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와 의미
사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크루이프는 소위 말하는 메시, 펠레, 마라도나 3대장 바로 아래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양상을 많이 보였습니다. 호날두, 베켄바워, 디 스테파노 등과 같은 선수들은 그 밑으로 많이 다루어졌구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현역으로서의 호날두의 커리어는 점점 늘어나게 되었고 어느덧 공신력 있는 전문성의 영역에서도 두 선수의 비교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한준희 위원과 장지현 위원의 원투펀치 유튜브에서 이 두 선수는 첨예하게 비교됩니다. 그냥 선수들 평가는 취향 차이 정도이고 거의 비슷하니 각자의 판단으로 넘어가면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분명 계실테지만 선수 평가에 오류가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고 기준을 재정립하는 것은 분명 유의미한 작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 또한 공신력 있는 전문성을 추구하는 것까지는 아닐지라도 진지하고 객관적인 접근을 통해 바람직한 축구 문화를 형성하는데 큰 이바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정답은 아니지만 참고는 할 수 있을만한 평가
사실 상당히 용기를 내서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크루이프의 선수 평가에 있어서 오류들이 존재한다고 보며 지금부터 이 부분을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물론 제 의견이 정답은 절대 아니며 참고하시는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다음 챕터들부터 전부 다루지는 못해도 몇 가지 주제를 나누어서 간략히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3. 크루이프의 선수 평가에 지도자 커리어가 영향을 끼친다
우선 크루이프의 선수 시절 평가에 그의 지도자 시절 아우라와 커리어가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분명 선수 랭킹이라는 전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데요. 그 이유도 분명 있습니다.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명언이 있습니다. 하지만 크루이프는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성공을 거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죠. 구체적으로 보면 그는 은퇴 후에 지도자로서 바르셀로나의 감독으로 부임하여 구단의 첫 번째 유러피언컵 우승과 리그 4연패를 이끌었고 라 마시아를 개편하고 현재 바르셀로나식 축구라고 불리는 자신의 축구 철학을 도입하여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바르셀로나의 축구 철학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가 라 마시아를 개편한 이후 배출된 선수들만 해도 푸욜, 사비, 이니에스타, 페드로, 피케, 세스크, 발데스, 부스케츠, 메시 등이 있죠. 물론 이들을 길러낸건 크루이프 이후 라 마시아를 이끈 스탭들의 공이 크지만 크루이프가 시발점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덕분에 사후 바르셀로나에 그를 기리는 에스타디 요한 크루이프 구장이 생겼고 암스테르담엔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가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선수로서의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평가에 있어서 그의 지도자 시절의 평가가 포함된다는 것은 문제가 분명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우선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고 비교되는 현역 선수가 은퇴 후 지도자로 크루이프보다 더 큰 성공을 하지 못하리라는 보장이 아예 없다고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선수로 아직 은퇴도 하지 않고 지도자는 시작도 안 해본 선수와 은퇴 후 지도자까지 포함된 크루이프를 비교해버리면 너무 불공평하고 불합리적이고 밸런스가 무너진 비교가 됩니다. 사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그냥 크루이프의 지도자 시절을 포함하시는 분들도 꽤 계시고 아시면서도 지도자 시절의 아우라에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으시는 분들도 꽤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배제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4. 크루이프의 토탈풋볼로 인한 축구 패러다임 변화의 과장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가장 큰 오해를 낳고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크루이프는 토탈풋볼을 통해 축구 전술사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그 위대함으로 플레이어로서의 실력보다는 역대 랭킹에서 상당한 이득을 본다고 생각합니다. 토탈풋볼은 크루이프의 스승인 미헬스의 철학을 자신만의 크루이프즘으로 심화 발전시켜 현대축구 전술사에 한 획을 긋고 바르셀로나에 그 철학을 심어놓은 것으로서 그 공로가 대단한 것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방금 말씀드린 부분은 크루이프가 지도자 시절에 이룩한 업적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렇다면 선수 시절에는 어땠을까요. 