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도시’ 로마는 그 별칭답게 당연히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역사가 깊고도 심오하다. 주말마다 교외로 탈출하는 자동차들로 꽉꽉 막히는 도로들의 상당수는 건설연대가 고대 로마제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도심 곳곳에는 아직도 수 천년 된 돌무더기 유적들이 무심하게 널부러져 있다.
일찍이 빅토르 위고가 자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파리 하수도의 위용을 상세히 묘사하며 찬양한 적이 있었지만, 로마 하수도에 비하자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로마의 하수도는 2천여 년 전 제국 시대에 이미 완벽한 형태로 건설되었고, 21세기인 지금도 그것을 원형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한번도 청소를 안했다. (아니, 못했다. 2천년씩 묵은 찌꺼기를 대체 누가 치운단 말인가.)
비슷한 예가 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Accademia Nazionale di Santa Cecilia)이다. 여기서 ‘아카데미아’는 예술원을 뜻하는데, 1585년 교황 식스투스 5세 시절 설립되어 그 역사가 서유럽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아카데미아 밑에는 콘서바토리, 오케스트라, 박물관 등 각종 부속시설이 있고, 그들 모두 로마와 이탈리아에서 최초이자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산하 콘서바토리, 즉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은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과 더불어 이탈리아 최고의 명문으로 유명하다. 20세기 동문들의 리스트만 나열해 봐도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엔니노 모리코네, 안나 모포, 체칠리아 바르톨리, 조수미, 마리엘라 데비아 등 ‘별들의 향연’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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