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2838]王維(왕유)7율=酌酒與裴迪(작주여배적)
酌酒與裵迪 작주여배적
배적에게 술을 따르며
王維 왕유
酌酒與君君自寬작주여군군자관
술 한 잔 드시게 마음 편히 지내시게
人情飜覆似波瀾인정번복사파란
뒤집히는 세상 인정 출렁이는 파도런가
白首相知猶按劍백수상지유안검
오래 사귄 친구 사이 경계심 여전하고
朱門先達笑彈冠주문선달소탄관
먼저 높이 되면 뒤따르는 사람 비웃기 일수
草色全經細雨濕초색전경세우습
이름 없는 풀잎이사 가랑비라도 내려야 젖게 마련
花枝欲動春風寒화지욕동춘풍한
꽃망울 터질 무렵 봄바람이 차갑나니
世事浮雲何足問세사부운하족문
세상 일 뜬구름인 걸 물어서 무엇하랴
不如高臥且加餐불여고와차가찬
도도하게 살면서 맛있는 것 맘껏 즐겨나 보세
출처 : <중국시와 시인-당대편>/이병한 외 22인 공저/사람과책
- 彈冠 : 관의 먼지를 턴다는 뜻으로, 의기투합하는 친구의 손을 잡고
벼슬길에 나설 준비를 한다는 말이다.
서한 왕길(王吉)이 관직에 임명되자 친구 공우(貢禹)도 덩달아
갓의 먼지를 털고 벼슬길에 나설 준비를 했다는
‘왕양재위 공공탄관(王陽在位 貢公彈冠)’이란 말이
《한서》 권72〈왕길전(王吉傳)〉에 나온다.
왕양은 왕자양(王子陽)의 준말로, 왕양의 자가 자양이다.
李大选 書
酌酒與裵迪[작주여배적] 王維[왕유]
배적에게 술을 따르며
酌酒與君君自寬[작주여군군자관]
: 그대 위해 술 따르니 그대 스스로 너그럽고
人情飜覆似波瀾[인정번복사파란]
: 사람의 정 뒤집히게 됨 파랑과 비슷하구려.
白首相知猶按劍[백수상지유안검]
: 백수 됨을 서로 알아도 오히려 칼에 손대고
朱門先達笑彈冠[주문선통소탄관]
: 붉은 문 먼저 통과해 관을 털음을 비웃네.
草色全經細雨濕[초색전경세우습]
: 풀 빛 온전히 지내니 가랑비에 축축해지고
花枝欲動春風寒[화지욕동충풍한]
: 꽃 가지 느끼려 하나 봄 바람은 차갑구나.
世事浮雲何足問[세사부운하족문]
: 세상 일 뜬 구름이니 어찌 밟고 물을까 ?
不如高臥且加餐[불여고와차가찬]
: 높이 누워서 몸을 소중히 함만 못하다네.
酌酒[작주] : 술잔에 술을 따름.
波瀾[파란] : 파랑, 작은 물결과 큰 물결.
按劍[안검] : 칼을 빼려고 칼 자루에 손을 댐.
朱門[주문] : 붉은 칠을 한 문, 지위 높은 벼슬아치의 집.
彈冠[탄관] : 관의 먼지를 떨다, 관리가 될 준비.
加餐[가찬] : 음식물을 많이 먹음, 몸을 소중히 함.
이 시는 詩友[시우]인 裴迪[배적]이 진사 시험에 낙제하였을 때
왕유가 자기 집으로 그를 불러 한잔 술로 위로하면서 지은 작품이다.
인생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吐露[토로]하면서
자신보다 연하인 배적을 위로해 주고 있다.
黃一鳴 書
[출처] 왕유_배적에게 술을 따르며(王維_酌酒與裵迪)|
[출처] 酌酒與裵迪작주여배적 王維 |작성자 풀향
酌酒與裵迪 작주여배적
- 王 維 왕 유 -
酌酒與君君自寬 작주여군군자관 친구여 술이나 드시게
人精蒜覆似波瀾 인정산복사파란 인정은 물결같이 뒤집히는 것
白首相知猶按劍 백수상지유안검 늙도록 사귄 벗도 칼을 겨누고
朱門先達笑彈冠 주문선달소탄관 성공한 이도 후배의 앞길을 막나니
草色全經細雨濕 초색전경세우습 비에 젖어 잡풀은 우거져도
花枝欲動春風寒 화지욕동춘풍한 봄바람 차가와 꽃은 피지 못하거늘
世事浮雲何足問 세사부운하족문 뜬구름 같은 세상 말을 해 무엇하랴
不如高臥且加餐 불여고와차가찬 누워서 배불리 지내는 게 제일이지
이하 동아일보=입력 2024-01-18
반속의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247〉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그대에게 술 따르니 그대 마음 푸시게.
사람 마음은 파도처럼 쉼 없이 뒤바뀐다네.
백발 되도록 사귀었대도 칼을 빼들 수 있고,
출세한 선배가 갓 벼슬길에 나선 후배를 비웃기도 하지.
초록 풀은 가랑비 덕분에 촉촉해지지만,
꽃가지는 움트려는 순간 찬 봄바람에 시달리기도 한다네.
세상사 뜬구름 같거늘 무얼 더 따지겠는가.
느긋하게 지내며 몸 보양하는 게 차라리 낫지.
(酌酒與君君自寬, 人情翻覆似波瀾.
白首相知猶按劍, 朱門先達笑彈冠.
草色全經細雨濕, 花枝欲動春風寒.
世事浮雲何足問, 不如高臥且加餐.)
―‘배적에게 술을 권하며(작주여배적·酌酒與裴迪)’ 왕유(王維·701∼761)
관료 세계의 부조리와 염량세태의 매정함을 토로하며 후배에게 건네는 처세의 조언.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는 세태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담았다. 술잔을 받는 배적(裵迪)은 시인보다 열네댓 살 어렸지만 둘은 친구처럼 지냈고, 특히 왕유가 만년에 장안과 별장을 오가며 벼슬과 전원생활을 겸하고 있을 때 둘 사이가 각별했다고 한다. 그런 터에 시인이 이런 푸념을 주저리주저리 되뇌다니 좀 새삼스럽긴 하다. 어쩌면 선배로서 노파심이거나 스스로에게 탈속(脫俗)의 의지를 재삼 각인시키고 싶었는지 모른다. ‘뜬구름 같은 세상사’이니 이것저것 따지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느긋하게 지내자’는 권유, 혼탁한 인정세태로부터 영혼의 품위를 지켜내자는 이 반속(反俗)의 다짐을 친구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시에서 초록 풀과 꽃가지의 예로써 부당한 인간관계를 빗댄 발상이 흥미롭다. 별것 아닌 풀은 가랑비의 세례를 오롯이 받아 무성하게 자라는 데 비해 한창 물오른 꽃가지는 움트려는 결정적 순간 찬 바람의 방해에 부딪힌다. 얼토당토않은 비호로 벼락출세하는 소인배가 있는가 하면 시샘과 중상모략으로 소외되는 인재도 있다는 비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