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교사그림책동아리 활동을 내가 주관하고 있어, 성격이 상반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소개하기 위해 읽어주었다.
외향형이고 함께 놀기 좋아하는 오리와 내향형이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곰의 대화를 소리 내어 읽다 보니 더욱 남편과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주다가 뒤로 갈수록 많이 웃다가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이 정도로 울 것까지 없는데 너무 웃다가 눈물이 나는 것도 당황스러웠다. 가까이 앉은 다른 선생님께 읽어달라고 하였다.
“심심해, 뭐하고 놀지? 뭐 하자”라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과
혼자 있어도 심심한 줄 모르는, 오히려 편하고 좋아하는 사람
공허한 메아리라서 허탈해하고 힘들다는 표현을 하는 남편에게 미안했던 마음과
관심 없는 것을 해야하거나 맞장구를 쳐야하는 것이 내키지 않아 힘들기도 했던 내 마음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 서로 힘들게 했던 그 순간들에 남아있던 감정들이 떠오른 것 같다.
(눈으로 읽을 때보다 소리 내어 읽으면 감정이 더 느껴져서이기도 하다.)
그 마음 알겠어. 하지만 나는 하고 싶지 않아. 나 좀 내버려 둬. 하고 마음 전달해야하는 상황 자체가 불편했던 것 같다. 말이 곱게 나가지 않을 때도 많았다.
이제는 그동안 겪은 일로 서로 이해하는 폭은 넓어진 것 같지만,
그래도 “이젠 포기했어” 이런 말을 남편이 하면 그동안 실망했던 일들에 대해 감정이 남아있어서 그런 것이고 그런 표현 보다는 원하는 것을 말해달라고 말하곤 한다. 그래야 조율이 가능하므로.
내가 더 애쓰고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남편이 내려놓느라 더 많이 애썼겠다.
이제 더 함께 할 시간이 적어진 덕분에.
(물리적인 거리두기는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부산에서 탁구도 배우고, 전기자전거도 사서 타고 다니며 활동적으로 지내는 남편이 고맙다.
나는 그 덕분에 일기 쓸 시간이 더 많아졌다.
첫댓글 좀 떨어져서 볼수 있는 시간이 나를 많이 들여다 보는 시간이 되어져서 나를 통해 너를 다시 보면서 공부가 되네요..
네. 말씀하신대로, 나를 들여다 보며 나를 통해 너를 보는 공부를 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