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어도로 떠난 가을여행, "밤과 게들의 천국이었네"
발간일 2022.10.05 (수) 14:38
서구 오류동 선착장에서 15분이면 도착, 밤·게 많아 재미 톡톡
인천 시민들은 한 번쯤 세어도에 가고 싶은 꿈을 꾼다. 여객선이나 유람선은 운행하지 않아 서구청 행정선인 정서진호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며 무료로 운영한다. 서구 원창동에 있는 세어도는 차가 없는 섬이다. 전기도 2008년에 겨우 들어갔고 식수 사정도 여의치 않다. 가늘고 길게 늘어진 섬이라는 뜻의 세어도는 소세어도를 품고 있어 경관이 수려한 곳이다.
세어도는 서구 오류동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도착한다. 면적은 408,000제곱미터(약 12만평)로 거주하는 주민은 실제 얼마 되지 않는다. 대략 26가구 37명이 살고 있으며 현재 ‘오아시스’라는 카페 한 곳에서는 먹을 것을 판다.
▲ 인천 시민들은 한 번쯤 세어도에 가고 싶은 꿈을 꾼다. 여객선이나 유람선은 운행하지 않아 서구청 행정선인 정서진호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며 무료로 운영한다. 사진은 세어도 가는 선착장과 배들.
세어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유명복(67) 씨가 승선 관리자로 서구청에서 보내온 명단을 대조해서 승선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 준다. 한 달에 18~21일 운항하는 배는 가족이나 친지, 일하러 들어가는 공사장 관계자와 공문을 보낸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주민에 한해 만석부두에서도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한 달에 10일 정도는 배가 하루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는다. 기상악화일 때 역시 들어갈 수 없다. 현재는 부두 접안 공사와 대합실, 커뮤니센터 건립 등의 공사를 하고 있어서 일반 관광객은 들어갈 수 없다. 12월 말에 공사가 끝나면 관광객의 입항이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 유명복 씨가 승전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12명 정원인 정서진호를 운항하는 홍영복(60) 선장은 서구청 위탁으로 3년째 세어도에 오가는 일을 한다. 세어도 주민이기도 한 그는 아내와 단둘이 섬에 살고 있다. 서구 오류동 선착장과 세어도를 오가는 항해 일이 물때 따라 시간이 바뀌기는 하지만 사람들을 안전하게 태우는 일이 행복하다고 밝혔다. 안개나 풍랑주의보일 때를 제외하고 섬에 들어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을 본인이 맡아 하는 것이 보람차다고 강조한다.
다만 겨울철에는 바람이 강하고 얼음이 생겨서 배 관리가 힘들다고 귀뜸해준다. 세어도는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먹는 물은 뭍에서 사다 먹는다고 덧붙였다. 세어도는 공기가 맑고 차가 없는 섬이라 조용해 홍영복 선장은 평생을 그 섬에서 살겠다는 입장이다.
▲ 정서진 호와 홍영복 선장
▲ 세어도는 서구 오류동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도착한다.
위드시엔종합건설의 성백춘(65)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 세어도에 대합실과 커뮤니센터를 짓고 있는데 12월 예정이고 해상 토목 공사는 다른 업체가 맡아서 하는데 공사 마무리가 10월 예정이란다.
안전모를 바르게 쓰고 공사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친절하게 응대하는 태도에 믿음이 절로 갔다.
▲ 세어도 대합실 공사 현장과 성백춘 씨
▲ 세어도 안내도
마을 안으로 걸어가다 고구마순 줄기를 말리는 이경자(76) 씨를 만났다. 강화에서 시집와서 56년째 세어도에서 살고 있는데 남편인 채영식(84) 씨 고향이라 몇 대째 살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어업에 종사하다 현재는 고추 농사를 짓고 있다. 자녀는 인천에 살고 두 사람만 사는데 공기가 맑아서 좋지만 겨울에 나무를 때서 난방을 해야 하는 집이라 나이가 많아 나무를 할 수 없어 겨울나기가 어렵단다.
