스 행 버스를 탐
니스에서 생폴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데 완전 초만원버스.
앞으로 프랑스에서 장거리 대중교통 여행할 때는, 일요일은 참으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i am GOGOXING!
▒ 생폴드방스 ▒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생폴드방스는,
배고픔과 피곤과 짜증을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일만큼 예쁜 마을입니다。
샤갈과 이브몽땅이 사랑한 생폴드방스는
멀리 바다와 들판과 산이 다 보일만큼 높은 곳에 자리잡아있습니다。
마치 파트라슈 처럼 커-다란 개가 우유수레를 끌고 다닐 것만 같은 그곳。
▒ 방스 情 ▒
마침 큰 시장이 열리고 있었어요。
장식품, 장난감, 인형, 신발, 식탁, 옷, 도자기, CD 등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그것들과
그것들을 보며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아이들이 묘한 정겨움을 자아냅니다。
유럽이 자랑하는 전통과 검소함이 배어나는 이 곳이야말로
정말 유럽이다,는 생각이 들어요。
위 사진들은 눈이 동그랗고, 뺨이 불그레한 아주머니가 내놓은 본차이나인데,
어떤 분이 찻잔 수프그릇 접시가 든 한 꾸러미의 본차이나를 220유로에 사셨어요。
친철하신 방스 아주머니는
1시간 남짓을 달려오는 수고도 마다않고
며칠 후 니스까지 손수 배달을 해주셨어요。
우리 시골 할머니가 귀한 놈 꽁꽁 싸매오듯, 종이 박스에 꽁꽁 숨겨져온 그릇들을 보니
제가 산 것도 아닌데, 아주머니께 많이 고마웠어요。
'저런 건 도대체 누가 살까?'
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물건들도 많았지만,
파리나 니스처럼 큰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방스만의 정겨움이
사랑스러워요。
▒ 로제르 예배당 Chapelle de Rosaire de Vence ▒
방스에는 로제르 예배당이 있습니다。
'마티스의 마지막 역작, 마티스 예술의 집대성, 20세기 최고의 모뉴먼트의 하나'라는 그 곳。
열심히 걸어갔어요。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불안함과 함께。。。
문은 단단히 닫혀있었습니다。(ㅜ_ㅜ)
예배당이니 일요일에 열겠지,라는 예측은 빗나갔습니다。
굉장히 아쉬워요。
다음엔 꼭 평일에 와야겠어요。
▒ 골목 사이로 ▒
생폴드방스는
아마 할머니가 되었을 때 다시 가봐도
같은 색, 같은 향기, 같은 모습으로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요。
샤갈과 마티스로부터 한 세기가 지나고 있어도 여전한 지금처럼。
BEST 2. 생폴드방스 마침
첫댓글 어쩜 사진 색감도 또한 편집도 전문가 같아요.~~ 잘 봤어요. 첫번째 사진 파란하늘이 맘도 시원하게 합니다.
원래 더 맑고 깊은 하늘색인데, 저 사진은 좀 모자라요. 직접 가시면 더 맑고 깊은 하늘을 보실 수 있을거예요. ㅎㅎ
재미있는 고고싱님의 여행기. 귀여운 편집 수고하셨셈.
고맙습니다~
그리고 뇌구조 완전 공감. 저랑 비스무리 하네여.
아찌도 세계여행, 유학, 다이어트,이직, 유류할증료, 일어...라고요? 에이 설마...
세계여행, 만학, 다이어트 & 복근, 창업, 유류할증료!!, 영어... 입니다...
저기 뇌구조를 보면서 어쩜 다들 똑같구나..ㅋㅋㅋ진짜 잡지한권 보는 기분이에요..할일은 많은데 고고싱님 여행기보며 또 여행사이트 서치들어가는 1인이엇습니다..ㅠㅠ
잡지 씩이나,,,,글발이나 내용이 비교될 만한 수준도 못되는걸요. 참, 여행사이트 중에 트래비 추천이요!
오예~~ 드뎌 2탄이!!! 증말 편집이 너무 이뻐영~~~ 근데 일행이 본차이나를 사셨다구욤~~? 무사히 한국으로 수송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저희도 이태리에서 그넘의 타이루들 가져오는데 워낙 고생을 해서 ㅋㅋㅋ
본차이나는, 뱅기도 타기 전에 이미 니스 공항에서 접시 한장이 반토막났어요. ㅎㅎㅎ 나머지 본차이나들은 무사히 귀국한 듯~ 저도 외국가면 사고 싶은게 넘 많지만, 수송이 어려워 단념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타이루들 잘 모시고 오셨다니 대단하셈~
역시 게으른 프랑스인들..ㅋㅋ 파리에서 일요일에 백화점,슈퍼, 유명 음식점, 고급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는 바람에 당황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근데 일요일에 예배당을 닫는 경우는 더 황당하네요 -_-;;그래도 벼룩시장은 일요일이라 더 활기차고 물건도 많았을테니 좋으셨겠어요.^^
정말이지, 프랑스는 사랑할 래야 사랑할 수 없어요. 제 멋대로 인데다가, 어쩜 그리 도도한지...! 논리를 정확히 내세우면, 없던 장학금도 주는 나라라고 해요 ㅎㅎ
뜨아...멋진 편집이십니다..기죽어 ㅎㅎ....니스 너무 좋아요...
편집이 좋다고 많이 말씀해주시는데, 아, 정말 별거아니라 부끄러워요..ㅡ_ㅡ:::: '편집'이랄게 별로 없어요. 그냥 사진 몇장 붙여놓고, 글씨 몇자 쓴게 끝이거든요. 저에게 니스는, 의외로 가면 갈 수록 좋아지는 도시예요.
마티스를 너무 좋아하는데 ㅎㅎ 꼭 가봐야 할거 같아요~ 프랑스는 소도시들이 너무 예쁜것 같아요.. 전 파리에서 살짝 실망해서말이죠...
남부 프랑스의 어느 마을을 가나 예술가들의 흔적이 있어요. 니스에 마티스 미술관이 있는데, 샤갈 미술관이랑 가깝기도 하니까 함께 돌아보시면 좋을 거예요~
생폴 드 방스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대중교통 때문에 애 먹었는데.. 고고싱님 여행기 최고에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남부프랑스 여행의 복병은 대중교통입니다. 운전 잘하고 돈 많으면 자가용여행하고 싶어요. ㅎㅎㅎ
고고씽님 잘 읽고 갑니다.프랑스는 파리밖에 못가봐서 부럽스므니다. 프랑스 만세 !
저는 파리는 한번 가봤어요. 파리 샹제리제에서 먹었던 0.2유로 바케뜨가 넘 맛있었던 기억이...ㅜ_ㅜ (지금 넘 배고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