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소개
임어진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샘터상’, 2009년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과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습니다.
청소년소설 『이웃집 구미호』, 『로봇 중독』, 『광장에 서다』, 『가족입니까』 등을 함께 썼으며, 동화 『이야기가 사는 숲』, 『푸른 고래의 시간』, 『아니야 고양이』, 『사라진 슬기와 꿀벌 도시』, 『괜찮아신문이 왔어요』, 『너를 초대해』, 『델타의 아이들』, 『이야기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보리밭 두 동무』, 『또도령 업고 세 고개』, 『이야기 도둑』과 전통문화와 어린이 인물 고전 『오방색이 뭐예요?』, 『최치원전』, 『설문대 할망』, 『말과 글은 우리 얼굴이야』, 그림책 『손 없는 색시』, 『다와의 편지』, 『도깨비 잔치』를 썼습니다.
출판사 리뷰
“고마웠어, 캔. 나를 지켜 줘서.”
소년 룬과 구형 로봇 캔의 가슴 뭉클한 우정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꾸준히 펴내 오며 자라나는 성장기의 십 대 독자들과 호흡해 온 임어진 작가의 신작 소설 『아이 캔』이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스물한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 사회, 사고로 엄마를 잃은 소년 룬과 구형 로봇 캔의 우정을 그린 따뜻한 SF이다. 사람과 닮은 로봇을 향한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세계에서 어떻게 인간성을 회복하고 어울려 살 수 있는지 질문하는 작품이다. 고전의 반열에 올라 현대의 뭇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전해 주는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소설 「아이, 로봇」의 로봇을 떠올리게 하는 구형 로봇 ‘캔’의 캐릭터가 특히 이채롭다. 다양한 소수자 문제를 상기시키는 『아이 캔』은 주위 사람들과 같이 읽고 토론할수록 더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임지수의 산뜻하고 세련된 그림체가 소설과 어우러지며 작품의 개성을 드높여 준다.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피부로 와닿는 미래의 모습
소년 ‘룬’은 병원 수술실에서 눈을 뜬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았지만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눈치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자동차에는 룬과 엄마, 그리고 로봇 캔이 함께 타고 있었다. 비록 제작된 지 17년이나 된 구형이지만 인공 지능 로봇 캔이 엄마와 자신을 구해 내지 못했다는 게 원망스럽기만 하다.
로봇 캔에게 인간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함께 지낸 시간의 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캔은 로봇 공학자인 엄마가 데려온 로봇으로 룬과 한집에서 십여 년을 산 가족이자 둘도 없는 친구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종류에 상관없이 로봇과 살아가는 시대에 로봇과 친구처럼 지내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사람이 성치 않은 몸의 한두 부분을 기계의 도움으로 고치는 광경은 자연스럽기만 하다. 룬의 옆집에 사는 아이 ‘소이’는 말한다.
“우리 가족도 알고 보면 거의 사이보그다 뭐. 내 눈 완전 약시였어. 원래대로 두었으면 지금 너희 얼굴 하나도 안 보였을 거야. 아빠는 허리 디스크로 척추뼈를 절반이나 교체했잖아. 지방에 계신 할머니는 이도 다 갈고. (…) 태어날 때 몸 그대로인 사람, 별로 없어.” (38면)
“인간의 감정을 읽고 반응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대화를 나”눌(25면) 수 있는 로봇은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협력자이자 동반자가 되었다. 엄마를 잃고 다리까지 망가진 룬은 캔에게 의지해 슬픔을 가누며 몸을 회복해 간다.
차별과 혐오에 대한
아름답고도 섬뜩한 우화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룬과 소이처럼 로봇을 존중하는 것은 아니다. 빈부 격차가 심화된 사회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해 일선에서 활동하면서, 그에 따라 로봇을 향한 사람들의 혐오와 폭력도 넘쳐 나기 시작한다. 소이는 소녀 안드로이드로 오인받아 로봇 혐오주의자들에게 하마터면 큰 봉변을 당할 뻔하기도 한다.
“사람들 참 이상하지? 자기 닮은 인형을 만들려고 오만 애를 쓰다가 막상 비슷해지면 더럭 겁을 먹고 망가뜨리려고 한다니까. 안드로이드 로봇이 그런 인형과 뭐가 달라.” (27면)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 것은 어느 날 민수철 씨가 찾아오면서이다. 민수철 씨는 대학 시절 엄마와 로봇 공학을 공부한 친구로, 룬이 자동차 사고를 당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로봇 혐오주의자들의 표적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오랜 시간 로봇을 위한 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룬의 엄마를 향한 증오 범죄였다는 것이다.
믿기 어려운 비밀에 놀란 것도 잠시, 민수철 씨는 캔 또한 위험에 처해 있으며 어서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연달아 닥쳐오는 슬픔 속에서 룬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인간에게 인권이 있다면
로봇에게도 권리가 있지 않을까?
가슴을 뜨겁게 울리는 감성 SF
“룬, 나 잘 할 수 있다. 나 캔이잖아, Can.” (89면)
룬과 이별을 앞둔 로봇 캔이 도리어 인간 룬을 위로하는 모습은 이 소설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이다. 『아이 캔』은 영화처럼 빨려 드는 드라마를 가진 이야기이다. 그와 동시에 인간 아닌 존재로까지 사유를 확장시키는 SF의 진면목을 톡톡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자율 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다니고 집집마다 인공 지능 기계가 적잖게 놓여 있는 오늘날, 성큼 가까이 다가온 미래 사회에서 진정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아이 캔』은 우리로 하여금 ‘이미 와 있는 미래’를 들여다보게 하는 창문이자 거울이다. 사람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섬세하게 헤아리는 로봇 캔의 눈동자처럼.
첫댓글 임어진 선생님,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