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7장]
14 무리를 다시 불러 이르시되 너희는 다 내 말을 듣고 깨달으라 15 무엇이든지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되 16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하시고 17 무리를 떠나 집으로 들어가시니 제자들이 그 비유를 묻자온대 18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도 이렇게 깨달음이 없느냐 무엇이든지 밖에서 들어가는 것이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함을 알지 못하느냐 19 이는 마음으로 들어가지 아니하고 배로 들어가 뒤로 나감이라 이러므로 모든 음식물을 깨끗하다 하시니라 20 또 이르시되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21 속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 곧 음란과 도둑질과 살인과 22 간음과 탐욕과 악독과 속임과 음탕과 질투와 비방과 교만과 우매함이니 23 이 모든 악한 것이 다 속에서 나와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설교]
마가복음 7장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의 전통을 책망하십니다. 앞선 본문 1-13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이사야서 말씀을 통해 저들의 전통이 얼마나 헛된지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오늘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무리를 다시 불러 모으시고 말씀하십니다. 본문 15-16절입니다. “무엇이든지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되,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오늘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과연 무엇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가?’에 관하여 말씀하십니다. 보통 ‘더럽다’ 혹은 ‘더러움’은 우리가 일상에서 주로 쓰는 말입니다. 보통 맛있는 음식을 보면 사람들은 ‘먹음직스럽다’라고 하지, ‘더럽다’고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음식물 쓰레기를 보며 사람들은 누구나 ‘더럽다’라고 하지, ‘먹음직스럽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예로 말과 행동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의 말과 행동이 바르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일컬어 ‘착하다’, ‘성실하다’라고 하지, ‘더럽다’고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말과 행동이 나쁜 사람은 ‘더럽다’, ‘못됐다’고 하지, ‘착하다’, ‘성실하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더럽다’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말입니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우리는 그것을 보고서 직관적으로 말합니다. 이것은 더럽다! 이것은 깨끗하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더럽다’는 것은 사실 이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보통 어떤 물건이나 물질, 대상을 가리켜 ‘더럽다’고 합니다. 동물의 배설물, 냄새나는 쓰레기, 길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동물의 사체 등을 보고 ‘더럽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더럽다’는 것을 전혀 이런 것들과 연관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더러움’은 곧 사람의 속에 있습니다. 우리 바깥에 있는 세상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의 속안이 더러운 것입니다.
본문 19절을 보십시오. 19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은 깨끗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보통 음식은 건강에 좋은 음식, 나쁜 음식, 깨끗한 음식, 더러운 음식 등으로 구분됩니다. 그리고 ‘이 음식이 깨끗하다/더럽다’를 판단하는 기준은 주로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따라 이뤄집니다. 그러나 이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런 기준을 완전히 역행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은 언제나 늘 깨끗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말하자면 무엇이 깨끗하고, 무엇이 더러운지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깨끗함과 더러움의 판단 기준은 순전히 우리 속에 있는 것으로만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문 20절을 보십시오.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이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더러움에 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통념을 깨부수십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늘 우리 바깥에 있는 물질이 더럽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무엇을 말씀하십니까? 완전히 새로운 시각입니다. 더러움이란 곧 우리 바깥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이 아니라, 도리어 사람 속에 있는 은밀한 것, 비밀한 것, 거짓된 것이 도리어 진짜 더러움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도 여러분, 오늘 말씀을 기준으로 한번 진정으로 우리를 더럽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십시오. 아! 저 사람은 더러워! 냄새나! 저 사람하고는 상종 안 해! 우리는 늘 타인을 볼 때 이런 식으로 생각합니다. 늘 타인을 보며 그 사람을 정죄하고, 그 사람을 더럽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더러움의 근원은 결코 다른 것에 있지 않다! 오직 나 자신이다! 이렇게 말씀하는 것입니다. 우리 안의 속마음, 곧 우리 안의 여러 가지 악한 생각, 욕망, 의지가 바로 우리 자신을 더럽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하십니다. 본문 21-23절, “속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 곧 음란과 도둑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악독과 속임과 음탕과 질투와 비방과 교만과 우매함이니 이 모든 악한 것이 다 속에서 나와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더러움의 출처가 결국 우리 바깥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 더러움은 곧 나 자신/내 몫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그러므로 성도 여러분, 오늘 말씀의 이 더러움을 생각하며 한번 자신을 돌아보십시오. 이따금 우리는 종종 ‘더러움’ 혹은 ‘부정함’을 자꾸만 바리새인들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죄인의 본성이 그렇죠. 나는 깨끗한데, 남은 더러워! 나는 정결한데, 남은 부정해! 늘 죄인은 이런 식입니다. 죄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 자기 기만. 스스로는 속이되, 자꾸 남들은 정죄하는 것입니다. 나는 남들과는 달라! 그러면서 계속 스스로의 잘잘못은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도 여러분, 우리는 오늘 본문을 묵상하며 바로 이러한 바리새인적 태도를 벗어버리고, 다시금 우리 자신을 정직히 바라볼 수 있어야겠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스스로를 속이고, 스스로를 정하다고 말하는 자들을 기뻐하지 않으십니다. 도리어 반대로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언제나 진실하게 하나님 앞에 서는 사람, 그런 자들을 기뻐하십니다. 그러니 이 시간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 서실 때, 스스로를 속이지 마시고, 정직히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겉뿐만 아니라 숨겨진 우리의 속까지 이미 다 아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니 이러한 하나님께 더 이상 다른 것을 숨기지 마시고, 정직히 자신을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진정으로 우리를 변화시키실 우리 주님을 바라보시는 복된 성도님들 되길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