용현동 아파트에 아들이 살아 그곳으로 가서 겨울을 나고 3·4 월에 밭농사 지으려 세어도에 다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마침 기자도 그 동네에 살았노라고 이야기하다 같은 아파트였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세상은 좁고 인연은 알 수 없는 곳에서 맺어질 수도 있으니 늘 정직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열심히 톱질을 하여 집안 보수를 한다. 마을 다른 집에는 호박을 수확하여 말리고 있다.
▲ 고구마순 줄기 말리는 이경자 씨(왼쪽), 톱질하는 채영식 씨(오른쪽)
▲ 수확한 호박
어촌체험장이 있는 쪽으로 걸으니 바람 한 점 없어 땀이 주르륵 흐른다. 소나무 군락지를 지나 해돋이 전망대로 가는 사이 ‘잠시 세어도’라는 ‘인천 서구 제 2회 청년의 날’ 행사로 ‘원데이힐링섬여행’으로 한 무리의 청년들이 보인다. 작은 섬에서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더 더군다나 젊은이들을 만나기란 극히 드문 일이라 보는 것만으로 젊은 활기가 느껴져 좋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부산한 게들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농게와 도둑게가 잽싸게 도망친다. 사각사각 소리까지 들린다. 잠시 앉아 쉬면 ‘토도독’ 하는 밤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산책로에 알밤이 잔뜩 떨어져 있다. 세어도에는 밤이 많고 게들이 많이 산다.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게들을 만나는 일이 잦다. 산책로에 떨어진 밤을 보는 것 역시 게들을 보는 것만큼 흔한 일인 세어도는 매우 독특하다.
▲ 어촌 체험장이 있는 해안과 농게
▲ 산책로에 떨어져 있는 알밤
소세어도 가는 길에 만난 도둑게는 나무를 타고 끝없이 올라간다. 게가 나무를 타는 것은 처음 본다. 주로 땅 속에 굴을 파고 바닷가 근처에 사는 도둑게가 세어도에서는 나무까지 타고 높이 오르니 무척 신기하다.
▲ 소세어도 가는 길
▲ 나무 타는 도둑게
갈대밭을 지나 소세어도 가는 데크는 군데군데 망가져서 걷기에 불편하다. 태풍의 영향이거나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낡아서 그런 것 같다. 섬을 관광지로 변모시키려면 저런 곳은 세심하게 고쳐야 할 것이다.
▲ 소세어도 서일정
▲ 갈대밭과 석산(꽃무릇)
해안 산책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았다. 배초향과 석산이 있어서 반갑다. 갈대밭도 꽤 넓게 펼쳐져 있다.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을 갈대의 색으로 알 수 있다. 잘 만들어진 섬 둘레길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기다랗게 자란 풀과 나무, 거미줄이 자기들만의 세상을 엮어가고 있다.
오전 9시 20분배로 들어와 오후 5시 20분에 섬을 나가려면 많은 시간이 남는다. 소세어도 정자인 서일정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가져온 책이라도 읽는다면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초입에서 만난 젊은이들을 제외하면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 오아시스 카페
▲ 오아시스 카페 매니저(왼쪽), 자몽에이드와 머핀(오른쪽)
서구 오류동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기 전에 시간이 남아 ‘오아시스’ 카페에서 시원한 자몽에이드 한 잔을 시키고 기다렸다.
세어도에는 식당과 카페, 민박 두 곳을 합쳐 총 네 곳을 고도화사업으로 추진 중이라고 알려준다. 공사가 마무리 되는 12월 말에는 인터넷이 되어 카드 결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육지와 지척인 세어도는 머지않아 많은 관광객 유치로 활력이 넘치는 섬으로 거듭날 것이다. 기자도 두 번째 방문인데 세어도에 대한 좋은 인상으로 다시 가고 싶은 섬이다. 어서 공사가 잘 마무리 되어 인천 시민 누구나 서구청에 예약하여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글·사진 현성자 i-View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