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사설] 윤석열 당선인 “국민 뜻만 따르겠다” 초심 잃지 말길
중앙일보
입력 2022.03.11 00:10
초박빙 당선에 담긴 민심 뜻 직시하고
지지하지 않은 국민까지 보듬을 책임
문 대통령 편 가르기 반면교사 삼아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당선 인사에서 “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 뜻에 따르며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당선이 “나라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개혁의 목소리로,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간절한 호소”라며 “이런 국민의 뜻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검사 출신으로 정치 경력이 8개월에 불과하다. 그런 그를 국민이 대통령으로 선택한 건 윤 당선인 말마따나 정치권 전체가 확 바뀌어 공정과 상식으로 국정이 운영돼야 한다는 열망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5년 전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윤 당선인과 똑같은 메시지를 냈다. “공정과 통합”을 내세우며 “국민만 보고 가는 대통령”을 자임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간 뒤로는 그런 다짐과 달리 독선적 인사와 편 가르기 진영 정치에 몰두해 나라를 분열시켰다. 그 결과 분노한 민심의 심판을 받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자신에 의해 검찰총장에 올랐다가 정적이 된 윤 당선인에게 청와대를 내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촛불 민심’ 같은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정권을 잡았더라도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독주하면 민심은 가차 없이 정권 교체의 철퇴를 내리친다는 철칙이 확인된 것이다.
그런 만큼 윤 당선인은 “오직 국민의 뜻만 따르며 가겠다”는 초심을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가슴에 새기며 실천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불과 24만7000여 표, 0.73%포인트 차이로 신승했다.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작은 격차로 당선됐다. 조금 박하게 표현하면 윤 당선인은 본인의 능력과 도덕성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위선과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승리한 것이다.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여론이 50%대 중반까지 치솟았는데도 윤 당선인의 득표율이 40%대에 그친 것은 그에게 나라의 미래를 믿고 맡기기엔 어딘가 불안하다는 유권자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정권 교체’를 외쳤지만 무엇을 위한 정권 교체인지, 또 사회에 만연한 이념·지역·젠더·세대·계층 갈등을 해소할 해법은 뭔지 제시하지 못했다. 일부 공약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유권자가 절반에 달한다는 사실을 윤 당선인은 직시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도 필수다. 민주당 등 범야권의 의석은 180석에 달하고, 총선은 2년이나 남았다.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무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약속부터 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실현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약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대신 야당과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다.
공직 생활 대부분을 검사로 지낸 윤 당선인은 국정 전반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통합정부·거국내각을 구성해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쓰고, 견해가 다른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다. 윤 당선인은 자신을 뽑아준 지지층만이 아니라 자신을 뽑지 않은 국민까지 보듬을 책무가 있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