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고 해가 뜨자 몸이 바빠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세탁건조기를 건물 쪽으로 들여다 놓을 능력이 없어 마당 초입에 컨테이너를 놓고 거기서 건조기를 돌리니 아침에 마당을 가로질러 몇 번은 왔다갔다 해야 합니다. 세탁 마친 빨래들을 세탁기에서 꺼낸 후 건조기까지 마당왔다갔다 한 흔적만 해도 벌써 천보 정도 됩니다. 만보걷기 한 후 저의 걸음 전체를 수시로 재보았더니 저는 늘 만보를 훌쩍 넘길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아침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파란색. 어찌 그리 구름 한점 남겨놓지않고 쓸고 가버렸는지 툭터진 사방팔방 파란 하늘이 기막힐 정도입니다. 이 맘때 제주도 하늘은 말그대로 천고마비입니다.
맑고 드넓은 파란 하늘에 푹 빠져있을 새도 없이 눈쌓인 한라산이 떡하니 바라다보이니 오늘 오전시간은 이래저래 눈호강입니다. 수산한못에서 늘 바라다 보았던 것이 바로 한라산! 꼭대기에 눈을 덮고서는 그윽하게 아래를 품고있습니다. 눈으로 덮혀야 한라산을 제대로 알 수 있으니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도 이렇게 잡힐 듯 한라산이 보이다니...
오늘은 세화오일장도 구경하고 세화에 있는 해녀박물관 주변도 걸어볼 요량으로 나섰습니다. 가는 길마다 한라산 눈덮힌 정상이 보이면 사진도 찍어보고... 눈이 아름다워지는 시간들입니다.
완이의 심한 방어기전 작동으로 세화5일장 진입도 꽤나 힘들었습니다. 쭈뼛쭈뼛, 눈가리고, 귀막고, 화들짝 놀라고, 받아주지 않는 것 뻔히 알면서도 확 안기려고 하고, 조금만 새로워도 격한 거부... 왜 이리 처음의 모습으로 가버렸는지... 그런 와중에도 이리저리 돌발적으로 튀어나가거나 멋대로 행동하는 건 어찌나 좋아졌는지 발전을 위한 일보 후퇴인가?
시장통 떡볶이 튀김 간식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밀감 가득 한봉지도, 방울토마토 한바구니도 모두 5천원, 놀라운 가격. 생선종류도 엄청 많고 다 싱싱해보여 좀 사보려하는데 완이가 워낙 완강하게 거부를 해서 가지도 못하고 만보걷기 실행.
세화 제주해녀박물관 여러가지로 참 괜찮은 곳입니다. 부지가 워낙 넓어서 뒷편 등산로까지 다 돌아보면 7-8천보는 쉽게 나옵니다. 주변 광장부터 뒷편 등산 산책로까지 시설도 훌륭할 뿐 아니라 걷기에 참 좋은 코스들입니다.
완이녀석 애교떨어대는 모습을 태균이가 사진으로 잘 잡아주었는데, 완이표정이 더할 나위없이 행복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야외활동을 해야 완이도 마치 살 것같은 기운이 도는지 가끔이긴 하지만 애교만발일 때가 있습니다.
오늘의 바다는 밀물 그 자체. 방파벽까지 밀려드는 바닷물에 유혹이 잔뜩 묻어있기는 하지만 완이도 이제는 어려운 줄 아는지 어제처럼 막무가내 몸짓은 더이상 아닙니다.
만보채우고 다시 들린 세화오일장. 완이는 차에 있으니 장을 볼 수는 있으나 파장이라 일부 생선파는 곳을 제외하고는 다 철수했습니다. 아까 눈여겨봐두었던 생선점이 아직 하고있어 다행입니다. 완이덕에(?) 아까의 가격과는 비교할 수 없는 떨이 횡재로 완이 얼굴보다도 큰 도미들을 14마리 삼만원에 사고, 굵은 갈치들을 2만원에 주워담았습니다.
집에 와서 한끼에 쓸만큼 정리해보니 족히 열흘치는 됩니다. 도미는 반토막내서 튀김가루 묻힌 후 살짝 튀김옷 입혀 튀겨주니 두 녀석이 거의 환장발! 5마리 튀겨 저는 지느러미하고 녀석들이 흘린 살 약간 먹었을 뿐, 태균이 완이 생선킬러입니다. 준이는 생선을 그저그렇게 대하니 준이몫까지 두 녀석에게 넘겨졌습니다.
도미라는 비싼 생선을 이렇게 싸게 먹어보니 그것도 참 제주도 덕입니다. 내일 아침에는 갈치구이로 또 제주도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렵니다.
첫댓글 사진들이 정말 죽여 줍니다. 저는 찍어도 저리 잘 나오지 않던데 역시 스킬이 중요하네요.
생선 정말 싸게 사셨습니다. 😃
완이의 시선처리가 후퇴한 것이 사진에도 잡히니 저도 골똘히 생각해 봅니다.
오랫만에 만난 엄빠가 넘치게 스킨십을 허용해서 아기로 돌아가는 퇴행이 발생했나? 모름 상태에서 머리 굴려 봅니다. 보충제 복용 중단도 한 몫 했지 싶고요.
지난번의 정면 응시의 눈빛으로 돌아 올 때까지의 텀도 관찰 대목이네요.
아마도 건조기 집안으로 들여야되지 싶습니다. 점점 추워질테니요.
저는 감기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데, 대표님네 팬션에도 감기 근접 못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