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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세계여행 후기 스크랩 로마 둘째 날 바티칸
동쪽하늘,Chang 추천 0 조회 251 10.05.27 17:17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성벽이라 해야 하나?

높은 벽은 어쩐지 차단을 의미하는 것 같아

다가가기 참 쉽지 않아 그렇지?

여기, 바티칸.

높아도 한참 높아 올려다 보기도 힘든 벽이지만

차단의 느낌보다는 뭔가,

뭔가 미지의 세계를 감추어 둔 거 아닌가 싶은,

그래서 기어이 들어가 보고 싶은 그런 충동 느껴지더라.

 

성당앞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꾼,

아~ 우리나라에선 하다못해 이태리 타월이라도 놓고

사주세요 제발~ 노래라도 부르두만

어쩌다 인생 저리 꼬인 아저씨는 달랑.

깡통하나 풀어 놓았다.

 

세계각국에서 모여 든 사람 ,사람.

여기 모인 사람 중 하나, 나 그리고 친구.

 

미켈란 젤로의 'Pieta'

흘러내린 옷 조각의 접힌 부분까지

어쩌면 그렇게 실감나게 조각할 수 있었는지.

 

천정중 가장 평범했던 하나. 

 

 

 

바티칸을 상징하는.

 

 

칼을 들고 남자의 머리를 들고 있는 여인은

유디.

 

 

 

솔방울 정원이라고

이름대신 세워 놨나? ㅋ

 

옆에 앉아 사진 함 찍겠다는데

뇨자, 인상이 영 싫은가 보네

그치만 우짜건니 언니야 고마 찍어뿟는데.

 

지구가 저렇게 병들어 가고 있대잖아

자각시키려면 아즉 멀었어.

쓰레기 응가이 버리더라꼬 사람들.

관광객이 버리는 것 같지 않아요~ 않아요.

 

 

로마 둘째 날에 앞서

 

해지는 광경을 내가 좋아하는 건 잔잔해서야.

포로 로마노 위로 펼쳐진 하늘에서

노을 지는 모습은 정말, 그렇게 어두운,

내가 더듬을 수 있는 과거보다 훨씬 더 먼,

과거에도 그 자리에 있었던,

그러나 그때는 반짝이기만 했을 건물이 꽉 찬,

어쩐지 어두운 동네위로 드리워지는 노을은

마치 나를 땅속으로 밀어 넣는 것 같았어.

잔잔한 게 좋은데, 너무 잔잔해서는

더 이상 견뎌 낼 수 없어 차라리 땅 속으로 도망치고 싶은

그런 벅찬 충만이 얼마 만이었는지 몰라.

끼리끼리 모인 시꺼먼 사내들의 음흉한 웃음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지.

물건을 사 주지 않는 동양여자들 두고

자기들끼리 떠들며 히히덕거리는, 손바닥만 하얗던 검은 남자들.

로마건국의 신화가 시작되었다는 팔라티노 언덕

그 어딘가 아무데고 걸터앉아 턱을 괴고는

어둠이 노을을 다 삼키고 암울하게 내게 눌어붙어

큼큼한 자국으로 보이는 것조차 몽땅 다 삼킬 때까지

그럴 때까지 포로 로마노를 내려다보며

흔적만 남아 이끼 끼고 허물어진 과거를

투시하는 순간을 만끽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어. 번쩍 정신이 들고 무서웠거든.

왜 무서웠는지는 모르겠어.

하얀 이와 하얀 손바닥을 감추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흔적 없어질 것 같은

그 검은 사내들이 왜 무서웠는지 그건 모르겠네. 

언젠간 다시 갈 것이야. 암만.

다시 가고 싶어. 다시 가서 무너진 이끼사이를 헤집고 걸어 다닐래.

먹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나와는 달리

친구는 검색을 통해 로마에서는

어디에서 피자를 먹고 어느 집 젤라또가 맛이 있고 등을

조사해 오긴 했지만

뱅기에서 내려 길 찾고 실랑이하며 콜로세움까지 와

내가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는 동안 아마

몹시 배가 고팠던가봐.

맛 집을 찾을 겨를 없이 호텔로 돌아가는 길 어딘가에 있는

피자집에 들어갔지.

