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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색의 높게 솟은 건물이 르세린 왕국의 중앙에 서서 햇빛을 듬뿍
받고 있었다.
크지 않은 아담한 왕국 속에서 높게 솟은 르세린 성은 수 백년 전부터
내려오는 르세린 왕국의 국보이자 상징이었다.
꾸준한 마법으로 관리된 성은 나이에 맞지 않게 반짝반짝 닦여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고, 멀리서 보아도 척 눈에 들어 올 만큼 높이 솟아 있었다.
르세린 왕국을 다스리는 왕이 살고 있는 곳.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르세린 성은 수 백년 동안이나 가장 중요시 보호
되어왔던 곳이었다.
그런 이유로 르세린 성은 평소에도 언제나 고대 마법의 방어막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단단한 방어막이 둘러 쌓여 있었다.
그 안전한 성 안에서 더욱 더 안전하게 백성들을 보살피기 위해 노력하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멸망해 가던 왕국을 일으킨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조상의 뒤를 이어받아 평화롭게 르세린 왕국을 이어가고 있는 97대 르세린 왕이었다.
97대 르세린 왕은 성실하고 마음 따뜻한 모든 백성에게 사랑받는 좋은 왕이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그에게도 한 가지 결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사람을 잘 가리지 못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덕에 이 때 묻지 않은 깨끗한 성 안의 어울리지 않게
시커먼 마음을 가진 여자가 살고 있는 이유기도 했다.
"뭐?"
짤랑짤랑 거리며 부딫히는 보석들의 소리를 즐기며 무척이나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여자가 고급스런 밤색 의자에 앉아 자신의 앞에 한 쪽
무릎을 꿇은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사라졌습니다."
그녀의 얼굴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표정이 싹 사라지며 딱딱하게 굳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 변화에 눈치를 살피던 사내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뭐지?"
"기숙사 책상 속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아마 제가 찾아낼 거라고 예상한 듯
여왕님께 쓴 편지길래……."
그녀는 신경질 적으로 사내의 손에 들린 편지를 낚아채었다.
편지의 봉투에 써 있는 작은 글씨의 한 문장부터 그녀를 화나게 만들고
있었다.
[할일 없으신 여왕님께 전해주세요, 더 할일 없는 아저씨.]
건방진 것.
그녀는 속으로 이를 갈며 편지를 찢을 듯이 세게 펼쳤다.
[별로 친애하고 싶지 않은 여왕님께.
잘 지내신가요? 그것 참 유감이군요.
이 편지가 여왕님께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이미 보고 계시겠지만요.
아마 그 할 일 없이 제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아저씨가 일을 제대로
했나보죠?
얼마나 할 일이 없어보이던지 그 아저씨 솔직히 불쌍했어요.
하루 종일 내 뒤를 쫓아다니는 데 그것도 좀 못 느끼게 하던가 할 것이지
내가 방에 없을 때에는 내 방을 샅샅히 구경하고 가지를 않나.
하여튼 얼마나 할 일이 없었으면 그랬겠어요.
그런 쓸모 없는 일까지 시켜서 절 구경하시고...
여왕님이 심심하셨나보죠? 아니면 제가 너무 보고싶으셨거나?
하지만 어쩌죠. 전 별로 여왕님이 보고 싶지 않아서요.]
여왕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보고 사내는 몸을 흠칫 떨었다.
분명히 소벨리아가 쓴 편지이니 좋은 말이 있을리 없다는 것은
대충 예상하고 있었으나, 무슨 내용인지 몰라도 강도가 조금 센 것은
확실해 보였다.
[지금 쯤이면 제 소식을 들으셨겠죠?
아마 우리 아빠보다 먼저 들으셨겠어요. 하긴 그렇게 사람들을
많이 붙여놨는데 그런 것도 제일 먼저 못 들으면 바보가 아니고
뭐겠어요? 뿌듯하시겠어요.
제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시죠? 알려드릴까요?
싫어요. 내색 안하려고 했지만 여왕님이 보내주신 사람들 너무너무
귀찮았거든요. 그래서 여행 좀 갈까해요.
여왕님은 저를 너무 좋아하시니까 또 금방 찾으실 수도 있겠지만,
뭐 어디 찾아보세요.
하지만! 제발 부탁인데 왕실 돈 좀 그만 날리세요.
정말 애도 아니고 쓸데 없는 일로 돈 날리는 것도 한두번 하면 그만
할 만 한데. 정 제 소식이 궁금하시면 직접 찾아오시던가요.]
