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8. 월요일
점심에 망고와 수박을 실컷 먹고 배를 두드리며 룸으로 올라왔다
간단히 물샤워만 하고 잠시 쉬었다가 9홀만 하기로 했다
남편과 둘이 나가면 편안하고 좋다
내가 안 되는 부분을 콕 집어 가르쳐주니 다시금 샷을 다듬기도 좋다
조거팬츠 입고 간결한 샷을 날리는 남편
샷을 할 때마다
'멋지다'
'깽짱 러이~~~'를 외쳐주면 아주 거만한 걸음으로 티잉그라운드를 내려온다
덧붙여 썸 탈 때 골프를 했으면 금방 반했을 거야 하고 말하면 갑자기 도도한 표정을 짓는다
오션코스로 가면 가슴이 탁 트이는 정경이 있어 오후엔 이 코스를 주로 찾는다
마지막 홀에서 퍼트도 안 하고 니겔라 시계초를 찾았지만 열매만 찾고 꽃은 찾지 못했다
오늘 저녁도 가볍게 먹으려던 계획이 실패다
그 대신 저녁산책을 좀 길게 하려고 나섰다
늘 가던 곳만 가다가 오늘은 오션 1번 홀부터 걸어 5번 6번을 제외하고 18번 홀까지 걸었다
산책 만으로 1만 보를 훌쩍 넘겼다
2번 홀에서 만난 해넘이가 독특하고 예쁘다
호수에 담긴 해가 또 색다르고 멋지다
하늘만 붉은 게 아니다
호수에 까지 짙은 물감을 풀었다
따뜻하면서 고요하다
마지막 홀에서 만난 동료들과 클럽하우스에 들러 코코넛 한통씩 마시고 들어왔다
마실수록 신기한 과일이다
이렇게 단단한 통 속에 물을 가득 담고 있다니....
그믐이 가까워 밤하늘이 짙다
저녁산책만으로 1만 보 이상 걸었다
푹 잠들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