테이블 위에 서비스 테이블이라는 표시가 있었어.

서비스 챠지를 받는다는 뜻인가 생각했지만

너무 추워서 그네들처럼 야외로 앉진 못하겠드라.

암튼 양은 엄청 많을 걸로 짐작해서

6유로짜리 피자하나랑 콜라 두 잔을 주문했어.

나 분명히 말했다

“요거 자스트 원 앤 콕 투 플리즈”

고맙게도 피자를 딱 반으로 갈라 접시 두 개에 나누어 갖고 왔드라.

자상도 하지 요래서 서비스 테이블 이랬나?

그 넘의 인터넷 검색창에서는

그케 맛있다고, 아무집에 드가도 피자랑 스파게띠는

몽땅 다 맛있다고 했는데

우째 맞아 떨어지는 게 하나도 음써?

얇은 피자도우에 단촐한 토핑하며

보기에도 맛은 음써 보이드라만 묵어봐도 맛 음떼.

배고파 디지겠다믄서 피자도우의 가장자리는 떼 내고 묵는 가시나를

오늘 왼 종일 맘에 안 드는 가시나를 꼬져 보믄서

내가 주워 묵어따.

내거 중에 맛없는 토핑 있는 쪽은 니가 쳐무그라 카믄서.

문디가스나.

그리고는 피자 6유로에 콜라두 잔.

그까이꺼 을마하겠어 하믄서 5유로를 턱하니 내 놓는다.

니도 5유로 내라 이거지.

암만, 10유로면 뒤집어 쓸껴. 암만

“을마에요?”

“17. 6유로요”

“머시라? 17.6? 으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싼노?”

빼앗듯이 받아서 본 영수증에는

피자 8유로에 콜라 두잔 8유로 자릿세 1.6유로

라고 적혀있다.

이쒸~ 피자 잘라 달랬나? 왜 지 맘대로 잘라주고 돈을 받아 쳐무거.

콜라 두 잔에 8유로가 머야. 으미~~

씩씩거리면서 나와 열도 식힐겸

젤라또 묵겠다고 칭얼거리는 인간 입도 막을 겸

암데나 사 묵어도 맛있다는 젤라또 가게에 들어갔어.

종류도 엄청 많고 머라꼬 머라꼬 이름들이 쓰여 있긴 한데

머가 어떤 맛인지 안 먹어봤는데 우째 알아.

쪼마난 콘으로 달랬더니 두 스쿱 준다고 고르라는데

대체 멀로 해야 할 지 참 난감 하두만.

될 수 있는데로 색깔 섞이지 않은 거로 나는 골랐고

친구는 쵸코색인 걸로 골랐어.

음마~ 이기 멀 넣고 만든겨?

보기엔 아무 것도 안보이고 먼가 씹히는데 영 아닌거야.

앞서가며 한 입 핥아먹고 울상이 된 그녀.

커피 맛이라며 내걸 낚아채 가버렸는데

첨에는 잘 되?다 싶었지.

커피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자녀 내가.

그랬는데, 그것도 아녀. 그것도 아니었어.

아~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더니 이기 머꼬. 배고프다 증말.

호텔로 돌아갈 때는 가보지 않았던 길로 걸었어.

아무래도 시내라 옷가게나 구둣가게 같은 상점들이 많았는데

일찍 문 닫는가 보더라.

쇼윈도우 너머로 구경해 가면서 수첩을 꺼내

거리 풍경을 쓰면서 터벅터벅.


둘째 날


낯 선 곳에선 더욱이 잠들지 못하는

지독히 예민한 나와 내 친구.

정말 여행이 체질인건지 아니면

질 좋은 여행을 위해 체력을 안배하고 유지하려 그런 건지

아무튼 비교적 잘 잤어.

물론 푹 잠들어 내쳐 잘 수는 없었지만 말이야.

8시 30분까지 떼르미니 역 22번 플랫홈 앞에 오랬다지.

어제저녁 걸어서 미리 답사하길 잘했어.