"이 건방진 년이……."
여왕이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금 불안해 하고 계시죠? 알아요.
믿을 거 딱 하나 있는 얼굴로 우리 아빠 꼬셔서 힘들게 얻은 여왕
자리를 놓치기 싫으시겠죠? 걱정마세요.
우리 아빠에게 얘기할 생각은 없어요.
안 그래도 아빠가 바쁘신 건 아시잖아요?
아아, 솔직히 말해서 할 말 정말정말 많은데 다 말하면 여왕님
쓰러져버릴 거 같고, 뭐 그럼 나야 상관은 없지만 내가 지금 시간이
좀 없어서요.
짠 하고 사라져버리러 가렵니다.
없어져버렸다고 걱정말고 기다리세요.
조만간 직접 찾아갈테니.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래요.
그럼 이만. -소벨리아-]
여왕은 다 읽은 편지를 망설임없이 갈기갈기 찢은 후에 불태워 버렸다.
얼굴까지 벌게 진 여왕은 주먹을 꽉 쥐고 그 건방진 어린 년을 당장
죽여버리고 싶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당장 찾아."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여왕의 화난 음성이 새어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그녀가 입은 빨간 드레스 만큼이나 붉어진 상태였다.
소벨리아가 딱 예상했을 만한 얼굴이었다.
"당장 찾아서 죽여버려."
여왕의 명령에 사내는 고개를 깊숙히 숙여보이고는 재빨리 방을
빠져나왔다.
돈을 받고 사는 처지이니 아무리 소벨리아 공주가 불쌍해도 할 수
없었다.
"후우."
그나저나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공주의 행방이 문제였다.
대체 하룻밤 사이에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사내는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어두운 그늘 속으로
몸을 숨겼다.
* * *
"아아, 날씨 좋다."
소벨리아는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속에 자신의 몸을 내 맡긴 채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에게는 처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유였던 것이다.
아무런 걱정 없이 자유를 즐긴다는 것이 이렇게 편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근 이틀동안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뒹굴
거리고 있었다.
그런 소벨리아의 뒤를 돌아다니는 팔렌들은 힐끔힐끔 소벨리아의
눈치를 보며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런 상의도 없이 새벽에 몰래 떠나려는 블리타의 위로 척 올라서더니
"잘 부탁해. 소벨리아 로웰 르세린이라고 해." 라는 말과 함께 엄청나게
크고 무거운 가방을 선실 복도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는 그 다음부터
밥 먹을 때만을 제외하고는 정말 할일 없이 뒹굴거리고 있는 소벨리아가
편할리 없었다.
'괜히 우리랑 다니다가 다쳐서 르세린 마법사들의 적이 되버리는거 아냐?'
'고대 저주에 걸려서 올챙이가 되어버릴지도 몰라.'
게다가 그녀가 누군가.
대륙의 유일한 마법왕국인 르세린의 왕위 후계자였다.
자칫하다가 블리타 위에서 사고라도 나버리면 큰일이었다.
그러니 모든 팔렌들이 조심스럽고 괜히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 중에도 물론 몇몇의 예외는 있었다.
"소벨리아, 그러고 있으면 살이 안 예쁘게 확 타버린다구!"
부담스럽게 가슴을 간신히 가린 비키니를 입고 벌게진 해적들의 얼굴을
무시하며 소벨리아에게 다가가 선크림을 서로 발라주며 미용과 패션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지식들을 나누느라 바쁜 디오스도 그 중 하나였다.
'그냥 패션 디자이너나 될 것이지.'
'의학에는 아예 관심도 없어 보이는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패션과 미용에 관심이 많은 디오스와 소벨리아는
의외로 죽이 잘 맞는 한쌍이었다.
"유킨 왕실 디자이너가 새 모자를 개발했다며? 완전 귀엽더라.
봤어봤어?"
시끄럽도록 조잘대는 디오스 말고도 빌리슨과 파일로도 그 예외에 해당
하는 존재였다.
"공주님, 닭다리 좋아하슈?"
"어머? 저 목숨같이 여기는 닭다리를 지금 소벨리아에게 주는거야?
나는? 나도 줘!"
빌리슨이 자신만의 환영 표시인 닭다리를 소벨리아에게 내밀자 디오스가
자신에게도 달라며 덤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디오스의 말대로 목숨같이 여기는 닭다리를 디오스에게 넘겨 줄
빌리슨도 아니었다.
