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도 많고 탈도 많은
‘김어준 뉴스공장’
4·7재보선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자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TBS ‘뉴스공장’의 존폐가 도마에 올랐다. 오 시장은 당선 전 인터뷰에서 ‘교통·생활정보 제공’이라는 TBS 설립취지에 맞게 방송을 운영할 것을 촉구하며 “김어준 씨가 계속 진행해도 좋다. 다만 교통정보를 제공하시라”고 말한 바 있다. 김씨를 당장 퇴출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렇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김씨는 선거 다음 날 방송에서 TBS가 서울시장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돼 있는 구조임을 상기시켰다. 그는 “박원순 전 시장조차 방송출연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며 “그 점(그동안 꼼꼼하게 독립된 구조를 만들어준 점)은 오 당선인에게 감사드린다”고 비꼬기까지 했다.
1990년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본부로 출발한 TBS는 지난해 2월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로 독립했다. 수입의 70% 이상이 서울시 출연금이어서 시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예산 승인권을 쥔 서울시의회 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TBS 운영은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예산지원 중단·삭감안이 제출되면) 깊이 논의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하나마나한 말이다. 2016년 9월 시작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서울 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청취자가 많다. 편파·왜곡도 1위다. ‘문재인 캠프 방송’이라는 말을 들은 건 오래됐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대놓고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편을 들었다.
김씨는 ‘조국 수호’를 비롯한 편파방송만이 아니라 ‘세월호 고의침몰설’, ‘선거 개표조작설’ ‘천안함 좌초설’ 같은 음모론과 가짜뉴스까지 퍼뜨렸다. 이 방송은 방송광고진흥공사 조사에서 경쟁 프로그램 중 유익성·신뢰성·중립성·시의성·흥미성 5개 항목 모두 최하위로 평가됐다. TBS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비방이나 비속어 사용 등으로 받은 제재 13건 중 10건이 ‘뉴스공장’ 해당 사항이다. 민주당 당권을 노리는 송영길 의원이 SNS에 “김어준,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우십니까? 이 공포를 이기는 힘은 우리의 투표입니다. 오직 박영선! 박영선입니다.”라고 썼다? 이 말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비판처럼 “그의 눈에 들면 뜨고, 눈에 나면 죽는 것이 현 여당 현실”이다. 그는 선전·선동의 영향력에서 문 대통령은 따라가지도 못할 권력자다.
하긴 프로그램 이름부터가 공정방송과는 거리가 멀다. 공장이란 ‘많은 사람들의 협동작업에 의해 계속적으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일정한 고정적 시설을 설치한 장소’ 또는 ‘원료나 재료를 가공해 물건을 만들어 내는 설비를 갖춘 곳’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있는 그대로 뉴스를 방송하는 게 아니라 가공해서 물건으로 만들어내려면 변형, 편집, 조작, 왜곡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민주당의 확성기’ 김어준은 단 한 번도 가짜뉴스 유포와 거짓말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음모론을 계속 유포함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런 일이 부메랑이 되는 걸 민주당 사람들은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상소문 형식의 국민청원 글로 유명해진 ‘진인’ 조은산은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자.
‘민주당이 패배한 이유’에서 △갈등과 분열의 정치 △극성 친문세력 놀이터에 불과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과대평가 △국민 과소평가를 들었다. 그는 김어준에 대해 “털도 많고 탈 많은 음모론자에 불과하다”면서 “그런 방송을 성지순례하듯 찾아다니고 심지어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운가’라는 헛소리까지 쏟아내는 여권 인사들과 박영선 후보는 중도층의 표를 발로 걷어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성 친여 성향으로 유명한 정치시사 BJ 망치부인(52·본명 이경선)은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8일 아프리카TV 개인 홈페이지에 띄운 공지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17% 이상 차이로 지거나 부산이 더블스코어로 지면 시사방송을 접겠다고 했는데 18% 이상 차이로 오세훈이 이겼다”며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는 “정권심판 민심을 이렇게나 못 읽은 것은 시사방송인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인했다. 그는 또 “오세훈이 좋아서 찍은 사람은 없다. 오세훈을 찍을 명분을 우리가 준 것”이라며 “특히 김어준 방송이 오세훈과 박형준에 대한 의혹을 전부 다 거짓말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김어준은 반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도 했다. 김어준이 망치부인처럼 스스로 그만둘 리는 꿈에도 없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의 음모론과 가짜뉴스 유포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게 되자 음모론자들이 방송은 물론 SNS에서도 추방되고 있다. 언론자유 보호와는 다른 측면의 이야기다. 김어준을 공영방송에 출연시키는 것은 세금으로 음모론을 지원하는 것과 같다.
서울시청 내부 익명 게시판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김어준 편파 정치방송인 교통방송에서 퇴출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온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TBS의 설립 목적에는 ‘미디어를 통한 시민의 동등한 정보 접근 보장, 시민의 시정참여 확대, 문화예술 진흥‘ 등이 규정돼 있다. ’뉴스공장‘ 같은 시사방송도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설립 목적에 부합한다고 우길 게 뻔하다. 그러니 억지로 퇴출하려 하지 말고 자중지란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볼 수도 있겠지. 망치부인의 방송에는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심판받은 선거다. 왜 졌는지 깨닫지 못하면 내년 대선, 지방선거, 그다음 총선까지 진다”는 글이 씌어 있었다. 김어준 퇴출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댓글도 있다.
“냅둬요. 더 망하게. 아직 대선 남았잖아요”라며 “김어준의 역할이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김어준은 사실 민주당을 망하게 하는 X맨인지도 모른다. 그는 사람이라기보다 어떤 불쾌한 것들의 덩어리나 지저분한 퇴적물인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라디오 방송이라서 모습을 안 봐도 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목소리를 안 들으면 그만이니까. 민주당과 대깨문들 사이에서 “김어준 너 땜에 망했어”라는 소리가 곧 커져갈 것 같다. 방송인 김어준을 교통방송에서 퇴출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3일 만에 동의 12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김어준 편파 정치방송인 교통방송에서 퇴출해 주세요'란 청원 글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TBS는 서울시 교통흐름을 실시간 파악해 혼란을 막고자 존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김어준은 대놓고 특정 정당만 지지하고 반대 정당이나 정당인은 대놓고 깎아 내리며 선거나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이는 국민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국민들의 분노로 김어준을 교체하고자 여론이 들끓자, 김어준은 차별이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교통방송이 특정정당 지지하는 정치방송이 된 지 오래인데, 변질된 교통방송을 바로잡자는 것이 차별이냐"고 물었다. 이 청원 글은 게시된 지 3일 만인 이날 오전 6시 기준 12만 6000여명이 동의한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공개 시점부터 30일 이내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가 공식 답변에 나서야 한다. 방송인 김씨는 2016년 9월 시작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면서 줄곧 정치 편향 논란을 빚어왔다. 논란은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내곡동 땅 의혹' 문제를 제기하면서 특히 커졌다. 한편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자신과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을 향해 줄곧 의혹을 제기했던 김씨 방송 출연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제가 당선되더라도) 김어준씨가 계속 (방송을) 진행해도 좋다"면서도 "다만 교통정보를 제공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