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킴스심리연구소 원문보기 글쓴이: 김상대
노인의 심리와 사회적응
장앤김신경정신과의원 김 종 상
노인이란 성숙한 유기체의 여러기능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비가역적으로 점차 저하되는 노화과정에 있는 사람으로 개인차가 많아 사회학적으로는 정년퇴직 시기인 65세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인구 구성비율이 1960년 2.9 %에서 1995년에는 5.8 %로 증가하였고 1997년에는 6.3%, 2030년에는 19.3%로 증가할 전망이다. 노령인구 비율 7 % 이상을 고령사회로 정의한 UN의 기준으로 볼 때 노인 인구의 증가 추세는 곧 고령사회에 접어든다는 신호이며, 동시에 노인 부양비의 증가 및 의료, 복지, 정신건강 등 경제사회적 문제 야기를 의미한다.
노화과정을 대개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관점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노화란 이들 세영역에서 동시에 일어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유전적으로 이미 결정된 과정에 따라 노화가 일어나는 1차적 노화와, 신체장기 질병이나 외상 등의 나쁜 환경에서 초래되는 노화인 2차적 노화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보통 노화라고 부르는 것은 1차적 노화를 의미한다.
1. 생물학적 변화
1) 신체적 변화
연령 증가에 따라 모든 장기에서 서서히 비가역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신장은 40대부터 줄어들기 시작하여 평생 2-5cm정도 주는데 추간원판이 줄어드는 것과 골다공증으로 인해 10cm이상이 줄어들기도 한다. 두발은 건조하여 빠지기도 하고, 피부에는 주름살이 생기고 탄력성이 없어지며, 땀이 안나고 얼굴과 몸에 각화가 일어난다. 근육괴는 감소하고, 수족과 안면에는 피하지방이 소실되며, 복부와 둔부에는 지방이 축적된다. 반사작용이 저하되어 자극에 대한 반응도 감소되고, 최근 기억장애가 오고 흥미영역이 좁아지며 적응력이 떨어진다. 새로운 사고를 받아들이기 힘들고 소유욕이 강해진다. 미각과 촉각 기능이 떨어지고, 원시가 된다. 시야가 좁아지고, 어둠에 대한 순응이 느려지며 광선자극에 대한 역치가 증가된다. 청력이 떨어져 높은 주파수에서 시작하여 언어 영역 주파수까지 장애가 오며, 청력장애로 인해 사회생활이 제한되거나 고립된다.
안정시 심박출량은 30% 이상 감소하며 말초혈관저항과 수축기 혈압이 상승된다. 전 폐활량과 최대 호흡량이 감소되고 잔류 폐용량이 증가되어 공기 교환이 잘 안되어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위장관의 운동과 연동운동 및 위산분비가 감소되며 철분섭취가 잘되지 않아 빈혈이 되기 쉽다. 치통이나 아프거나 잘 맞지 않는 의치 때문에 음식섭취가 잘 안된다. 신장의 사구체 여과기능이 저하되어 수액을 다량 주사시 유의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복부근육, 골반 근육 및 골반 인대 강도가 상실되어 스트레스 요실금과 만성적인 방광염이 생긴다. 남성의 경우 전립선 비대로 다뇨증과 요실금이 생겨 사회생활 적응에 또다른 큰 문제를 일으킨다.
생식기능에 있어 여자에서는 폐경 이후 질내 분비물의 양이 감소되고 윤활도 천천히 일어나 성생활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남자의 기능저하는 여자에 비해 훨씬 서서히 진행되나 발기에 걸리는 시간과 사정후 다음 발기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절정감때 근육수축의 강도가 떨어지며, 사정되는 정액의 양이 감소된다.
2) 신경생물학적 변화
다른 장기처럼 뇌도 노화의 영향을 받으나 정상노인과 노화와 관련된 질병사이의 경계가 뚜렷하지 못하다. 노화의 신경학적 변화는 유전적, 환경적 영향을 받으며, 외형적, 현미경적, 분자생물학적, 신경화학적 방법으로 연구된다.
정상 노화와 비정상적 노화 사이의 신경병리학적 구분은 매우 애매하여, 최근까지 질병 표식자로 생각되었던 노인성 반점, 축색판, 신경원 섬유 농축체, 아밀로이드 축적 등과 유사한 변화가 정상 노인의 뇌에서도 볼 수 있다.
1) 구조적 뇌 변화
인간은 30대부터 뇌의 무게가 감소하기 시작하여, 60-65세가 되면 뇌 위축이 가시적으로 나타난다. 65세의 평균 뇌 무게는 1360g인데 비해 90세에서는 1290g으로 감소된다.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면 여성의 뇌는 150g 정도 적지만 신경세포 수는 남녀가 같다. 뇌위축이 나타난다.
2) 신경전달물질 체계의 변화
3) 특수감각의 변화
나이가 들면 5가지 특수감각의 변화가 온다. 촉감 압력과 진동, 서늘한 느낌에 대한 역치가 높아지고 촉각, 시각, 청각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① 후각
노인은 후각의 장애가 오는데, 이는 노인에서 편도와 구상돌기 피질이 자주 손상되어 있기 때문이다.
