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4일은 짜장면 먹는 날 (해당안되는 커플사람들은 이 블로그에서 나가!)
2월 14일, 3월 14일에 이어 가장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4월 14일은
블랙 데이 (Black Day) - 연인이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짜장면을 먹으면서 외로움을 달래는 날이라고 합니다. 블랙 데이의 유래가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그리고 또 언제부터 블랙
데이에 짜장면을 먹는 문화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었는지 그 뿌리는 찾을 수 없긴 합니다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매달 14일마다 있는
~데이 중에서 발렌타인, 그리고 화이트 데이 다음으로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데이가 바로 이 블렉 데이가 아닐까 합니다.
언제쯤 안 먹게 될지 모르지만 저도 이 날 짜장면 먹었습니다. 해당사항 없는 사람들은 혼자있고 싶습니다. 블로그에서 나가주세요.
반면에 저와 같은 처지로 이 날 짜장면을 처묵처묵 하신 분들은 환영, 따스한 마음으로 이 글을 읽어주세요
(...농담입니다^^;;)
▲ 서울에서 가장 오래 된 중국요리 전문점, 안동장.
그냥 동네에서 짜장면을 시켜먹을까 하다가, 다른 날도 아니고 특별한 날(...이런 날 따위 특별하다고 하는 것 자체가 슬프지만)에
먹는 짜장면이니만큼 평소 가보고 싶었던 시내의 유명한 중국요리 전문점을 찾아가보게 되었습니다. 을지로3가에 있는
'안동장'1948년 오픈하여 그 역사가 60년이 넘는 을지로3가의 안동장은 현재 남아있는 우리나라의 중국집 중에서 가장 그 역사가 오래되고
(인천의 공화춘은 상표만 갖다 쓴 매장이라 예외) 또한 '굴짬뽕' 이란 메뉴를 최초로 개발해내어 그 때문에 유명한 집이라 합니다.
60년이 넘은 오래 된 전통, 그리고 어려운 시절 외식음식의 최고봉이었던 '중국요리' 라는 어른들의 추억 보정 때문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중국집을 찾아 중국요리를 먹으며 예전에 대한 회상, 그리고 60년의 공력이 담긴 중화요리의 맛을 즐기곤 한다는군요.
저는 처음 가 본 것이긴 하지만요... 가게 위치는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 10번 출구로 하차. 1분 정도 직진하면 바로 나옵니다.
▲ 차이니즈 레스토랑.
가게 간판 아래에 붙어있는 중국요리를 파는 레스토랑을 의미하는 간판. 보통 중국집에서도 이런 간판을 다는 경우가 있었나요?
▲ 어서오십시오, 두 마리 용이 환영합니다.
바깥의 출입문을 열면 바로 앞에 손님을 맞이하는 중국 스타일의 용 캐릭터. 다소 촌스럽게까지 느껴지는 화려한 색채의 캐릭터가
여기는 오래 된 중국요리 전문점이다! - 라는 걸 은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구의 모범업소로도 선택되었더군요.
▲ 가게 내부는 그냥 손님 많은 평범한 중국집.
가게 내부입니다. 보통 홀보다 배달을 더 전문으로 하는 동네 중국집과 달리 이곳은 홀 손님 위주로 장사를 하는 곳이라 낡았지만
깔끔한 홀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다만 외관으로만 보면 그냥 조금 오래 된 평범한 중국요릿집 느낌. 전체적으로 조명이 조금 어두운
편이고 의자라던가 테이블이 짙은 원목에 무거운 것들 위주로 배열을 해서 가게 분위기가 좀 차분하게 가라앉은 인상입니다.
점심시간대에 찾아가서 손님이 좀 되는 편인데 아마 토요일에 이 정도면 평일 점심엔 사람이 더 많겠지요. 다만 오래 된 중국집이라
그런지 찾아오는 손님들도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 든 중, 장년층의 손님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오래 이 곳을 온 사람들이겠지요.
▲ 정성들여 쓴 손글씨, 오래간만에 보는 손글씨 메뉴판.
