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있던 3월의 표정이 그 종소리에 긴 혀를 내민다 선잠을 깬 나무들이 봄을 마구 먹어치우더니 꽃을 배설한다 초파일의 연등처럼 피어난 목련아씨들 `O sole mio`*를 부른다 4월과 5월 사이를 제비가 통과하자 온 들판이 함성을 지르고, 동토가 물렁해진다 베링해의 칼바람이 무뎌질 때, 실명의 호수가 눈을 뜨고 혈관확장증에 시달리던 천둥오리떼가 북쪽으로 귀가를 서두른다 목각새들도 허공으로 날아든다 언 발로 물을 빨아들이던 수양버드나무가 초록살점을 보시한다 이때,
반지하 방도 허기를 떼어낸다
* 나의 태양
<시작노트>
또, 봄이다.
누군가에게는 아픈 4월로 기억되는 봄, 그러나 초록이 꽃이 되는 계절을 누가 희망이라고 부르지 않겠는가.
바람이 분다. 수양버드나무가 초록살점을 보시한다. 나무들이 꽃을 배설한다. 세상이 둥글게 돌아가고 있다. 덕분에 어제의 나는 죽음으로 한발짝 더 가까이 걸어왔고, 다행히 죽을 것이고, 다시 태어날 것이다. 봄날은 간다. 그러나 봄...은 온다.