② 시각
노인은 환경적, 유전적요인 및, 신진대사나 혈관상태의 변화 때문에 시력장애가 올 수 있다. 즉 백내장으로 인한 각막 혼탁이나 망막손상및 황반변성 등으로 시력장애가 오기도 한다. 80세 노인의 36%가 렌즈의 혼탁이 온다. 85세 이상이 되면 시력이 심하게 저하되거나 맹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시력저하는 신경정신과적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때는 시력교정도 하고 환경광선을 최대로 써보아야 한다.
③ 청력
70-80세 노인의 60 % 이상에서 청력의 장애가 온다. 주로 고음영역에서 청력 손실이 오고 특히 Alzheimer병 때 청각 피질의 손상이 많다. 치료받지 않은 청력 손실은 정신과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4) 면역체계
2. 노인의 심리적 특성과 적응
노년기란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상실의 시기로, 친밀했던 환경의 상실, 사회적 관계의 상실, 중요한 인물들을 상실하게 되며,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시기이다. 이러한 노년기의 주된 적응양식은 소외, 은둔, 순응 및 자기혁신이다. 소외는 역할상실로 과거의 생활을 후회하고 목표가 없는 절망과 낙망속에서 지내는 노인의 적응양식으로 Erikson(1982)이 말한 ‘절망의 상태’와 유사하다. 은둔은 과거의 일 속에 빠져들어 백일몽이나 공상에 빠져드는 상태이고, 순응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흥미나 성취감 없이 받아들이는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자기혁신은 효율적으로 적응하면서 친구와 흥미를 추구하고 사회적인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노인의 심리적 특성은 개인차가 많지만, 신체에 대한 민감한 반응과 죽음이 임박해온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인생의 반추가 흔한 점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노인이 되면 자기 중심적이 되고 점점 자신감이 적어지며 내향성과 수동성이 증가된다. 경직성도 심해져 고집이 세어지며 독단적이 되고, 조심성과 정확성이 증가된다. 그밖에 친근한 사물에 대한 애착심과 유산을 남기려는 경향과 의존성도 증가된다. 성(性)역할지각의 변화가 나타나는데 남자의 경우는 수동적이고 위축되어 가고, 여자의 경우는 더 능동적이고 권위적으로 된다. 즉 남자는 유친성과 양육동기가 증가되고 여자는 공격성, 자기중심성, 권위적 동기가 증가되어 일생동안 자신에게 억제되었던 성 역할의 방향으로 전환된다. 남녀 모두 말년에는 양성화 되어간다.
개인차가 많지만 인지기능도 지능, 학습, 기억, 동기 유발의 저하로 영향을 받게 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지능지수가 떨어지며 그 정도는 Wechsler가 정의한 언어성 지능보다 동작성 지능이 더 떨어진다. 단기기억 저하로 최근에 일어난 일들에 대한 기억감퇴가 현저하지만, 감각기억이나 옛날 일에 대한 기억장애는 심각하지 않다. 노년층에서 학습능력도 저하되는데 학습에 대한 동기나 정신집중력의 부족으로 오는 불안, 의욕감퇴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동기유발은 노년기의 특성인 자극의 상실, 역할의 변화, 신체기능의 약화 등으로 크게 저하되지만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가지각색의 다양한 개인적 특성과 동기를 발달시킬 수도 있다. 노인들의 정확성, 경직성, 조심성 때문에 지능검사에서 점수가 낮고, 학습능력이 저하되고 기억이 감퇴되며 정보처리기능이 둔화되고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없어 문제해결과 새로운 사업시작 및 직업선택에 효율성이 떨어진다.
노년기에 중요한 심리적 문제로 자기애를 들 수 있다. 노년기를 제2의 유년기라고 할 정도로 노인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정서적 유대가 강해져 자기중심적으로 되면서 의존적이고 병적인 자존심이 높아진다. 자존심의 근원적 출처였던 신체적, 정신적 효율성의 저하, 성적 호감과 관심의 상실, 직업적 능력의 제한 및 경제적 사회적 제한성이 노인의 자존심을 극도로 저하시켜 자기애적 단계로 퇴행하게 한다.
노인들은 모든 범위의 방어기제를 다 사용하지만 부정, 투사, 포기, 철수 및 퇴행 등의 보다 원시적인 방어기제를 더 많이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노인들은 정신운동기능의 현저한 감소, 인지능력 및 감각기능의 저하 등이 오고, 이는 노년기의 정신병리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저하된 신체적인 힘, 질병,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실, 갱년기 은퇴, 사회적 거부에 의한 인간관계의 축소 등이 노인의 자아에 심한 상처와 위협을 주어 자아 통합에 장애를 주게 된다.