선수 시절 그는 클럽에서는 토탈풋볼의 아버지 미헬스 감독이 이끄는 아약스의 야전 사령관으로 활약하며 1971-72 시즌 트레블 및 득점왕 트레블을 포함해 유러피언컵 3연패와 8번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바르셀로나로 이적해서는 거의 단신으로 팀의 공격력을 급상승시켜서 14년 만의 리그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1974 월드컵에서 미헬스의 토탈풋볼을 구현하고 준우승을 일궈냈습니다. 또한 1971, 1973, 1974년에 발롱도르를 세 차례 수상하며, 플라티니, 반 바스텐과 동률을 이루고 있습니다.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한 1972년에는 트레블을 이룩했으며 득점왕 트레블을 달성하고 유러피언컵 결승전에서 혼자 2골을 넣는 등 맹활약했으나, 서독의 유로 1972 우승으로 발롱도르 포디움에조차 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죠. 만일 1972년 발롱도르도 크루이프가 수상했으면 1970년대에 이미 발롱도르 4연패라는 대기록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것입니다. 왜 토탈풋볼로 인한 축구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공로가 크루이프에게 거의 독점적으로 돌아가는 것일까요. 사실 토탈풋볼의 아버지는 바로 미헬스 감독이었으며 크루이프는 토탈풋볼을 현실화 시켰습니다. 분명 크루이프의 공로도 크지만 많은 사람들은 미헬스가 누군지도 모르고 크루이프가 단독적으로 생각해내서 실현시켰고 축구 전술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선수로 알고 있습니다. 크루이프가 대단하지 않다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그저 칭찬을 할 때도 정확한 사실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꼭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리하자면, 크루이프의 토탈풋볼로 인한 축구 패러다임에 끼친 공로는 정말 조그만 부분 정도라도 과장된 면이 분명 있다고 봅니다.
5. 크루이프는 득점력에 있어서 최고 수준이 아니다
21시즌을 뛰었고 전성기는 아약스와 바르셀로나의 15시즌
AFC 아약스 (1964~1973)
FC 바르셀로나 (1973~1978)
로스앤젤레스 아즈텍스 (1979)
워싱턴 디플로매츠 (1980)
레반테 UD (1981)[3]
워싱턴 디플로매츠 (1981)
AFC 아약스 (1981~1983)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1983~1984)
크루이프의 득점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다른 선수들과의 비교가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크루이프보다 일반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들인 메시, 펠레, 마라도나 3인방은 제외하고 크루이프처럼 레전드 공격수로 받아들여지는 선수들의 득점력에 대한 자료들의 분석을 통해 크루이프의 득점력을 평가해보겠습니다.
<통산 득점>
요한 크루이프 - 433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861골
호나우두 - 342골
페렌츠 푸스카스 - 746골
게르트 뮐러 - 724골
마르코 반 바스텐 - 301골
에우제비우 - 733골
호마리우 - 772골
위에 제시한 순서는 공신력 있는 전문성을 갖춘 매체들과 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역대 선수 순위를 공개하는 것들을 참고한 순서로 저 순서가 정확하지는 않아도 참고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즉 크루이프가 저 8명 중에서는 보통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많이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런데 크루이프의 경우 자신 포함 총 8명의 선수들 중 통산 득점이 6위입니다. 그렇다고 크루이프가 나머지 7명의 선수들보다 선수 생활을 짧게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총 21시즌을 뛰었고 그 중 15시즌이 전성기였습니다. 중앙 공격수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합니다. 골을 넣는 것이죠. 물론 선수들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골 수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실력의 영역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크루이프가 득점력에 있어서는 최고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6. 크루이프에 대한 선수 평가에서 일어나는 오류들
이제 다시 제목으로 돌아왔습니다.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문제는 제기할 수 있을만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적어보았는데요.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글을 쓰는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요한 크루이프 정도 되는 선수에게 어찌보면 제가 공격하는 듯한 늬앙스를 풍긴다고 독자들이 느끼실까봐 겁이 좀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비판은 건강한 공동체에 언제나 필요한 법이죠. 우리 축구팬들도 공동체입니다. 전 이 축구팬 공동체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좋은 의도로 쓴 글이니 오해보다는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위대한 선수 요한 크루이프에 대해 다루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첫댓글 뭐 크루이프가 득점력에 몰빵한 선수는 아니었으니까요 게임내에서 플레이 메이커 면서 득점도 하던 선수였으니
뮐러나 푸스카스 반바 이런 선수들과의 골비교는 좀 무리인거 같아요 차라리 지단 같은 선수와 비교하는게 맞지 않나 싶네요
좋은 접근이군요ㅎ 피드백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