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한국-몽골 합작영화 '남으로 가는 길'이 보여준 대한민국 민낯!
2010년 즈음부터 중국이 中-몽골 국경을 강화하면서 지금은 없어 저버린 꿈의 루트, 몽골, 몽골루트.
죽음의 계곡이었다. 고비사막인 줄도 몰랐다.
물도, 파카도 없이 그 모래언덕과 암산을 건너다 숱한 사람들이 죽었다.
밤이면 북극성을 바라 보고 북쪽을 가늠하지만 해가 뜨면 사방이 똑같은 모래길을 동서남북도 모르고 걷다 보면 다시 제자리. 혹은 중국 쪽으로 다시 돌아가 북한으로 잡혀갔던 그 운명의 길.
그래도 구사일생 몽골지역으로 접어들어 몽골 군인들한테 잡히기만 하면 먹을 것, 잘 곳은 풍족했는데 2010년 즈음부터 중국이 中-몽골 국경을 강화하면서 지금은 없어 저버린 꿈의 루트, 몽골, 몽골루트.
북으로 북으로 전진을 해야만 남으로 남조선으로 올 수 있었던 운명의 길이자 죽음의 길이기도 했다, 몽골루트는.
나는 몽골을 10번도 더 다녔다. 국정감사하러 한 번. 동생과 관광하러 한 번.
이렇게 두 번을 빼면 전부 몽골루트 복원과 탈북자들 면담 때문이었다.
그때도 목디스크에 걸릴 정도로 몽골군인들과 몽골 정부의 고위층에 고개를 숙였었다. 고맙다고, 정말 고맙다고.
그런데 우리 국민은, 우리 정부는 그 고마움을 모른다. 국민은 사실을 잘 몰라서 감사를 표출하지 못하지만, 정부는 알면서도 그 감사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다. 사실 인정도 공개적으로 안 한다. 까치 만도 못 한 대한민국.
이 몽골루트에 대한 이야기가 어렵게, 어렵게, 우여곡절 끝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내가 만든 게 아니다. 나는, 물망초는 그럴 돈이 없다. 제작자가 뛰어다니면서 한-몽골 합작으로 만들었다. 우리 역사상 최초다. 한-몽골 합작영화는.
1시간 50분 내내 화면 가득 고비사막이 펼쳐진다. 전혀 지루하지 않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쫓고 쫓기는 스릴러에 믿음직한 몽골 군인들, 그 극한 상황에서도 움트는 사랑, 사막에서 태어나 사막에서 사는 노인이 체득한 지혜로움은 제작비 부족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다.
한국 배우들보다 연기를 더 잘 한 몽골의 인민 배우들, 40일 동안 고비사막에서 엄청 고생했다는 우리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왜 아니겠는가? 관광으로 가도 힘든 곳인데....
추천하고 싶다. 내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북한인권영화보다 뛰어나다.웅장한 고비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의 고전분투, 그리고 우정과 휴머니즘.
감독은 MBC PD출신의 김상래 씨. '제5공화국', '허준', '상도' 등을 만든 방송인이 만들어서일까? 제법 촘촘하다. 몽골에서는 이미 전국 상영에 들어갔다는데, 우리는?
글쎄..., 갈 길이 멀다. 어제 시사회에 관객은 200여 명 정도 왔지만, 탈북자들도 안 보였고, 요즘 그 흔한 정치낭인 하나 없었으며, 영화인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허은도 감독 외에는. 주한 몽골인들과 제작자 친지들, 그리고 돈을 들여 비행기를 타고 온 몽골인들이 대부분. 화한도 딱 하나. 물망초 것뿐이었다.
이게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주제나 내용을 보고 영화나 세미나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누가 오느냐, 누가 주최하느냐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
아직도 멀었다. 정말 멀었다. 대한민국이 자유통일국가가 되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감사를 또 드리고 싶다. 몽골 정부와 몽골 국민께 너무 고맙다고, 고마웠다고, 잊지 않겠다고, 기억하겠노라고.
당신들이 구해주고 극진히 보살펴준 덕분에 탈북자들이 지금 이렇게 자유를 누리며 잘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무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몽골인들 지정학적 위치상 친한(親韓) 영화 만들기가 어찌 그리 쉬웠겠는가? 툭하면 국경을 봉쇄하는 중국, 지난달에도 푸틴이 다녀간 몽골인데....
정말 고마운 일이다. 아 그리고 보니 몽골말로 '땡큐'가 뭔지도 모르고 있네, 나는.
2024-10-01
박선영 물망초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