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올레
현대용
“올레에 강보라 아버지 왐시냐?” 어머니께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는 언제나 하시던 말씀이다.
또한 친구들이랑 마당에서 딱치 치기랑 구술치기 할양이면 “시끄럽다. 마당에서 놀지 마랑 올레에 강 놀라”라며 어른들은 야단을 치셨다.
이처럼 올레를 생각하면 언제나 유년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고, 정겨움이 묻어난다. 낮은 돌담을 끼고 꼬불꼬불 들어서면 초가가 있고, 굴묵 땐(아궁이에 불을 땐 구들방) 안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식구들의 정겨운 목소리는 행복이 넘쳐난다.
참으로 독특한 정취를 자아내게 하는 길이 제주 올레길이다. 우리가 말하는 ‘올레’는 제주어(濟州語)로서 원래 거리길 쪽에서 대문이나 집 어귀까지의 집으로 드나드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말한다.
제주 사람들은 대게 올레를 끼고 살았다. 올레가 구불구불 휘어진 것은 바람의 힘을 차단하려는 지혜가 담겨진 것이다.
제주도는 초겨울부터 이른 봄에 걸쳐서는 서북계절풍을 막 바로 받아 몸살을 앓고, 늦봄에서 초가을에 걸쳐서는 태평양에서 일어나는 태풍을 받게 된다. 제주도의 가옥과 취락구조, 돌담, 숲, 골목, 꼬부랑길, 이 모든 현상이 바로 이 바람이 만들어낸 문화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올레걷기가 유행이 됐다. 제주 올레 길을 비롯해서 강원도 둘레 길, 강원도 산소길, 우포늪 탐방길, 박경리 토지길 등등 제주에서 시작된 것이 최근에는 전국적인 추세로 지방마다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출시하고 있다. 자연을 벗 삼아 옛길을 걸어보는 도보체험을 할 수 있는 자체만으로도 가슴을 벅차게 한다. 특히 제주 올레길인 경우 해안을 따라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걸어보는 것이야 말로 상상만 해도 누구나 가슴 설레이기에 충분하다. 이제 제주 올레는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등학교에서 광치기 해안에 이르는 제1코스를 시작으로 제주시 한림읍까지 이어지는 17개 코스에 이르기까지 293km나 된다. 지역마다 올레꾼들이 이용하는 식당도 250개가 넘는다고 한다. 침체되었던 낡은 모텔과 여관을 게스트 하우스로 바꿔 운영하는 곳도 12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올레꾼 81%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한다. 침체되었던 서귀포지역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에도 활기를 불어 넣어 준 샘이다. 뿐만 아니라 문을 닫았던 구멍가게들도 다시 장사를 시작하면서 올레를 걷는 올레꾼들이 생수와 아이스크림 등 간식과 과일을 마을에서 직접 구입하고 있어 동네 상점도 살아나고 있다. 올레가 제주경제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제주올레’가 얼마 전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내국인 1만 1538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2009년도의 10대 히트상품으로 선정된 것이다. 그리고 롯데마트는 ‘제주 서귀포 올레귤’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신년 정기세일을 하면서 전략적으로 소비자를 유혹, 판매 마케팅을 한바 있다. ‘제주올레길’ 이름을 사용해 상품이 잇따라 선보인다는 것은 청정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의미에서 마음이 뿌듯하기도 하다. 그러나 제주의 ‘올레길’ 이 근원(根源)의 의미와는 거리가 멀게 인식되어져가는 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한편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정부차원에서 2017년까지 3.700km를 제주 올레 길과 같은 도보 길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지 표현에 신경을 써서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으로 발전되기를 기원해 본다.
첫댓글 제주 올레길
바다를 품은 길들
내륙에 자리한 우리 고장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들이 아름답고
돌담이 이야기하는 곳으로 정감이 있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