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재료를 써서 똑같은 방법으로 요리를 했다고 해도 요리한 사람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는 것은 상식이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손가락 사이에서 배어나오는 맛이 나름대로 다르기 때문이다. 음식의 재료나 양념에서 나오는 맛이 아닌 손가락에서 나오는 맛을 ‘손맛깔’이라 했고, 그런 맛을 내는 손을 ‘맛깔손’이라 해 옛날 부도(婦道)의 중요한 조건이었다. 오늘날 기성세대까지만 해도 각기 다른 어머니의 손맛깔을 맛보고 자랐으며, 따라서 가문마다 다른 손맛깔 때문에 미각도 서로 달랐다. 어머니나 아내의 손맛깔로 결속된 미각 때문에 어머니나 아내에게 더욱 정을 느끼고, 그 존재가치가 한결 돋보였다. 또 그것이 향수의 씨앗이 되기도 하며, 거기에서 살 맛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맛은 짠 맛이나 단 맛처럼 혈중염도(血中鹽度)와 혈중당도(血中糖度)를 좌우하는 생리(生理)적인 맛과, 신 맛 쓴 맛처럼 정서를 좌우하는 정서적인 맛으로 대별된다. 사람은 어릴 때부터 체질화된 어머니의 손맛깔대로 먹어야 생리나 정서가 안정된다고 한다. 그래서 시집 온 며느리가 시집의 맛깔손을 익히지 못하면, 남편이나 시집 식구의 생리나 정서를 안정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불화가 생기고 곧잘 소박 맞을 조건이 되곤 했다. 특히 가문마다 간장, 된장, 고추장 맛이나 각종 김치, 술 같은 발효 음식 맛이 제각기 달랐으며, 그런 각기 다른 맛을 자랑삼는 이유가 이에 있는 것이다. 도시화, 핵가족화, 대량 생산화로 대표되는 근대화 과정은 음식 맛마저도 동질화(同質化) 평균화(平均化) 즉석화(卽席化)시킴으로서 소중한 손맛깔을 증발시켜왔다. 요즘 슈퍼마켓의 식품 코너에 가보면 많은 식품들이 완전조리나 반조리가 돼 있다. 손맛깔이 들어갈 여지를 남겨 놓질 않고 있다. 아파트 지역 젊은부부 세대의 살림을 표본 조사한 것을 보았는데, 도마와 부엌칼이 없는 세대가 무려 23%나 되었다. 아무리 세상의 흐름이 그렇다손 치더라도 최소한 김치 맛만은 손맛깔을 유지하는 것이 부부의 화목이나 어머니의 사랑, 가정의 따스한 맛을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김치 맛의 오묘함은 소의 배합에 따른 마술에서 온다 할 수 있다. 절인 배추에 마술을 부릴 인자인 소를 만들어 넣어 독 속에 차곡차곡 쟁이는 과정을 ‘담근다’고 한다. 마술의 효소인 배추소의 양념을 많이 쓰이는 순서대로 나열하면, 1)고추 2)소금 3)마늘 4)파, 생강 5)새우젓, 굴 6)갓, 당근 7)설탕, 황새기젓 8)멸치젓 9)청각, 갯새우, 깨 10)동태 11)낙지 등이다. 물론 양념은 지방 시대 가문에 따라 달리할 수 있다.
양념의 여러 양적 배합과 질적 배합에 따라 김치 효소를 달리 할 수 있으며, 따라서 다양한 김치 맛과 개성을 창출하게 된다. 영국은 중산층의 한 조건으로 그 가문 특유의 음식맛을 내는, 딴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소스 하나를 지녀야 했다. 우리 전통사회의 집안도 딴 가문과는 취의(趣意)나 맛이 전혀 다른, 개성있는 장 맛과 김치 맛을 하나씩 지녀야 양반가문으로 행세했다. 바로 소의 배합 차이에서 가문의 훈장인 개성이 우러나는 것이다. 김치는 익을 때의 숙성 온도, 배추를 절인 소금 농도 외에 켜켜이 넣는 소의 질과 양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소의 양념 비율을 달리해 김치를 담근 다음 산도의 변화를 측정했더니, 소금을 3% 미만으로 첨가했을 때는 숙성을 크게 촉진시키나 4% 이상으로 하면 발효를 억제했다. 또 마늘 고추 멸치는 발효를 촉진하나 파 생강 등은 발효에 큰 영향이 없으며, 특히 고추의 발효촉진은 두드러졌다.
담근다는 것은 액체 속에 물체를 집어넣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장을 담근다, 술을 담근다, 김치를 담근다고 하듯이, 발효음식을 만드는 작업도 ‘담근다’고 한다. 각종 양념을 버무려서 발효 요인을 첨가한 후 용기에 넣는 것이 곧 담그는 행위다. 다만 양념의 질과 양 그리고 버무리는 솜씨에 따라 맛깔이 달라지는 그 오묘함, 곧 ‘담금’의 마술은 말이나 글로써는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첫댓글 김치는 마술과 같다는 말을 하려는건가? (손맛은 약간 납득 불가능. 짜거나 아무 맛도 안나거나 둘 중 하나 아닌가?
김치는 마술과 같다는 말을 하려는건가? (손맛은 약간 납득 불가능. 짜거나 아무 맛도 안나거나 둘 중 하나 아닌가?
역시 김치맛은 우리 할머니가 최곤데 하하핳
나는 엄마가 해주신 배추김치가 제일 맛있든데.....
근데... 솔직히 집지맏 김치당그느느 방법이 다릉기때문이 아닐까>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