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고,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남기셨네.”(2코린 5,19)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의 말과 행동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없앨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모든 것이 하느님이 이루시는 뜻의 일환임을 일깨워줍니다. 그러면서 그와 같은 하느님의 뜻은 구약에서부터 약속된 구원의 계획의 완성임을 이사야서의 말씀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보아라. 내가 선택한 나의 종, 내가 사랑하는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그에게 영을 주리니, 그는 민족들에게 올바름을 선포하리라.”(마태 12,18)
하느님이 선택한 하느님의 종, 하느님의 사랑받는 이, 하느님 마음에 드는 이라는 이사야 예언자의 이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요르단 강에서 예수님이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는 순간, 하늘에서 들려온 음성을 상기시킵니다. 예수님이 세례 받는 순간, 하늘이 열리며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예수님의 머리 위로 내려오며 하늘로부터 다음과 같은 음성이 들려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태 3,17)
곧,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이 구약에서부터 약속된 하느님의 구원을 우리에게 가져다 준 메시아이며 그 메시아는 우리에게 말과 행동으로서 올바름을 선포할 것이며 우리는 그 선포의 메시지를 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선포하는 그 메시지란 다름 아닌 단절되어 버린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화해의 말씀이며, 이를 오늘 복음환호송은 코린토 서간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선포합니다. 오늘 복음환호송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고,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남기셨네.”(2코린 5,19)
이 같은 오늘 복음과 복음환호송으로 이어지는 말씀의 의미는 오늘 제 1 독서의 말씀을 통해 보다 자세히 설명됩니다.
오늘 독서의 말씀은 미카 예언서의 말씀으로 예언자 미카는 이웃의 재산을 탐하는 불의한 자들이 겪게 될 냉혹한 징벌의 모습을 예고합니다.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보라, 내가 이 족속을 거슬러 재앙을 내리려고 하니, 너희는 거기에서 목을 빼내지 못하고, 으스대며 걷지도 못하리라. 재앙의 때이기 때문이다. 그날에는 사람들이 너희를 두고서 조롱의 노래를 부르고, 너희는 서럽게 애가를 읊으리라.”(미카 2,3-4)
그런데 오늘 독서의 미카 예언자의 이 징벌의 예고 가운데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불의한 이들이 받게 될 징벌의 모습입니다. 하느님은 그들을 벌하시며 그 죄의 대가로 아무도 그들을 그 죄의 수렁에서 꺼내줄 이가 없어 영원히 죄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죄의 수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죄인의 모습.
이 같은 오늘 제 1 독서의 미카 예언서의 말씀은 죄를 지은 인간이 받게 되는 가장 큰 벌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곧, 죄를 지은 인간이 받게 되는 가장 큰 벌은 그 죄로 인해 하느님께로부터 받는 재앙이 아니라, 사랑이신 하느님과 그 관계가 단절되게 된다는 것. 하느님과 내가 더 이상 아무런 관계가 없게 된다는 사실, 곧 하느님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나 역시 하느님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존재가 되는 순간, 사랑이신 하느님과 나는 별개의 존재가 된다는 사실, 바로 이것이 죄의 가장 큰 벌입니다.
이 독서의 말씀과 연관하며 오늘 복음과 복음환호송의 말씀의 의미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곧, 하느님이 선택한 하느님의 종,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하느님 마음에 드는 메시아 그리스도 예수님은 구약의 시대부터 약속된 하느님의 구원의 선물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시는 분이시며, 그 구원의 선물이란 다름 아닌 죄로 인해 하느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이들, 넘치는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하느님과 아무런 관계로 없어져 버린 채 죄의 수렁에서 영원히 헤어 나오지 못하는 죄인들을 예수님이 전하는 화해의 말씀을 통해 하느님과 화해시키고 그 화해를 통해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도록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예수님이 하실 일이며 바로 그 일이 구약으로부터 약속된 메시아가 행할 구원의 선물임을 오늘 말씀은 독서과 복음환호송 복음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통해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하느님과 완전히 관계가 단절되어 하느님과 무관한 사람이 되는 것이 죄의 가장 무서운 형벌입니다. 무관심 속에서 처절한 외로움을 느끼며 완전히 단절된 삶을 사는 것, 그 삶은 오늘 독서의 미카 예언자가 이야기하듯 그 누구도 우리를 위하여 제비를 뽑아주지 않고 그 누구도 우리를 위하여 줄을 드리워 주지 않아 홀로 죄의 수렁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삶. 오늘 화답송의 말하듯 가련한 삶입니다. 죄로 인해 가련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하느님은 그저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그러한 상태에 우리를 그냥 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끊어진 그 관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당신의 하나 뿐이 아들을 우리에게 보내주시고 그 아들을 통해 단절된 그 관계가 회복시켜 주십니다. 사랑이신 그 분이 베푸는 사랑을 통해 다시금 그 분과 하나로 연결되어 그 분과 완전한 일치를 이루게 되는 것, 바로 그것이 구약으로부터 예언된 메시아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구원의 약속이며 그 약속을 이루어주시는 분이 예수님 그분이십니다. 그분을 알아보지 못할 때, 그 사랑을 알아듣지 못할 때, 우리는 그 분을 죽이려고 계획하는 바리사이와 같은 우를 범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메시아 그 분을 알아보고 그 분이 전하는 하느님의 사랑을 온 맘으로 받아들임으로서 넘치는 사랑 속에서 기쁨과 행복의 삶을 살아가시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언제나 기도하겠습니다.
“하느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고,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남기셨네.”(2코린 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