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올해 2학기에는 일부 초등학교에서 시범적으로 1,2학년 학생들에게까지 영어 교육이 확대 실시됩니다.
이를 놓고 지금 교육현장이 뜨겁죠?
네, 영어는 일찍 가르칠수록 좋다는 조기 교육론도 있지만 시기상조다, 사교육비가 늘 것이다라는 반대론이 이에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정창화 기자, 역시 예상했던대로 찬반 논란이 뜨겁군요?
<리포트>
교육부는 오는 9월부터 연구학교 50곳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영어 교육을 시작해 2년간 운영 결과를 분석한 후 오는 2008년 하반기에 조기영어교육 확대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사실 초등학생 1,2학년 열명가운데 일곱명 정도는 지금도 사교육을 통해 영어를 배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를 정규교육과정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함께 보시죠.
인천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침 조회를 하고 있는데요,그런데 이 학교의 조회는 좀 특별해 보입니다.
교장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영어로 진행을 하는데요.
세계화 시대를 맞아 학생들의 영어 친화력을 높이기 위해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영어 조회를 생각하셨다는데요.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재학생: “재밌어요. (어떤 것이 재밌어요?) 무엇보다 영어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유익한 것 같아요.”
조회가 없는 날은, 학생들이 직접 영어로 대본을 만들어 연기를 하거나, 영어 노래를 발표하는 시간도 가진다는데요. 12월까지 지원자가 꽉 찼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혜숙 (인천 청량 초등학교 교장): “훈화시간을 통해서 교장과 학생이 직독직해를 서로 번갈아 가면서 하는 경우도 있고 또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들의 힘으로 주제토론에 대한 대본을 만들고 그것에 대해서 자기들 스스로 단어를 엮어가면서 문장을 만들면서 그렇게 하니까 호응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지난 97년 초등학교 영어교육이 도입된 이후영어에 대한 학교나 학생들의 관심이 커졌는데요, 교육부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컸다고 보고 현재 초등학교 3학년부터인 영어 교육을 1,2학년까지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기위해 연구학교 50곳을 선정했습니다.
<인터뷰> 김천홍(교육부 영어교육혁신팀장): “10년 동안 운영 결과 학생 영어능력이 향상되고 학교 영어교육이 실용적인 방향으로 전환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전교조와 학부모단체 등은 반대하고 나섰는데요,조기영어교육의 효과가 있었다 하더라도,그것이 공교육의 효과인지는 의문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조진희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남부지회):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나서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졌다는 연구가 있는데요. 그 연구 효과가 공교육의 영향인지 아니면 공교육을 배우면서 다 같이 사교육을 배우기 때문에 사교육의 영향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먼저) 뚜렷하게 증명을 해야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요.”
취재진은 교육부가 선정한 50개 연구학교 중, 교육 시스템이 우수한 곳으로 손꼽히는 한 학교를 찾았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원어민 영어 교사까지 다른 학교와 비교해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는데요,학생들에게 혹시 학원도 다니는지를 물어봤습니다.
<현장 녹취> “여러분 중에서 영어 학원을 다니거나 영어과외를 받고 있는 사람 있으면 손들어 보세요.”
갑자기 손을 들기 시작하는 아이들. 놀랍게도 취재진이 찾아간 이 교실에서, 영어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효지 (초등학교 6학년):“ 학원 영어수업은 문법위주라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것이 많은데, 여기(학교에서)는 대화위주라 쉬운 것도 많고 재밌어요. ”
<인터뷰> 이신혁 (초등학교 6학년):“ 학원에서 하는 수업이 영어 잘하는 애들과 모여서 하니까 영어를 잊어버리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공부를 더 잘하기 위해 영어학원을 따로 다니는 아이들, 게다가 영어 사교육은 이미 정규교과과정인 초등학교 3학년보다 훨씬 먼저 시작되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학생들 :“(언제부터 다녔어요?) 5살. 7살때부터 배웠어요.”
3학년에 시작할 영어를, 1,2학년에 끝내기 위해 유치원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인데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영어수업을 듣기 전에 학원에서 미리 선행학습을 해왔던 겁니다.
<인터뷰> 윤자훈 (초등학교 1학년): “매일 아침에 영어쓰고 점심에 영어 쓰고... 그래서 영어가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어요. 제 동생도 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우긴 하는데 제가 엄마랑 영어 가끔 쓰긴 하는데 쓸 때는 제 동생이 따라하곤 하죠.”
초등학생 1,2학년의 70%는 이미 학원등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교육부는 그래서 영어조기교육도 확대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그럴 경우 사교육은 더 일찍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너무 이른 영어 교육은 우리말 발음이나 의사 소통에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데요 언어치료 전문가들도 이런 점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미정 (언어치료사) :“ 대부분 초등학교 3,4학년에 시작할 때도 영어유치원이든 학원이든 하고 있었는데, 이제 초등학교 1,2학년도 해야 한다면, 부모들의 조바심이 더 작용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거죠.”
취재진은 실제로 영어 때문에 2년간의 언어치료를 받았다는 한 아이의 집을 찾아갔는데요, 이집에서는 당시 7살 첫째아이에게 몇시간씩 영어비디오를 틀어주는 등 영어교육을 많이 시켰다는데요, 문제는 같이 그것을 듣고 본 세 살짜리 둘째에게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저랑 대화가 안 되는 것도 별로 문제라고 생각은 안했어요. 왜냐하면 영어로 계속 얘기를 했기 때문에, 이러다가 정말로 영어 잘하는 아이가 탄생하는구나 하고 좋아했기 때문에... (그러다가) 유치원에 가니까 또래 아이들하고 전혀 대화가 안 되는 거예요. 얘는 계속 영어로 얘기를 하고 아이들은 하나도 못 알아들으니까 화를 내고 왜 자기 말을 못 알아들었냐고, 또 화를 내고... ”
둘째의 경우, 아직 우리말도 서툰 상태에서 영어를 접하면서 문제가 생겼던 건데요,어머니는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정말 영어를 다 배제를 시키고 한국말만 하기 위해서 한국말을 가르치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것을 몰랐거든요. 모든 한국사람이면 저절로 한국말을 다 잘 할 거라 생각을 했는데, 저절로 되지 않고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너무 일찍부터 영어를 시작하는 엄마들을 보면, ‘천천히 가도 되지 않냐’ 라고 얘기해 주고 싶거든요.”
너무 일찍 영어를 배울 경우, 창의성발달에 문제가 올 수 있다는 충격적 연구결과도 있는데요,
똑같은 주제로 그린 6살 아이의 그림, 그런데 왼쪽의 조기영어교육을 받은 아이의 그림은 오른쪽의 그림보다 훨씬 단순합니다. 실제로 우남희 교수팀의 연구에서, 영어유치원에 다닌 아이들은 일반유치원 아이들보다 창의성과 독창성,정교성등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우남희 (동덕여대 아동학과 교수): “뇌자체가 아직 발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하게 과부하가 생기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기를 억제하지 못하고 그것이 공격성으로 나타나고 주위가 산만한 아이가 되기도 하고... 우리가 연구한 것을 보면, 창의성 발달에서 굉장히 저조하고..”
세계화 시대에 영어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만큼은 분명하지만, 영어 조기 교육 확대에 앞서, 과연 영어교육을 일찍 시작하는 것만이 능사인지, 그리고 영어 사교육 과열에 대한 부작용은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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