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25 전쟁 발발 75주년이다. 필자에겐 백수(白壽:99세)의 장인 어르신이 계신다. 장인은 화랑훈장을 받았고, 무공수훈자로 국가유공자이지만 전쟁에서 한 쪽 다리를 잃었음에도 아직 장애인등록증을 발급받지 못했다. 장애인등록증 발급 차 보훈병원으로 진찰받으러 가는데 아내와 동행하기로 했다. 무더운 날씨로 인해 장거리 운전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병원으로 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아내의 얼굴에서는 연신 미소가 벙근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백미러로 바라보니 덩달아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면서 밀려오던 피로가 사라졌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열대야에 올여름은 무더위가 얼마나 기성을 부릴지 걱정이 앞선다. 자칫, 조그만 일에도 짜증이 나고 쉽게 지치는 여름이지만 조금만 양보하고 배려하며 내가 먼저 미소를 짓는다면 올여름도 시원하게 보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미소(微笑: 소리를 내지 아니하고 가볍게 웃음)라는 한자를 풀이해 보고자 한다.
작을 미(微)는 자축거릴 척 혹은 조금 걸을 척(彳)에 자잘할 미(𢼸)를 짝지어 놓은 한자이다. 전자는 길을 여행하다 먼 곳에서 돌아올 때, 다리에 힘이 없어 가볍게 다리를 절며 걸어오는 모습을 표현했다. 후자는 머리칼을 빗어 넘기는 여자를 그린 것으로‘가늘다’라는 뜻이 있다. 즉 작을 미는 움직이는 모습이 희미하고 어렴풋하게 보인다 하여‘작다’나‘없다’라는 뜻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숨다’,‘천하다’라는 뜻이 보태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력(微力: 남을 위하여 힘쓴 자기의 힘을 겸손하게 일컫는 말), 희미(稀微: 뚜렷하지 못하고 어렴풋 함), 미천(微賤: 하찮고 천함)이 좋은 용례이다. 작을 미를 다시 彳(자축거리 척, 행하다), 山(뫼 산), 一(한 일, 모으다), 几(자리 궤), 攵(칠 복, 힘쓰다)로 파자해 볼 수 있는데, 산더미같이 모아 두고 힘써 행하지만, 자리에 앉아서는 작게밖에 못 한다로 풀이해 볼 수 있다. 그리고 微자는‘가늘다’라는 뜻을 가진 𢼸자에 彳자가 결합해 ‘좁은 길’이나 ‘오솔길’을 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정교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미묘(微妙: 자세하고 깊이가 있어 잘 되어 있음)가 용례이다.
웃을 소(笑)는 대나무 죽(竹)에 굽을 요(夭)를 받친 글자로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이 마치 몸을 비비꼬며 웃는 사람의 모양을 닮았다는 데서‘웃다’나‘웃음’의 뜻이 되었다. 웃을 소는 다시 竹(대나무 죽, 책)과 夭(화기돌 요)로 파자해 볼 수 있는데, 재미있는 책을 보고 화기가 돌아 웃는다로 풀이해 볼 수 있다. 담소(談笑: 웃으면서 이야기함), 소성(笑聲: 웃는 소리), 소락(笑樂: 웃으며 즐거워함)이 좋은 용례이다.
병원 방문을 마치고 장인 댁으로 가서 밀린 청소를 하고 이불과 옷가지들을 모아 무인세탁소에 가서 세탁하고 건조까지 해서 가져왔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아내와 장인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활짝 웃어주었다. 저자도 덩달아 미소를 지으며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 개운하고 뿌듯하였다. 내친김에 막힌 싱크대를 고치기로 작정하고 배관을 열고 쌓여있는 찌꺼기를 제거하였다. 하수구 배관에서 올라오는 역한 냄새에 절로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뚫린 배관으로 시원하게 내려가는 물소리에 입 꼬리가 올라간다. 아내의 오랜 병간호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지만 즐거워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신이 만물에게 주신 선물 중 오직 사람에게만 주신 선물이 미소라 한다. 그 귀한 선물을 잘 사용해야겠다. 연일 30℃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에 차 한 잔을 건네는 동료의 얼굴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웃의 미소에서, 고맙다고 건네는 민원인들의 말 한마디에서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절로 미소로 답하게 된다. 내가 웃으면 거울도 웃는다고 하지 않던가!
장인과 함께 웃고 있는 아내의 미소에서 여성이 그리는 가장 아름다운 곡선 중에 하나가 미소가 아닐까? 장인의 오랜 숙원이었던 장애인등록증이 발급되기를 바라며 진정한 미소는 생각도 하기 전에 나오며, 내적인 건강을 반영한다. 살짝 미소를 지어 보자! 무더운 날, 내적 건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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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微 | = | 彳 | + | 𢼸 |
| 작을 미 |
| 자축거릴 척 |
| 자잘할 미 |
| 笑 | = | 竹 | + | 夭 |
| 웃음 소 |
| 대나무 죽 |
| 굽을 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