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장사와 이대장
옛날에 임금님이 국가의 전쟁이 날 때를 대비하여 인재를 뽑으려고 씨름판을 벌였다. 그리고는 영의정에게 나라에서 제일 힘이 센 이 대장이라는 사람과 씨름을 하라고 했다. 영의정은 그날부터 고민에 빠졌다. 영의정이 힘이 세서 영의정도 아닌데다가 이 대장이라는 사람은 평민이기 때문에 씨름을 진다면 체면도 깎이기 때문이다. 명령을 어길 수는 없고 씨름을 하러 가면 지게 생겼으니 결국 머리를 싸매고 끼니도 거른 채 앓아누웠다. 영의정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다. 그 딸은 아버지가 갑자기 앓아누우니 궁금해서 이유를 물어봤지만 아버지는 번번이 답을 해 주지 않았다.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딸은 걱정이 되어 아버지에게 간곡하게 이야기 해 달라고 했다. 아버지는 비록 해결할 수 없더라도 딸이 그렇게 부탁하자 자초지종을 이야기 해 주게 되었다.
딸은 아버지가 해주는 이야기를 다 듣더니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는 내일 임금님에게 가서 신(臣)의 아들이 대항하겠다고 하니 허락해 달라고 하라고만 했다. 이튿날 아버지는 딸이 시키는 대로 임금에게 허락을 받았다. 씨름 할 날이 되니 딸은 남장을 하고 씨름판에 가서 심판에게 가장 씨름 잘 하는 사람과 붙여달라고 했다. 심판이 이 대장과 씨름을 붙여줬더니 영의정의 딸은 가장 힘이 센 이 대장을 어린아이 들듯 들고 씨름판을 한 바퀴 돌아 안 다치게 가만히 내려놓은 다음 자기는 소가 필요 없으니 이 대장에게 주라고 하고 돌아왔다.
얼마 후 영의정의 딸이 시집갈 때가 되어 혼처를 구하고 있었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고민하고 있었다. 딸은 아버지에게 남의 남자와 잡고 씨름을 했는데 다른 곳에 시집을 갈 수 없으니 그리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이 대장과 영의정의 딸은 결혼을 했는데 이 대장은 힘이 센 것을 빌미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두드려 패고, 다른 사람들은 논에 물조차 못 대게 했다. 부인이 아무리 타일러도 듣지 않자 버릇을 고치러 남장을 하고 남편이 몹쓸 짓을 하는 곳으로 가서 남편을 물에 빠뜨리고 감쪽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해서 남편의 버릇을 고쳤다.
한번은 남편이 씨름판에 자꾸 다니니 몸 다치고 못쓴다고 타일러서 못 가게 했다. 그러나 남편은 자기보다 센 사람이 없다고 하며 자꾸만 씨름판에 다녔다. 부인은 또 안 되겠다싶어 남장을 하고 남편과 씨름을 붙어 이기고는 소를 데리고 얼른 집에 와 소를 가둬놓고 바느질을 하고 앉아 있었다. 남편은 돌아와 외양간에 소를 보고는 자기 부인이었던 것을 알았다. 그렇게 살다가 전쟁이 터졌다. 이 대장은 전쟁에 나가게 되었는데 부인은 천기를 볼 줄 알아 천기를 보니 상대는 군사가 많아서 자기편은 남편이 나가 죽게 생겼던 것이다.
그래서 부인은 남편을 뒤 따라 전쟁에 가서 군사들을 썩은 풀 치우듯이 죽였다. 하도 사람을 잘 죽이니 병사들이 흩어져 도망가기 바빴다. 이튿날 부부는 상대방 대장과 만났다. 그 대장은 부인보다도 세배나 기운이 강했는데 그 명장도 천기를 볼 줄 알아 천기를 봤더니 대적하면 자기가 강하지만 운이 없어 죽게 생겼으니 그냥 가겠다고 하고 돌아섰다. 그렇게 적군의 명장까지 물리치고 난 부부는 돌아와 편안하게 잠을 자고 살았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여자장사와 이대장 (문화콘텐츠닷컴 (문화원형백과 한국설화 인물유형), 2005., 한국콘텐츠진흥원)
천생연분-관상쟁이
옛날에 어떤 성실한 머슴이 살았는데 주인이 착하고, 성실한 머슴을 좋게 생각하여 머슴에게 장가들 때 논마지기를 좀 떼어주고, 집 한 칸 마련해 주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머슴을 장가 보내주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머슴은 관상쟁이한테 가서 연분을 물었는데 관상쟁이는 머슴의 연분은 세 살배기로, 아직 크고 있다고 하였다. 머슴은 언제 기다려 장가들지 몰라 관상쟁이에게 자신과 연분이 있는 세 살배기가 자라는 곳의 대략적인 위치를 묻고, 붓 장사를 하며 그 곳을 찾아 다녔다.
하루는 머슴이 붓 장사를 하다가 어느 동네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정자나무 밑에서 세 살배기 아기가 자고 있었다. 부모님은 아이를 재우고 모를 심고 있었는데 머슴이 아이를 보니 딱 관상쟁이가 말한 자신의 연분이었다. 그래서 칼을 꺼내 아이의 허벅지를 찌르고 도망갔다.
하지만 이렇게 연분을 가진 아이를 없애도 머슴은 장가를 들 수가 없었다. 그렇게 홀아비로 살다가 15년이 지났는데 어디에서 혼인담이 들어왔다. 그동안 쌓아 놓은 재산도 있고 해서 혼인은 무사히 성사가 되었다. 이제 머슴이 색시와 첫날밤을 치르게 되었는데 색시의 허벅지를 더듬으니 큰 흉터가 있었다. 머슴이 그 흉터에 대해 물어보자, 색시는 자신이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자신을 정자나무 밑에서 재우고 있었는데 누가 난데없이 나타나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고 도망가 그때 생긴 상처라고 말해주었다.
머슴은 세월이 지나 잊고 있었는데 자기가 찌른 그 아이가 색시였던 것이다. 머슴은 연분은 연분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천생연분-관상쟁이 (문화콘텐츠닷컴 (문화원형백과 한국설화 인물유형), 2005., 한국콘텐츠진흥원)
첫댓글 .
인연은 거스를 수가 없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인연과 운명은 아무 상관이 없는 듯한데
그 관계가 신묘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