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두리축산 쾌적한 환경으로 폐사율 크게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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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에서 흑염소를 키웠는데 환기와 바닥이 항상 문제였습니다. 평상시 아무리 신경 써서 관리해도 비가 내리면 아무 소용이 없었죠.” 홍 대표는 하우스 축사의 경우 환기가 원활하지 않은 데다 비가 내리면 바닥이 금방 축축해져 설사병등 질병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장마철엔 바닥이 물바다가 돼 면역력이 떨어지는 새끼 염소는 폐사하기 십상이었다고.
하지만 제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추진한 흑염소 품질 고급화 생산기술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고상식 축사를 설치한 이후 <두리축산>의 생산성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분뇨 처리와 바닥 관리 수월해 습기 걱정 없어] “이젠 비가 내려도 걱정이 없어요. 바닥이 항상 깨끗하고 청결하게 유지돼 새끼 염소의 설사나 폐사가 크게 줄었죠. 육성률이 좋아지니 마릿수도 금방 늘어 지난해엔 염소 분양도 많이 했어요. 덕분에 소득도 늘었습니다.” 홍 대표는 염소의 경우 설사만 예방할 수 있어도 키울만하다는 말이 있다며 2∼3일 안에 치료를 하지 못하면 살아도 염소 노릇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염소에게 설사가 그만큼 치명적이란 얘기다. 특히 바닥 관리가 취약한 하우스에서 염소를 키울 경우 습한 바닥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
국립축산과학원에서 농가에 보급한 고상식 염소 축사 설계도는 분만한 새끼 염소가 쾌적하게 관리될 수 있는 보온 분만실과 포유축실 · 자축실 등으로 사육 공간이 나뉘어져 있어 분리사육이 가능하고 성장단계와 용도에 따라 표준사육밀도를 적용해 적정 면적 배분이 이뤄졌다.
특히 2.5m 높이의 상부에서 염소를 키우고 분뇨는 하부로 떨어지는 구조로 바닥 관리가 수월하고 질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축산과학원 오형규 지도관은 고상식 축사를 농가에 도입할 경우 건강한 새끼 염소 생산이 가능하고 육성률과 증체율이 좋아져 생산성므 향상시킬 수 있다며 분뇨 처리와 질병 관리도 수월해져 노동력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성장 단계별 분리 사육해야 육성률 높아져] “축사 설계의 기본은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특히 가축의 스트레스와 질병 예방을 위해선 성장 단계와 용도에 따라 분리 사육하고 표준사육밀도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죠.” 성장 단계에 따라 분리 사육을 하면 균형 잡힌 영양분 섭취가 가능해 성장을 촉진할 수 있으며 발육 위축으로 인한 폐사를 줄일 수 있고, 개체별 관리로 환축이나 분만축의 조기 발견과 조기 대처를 할 수 있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일반적으로 방목을 하는 경우 분만시설 없이 흑염소를 사육하는 농가가 많다. 하지만 분만사의 유무는 새끼 염소의 폐사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겨울철 태어나는 새끼는 보온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별도의 분만실은 필수다.
오 지도관은 새끼 염소의 폐사율은 25∼30% 정도로 높은 편이라며 새끼 염소 관리가 농가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양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2년 한국임상수의학회지에 발표된 ‘흑염소 사육농가의 질병 ?생 실태 조사’에 따르면 흑염소 질병은 주로 어린 가축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생축의 대사성 산증에 의해 유발되는 흔들이병이 전체 발생 질병 중 4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설사병(37.7%)과 호흡기 질환(16.0%), 피부 질환(1.9%)이 그 뒤를 이었다.
[적정 온습도와 환기, 채광 고려해야] “축사 온도가 너무 높아도 염소의 사료 섭취량이 줄어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반대로 너무 낮아도 사료 섭취량이 늘어나 사료 효율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축사 내 적정 온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공기 순환이 원활한 고상식 축사는 쾌적한 실내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된다. 환기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호흡기 질병이나 악취도 거의 없다.
하지만 겨울철 환기가 과할 경우 실내 온도가 떨어져 생산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환절기나 겨울철 호흡기 질병 예방을 위해선 맞바람을 잘 막아줘야 한다.
“제천은 겨울철 기온이 영하 25℃ 이하로 떨어질 정도로 추운 지역입니다. 따라서 윈치 커튼 등을 이용해 축사 내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관리하고 보온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해요.” 홍 대표는 겨울철엔 고상식 축사의 분뇨 처리를 담당했던 1층에서 염소 사양관리를 할 계획이다. 분뇨를 깨끗이 치운 후 바닥에 톱밥이나 왕겨 등을 깔고 바람막이를 설치하면 2층 상부에 비해 따뜻하게 겨울을 지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농가에서 고상식 축사를 설치하기 위해선 비용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전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죠.” 제천시농업기술센터 허원재 지도사는 고상식 축사의 장점도 많지만 농가의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축사 설치에 앞서 지역적 · 환경적 특성과 비용 대비 생산성 등 여러 가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주변 지형 등므 잘 활용할 경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칡 · 유용미생물로 염소 특이취 해결] <두리축산>에선 흑염소 품질 고급화를 위해 기본 사료 외에 칡 부산물과 유용미생물(EM) · 뽕나무 · 버드나무 등을 별도로 급여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가져다 먹이는 칡 부산물은 섬유소가 많고 소화가 잘되며 사료 효율도 좋아 사료비를 3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염소고기의 품질 고급화를 위해선 염소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 번 먹어본 손님은 단골이 된다는 <두리축산>의 비결은 바로 유용미생물이다.
홍 대표는 유용미생물을 쌀겨 · 물과 잘 섞어 3일간 발효시킨 후 사료와 함께 급여하면 염소 특이취 제거에 효과가 뛰어나다고 귀띔했다. 부드러운 목초보다 나뭇잎이나 가지를 좋아하는 습성이 있는 흑염소에게 뽕나무나 버드나무도 좋은 조사료가 될 수 있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단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평상시 염소를 자주 들여다보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죠.” <두리축산> 홍병표 대표는 염소를 잘 키우고 싶다면 주인이 그만큼 정성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며 앞으? 개체수를 꾸준히 늘려 재래 흑염소 보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재래 흑염소는 질병에 강하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며 번식력도 좋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성장이 느린 탓에 경제성이 떨어져 현재는 거의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