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의 방
한유
지난밤 의자는 정물처럼 앉아 있었고 그 옆에 정물처럼 당신이 앉아 있었다.
당신은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고, 오래 비워두어서 모른다고 의자는 대답했다.
광장은 금세 어두워졌고 당신 옆에 또 다른 사람이 다가와 물었다. 여기가 어디냐고 그들은 같은 이유로 질문을 하고 있었다.
당신은 지난 일들을 천천히 들려줬고, 슬픔이 밀려올 즈음, 의자 옆에 한 사람이 눈물을 훔치고 나갔다. 또 슬픔이 밀려올 즈음, 당신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살짝 기대었다. 그러자 의자 옆에 서 있던 또 한 사람이 훌쩍이며 나갔다.
의자 하나가 다시 비워졌고, 그 옆으로 창문이 나 있었고 당신이 일어섰다.
거리는 아무도 없었다. 거리를 지나 편의점에 도착한 당신은 담배를 사고 잠시 머뭇거렸다. 홀로 둔 의자를 잠시 생각했지만,
당신은 누구에게도 길을 묻지 않았고 돌아가고 싶지 않은 눈빛이었다. 누군가 당신을 보고 길을 잃어버린 것 아니냐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가던 길을 돌려 처음 출발지로 노선을 변경했다.
의자는 허전했다. 밖을 서성이던 당신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이 잠시 딴 생각을 하다 길을 잘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녁까지 당신 모습이 유리창에 비춰지지 않았고 의자는 두고 간 체온처럼 만져지는 텅 빈 자리를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의자는 당신이 오래 머물러 주기를 원했을 것이다. 다리가 삐걱거리고 철사로 꽁꽁 옭아맬 수 있을 때까지
언젠가는 당신이 돌아올 거라고, 의자는 눈을 뜨면 닦고 쓸고
먼 산을 바라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마른침을 삼킨다. 그렇게
당신 옆에는 오래 비워둔 의자 하나가 아직도 덩그러니 놓여 있다.
ㅡ계간 《시와 반시》(2026, 봄호), 상반기 신인상 당선작
ㅡ계간 《시와 반시》(2026, 봄호), 상반기 신인상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