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의 계절
이홍사
밤새 시린 허공을 헤집고 날아온 비행기
고막 속에 저음으로
깔려있던 엔진소리가 사라졌다
귀가 한결 가벼워졌다 창을 스치던 바람 소리마저 사라졌다 활주로를 향해 하강하는 동안 날개를 접고 제 체중으로 내려앉는
날개가 푸른 까치는 한여름에서 한겨울로 대여섯 시간 만에 날았는데
세 시간의 시차 거꾸로 돌아가는 시침에 묶여 잠들지 못하고 내내 김치를 더듬었고 목구멍마저 충혈된 까치는 끝까지 신김치를 쪼아대며 제 계절을 어루만졌는데
이 계절은 대체 무슨 띠일까
눈썹을 쪼아대는 까치 울음소리
어느 계절에 녹아서 숨을 멎고 있나 홀연 콧잔등을 훑고 가는 명징한 까치 울음 퍼뜩 눈을 뜨고 기내를 살폈는데
우리는 아직 까치의 언어를 익히지 못했고 어디에도 까치는 날지 않았다 마지막 안전을 여미는 여승무원 까치를 닮아 통통한 엉덩이
까치의 울음소리 흘리며 지나갔는데
아서라 눈길을 거두어라
이제 어느 볼기짝에 눈길을 맞추어야 하나 모호한 시간 속에 허우적거리는 시계의 정오는 어디에 있나 여름 나라에 두고 온 두꺼비는 정녕 집을 다 지었나
모래로 지어서 찰랑이는 물결에 자꾸만 허물어지는 시간의 구조물
왜 비행기 날개에 까치집이 없을까
곧 닿을 땅에는 성애 뿌연 거울을 들고
까치의 계절을 기다리는 이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