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깔사탕/가마골/이관희
이놈아 덤벙대지 말고
엄마 말 잘들어
이거, 벌 꿀 하고 도라지 말린건데
이따가 점심먹고
큰 고모네 집에 갔다드리고 오너라
큰 길로 가면
흙 바람 불고 멀어서 하루가도 못간다
저수지 옆으로 질러가면 훨씬 가까우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해 지기 전에 다녀와야한다, 알았지
나 어릴적 기억으로는
큰 고모네 집은 부자였고 아주 멀었다
우리집은 먹고 사는데
이것저것 도움을 받았고
그 보답으로 토종 꿀이나 첫수학
작물이 나오면 조금씩 갔다 드리곤했다
그 심부름은 전부 내 몫이었다
고모 부 무서워 가기 싫었지만
고모가 주시는 달콤한 눈깔사탕
얻어 먹는 재미로 그 먼길을 다닌걸 보면
눈깔 사탕이 얼마나 맛있었으면, 짐작이 갈것이다
주먹만한 눈깔사탕
입에넣고 단 물을 연신 삼켜며
집에 다 와도 그대로,
입에 남아있는 사탕
아그작 깨물어 삼키고
아무일 없는척 집으로 들어간다
고모가 싸 주신 과자 한 보따리
할머니께 갔다 드리면
동생들 앉혀놓고 똑같이 나눠 주신다
욕심많은 내가 눈깔사탕 한두개
숨겨놓은 사실을 다 아시면서
할머니도 모른척,
그 오랜 세월이 흘러가도 가라앉지않는
할머니의 손주사랑
그 야릇한 감정이 참으로 오래도 머문다
시간 만큼이나 멀리온 세상
이름도 모르는
주전부리 들이 쏟아져 나오고
요즘 아이들은
눈깔사탕 거들 떠 보지 않는다
옛날에 쌀 없어 밥 굶었다 하면
라면먹지 그랬냐 하듯이
먼길 삼부름 왜 해
택배로 배송하면 되지
단번에 이 말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도 방식도 달라진 아이들
누구를 나무랄 것도 탓 할것도 아니다
눈깔사탕 하나에 목매던
옛날 과는 다르다
우리 기성 세대가
끼워 맞추기 삶 을 배워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나또한 그렇게 살기를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첫댓글 안녕하십니까 가마골 이선생님~!!
먹거리 귀하던 어린시절 눈깔사탕을
산문으로 멋지게 풀어내셨습니다 ~^^
선생님 산문 시가 잼나고 그립고 눈물납니다
잘 배독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