정성들여 쓴 붓글씨 풍의 손글씨 메뉴판은 정말 오래간만에 봅니다. 요즘은 다 메뉴판을 프린트하거나 그게 아니면 그냥 대충
임시로 종이 뜯어서 낙서처럼 메뉴판을 성의없에 붙이곤 하는데... 이런 정성들여 쓴 반듯반듯한 정자체 손글씨는 정말 좋습니다!
음식 가격은 기본 짜장면은 4500원으로 평범한 편인데 그 외의 짬뽕을 중심으로 한 식사부는 보통 배달집보단 약간 비싼 편입니다.
그리고 이 외에도 밥류 식사는 메뉴판이 반대쪽 벽에 붙어있는데 그건 찍지 못했네요. 음...궁금하시면 다른 맛집블로그를 참조(...)
원래 이 집에서 제일 유명한 것은 '시원한 맛! 굴짬뽕' 이긴 한데 날이 날이니만큼 이 날은 짬뽕 대신 간짜장을 주문하였습니다.
▲ 소스통.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는 오래 된 소스통. 고춧가루, 식초, 양조간장, 소금의 구성. 전 단무지 먹을 때 절대 위에 식초를 뿌리지 않고
먹는 주의라 식초는 손도 안 댔습니다. 취향 차이겠지만 여럿이 먹을 때 개인의 취향이나 그런 것도 물어보지 않고 일단 무조건
여럿이 먹어야 할 단무지에 식초를 마구 들이붓는 사람은 정말... 정말 싫습니다. 나는 식초뿌린 단무지는 못 먹는다고...ㅠㅠ
▲ 깍두기가 낀 기본반찬.
단무지, 양파, 그리고 깍두기가 추가로 끼워져 있는 기본반찬입니다. 뭐 단무지야 양파는 설명할 건 없고 깍두기도 평범한 맛.
깍두기만큼은 정말 설렁탕집 깍두기가 최고인 것 같은데 중국집에서 나오는 깍두기는 이상하게 단무지에 비해 손이 안 가는군요.
▲ 간짜장 소스.
마침내 나온 간짜장... 이 아니라 간짜장 소스입니다. 어릴 때는 일반 짜장면과 간짜장의 차이를 몰랐었는데 언젠가부터 간짜장의
참 묘미를 알게 되면서 가끔씩 가격 부담이 크게 들지 않거나 특별한 짜장을 먹고 싶을 땐 간짜장을 시키곤 합니다. 안동장은
양파를 큼직큼직하게 썰어내어 이것이 뭉글뭉글하게 익을 때까지 진득하게 볶아낸 소스가 특징. 전체적으로 건더기가 큰 편입니다.
다른 동네의 평범한 중국요리 전문점의 간짜장에 비해 소스가 약간 묽은 듯한 느낌도 있는데 건더기 크기는 정말 큼직하더군요.
▲ 면.
그리고 같이 나온 면. 면 위에 오이 채썬 것을 살짝 올린 것이 (계란은 없지만) 옛날 짜장면의 그 방식을 잘 살린 느낌입니다.
면발은 그냥 평범한 기계식 면발 느낌. 수타로 만들어낸 면은 아니고 면을 제조하는 데 있어서의 특별한 느낌은 잘 들지 않더군요.
▲ 면 위에 짜장을 부었습니다.
그리고 면 위에 짜장을 부었습니다. 간짜장은 일반 짜장과 달리 소스가 좀 꾸덕꾸덕한 편이라 비비기가 아무래도 약간 힘듭니다.
오래 볶아내서 뭉글뭉글하지만 건더기가 흐트러지지 않고 모양이 아주 잘 살았습니다. 특유의 불에 볶은 춘장향도 진하게 나고요.
▲ 요즘 시대에 약간 역행하는 달고 짜지 않은 옛날짜장의 맛.
안동장의 간짜장을 처음 먹어본 소감은... 확실히 요즘 트렌드인 동네 중국집의
'달고 짠' 짜장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간짜장인데도 불구하고 짜지 않고 한국식으로 개량된 짜장 특유의 단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조금은 심심한 듯한 맛이면서도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는 맛. 하지만 그 촌스러움이 결코 뒤쳐짐이 아닌 오래 된 옛날의 맛을 제대로 고수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더군요.