3. 노인의 사회적 변화에 대한 이론
사회적 이탈 혹은 유리설에 의하면, 노인들은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고립되어 자신에게만 집착하여 사회생활공간이 좁아지며 자신과 가까운 주위 사람에게만 의지한다고 한다. 남자는 은퇴로 인해 사회의 주류에서 밀려나면서 자아상의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Maddox(1970)의 사회활동설 또는 사회재관계설에 의하면, 노인은 적절한 활동을 계속함으로써 생활의 질,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과 사기를 높일 수 있고 이런 활동을 하지 못할 때, 고립되고 무감각, 무기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쇠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 남아 있는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하였다.
Reichar 등(1962)은 노인의 성격을 성숙형, 은둔형, 무장형, 분노형및 자학형으로 나누고 이들의 성격과 사회적응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성숙형은 성공과 행운에 대해 감사하고, 일상적인 활동이나 대인관계에 만족을 느끼는 형이고, 은둔형은 복잡한 대인관계와 사회활동에서 해방되어 조용히 지내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형이다. 무장형은 늙어가는데 대한 불안을 방어하기 위해 사회적 활동 및 기능을 계속 유지하는 사람으로 노년기의 수동적, 무기력감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활동함으로서 신체적 능력의 저하를 막아보려고 하는 형이다. 분노형은 젊은 시절의 인생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늙어 버린데 대해 매우 비통해하면서 실패의 원인을 불행한 시대, 경제사정, 부모, 형제, 자녀 탓으로 돌려 남을 질책하고 남과 타협을 하지 못하는 형이다. 자학형은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려서 자신을 꾸짖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우울증에 빠지고, 심한 경우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있는 형이다.
그밖에 노인들에게 의미있는 것은 경제적 문제로 어떤 의미에서는 신체건강이나 사회적, 심리적인 문제보다 더욱 중요하다. 직장에서의 은퇴는 사회적 지위와 권리의 감퇴, 무용지물감과 위신의 하락, 동시에 수반되는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 등을 주어, 이 때 노인들은 심한 갈등과 의존심을 가지게 된다. 또한 남녀비를 보면 노인의 상당수가 여자로, 대개 수입이 없거나 매우 적은 상태이다. 사회가 존중하는 정신적, 육체적 능력의 상실 때문에 사회에서 격리되고 사회적 책임도 감소되어 재산, 권위의식, 권력 등을 빼앗기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에 감당해야 했던 여러 가지 부담과 의무에서 해방되기도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4. 노인의 정신건강을 위한 성공적인 노화와 적응과정
성공적인 노화와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노령화에 대한 인지와 능력의 한계를 이해하고, 개인생활의 욕구만족을 위해 새로운 활동이나 취미를 개발하고 자아를 재평가하고 자기의 인생관과 인생목적을 재통합해야 한다. Peck(1968)은 성공적인 노년기 적응은 첫째, 현재의 사회적 역할이나 위치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자아개념, 자신에 대한 평가나 정체감을 뚜렷이 하는 가운데, 하고 싶은 활동을 절도있게 하면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둘째, 노쇠해져 가는 육체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늙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면서 창의력 있는 생활을 영위하며, 셋째, 현실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자아를 초월해서 인생의 종말, 즉 죽음에 대비하여, 이 세상에서 공헌을 했고, 후대를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지면서 말년을 의미 있게 보내라고 하였다.
Erikson(1982)도 노년기 과제는 지나간 인생의 발자취를 잘 정리하고 세상을 보람 있고 뜻 있게 살았다는 자부심 속에 말년을 동요 없이 잘 이끌어 나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노인들은 대개 내재적인 의미를 잘 정리하고 확실히 하면서 생의 마지막 단계에 적응을 하고 끝내는 누구에게나 오는 죽음에 대비해야 한다. 생에 대한 애착 때문에 죽음이 두려울 때 인간에게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하는 종교는 인간에게 내세에 대한 희망을 주므로 실제로는 사후보다 현세의 의미를 더욱 제공해주어 맡겨진 일을 더 열심히 하게 한다고 Jung이 말한 바 있다.
노화과정의 적응형태에 따라 성숙형, 무장형 노인은 계속 활동하게 도와서 생활 만족도와 사기를 높여주고, 은둔형 노인은 조용히 쉬게 하고, 분노형과 자학형 및 비통합형(와해형) 등 부적응상태의 노인은 합당한 가족들의 특별보호, 정신치료, 신부, 승려, 목사 등 성직자들과의 접촉 및 여러 가지 복지혜택 등으로 부적응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밖에 여가선용을 하기 위해 교회, 절, 친목단체, 자원봉사와 놀이시설 등을 이용하도록 격려하고, 은둔형은 운동, 음악, 그림, 글씨, 정원관리, 목공예 등의 일을 권유하고 자연보호운동 등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성공적인 노화는 과거와 현재 적응 형태간의 지속성을 가지면서 죽음의 임박성을 인정하고 평생의 책임이나 의무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느끼고 적당한 경제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질병에 대해서도 한결같이 대처하는 강인한 용기를 가질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죽음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도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성공적인 적응과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