22번 플랫홈이 어딘지 걸어서 얼마나 걸릴 지

도착했을 때처럼 엉뚱한 길로 돌아간다면

제시간에 맞추지 못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

호텔에서 빵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이것도 그래 내가 언제 아침 묵는 사람인가?

친구도 나도 꾸역꾸역 악착같이 먹는 게

마치 전투하러 나가는 사람 같더라니까.

뒷짐 지고 약속장소까지

하룻밤 만에 마치 동네사람이 된 듯

아주 익숙하게 천천히 걸었어.

하나 둘씩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안경 끼고 덜 생긴 쪼마난 남자가 명단체크 하더라.

로마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에

어제저녁 피자집에서 바가지 썼다고 하소연 했더니

이 친구 이런다.

“에이~ 유로를 한국 돈으로 환산하지 마세요. 레스토랑가면 그 정도는 해요.”

정작 체크하고 설명하던 친구는 빠지고

덩치 크고 눈 쪼마난 다른 청년이 가이드로 따라나섰다

Tabbachhi에서, 맞아 이제 생각났네. 타바찌였다.

담배가게 타바찌에서 1유로짜리 티켓 각 두 장씩 사 오래드만.

지하철도 탈 수 있고 버스도 탈 수 있는 거라지.

그런데 플랫홈 앞에서 기차를 기다리는지 어쩌는지

아무데나 걸터앉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는 아무데나 버린다.

드럽다.

그리고 보니 쓰레기에 담배꽁초에 구석구석이 좀,

아니 마이 드럽네. 드럽다. 지저분하다고 해야 하는 건가?

가방 뒤로 메지 마시고 우짜든지 소매치기 조심하시고

지하철문이 빨리 닫혀서 못 타는 경우도 더러 생기는데

당황하지마시고 금방 다음차가 오니까 타고 6정거장째에 내리시면 됩니다.

어둡고 쾌쾌한 지하로 내려가 걸으면서

가이드는 연신 딱딱하게 부연설명을 하고 있었어.

거 뭐야, 수신기 같은 걸 하나씩 노나주고

이어짹도 하나씩 노나줘서 끼고 있었는데

조금 떨어져 있어도 목소리가 들리니까

어쩐지 안심은 되더라.

사람들이 을매나 많든지 도둑이 있으면 털리게도 생겼더라.

그저 기차 지 꼴리는대로 서는지

사람들도 아무렇게나 서 있다가

기차가 와서 서면 입구로 우르르 몰려가는 것이

거 참, 이 나라 후진국이야?

사실은 겁도 많은 친구와 나 가이드한테 바짝 붙어 있다가

쏜살같이 기차에 올라탔는데 말이야.

ㅋㅋ 바로 뒤에 있던 가이드가 그만 차 문에 끼였어.

기계가 하는 건지 사람이 하는 건지 모르지만

다 타지도 않았는데 문을 닫아버리는 매너는 또 뭐람.

제법 큰 덩치의 그 친구 깜짝 놀라기도 했고

살짝 쪽 팔리기도 했을테고

아무튼 오만상 인상 구겨 문을 찢고는 타는데 성공은 했어.

친구가 대뜸 내 던지는 말에 내가 놀랐네. 놀라긴 했는데

정말 웃기 죽겠드라.

“저 바라 바라 인상에 승질 나오네.”

“야아~ 쟤 한국사람이야.”

“음마~ 다 들었나? 깜빡 했네 한국말 알아듣는지.”

바티칸은 거대한 요새 같았어.

콜로세움이나 포로 로마노를 봤을 때와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육중하고도 무거운, 뭔가 비밀스러운 그런 느낌이었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비밀스럽긴 한데

어둡지는 않고 밝은 빛으로 보였어. 이상하게도.

입구가 보이지 않을 만큼 줄서서 입장권을 사려는

많고 많은 관광객들 틈으로

스카프를 잔뜩 팔에 감고 ‘4유로‘라고 외치는

몽골리안 같은 여자와

무릎아래를 엇다 내버렸는지 긴바지를 접어 입은

살집 좋은, 글쎄 서양남자처럼 보인진 않았는데

그런, 아, 한쪽 팔도 두고 왔나봐.

