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덕암산의 가을 / 손창완</p><p> </p><p> </p><p>단풍이 들고 있다</p><p>어느덧 눈을 들면 번져 있는, 추위의 빛</p><p>여름의 열기들이</p><p>잎사귀 끝에 서서 이별의 빛으로 반짝이고 있다</p><p>빨리 물드는 상수리, 은행잎들에 언뜻 스치던</p><p>어색한 노란 빛들이 이제 가까이 의지하던</p><p>뒷산을 모조리 채색하고 있다</p><p>붉게 눈자위 붉더라도</p><p>지지 말고 자태를 지니고 있어라</p><p>생활의 끄나풀 끌고 올라가는</p><p>그 눈자락 끝머리라도 스치거든</p><p>언뜻 부는 바람에 미련 없이</p><p>우수수 제 갈 길로 묻히거라</p><p>질긴 초록으로 옹송그리는 잡풀들</p><p>아이들처럼 몸 밑에 붙이고 선</p><p> </p><p>도서출판 애플북스</p><p><불악산> / 손창완 시집 P104에서</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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