순식간에 여자들의 수다로 조금 시끄럽기만 하던 갑판 위가 닭다리를
놓고 벌어진 애들 같은 싸움으로 시끌벅적해졌다.
"부대장, 나도 좀 먹어봅시다!"
"그럼 나도 빠질 수 없지!"
빈둥거리던 팔렌들까지 가세함으로 빌리슨의 목숨과도 같은 식량이
위기에 처했다.
자신의 식량에 손이라도 대면 확 물어뜯어버릴 기세로 으르렁거리며
뒤로 물러서던 빌리슨은 순간 자신의 뒤에서 머리를 퍽 때리는 아그렌의
주먹에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것으로 닭다리 전쟁은 끝이었다.
"미랄 경의 배가 다가온다. 저 쪽에서 작은 섬에라도 들어가 하루 정도는
즐기자고 하니, 망루로 올라가서 찾아보도록."
그 말에 두 명의 팔렌이 검은 깃이 달려있는 망루로 기어올라갔다.
과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하얀 돛을 단 미랄 경의 배가 다가오고
있었다.
일광욕을 즐기며 늘어져 있던 소벨리아의 눈이 다가오는 하얀 배 위에
서 있는 자를 향해 가 꽃혔다.
그녀의 보라색 눈이 미랄 경의 초록색 눈과 허공에서 부딫히며 반짝
빛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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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는 아시겠지만 외국에 사는 관계로
제 소설은 언제나 이른 아침이나 새벽에 올라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틀에 한번씩은 정기적으로 올라오니, 혹 첫 페이지에 없다해도
찾아주세요;
그리고 오늘 확인해 보았는데 그동안 다음측의 농간으로 보이지 않던
소설들이 죄다 확인되는군요.
전편을 못 보신 분들은 글쓴이에 원 숭 히 를 쳐서 찾아주세요.
꼬릿말은 저에게 힘이됩니다.
요새 들어 쪽지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혹시 살그머니 쪽지를 보내 주신다면 기~다랗고 저의 애정이 확확
들어가있는 답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꼬릿말로 애정을 드리기엔 다른 사람들의 눈도 있고 (밀애하니;)
부끄럽잖아유 으히히
하핫.
장난이에요.
이젠 꼬릿말도 기꺼이 소중하게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헉!! 꼬릿말이..ㄷㄷㄷ 어쨋든일빠네용ㅋㅋㅋ 전 소벨리아랑파일로의 러브러브모드가좋아용ㅋㅋㅋㅋ
으히히히히 파일로와 소벨은 제가 너무너무 이뻐하는 녀석들이지만 왠지 둘이 붙여두려면 속에서 뭔가 꼬이는 기분이들어서요........ 이런게 솔로들의 꼬장이라 그러든가요.. 하핫
재밌어요 ㅠㅠ !!! 소벨리아 갑자기 급 호감 ㅋㅋㅋㅋㅋ 여왕그냥 쓸어버렸!! ㅋㅋ
여왕을 벌써부터 쓸어버리면 소벨리아가 주인공이 되야하는걸요! 하하핫 파일로가 심심해서 안돼죠
푸후후. 마지막 작가말에서 피식 웃었습니다. 밀애라니 << *-_-* 후후후, 저도 소벨리가 급 호감<< 하지만 러브스토리는 부담스러워서.... ㅎㄷㄷ 작가님을 믿습니다 ㅠㅠ
으히히히히 넵 믿어주세용. 우리 이제 자주보는거군요! 으하핫 꼬릿말감사드려용 저와 밀애하지 않으시렵니까?!
엄훠, 밀애 << 전 환영이에요 'ㅅ' 같이 소설 이야기도 나누어요 /ㅁ/ 시간 나시면 쪽지 주세요~ 지금 한국은 밤이라 ㅠㅠ 조금 피곤하지만 아직 잘 시간은 아니어요 /ㅁ/ 헤헤
하하 너~무 감사합니다^^전 조금 불규칙적으로 들어오는 편이라 특별한(?)일이 없는한 찾아서 봐요..못봤던게 찾아진다니 빨리 가봐야 겠습니다^^오늘도 늦은 꼬릿말 죄송해요^^
히힛 감사합니다
요호! 너무 재미있었어요~ 댓글안쓰고 즐감만했는데ㅠ 죄송해요! 앞으로는 읽을때마다 댓글올릴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