일단 자극적이고 달지 않다는 요소가 요즘 음식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겐 맛이 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전 이 느낌이 좋았습니다.
몇십 년동안 짜장면을 먹어온 사람이 아니라 예전 5~60년대의 외식의 상징이었던 짜장면 맛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마는
아마도 이런 느낌의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뀌는 시대에 타협하지 않고 오래 된 예전의 느낌을 꾸준히 유지해오는 그런 간짜장.
물론 이 집의 음식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맛이 조금씩 바뀌어왔겠지만 제가 느낀 안동장 간짜장의 인상은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 복두꺼비.
카운터 앞에 있는 엽전이 잔뜩 붙어있는 복두꺼비.
▲ 다음에는 굴짬뽕을 먹으러 와야겠습니다.
을지로3가의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 된 중국요리 전문점 '안동장' 방문한 날이 블랙 데이라 이 날은 일부러 짜장면을 먹었지마는
다음에 이 곳을 다시 방문할 일이 있으면 그 땐 짜장면 대신 자랑거리라는 굴짬뽕을 한 번 먹어보러 오고 싶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다른 훌륭한 맛집 블로거들의 좋은 사진을 보니 짬뽕 또한 상당히 옛날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맛이 어떠할지
꽤 궁금하더군요. 뭣보다 종로3가에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가까우니 근시일 내 거기서 약속있을 때 먹으러 갈 것 같아요.
. . . . . .
번외의 다른 이야기긴 한데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중국요릿집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짱개집' 이라는 표현 '짱깨먹자' 란 말을
많이 쓰곤 하는데 인종비하의 문제를 떠나 중국음식,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를 비하하는 표현 같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중국집' 이라고 말하면 될 걸 왜 굳이 그렇게 짱깨 짱깨 하면서 겉으론 친숙한 척, 듣기 썩 불편한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네요.
일전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 에서도 한 번 이런 문제에 대해 다룬 적이 있었는데 여기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만이라도 짱깨란
속어 대신 중국요리, 중화요리... 뭐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하지 않더라도 '중국집' 이나 '짜장면' 같은 표현을 쓰면 좋겠습니다 ㅎㅎ
아무리 중국이라는 나라나 음식이 자신에게 있어 비호감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비하표현을 쓰기 그런 게 역으로 돌려 외국인들이
우리 한국인을 보고
'조센징' 이라고 하면 기분 나쁘잖아요.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기분 상하는 건 인종에 관계없이 모두 똑같습니다.
▲ 키위바나나 주스.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고 같이 짜장면 먹으러 온 동생과 함께 동대입구까지 걸어갔습니다. 태극당 빵집에 빵 구경하러 갔어요(...)
그리고 빵집을 나와서 근처 야외카페에 앉아 키위바나나 주스 한 잔. 평소에 디저트는 커피지만 이 날은 날씨가 워낙에 좋은 것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아메리카노 커피랑 이렇게 가득 담아주는 생과일주스랑 가격차가 고작 500원밖에 나지 않았기 때문이지!
▲ 애플민트.
야외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던 애플민트 화분. 여건만 되면 방에다 이런 화분 하나 놓고 싶긴 한데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 원...ㅎㅎ
▲ 남산투어 친환경 전기버스.
예전 시카프 일할 때 사무실이 있는 남산을 순환하는 순환버스가 이렇게 바뀌었더군요. 그 때는 그냥 노란 도색의 순환버스였는데
전기버스가 이 쪽에 최초로 투입이 된 듯. 이렇게 곡선형으로 생긴 모양의 버스를 인터넷 기사로는 봤어도 실제로는 처음 보는데
그 모양이 상당히 재미있어 보여서 한 컷 찍었습니다. 서울을 상징하는 해치의 캐릭터, 그리고 라임색의 산뜻한 도색. 버스 도색이
상당히 마음에 드네요. 단색으로 떡칠을 한 서울의 시내버스보다 이 쪽이 더 보기 좋고 디자인적으로 괜찮다고 보는데...
- Fin -
// 2012. 4. 18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