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데블스플랜에 초대되었습니다"
<더 지니어스> ,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으로 유명한 정종연 PD의 새로운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
<데블스 플랜>을 보게되었다. 남자 6명, 여자 6명 총 12명의 참가자들이 일주일동안 함께 합숙하며 하루에 메인매치와 상금매치 두가지의 게임에 참여하는 방식이였다.
이곳엔 ‘피스'가 존재했는데 돈과 같은 가치를 지니기도, 한개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 즉시 탈락하는 목숨이기도 했다.
피스는 게임을 하면서 획득할수도 뺏길수도 있었기에 피스에도 격차가 나기 시작했고 자연스래 피스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강자연합과 그에 맞서는 약자연합으로 나누어졌다.
이 중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으니 약자연합의 리더이자 실세였던 ‘궤도'이다.
그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출신의 과학 유투버로 정말 과학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게임또한 과학이라는 그의 말이 맞는것일까.
“궤도는 처음보는 게임을 본인이 마치 여러번 해본것처럼 예상하는 능력과 게임의 특성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것 같아요.”
같이 플레이를 했던 참가자들도 이렇게 말했을 만큼 매번 필승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려운 게임과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피스가 없어 탈락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궤도에게 갈수 밖에 없었고, 그의 말대로 움직일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궤도에게는 특이한 신념이 있었다. 바로 “최대한 다같이 오랫동안 살아남는것"
자신의 이익을 위한 플랜을 생각하는게 아닌 어떻게 하며 한명 더 생존할수 있을지에 대한 플랜을 생각한 것이다.
배신과 이기심만이 난무했던 이때까지의 서바이벌 게임에선 볼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였다.
이런 궤도의 신념이 그저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그의 뛰어난 플레이와 다수의 사람으로 인해 실제로 이루어지면서 궤도는 화제의 중심이 된다.
하지만 그런 궤도의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강자연합에 리더라 할수 있는 하석진 이였다.
“뛰어난 리더쉽과 조용하지만 묵직한 플레이로 게임에서 항상 우위를 차지하는 사람"
궤도가 가장 무서운 상대라고 지목할만큼 한양대 공대 출신다운 빠른 두뇌회전과 쉽게 흔들리지 않는 멘탈 또한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석진의 신념은 궤도와는 정반대인 ‘실력순으로 떨어지는것' 이다.
말 그대로 피스를 작게 가진 사람은 그만큼 실력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떨어지는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데블스 플랜이 아니라 빌붙어 플랜이다" , "복지모델의 실패를 보는것 같다"
라며 궤도의 연합에 떄문에 능력있는 사람들이 떨어지고 궤도에게 의존해 있기만 한 사람들이 살아남는것을 보며 한 하석진의 일침이였다.
생각보다 하석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실력있는 사람들이 떨어지고 실력 없는 사람들만 남아있을수록 프로그램은 재미없어 질것이며,
자신들은 약자이고 저들은 강자이기 때문에 떨어트려도 된다는건 모순되었다면 궤도를 비판했다.
하지만 그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어느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볼수 없었던 궤도의 플레이가 프로그램을 더 신선하고 새롭게 만들것이며, 자신의 연합에겐 배신없이 진심인 그의 행동과, 다수의 인원을 잘 활용한 똑똑한 전략에 그를 마냥 미워할수 없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나는 궤도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난 강자연합에 있는 사람들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강자연합 사람들은 과감하고 똑똑한 플레이를 펼쳤고 다들 실력이 뛰어난건 사실이였다.
하지만 다수의 힘에 못이겨 너무 일찍 탈락하였다.
그들의 플레이를 더 보고싶었던 사람으로선 ‘만약 김동재(강자연합 중 한명)이 게임을 했더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지막을 향해갈수록 난 하석진이 아닌 궤도를 응원하고 있었다.
무의식중에 응원하고 있는 날 보고 놀라서 내가 왜 그러는건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나는 궤도의 철학이나 연합이 마음에 들었다기보단 궤도의 플레이가 좋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나 또한 약자이기 때문이다.
하석진이 말하는 그 실력은 한 기준에 의해 판별된다.
그리고 여기 데블스 플랜에서의 기준은 빠른시간안에 암기와 산수,두뇌회전을 필요로 하는 문제를 잘 풀수 있는가 없는가에 있다.
그래서 저 기준으로 나를 평가한다면 나는 당연히 약자이다.
그렇기에 나였어도 생존을 위해선 궤도에게 붙었을것이다.더구나 약자니깐 그냥 떨어지라는게 아닌 그래도 같이 살아남자고 자신의 재능을 우릴 위해 사용하는 궤도가 고마웠을것같다.
이러한 생각들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고 약자들을 위해 싸웠던 사람의 승리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데블스 플랜은 진짜 작은 사회 같은 느낌?" -김동재-
나 또한 이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았다.
특히 그 느낌을 가장 많이 받은 장면은 궤도의 연합과 신념이 무너질 때이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궤도의 연합과 철학은 점점 무너진다.
그리고 그걸 무너뜨린 사람들은 하석진과 같은 강자가 아닌 궤도와 연합을 맺은 내부사람들 즉 약자들이였다.
의문이 들 것이다. “자신을 보호해준 궤도를 왜 배신한거지?”
그들은 처음부터 궤도의 ‘다같이 잘사자'라는 생각에 동의한것이 아닌 그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궤도와 연합을 맺었을뿐.
그리고 그들이 원한것은 약자와 강자가 없는 세상이 아닌 자신들이 강자인 세상이였다.
지금의 사회와 너무 똑같았다.
우리는 끝없는 경쟁에 죽어가는 이 입시제도가 문제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입시제도가 사라져 전교1등과 꼴등이 없는 세상이 아닌
내가 전교 1등인 세상이다.
부모님의 직업 특성상 고등학교라는 곳에서 입시제도의 문제점들을 많이 봐왔고 오빠와 나는 몸소 입시의 잔인함을 겪었기에 입시제도의 해결방법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하지만 하석진과 궤도의 팽팽했던 의견처럼 저마다의 사정과 이미 박혀버린 생각들에 해결책을 찾는건 쉽지 않았고
‘그래도 약자들이 소리를 낸다면?’ 생각했지만
‘약자들은 강자가 되고싶어하지 기준을 없애고 싶지 않다’ 였기에 우리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나만 아니면 돼’ 라거나 그저 아무생각없이 그걸 따르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나라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들은 우리나라와 무엇이 다른지 공부하고 싶다는 오빠처럼
바뀌는게 없을지라도 교육은 필요하며 영원해야하기에 계속 이에 대한 더 좋은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한것 같다.
“수많은 인간 군상에 대해 알게 해준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알게 해준 프로그램이였다" -이시원-
나 또한 비록 저곳에 있진 않았지만 약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프로그램을 보며 사회의 모습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들 그리고 사회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것 같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만약 나라면” 이라는 생각을 통해 나도 모르게 갖고있던 가치관들을 알게되었고,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이미 17년 전에) 데블스플랜에 초대되었습니다"
이미 초대 된 데블스 플랜보다 더 치열한 이 사회에서 나는 과연 어떤 신념을 갖고 플레이 해나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