아무튼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에 가면

낮은 리어카에 고무장갑이나 때밀이타올 같은 걸 실어

밀고 다니면서 있잖아 왜

노래도 부르면서 가슴으로 시장바닥을 쓸고 다니는 아저씨.

딱 그런 아저씨가 살이 좀 쪄서는

깡통하나를 놓고 바티칸 담벼락에 자릴 잡데.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유명 광광지에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가?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것 같은데.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면서

바티칸에 대한, 오늘 안내할 부분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던 가이드가 입구까지 다다르자 이런다.

저 못 생긴 늙은이가 미켈란젤로고

그 옆에 잘 생긴 청년은 라파엘로.

저는 승질 드럽게 생긴 가이드 이종경.

허걱~ 들었구나. 역시 들었다 이기지.

바티칸가이드 투어를 받으면서 나는 왜 한비야가 생각났는지 몰라.

그저 스쳐 지나며 읽었던 어느 칼럼에서

쉰이 넘은 나이에도 머릿속에 몰랐던 것을

담을 수 있는 자신이 대견하다고 했던,

그런 비슷한 얘기를 했던 한비야처럼 나도

쉰이 넘은 나이에, 이 나이에, 관심 두지 않았던 미술작품에 관해

짜여진 각본 같은 지식을 전해 들으면서

그렇구나, 미술사 재미있구나. 그림 한 점에

역사와 시대적 배경 작가의 성장 배경과 성격

그런게 다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고

받아들여 습득하고 있는 내 자신이 대견 했던거지.

내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말 하는 것에 대해

내게 수필을 가르키는 선생님은 또 잘 못된 글이라고 하실꺼야.

그럼, 잘못된 거겠지. 독자에게 잘 났다고 떠들면 안되는거야.

하지만 뭐. 어차피, 구어체로 전달하는 이건,

이런 건 문학이 아니니까.

나는 문학적으로 승화된 작품을 쓸 능력도

생각도 의지도 없으니까 괜찮아.

시간이 주어지면 초고를 교정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딱딱하게 재미없게 그렇게 쓰고 싶진 않으니까 뭐.

아무튼 나는 내가 대견했어.

미술사 재미있어. 그림 보는 눈을, 구분할 줄 알게 해주는

그런 몰라도 상관없는 것들이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도 재미있고

물론 끝까지 기억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 런지는 알 수 없지.

그럼 어때? 어차피 몰라도 상관없는 지식들이랬잖아.

알면, 기억하면 조금 잘난 척 할 수는 있겠지만

외우려고는 안했어. 금방 꽁무니 빼는 걸 잡지도 않았으니까.

기억하고 있지 않아도 괜찮을꺼야.

재미있더라만 기억하면 언제든 또 보고 또 보고.

그래서 또 재미있어 하게 될 꺼니까.

‘취미로 그림도 그려요’ 라고 했다던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 천재적인 화가가 했던 말이 ‘취미로 그림도 그려요‘라고 했다는게

머릿속을 아직도 떠나지 않아.

어쩌면 듣는 이의 귀를 자극하려

가이드들이 꾸며낸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그림뿐 아니라 다방면으로 천재였고 창조적이었던 인물이니까

그림정도는 취미로 그린 것일 수도 있겠지.

미켈란젤로가 어떻고 라파엘로가 어떻고

그런 얘기는 재미 음써 그지?

내가 하믄 재미 음겠지만 그래도 말이야

바티칸에 간다면 가이드투어를 받는게 좋을 거라고

아주 재미있고 유익할거라고 말해 주고 싶다.

내말 듣고 가이드투어 돈 들여 받았는데

재미 하나도 음떠라 돈 무라도

그라믄 내 할 말은 음찌.

요 한마디 빼고.

“음~ 질이 쪼곰 떨어지시는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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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5.28 01:15

    첫댓글 이종경씨..ㅎㅎ 바티칸에서 저도 가이드 설명을 많이 들었었는데 .. 기억에 남는게 거의 없는데...이 글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생각나기 시작하네요.ㅎㅎ

  • 작성자 10.05.28 15:29

    그래요? 기억을 되살려 주다니 이거 제가 잘하고 있는 거 맞지요? 아~ 기운난다.

  • 10.05.30 18:46

    재미난글 계속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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